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숲속의 서커스 네오픽션 ON시리즈 38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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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어두운 숲속의 서커스 - 강지영

p.75 "지금 가장 위험한 건 좀비가 아니라 산 사람들일지도 몰라요. 꽉 붙잡으세요."

p.170 "선배는 <드래곤볼> 결말 생각나요? <아기공룡둘리>는요? 난 <은하철도 999> 결말도 다 까먹었어요. 분명 끝까지 봤는데 말이죠. 결말은 안 중요해요. 왜 그리로 가야 하는지, 뭘 찾아야 하는지가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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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결말 다 생각나. 각자 갈 길을 향해 떠나지. 여전히 왜 그리로 가야 하는지, 뭘 찾아야 하는 건지 모른 채로."

p.174 "난 지금 즐거워요. 사랑하는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히 눈을 감을 테니까요. 세상을 구하는 건 힘 센 슈퍼히어로가 아니에요. 힘없고 약점 많은 악당들이지. 잘 있어요. 악당은 이만 장렬히 산화하러 갑니다. 선배가 안 슬퍼하면 내가 슬플 테니 까 저 바로 올라갈게요."

p.177 "진짜 총 쏘면 어쩌려고?"
"맞으면 죽는 거고, 안 맞으면 내빼는 거지, 뭐. 늬 외할머니가 그랬어. 닥치는 대로 살라고. 뭐 하러 걱정부터 해."

p.230 "산다는 건, 단지 숨을 쉬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겁니다. 행 동하지 않는 사람이 좀비예요. 살아 있다면, 행동하러 가시죠!"

어두운 숲속의 서커스는 정체불명의 감염병인 페인플루가 퍼진 세상 속에서 각자의 이유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감염되면 격리되거나 또는 제거되는 현실 속에서, 엄마는 임산부인 큰딸을 지키기 위해, 작은딸은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아들은 자신의 세계를 놓지 않기 위해 좀비가 가득한 길 위에 오른다. 오랜만에 한 식구가 모이자마자 동시에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지는 이들의 여정은 제목처럼 혼란스럽고 기묘한 ‘서커스’다.

재미있는 건 페인플루라는 감염병이 퍼진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사람은 결국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끝까지 붙잡고 싶은 무언가, 남들은 이해하지 못해도 자신만의 신념이나 지켜야 할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으면서도, 각자가 전혀 다른 이유로 같은 위험 속을 지나간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누군가는 책임 때문에, 또 누군가는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놓지 않기 위해 움직인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도 크고 작음을 쉽게 저울질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 책은 좀비와 재난이라는 장르적 설정을 가져오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어디까지 무너지고 또 어떤 방식으로 버티는지를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가깝다. 실상 그 안에서 펼쳐지는 세계는 ‘서커스’라는 무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각자의 생존 방식이 충돌하는 혼란스럽고 지저분한 현실이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결핍과 트라우마를 안고 있으며, 그 상처는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현재의 선택과 행동을 끊임없이 흔드는 힘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이들은 누군가를 구원하거나 세상을 바로잡기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움직인다.

결국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누가 세상을 구하는가’가 아니라, 재난과 혼란 속에서 누구도 중심이 될 수 없는 상태에서 인간들이 어떻게 서로를 소비하고 버티며 세계를 이어가는가에 가깝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위에서 내려오는 권력보다, 가장 아래에서 흔들리면서도 끝까지 살아남으려는 인간들의 불완전한 생존이다.

💡 코페에 가기위해 길을 나선 근대는 동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은 서로의 본명을 부르는 대신 ‘웃는남자’, ‘타라’, ‘지저벨’ 같은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 이런 방식은 혼란스럽고 붕괴된 현실 속에서 개개인을 하나의 역할이나 정체성으로 단순화해버리는 장치처럼 느껴졌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어두운숲속의서커스 #강지영 #자음과모음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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