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0km를 날아온 로아
추민지 지음 / 어텀브리즈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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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0km를 날아온 로아 - 추민지

p.13 그들의 사랑은 내가 상상도 못한 방식으로 시작됐고, 세상에는 바른 형태의 사랑만 있다고 믿던 내 사고를 산산이 부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규칙을 새로 만들어가며 관계를 완성해 갔으며, 내 경험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만들었다. 사랑을 시작하는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 때로는 그 여정이 꽃밭이 아닌 황무지에서 시작하기도 하니까.

p.41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세상 속에 갇힌다. 이럴 때 무섭다. 내가 겪은 일로 편향적인 시선에 내가 갇혀버릴 때. 한쪽의 세상만 맞다고 믿으며, 평생 그렇게 비관적이고, 삐딱한 시선으로 살아가게 되는 건 아닐지 너무나도 두렵다. 그 생각을 벗어나기 또한 쉽지 않다.

p.56 '어라? 이 정도면 나도 살 수 있겠는데?' 나는 진열장을 다시 쭉 훑어봤다.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가게 안의 모든 보석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영롱한 빛들이 눈에 한가득 담겼다. 이 정도면 비련의 여주인공이 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금이든 다이아몬드든, 내가 원하면 내가 사면 되니까.
-
인연을 만날지 안 만날지, 그 사람이 다이아몬드를 사줄 수 있을지 없을지 미래는 알 수 없으니까. 5년 뒤에 사랑은 몰라도, 돈은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을 테니까.

p.59 일단 '며느리'라는 단어를 빼고 한 여성을 그 나이대의 '여자' 또는 '사람'으로 보면 상대에 대한 시선과 이해도가 360도 달라진다.

p.122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마음을 고쳐먹었다. 마음에 드는 남자 없다고 불평하지 말고, 지금 내가 가진 자유를 소중하게 여기는 게 낫다고. 속눈썹 없다고 불평하지 말고, 열심히 번 돈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매달 속눈썹 연장하러 가면 그만이다.
그게 진짜 내 행복이다. 누군가를 기다리느라 지금을 놓치지 않고, 없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를 가꾸고 채워가는 것. 불만 대신 감사를, 결핍 대신 충만을 선택하는 것.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새 내 인생이 훨씬 더 단단해지고 풍요로워질 거라는 걸, 나는 이제 안다.

✈️ 만나본 적도 없던 먼 곳의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이 살던 곳과 가족, 그리고 직장까지 떠날 수 있을까?

7,300km라는 숫자는 직접적으로 보이는 물리적인 거리이기도하지만, 이 책에서는 마음의 거리로도 느껴진다.
믿지 않는 쪽과 믿는 쪽 사이, 머무르려는 사람과 날아오는 사람 사이의 간극.
[7,300km를 날아온 로아]는 그 간극 위에 놓인 이야기다.

로아와 남동생의 사랑은 옆에서 지켜보면 마냥 예쁘고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먼 곳에서 오직 내 남동생 하나를 바라보고 날아온 로아이기에, 작가는 더 신경이 쓰이고 챙기게 된다.
때로는 옆에서 보기에 답답한 남동생의 태도를 거침없이 잡고, 속상해할 로아를 대신 달래기도 한다.
이 사랑은 구경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곁에서 함께 감당해야 하는 관계로 그려진다.

누군가는 먼 곳에서 한국까지 온 로아의 용기를 사랑이라 부를 것이고, 누군가는 무모함이라 부를 것이다.
작가님은 로아의 선택에 대한 판단을 대신 내려주지 않고 어떻게 바라볼지는 고스란히 책을 읽는 우리에게 넘긴다.
설득하지 않고, 설명하지 않으며, 다만 지켜보고 기록한다.

인상 깊었던 것은 문화의 차이나 함께 지내며 겪는 사건들보다도, “왜 나는 이 선택을 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타인의 용기는 언제나 아름답지만, 동시에 잔인하다.
그 용기를 마주하는 순간, 나의 망설임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랑 그 자체보다도, 믿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내려놓아 기꺼이 떠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낯선 곳에서 다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된다.

로아는 사랑을 선택했고, 그 선택을 몸으로 증명해왔다.
아마 한국에서 지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그러고 있을 것이다.
로아와 함께 지내며 작가는 사랑과 관계에 대해 냉소적이던 태도를 다시 정비하게 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그 대비에 있다.
확신에 찬 사랑 이야기만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사랑과 관계에 대한 확신을 바라보는 냉정하고 솔직한 시선을 함께 담아낸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7300km를날아온로아 #추민지 #어텀브리즈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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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족의 최후
송아람 지음 / 미메시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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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족의 최후 - 송아람

p.19 그다음은 생각해 본 적 없다. 아니, 사실 수백 번도 더 생각해 봤다. 그 무엇도 내 결정을 바꿀 수 없다. 나는 빌어먹을 그 학교로 두 번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내일 밤, 나는 이곳에서 내 인생을 끝장낼 것이다.

p.199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들에게 거짓으로 꾸민 일상으로 질투의 대상이 돼서 뭐 하냐고? 그게 한심하다는 것쯤은 나도 잘 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보잘것없는 내 일상이 혐오스러워서 견딜 수 없었을 뿐이다.

p.315 IMF가 해일처럼 혜령이 집과 한국을 덮쳐도 그저 남의 일이었다. 아빠의 건강도 마찬가지였다. 돌아갈 곳 없는 막다른 절망감에 사로잡힌 나는 오로지 내 생각만 했다.

p.405 살고 싶었다. 죽는 게 무서웠다.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그 이야기를 타케야에게만큼은 꾸밈없이 털어놨다. 타케야 앞에서 꼭 벌거벗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토록 솔직했던 순간이 있었던가? 난 마침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주인공 오하나는 평범한 학생이지만, 엄격한 가정환경과 입시 압박 속에서 답답함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일탈과 자유를 꿈꾼다. 어느 날 친구들과 어울리던 중, 우연히 미국 유학 중인 옛 친구 최준혁을 만나게 되고, 오하나는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동시에 유학이라는 ‘탈출구’에 강한 매력을 느낀다.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하나는 자신의 방식으로 버티며 결국 미국은 아니었지만 외삼촌이 있는 캐나다로의 유학을 허락받는다.
그러나 캐나다에 도착한 후 오하나가 마주한 세계는, 그녀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현실이었다. 유학이라는 화려한 이면만을 보고 한국을 떠나온 오하나에게 낯선 나라와 낯선 언어 속에서의 적응은 결코 쉽지 않았다.

유학이라는 특정한 상황을 제외하면, 사실 우리는 모두 오하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나 10대 시절, 어른들은 알지 못하는 자기만의 치열한 시간을 지나왔을 것이다.
오하나 역시 그 시대의 집안 분위기와 입시라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버거운 시간을 견뎌왔다. 그렇게 잠깐의 일탈에 이끌려 낯선 나라를 동경하며 한국을 떠났지만, 막상 그곳에 도착해서는 다시 한국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리고 외국에서는 또 그곳 나름의 상황과 관계가 오하나를 괴롭힌다.
어디에 있든 우리를 힘들게 하는 환경과 관계는 늘 존재한다. 그렇게 간절히 떠나고 싶었던 곳은 떠나온 뒤에야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다시 돌아가면 또다시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이 반복되는 감정의 흐름이야말로, 어쩌면 삶이 가진 하나의 순환인지도 모르겠다.

작가님은 오하나를 끝까지 포용하지도,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런 선택도 있고, 이런 길도 있으며,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는 삶 역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다. 이 이야기에서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면, 누구나 그 시절 각자의 방식과 방향으로 치열한 시간을 통과해왔다는 점일 것이다.
결국 오하나라는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우리의 몫이다. 연민할 수도 있고, 불편해할 수도 있으며, 혹은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책을 덮을 수도 있다. 그 판단의 자유를 온전히 우리에게 넘겼다는 점에서, 이 책은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남기는 이야기로 읽힌다.

사실 IMF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유학을 보내고, 유학 이후 삶까지 뒷바라지해 주는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떠올리면 오하나의 행동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하나는 힘들 때마다 상황을 벗어나는 선택을 반복한다. 그런 도피가 가능했던 이유는, 그럴 수 있다는 여유가 있다는 사실을 본인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는 내내 오하나의 행동이 답답하게 남았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오렌지족의최후 #송아람 #열린책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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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누이, 다경
서미애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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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누이, 다경 - 서미애

민규)
p.19 다경은 경호 삼촌의 딸이다. 동생 선규와 같은 나이로, 어릴 때부터 어울려 형제나 다름없었다. 일년 마다 한 번씩 만나니 첫날은 어색하지만 몇 시간만 지나면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곤 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장난의 유형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민규에게 다경은 동생일 뿐이었다. 그날 밤 전까지는.

선규)
p.75 "지금까지는 연습문제. 이제 진짜 문제 낼게."
"야, 이다경!"
"트로이 목마의 진짜 의미가 뭐게?"
"진짜 의미? 그거 말 모양의 비밀 병기 아니야?"
"잘 모르는 존재를 함부로 들이면••• 다 죽는다는 거."

엄마, 세라)
p.99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세라는 문득 다경이를 우리가 키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부터 자라는 것을 봐 왔으니 이미 가족이나 다름없다.
-
다경이 그만큼 자신들을 믿고 의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떻게든 힘이 되어 주고 싶었다. 그냥 같이 사는 게 아니라, 정식으로 입양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정환)
p.127 "형사들은 드라마도 안 보나 봐요."
"드라마?"
"<셜록>이나 <크리미널 마인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그런 거요. 아,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것도요. 우리 식구 다 수사물 좋아해서 일요일마다 같이 보고 범인 맞히기 했었거든요."
"그런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네."
"그런 걸 보다 보니 세상엔 정말 끔찍하게 나쁜 인간이 많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경은 어딘가 먼 곳에 시선을 두고 중얼거렸다.
"나는 찾아낼 거예요. 엄마 아빠를 그렇게 죽게 만든 사람. 찾아내서···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누이, 다경)
p.140 다경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애초에 그 저녁에 저수지에 간 것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만나러 갔는지만 확인해도 훨씬 정확한 사실을 알게 될 텐데.
다경은 누구의 말도 믿지 않았다. 온전히 혼자만의 생각으로 그날의 일을 몇 번이고 되감아 떠올려 보았다. 어떤 기미도, 어떤 징조도 없었다. 이상했다면 다경이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러고 있는 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다경은 어느 날, 한날한시에 부모를 잃는다.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다경은 생전에 가족처럼 지내던 아버지의 친구 정환의 집에 들어가 함께 살게 된다. 매년 가족 여행을 함께할 정도로 가까웠던 사이였지만, 다경이 들어온 뒤 정환의 집은 이전과는 다른 공기를 갖게 된다.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가족들은 저마다 미묘한 불편함을 느낀다.

🦊과연 다경이 정환의 집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다경이라는 낯선 존재의 등장 자체가 가족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말하기 애매한 사정이 있고, 그로 인해 어색한 공기가 흐르는 듯하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방인의 침입’은 정환의 가족이 아니라, 이미 다경의 인생에 먼저 일어났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침입자에 의해 삶이 무너진 다경은 기꺼이 자신도 침입자가 되기로 한다.

이 책은 인물 각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모두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만, 그 결의 방향은 다르다. 떳떳하지 못한 인물은 드러날까 두려워 불편해하고, 잘못한 것이 없는 인물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 앞에서 불편함을 느낀다. 같은 불편함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전혀 다르다.
누군가의 잘못이 끝에 가서는 드러나지만, 침묵과 회피가 어떻게 관계를 망가뜨리는지를 보여준다. 진실은 언제나 결정적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애매한 형태로 남아 있고, 그 애매함은 사람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끝없이 의심하게 한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다경이 있다. 보호받아야 할 아이였던 다경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른들이 감추고 있던 것들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존재가 된다. 다경이 이 집에 들어온 이유는 단순히 머물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라, 끝내 외면할 수 없었던 진실을 파헤치고 본인이 그 죗값을 내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여우누이>는 전통적으로 속이는 존재로 그려지지만, 이 소설에서 다경은 오히려 반대다. 속이는 쪽은 어른들이고, 다경은 그 속임이 통하지 않는 존재다. 하지만 그걸 간과한 어른들을 역으로 다경은 기꺼이 여우누이처럼 속인다.
그래서 나는 [여우누이, 다경]이라는 제목이, 다경이 여우누이가 되기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여우누이다경 #서미애 #한끼출판사#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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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V의 투숙객 그늘 단편선 1
양지윤 지음 / 그늘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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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V의 투숙객 - 양지윤

p.23 직원들이 매일 보는 바다가 지겹지도 않냐고 물었다.
“세상에 같은 바다는 없어요" 그녀가 대꾸했다.
그건 틀린 말이다. 바다는 이론상 똑같다. 육지는 끊어져 있어도 바다는 끊어져 있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p.27 지배인이 그에게도 휴가를 주었지만 그는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호텔에 남았다. 어떤 사람에게는 떠나는 일보다 남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자유란 돌아올 곳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p.35 어쩌면 그러한 이유로 603호 여자에게 끌렸는지도 모른다. 비슷한 사람은 본능적으로 알아보는 법이니까.

p.58 형은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는 법이라고 말하고는 했다. 모든 게 다 이유가 있어 보여도 원치 않게 일이 흘러가는 경우가 있는 법이라고.

p.84 자주 본 사람들은 심드렁했지만 처음 본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거기에는 그녀가 자신을 해코지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것들은 두려움을 주니까. 그러나 그녀는 조금도 위험한 사람이 아니었다.

[호텔 V의 투숙객]은 단편집으로 이루어져있다.

🏨[호텔 V의 투숙객]에서 한 여자는 호텔에 머무는데 특별히 하는 일도 없고, 눈에 띄는 행동도 없다. 그저 계속 연장을 하고, 또 연장을 하며 호텔에 남아 있다. 호텔 직원들은 그녀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녀가 왜 떠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각자 나름의 상상을 한다.
시간이 지나며 결국 호텔은 팔리고, 공간은 사라진다.
호텔에서 일하던 직원들도 차츰 하나둘 떠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결국 떠난다는 것과 없어진다는 것, 그리고 남는다는 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공간이 사라져도 남는 사람이 있고,
사람이 떠나도 남아버리는 감정이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우리의 시간]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동생과 형의 이야기다. 주인공에게 형은 유일하게 자신을 아껴주던 사람이었고, 형이 집을 떠날 때 언젠가 함께 살자는 약속은 동생이 버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희망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형은 도망치는 삶을 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까지 생긴다. 새로운 곳에서 자신만의 가정을 꾸려 다시 시작하겠다는 형의 말은 형만을 기다려온 동생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다. 결국 동생은 형을 직접 신고해 감옥에 보내고 만다.
나는 동생이 형을 미워해서 그런 선택을 한 게 아니라, 오히려 끝까지 떠나지 않게 붙잡고 싶어서 감옥이라는 떠날 수 없는 장소를 선택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곡된 방식이지만, 애정에 목마른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선택처럼 느껴졌다.

이 단편집은 이해하기 쉬운 책은 아니었다.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도 않고, 감정을 명확하게 정리해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대신 스스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들고, 그 감정을 곱씹게 한다.
정답이 있는 분명한 해석이 아니라,
‘떠난다는 것’, ‘남는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감정에 대한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호텔v의투숙객 #그늘 #그늘소설책 #그늘단편선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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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질서 - 의도를 벗어난 모든 현상에 관한 우주적 대답
뤼디거 달케 지음, 송소민 옮김 / 터닝페이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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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보이지 않는 질서 – 뤼디거 달케

🪐정말 아무런 규칙도 없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아직 그 규칙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일까.

이 책이 말하는 ‘질서’는 눈에 보이는 규칙이나 정답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무작위라고 믿어왔던 사건들, 개인의 선택, 사회의 흐름 속에서 의미 없이 흩어진 것처럼 보였던 장면들이 어떤 방식으로 반복되고 이어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질서가 누군가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질서는 세상을 한 방향으로 고정시키기보다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시선을 조금 더 넓혀준다.
그동안 우연이라고 넘겨버렸던 순간들, ‘그냥 내가 한 선택’이라 생각했던 결정들조차 사실은 수많은 조건과 상황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걸 돌아보게 된다.
지금까지 내가 내 선택이라 믿어왔던 것들, 혹은 설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애써 외면해왔던 감정과 상황들, 그리고 내 옆의 사람들과의 관계 역시 어쩌면 보이지 않는 질서 속에서 이미 여러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다만, 내가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보이지 않는 질서]는 읽는 사람에게 명확한 답을 건네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질문의 방향을 살짝 틀어놓는다. 우연과 혼돈이라 믿었던 장면들 앞에서 한 걸음 멈춰서게 만들고, 그 안에 다른 맥락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을 덮고 나서는 한동안 멍한 기분이 남았다.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인식하지 못한 채 무언가가 계속 작동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묘하게 소름이 돋으면서도, 조금은 겁이 나기도 하고 신기하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보이지않는질서 #운명의법칙 #뤼디거달케 #터닝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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