골든 스피치 마스터 : 이론편 -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말의 힘 골든 스피치 마스터
김양호.조동춘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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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스피치 마스터 - 김양호, 조동춘
: 이론편 -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말의 힘

📌말하는 기술보다, 말 앞에 서는 사람의 자세

이 책은 흔히 기대하는 ‘스피치 잘하는 법’을 정리한 안내서가 아니다. 말을 어떻게 꾸미는가보다, 어떤 태도로 말을 하는가를 먼저 묻는 책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느껴지는 건 기술의 나열이 아니라,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사람을 설득하고, 동시에 얼마나 쉽게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경고였다.
책에서는 역사 속 연설들을 통해 “잘 말한 문장”이 아니라 사람과 시대를 움직인 말의 조건을 끈질기게 해부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지점은 ‘위대한 연설’과 ‘위험한 언어’를 함께 다룬 부분이다. 말이라는 것은 언제나 선한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군중을 결집시키는 힘은 동시에 왜곡과 선동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그 양면성을 숨기지 않고 과감하게 이야기하며 더더욱 말하는 사람의 윤리와 책임을 강조한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말 앞에서 스스로를 점검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이 책이 말하는 ‘마스터’란 말하는 기교의 완성이 아니라 태도의 성숙에 가깝다.

[골든 스피치 마스터]는 발표가 두려운 사람을 당장 단숨에 유창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대신, 내가 왜 이 말을 해야 하는지, 이 말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닿을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나 역시도 말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좋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강연을 찾아보곤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말에 힘과 전달력이 동시에 실린 사람에게 시선이 머문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차이가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말 앞에 서는 태도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비전비엔피 #비전코리아 #골든스피치마스터 #김양호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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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로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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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로 - 김재희

p.37 "누구야, 밥 먹어라" 하는 엄마의 목소리에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때 아파트 단지에서 놀다가 밥먹으러 오라는 목소리가 들리면 집으로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p.63 "상사병으로 죽는 사람도 있어. 꿈이 좌절되고 익숙한 것과 헤어지고 그러면 생기는 게 그 병이야. 아이가 소양인인데다가 시골에 무엇을 두고 왔는지 속병이 화병으로 변했구먼. 약재 지어가고, 멀더라도 가끔은 진맥도 보고 침도 맞고 가."

p.174 "얀마, 사랑은 그런 게 아니야. 표현하는 거야."

p.190 동민은 베란다로 나가서 어둠 속 저 멀리 집마다 내뿜는 불빛을 보았다. 희미하기도 하고, 찬란하기도 하고, 환하고 밝기도 하고, 어둠이기도 한 여러 가지 불빛들은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하나의 오롯한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아무리 작은 인생이라도 인생이고 아무리 괴로운 인생이더라도 인생이었다.
결국 받아들이는 자의 몫일 뿐.
동민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은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만큼 잘 받아내는지에 따라 그 아픔의 정도가 달라진다.

이 책은 복숭아꽃이 피는 시골 마을 은향리를 배경으로, 서울에서 외갓집으로 내려오게 된 서동민과 이후 서울에서 전학 온 강운영 사이에서 조용히 이어지는 시간을 그린 이야기다. 큰 사건 없이, 동민과 운영은 초등학교 때부터 서로에게 품어온 마음의 흔들림과 관계의 미묘한 거리감이 서서히 쌓여간다.
동민의 어머니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쓴 결혼을 했지만 남편을 잃고, 두 아이를 홀로 키워야 했다. 결국 동민과 동생 수민은 외갓집에서 자라게 되지만, 그 선택은 보호이기보다 또 다른 눈치의 시작이었다. 외할머니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도 동민은 어머니와 외할머니도 이해하고, 동생을 챙기며 은향리에 적응해 나간다. 그 씩씩함은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조금 이른 태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동민이 운영에게 품은 마음은 가볍지 않다. 하지만 타지에서 온 사람은 결국 떠난다는 어른들의 말, 그리고 동민의 어머니와 닮은 운명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외할머니의 불안은 두 아이를 갈라놓으려 한다. 그렇게 동민과 수민은 다시 서울로 보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민과 운영의 마음은 쉽게 멀어지지 않는다. 이 소설이 인상적인 이유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어른들의 사정과 선택이 아이들의 관계를 끊어놓으려 해도, 아이들 스스로는 아직 놓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
[신작로]는 그 마음을 요란하게 설명하지 않고, 조용히 남겨 둔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성장담이 아니다. 어른의 선택 아래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지켜야 했고, 무엇을 결국 포기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동민과 운영은 여전히 어른들의 사정과 결정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손자가 딸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까 염려해 동민을 서울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 자신과 같은 삶을 살게 될까 두려워 무당을 찾아가 점을 보고, 둘이 함께하면 한 사람은 죽게 된다는 말로 반대했던 어머니. 그들의 선택은 모두 사랑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사랑은 아이들의 시간을 너무 길게 우회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민과 운영은 끝내 서로에게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 ‘끝내’라는 말 속에는, 어른의 사정과 선택 때문에 얼마나 멀리 돌아와야 했는지가 담겨 있다.

김재희작가님의 문장은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말해지지 않은 마음과 침묵, 한 발 늦은 시선을 남겨 두며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그 곁에 함께 서서 같은 망설임을 공유하게 된다.

*본 도서는 몽실북클럽(@mongsilbookclub)의 서평모집을 통해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신작로 #김재희 #몽실북클럽 #소설신간 #소설추천 #소설 #서평 #서평단 #북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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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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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 무라세 다케시

📨첫 번째 편지
이제 내가 가장 사랑하던 아티스트, 나의 최애는 이 세상에 없다….

“선배는 자신을 사랑하세요?”
내가 물었다.
“어려운 질문이네. …그렇지만, 사랑하고 싶어.”

언젠가 너의 최애가 너 자신이 되기를 기도할게.
사람은 방황할지라도 가라앉지 않아.

혼자여도 괜찮고, 자다 깨기를 되풀이해도 괜찮다. 모든 악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기혐오에서 온다.

📨두 번째 편지
진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은 자기가 쓰레기라고 한탄하지 않거든. 그리고 허접쓰레기 같은 놈도 뻔뻔하게 잘 살고 있으니까 자책할 줄 아는 사람은 충분히 살 가치가 있어.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별로 자신이 없어요.”
“없으면 지금부터 만들면 되지. 누구나 처음에는 백지상태 아니겠나.”

남을 밀어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 요즘 같은 시대에, 손익을 따지지 않고 남에게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세 번째 편지
내가 할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얻은 건, 길이다.
나아가야 할 길.
나아가고 싶은 길.
자신을 속이지 않는 길.
나는 내가 믿는 길을 걸어간다….

교육 방식에 옳고 그름은 없다고. 상대에 대한 애정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네 번째 편지
죽은 이유가 뭐가 됐든 주인에게 고마워하지 않는 반려견은 없을 거라고요. 그러니까 당신은 마지막까지 그 아이 곁을 지켰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겨도 되지 않을까요?”
-
“그렇지만, 그 강아지는 당신과 함께 있어서 좋았을 거예요.”

“앞으로도 이런저런 갈등은 있겠지만, 회피하지 말고 터놓고 이야기했으면 좋겠어, 엄마. 서로의 소중한 존재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

📨다섯 번째 편지
“사기 치는 겁니까, 당신들.”
“사기라뇨. 천국은 확실히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삶에서 더 가치 있는 무언가가 돈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진심으로 살고 있어?
아니면 의미 없이 살고 있어?

🏣‘천국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다면,
아오조라 우체국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우체국이 존재한다는 소문이 퍼진다. 아무나 이용할 수 없으며, 편지를 보내기 위해서는 일정한 대가와 조건을 감수해야 한다.
우체국을 찾은 사람들은 모두 같은 공통점을 지닌다.
사랑하는 이를 잃었고, 끝내 전하지 못한 말이 남아 있다는 것.

살아가면서 우리는 끝내 하지 못한 말들이 있다.
그 말들은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난 뒤에야 비로소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은 바로 그 마지막 순간에 다시 한 번의 기회를 건네는 곳이다.

이 책 속 우체국은 단순히 편지를 보내는 공간이 아니다. 이미 닿을 수 없게 된 사람에게, 다시는 건넬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마음을 전하는 마지막 기회에 가깝다. 그래서 이곳에서 쓰이는 편지들은 대부분 마냥 아름답지 않다. 미안함이 앞서고, 후회가 묻어나며, 사랑은 늘 뒤늦게 정리된 형태로 등장한다. 그럼에도 이 편지들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며 마음속에 품고 있는 말들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이 우체국이 기적처럼 모든 상처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편지를 보낸다고 해서 반드시 답장이 오는 것도 아니고, 이별이 없었던 일처럼 지워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편지를 쓰는 순간만큼은, 말로 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비로소 형태를 갖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인물들은 조금씩 남겨진 삶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죽은 이를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떠나보낸 이후에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세상의마지막우체국 #무라세다케시 #오팬하우스 #소설 #소설추천 #소설신간 #힐링 #힐링소설 #서평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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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 환영의 집
유재영 지음 / 반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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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 유재영

p.33 인간의 삶은 상대적으로 작은 것들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빼앗았다.

p.43 [그 집을 지켜라.]
큰아버지는 그 여섯 글자만을 남겼다.

p.49 나는 수현에게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말하지 않았다. 일부러 숨기려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었다. 그 여름의 사건은 내게 오랫동안 악몽으로 남았다. 하지만 막상 이 집에 다시 와보니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집은 내가 돌아오길 기다렸을까?

p.161 그냥 아무도 모르는 편이 낫다고 했다. 그러는 편이 나아. 규호는 다짐하듯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욕실로 걸어갔다. 집으로 들어설 때부터 규호는 누군가를 의식하고 있었다. 마치 상대와 눈을 맞추려는 듯이.
누굴까? 분명한 건, 규호가 마주 본 그 눈동자는 내 것이 아니었다.

p.198 "글쎄." 규호는 망연히 서서 웅얼거리듯 말했다.
"그냥....확인하고 싶었어."
"뭘?"
"죽었다는 걸."
규호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죽어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말이야."

p.216 어스름이 내려앉은 정원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을 굳혔다. 명숙과 함께 이 집에 남기로 결심했다.
📌 나오의 선택은 단순한 거주지의 문제가 아니다. 전쟁이 끝나는 상황에서 일본인 남편은 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당연한 선택으로 여긴 것과 달리, 나오는 그 전제를 자연스럽게 따르지 않는다. 나오가 끝내 바라본 것은 떠날 곳이 아니라 남겨질 사람들과 책임이었다. 이 장면은 나오가 자신의 출신을 부정하거나 새로 규정하기보다, 속해야 할 자리를 스스로 선택하는 순간처럼 읽혔다.

집은 사람을 보호하는 가장 안락하고 안전한 공간이어야 하지만, 이 책에서 집은 끝내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호스트: 환영의 집]은 누군가를 맞이하는 장소가 아니라, 기억을 가두고 시간을 붙들어 매는 한 존재에 가깝다.

[호스트: 환영의 집]은 ‘적산가옥’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여러 시대를 오가며 진행된다.
🏠1945년, 1995년, 그리고 2025년.
시간은 흘렀지만 집 안에 남은 감정과 상처는 정리되지 않은 채 켜켜이 쌓여 있다.
이 집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주인’이 되기를 원하지만, 끝내 그 누구도 완전히 머물지 못한다.

이 책의 공포는 갑작스러운 사건이나 자극적인 장면에서 오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무서운 것은, 이 집이 너무 조용하고 너무 오래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사라졌어야 할 감정, 끝내 말해지지 못한 사연, 덮어두었던 과거가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계속 호흡하고 있다.

[호스트: 환영의 집]은 하우스 호러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실은 기억과 역사, 그리고 인간이 외면해온 감정에 대한 이야기다.
나오라는 인물은 일제강점기라는 시대가 만들어낸 경계 위의 존재다.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어느 한쪽으로도 완전히 귀속되지 못한 그녀의 삶은 당시 조선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조선의 땅 위에 세워졌으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끝내 묻지 못했던 적산가옥은,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나오의 정체성을 비추는 공간처럼 읽힌다. 작가님은 나오라는 인물을 통해 집과 시대를 겹쳐 놓음으로써, 정체성을 선택할 수 없었던 개인과 주권을 빼앗긴 공간이 얼마나 닮아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호스트: 환영의 집]은 공포를 통해 역사를 말하고,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을 묻는 소설이다. 과하게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소비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무섭기보다 오히려 기억에 오래 남는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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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라이프
정하린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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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라이프 - 정하린

이대로 가라앉아야만 했다. 반드시 죽어야만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대한 벌은 죽어서 받을 테니.

무슨 말이지? 그럴리가 없었다. 분명 나는 그 시리도록 차가운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죽을 생각이었고 죽을 거라 생각했으며 죽었다고 생각했다. 눈가가 뜨거워졌다. 차오른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죽어야 했다. 정말로, 반드시 죽어야 했는데….

나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검은 페도라와 긴 코트. 맞아, 저 남자였다. 항상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남자.

“신의 명이 뭔데? 죄 없는 내 가족은 그렇게 한꺼번에 데려가놓고 나는 데려오지 말래? 왜, 왜, 왜!”
-
“어떤 신이 그래. 어떤 신이! 당장 데려와. 내 앞에 데려오란 말이야!”

“죽음의 모습은 각기 달라서 때론 슬프기도, 때론 아프기도, 또 때론 평온하기도 하지. 허나 죽음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같은법. 우리가 늘 죽음을 보면서 느끼는 게 그것 아니겠느냐.”

“제게 소중한 것은 있어도, 지키고 싶은 신은 없습니다.”

“아무것도 잃을 게 없는 네가, 모든 걸 다 잃어 본 네가 절망하고 포기하려는 나약한 인간을 구해 보거라. 악귀에게 가여운 혼이 먹히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저 아이가 사는 것뿐이다."

"그간 애 많이 썼다. 힘든 삶을 살아오느라, 고단한 삶을 버텨내느라 고생 많았어.”

“무슨 저승사자가….”
-
“…이렇게 따뜻해요.”

[네버 엔딩 라이프]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상태가 된 열아홉 소녀 송서은의 이야기다.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서은은 고등학교 내내 지독한 괴롭힘 속에서 버티며 살아왔지만, 사고로 아빠마저 잃자 성인이 되는 순간 삶을 놓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죽음은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녀 앞에 나타난 저승사자 역시 서은은 명부에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것이 신의 뜻이라는 이유로 데려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서은과 저승사자의 묘한 동행이 시작된다. 저승사자의 도움으로 서은은 자신과 똑같이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사람, ‘경숙’을 만나게 되고, 경숙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낯선 인연들과 부딪히며 지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서은은 자신에게 단 하나 남아 있다고 생각했던 ‘죽음’의 선택지 대신, 살아보기라는 선택을 조심스럽게 배워가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마음에 남은 건, 삶이란 결국 누군가에게는 너무 쉽게 꺼지고 또 누군가에게는 너무 쉽게 놓이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서은의 이야기는 비극적이지만, 작가님은 그 비극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조용하게, 한 사람이 다시 ‘살아볼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그 미세한 틈에 꽃씨를 뿌린다.

서은은 아이러니하게도, 삶을 포기하고 죽지 못한 채 머무르는 경계의 자리에서 오히려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일상 카페의 풍경,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유대감을 경험하게 된다.
그녀를 바라보는 저승사자와 신의 태도도 묘하게 따뜻하다. 죽음의 세계에 있는 이들의 온기가, 정작 삶의 세계가 서은에게 건넸던 것들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따스하다. 그래서인지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살아가는 이유는 사실 이렇게 작은 곳에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삶을 다시 붙잡게 되는 과정이 극적으로 훅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큰 사건이 인생을 뒤집는 것이 아니라, 커피 향 같은 사소한 감촉,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의 존재, 진심이 묻은 따뜻한 말 한마디 같은 아주 작은 것들이 서은의 마음을 움직인다. 작가님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도 바로 그 지점에 있는 것 같았다.
🦋결국 삶을 움직이는 건 언제나 큰 거창함이 아니라, 정확히 나에게 닿아오는 작은 온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책을 덮고 나면 서은이 겪은 ‘죽지 못하는 삶’보다, 그 속에서 발견한 ‘살아보는 삶’이 더 오래 남는다.
[네버 엔딩 라이프]는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은 삶의 온도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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