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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안녕하기를 - 나의 깃든 이에게 ㅣ 저스트YA 15
남유하 지음 / 책폴 / 2026년 4월
평점 :
#도서제공
부디 안녕하기를 - 남유하
나의 깃든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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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 이제는 그들이 냉정하고 무심했던 이유를 안다. 그들도 답을 모르기 때문이다. 모두 다른 영혼을 몸 안에 품고 사는데도 그렇다. 결국 우리는 자신의 영혼과 자기 안에 깃 든 영혼 이외에는 이해할 수 없으므로.
아니, 우리는 우리 자신의 영혼조차 이해하지 못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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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 카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카리의 경우처럼 흉악한 살인범이 아니더라도, 범죄자의 영혼이 깃든 사람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았다. 범죄자와 파동이 맞는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논리였다. 나는 그런 흑백논리가 싫었다. 선한 사람이라도 때로는 마음이 어둠에 지배당하는 순간이 있고, 그 순간 악한 영혼이 깃들 수도 있음을 대다수는 부정하고 싶어 했다. 자신에게 깃든 이가 범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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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0 조영인이 서럽게 흐느꼈다. 무당의 딸이란 걸 지우고 살았다는 그의 이야기가 가슴에 시리게 박혔다. 나는 왜 깃든 이의 존재를 숨기려 했을까? 소중한 이를 나만 알고 싶다는 핑계를 내세웠지만, 언니에게 조롱받기 싫었던 게 사실이다. 나는 이제껏 언니와 다르다고 생각하면서도 언니가 하는 말에 좌지우지되었다. 나 스스로 언니에게 권위를 부여해 온 것이다. 이제 타인의 비난 따위 상관하지 않겠다. 더는 언니가 뱉은 말이 나를 휘두르지 않도록. 방관하는 어머니에게도 상처받지 않겠다. 내 어리석음으로 인해 나의 깃든 이를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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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2 내게 조영인이라는, 지구에서 온 영혼이 깃든 건 행운이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아무리 불운한 예언이 내려졌다 하더라도 내 힘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찾아낼 것이다. 운명이 원하는 대로 죽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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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살이 되면 자신의 몸 안에 내 영혼과 함께 다른 영혼이 깃들여 같이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그 영혼은 ‘깃든이’라고 지칭한다.
주인공 소로 역시 깃든이를 받아들이게 되는데 지구에서 온 조영인이였다. 혼란스러움과 어색한 관계에서 이제는 누구보다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는 소로와 조영인은 이 세계의 거대한 비밀과 소로 자신의 운명의 예언에 맞서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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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 하나에 내 영혼이 아닌 다른 영혼과 함께 공존한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여기에 다양한 직업군이 존재하는 세계관 속에서 무당과 예언이라는 K-샤머니즘적 요소, 그리고 오컬트적인 분위기가 더해지며 이야기는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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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온 조영인은 무당인 어머니 아래에서 자라며 ‘무당의 딸’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살아야 했던 인물이다. 반면 소로가 살아가는 행성에서는 무당이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며 깊은 존중을 받는 권력을 가졌다. 같은 존재임에도 한쪽에서는 감춰야 할 것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존중받는 존재가 된다는 대비가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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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존재가 한 몸에서 공존한다는 설정은 단순한 장치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타인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완전히 이해할 수도, 그렇다고 완전히 분리될 수도 없는 관계 속에서 두 존재는 점차 서로를 받아들이고 의지하게 된다.
그 과정은 결국 각자 다른 환경속에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리가 현실에서 타인을 마주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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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 세계는 권력을 향한 욕망과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끝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거창한 승패가 아니라 공존 그 자체였다.
완전히 하나가 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헤쳐나가려는 마음.
이 책은 낯선 세계의 먼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곳에서 관계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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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가제본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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