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웨딩
연소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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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노 웨딩 - 연소민

p.63 내가 알기로 삼촌들 역시 집을 많은 결혼 생활을 겨우 유지하는 상황이었지만, 시골에서 이혼은 죄와 같아서 다 참고 사는 것뿐이었다. 나는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삶을 옹호할 용기가 없는 것뿐이었다.

p.68 어쩌다 나와 양 끝단에 있는 사람을 만난 걸까. 변수를 피하려고 고심해서 미래를 설계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그 모든 노력이 변수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p.75 내가 노 웨딩을 택한 진짜 이유는 가족을 숨기고 싶은 마음과 돈에 대한 인색함 때문인지도 몰랐다.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서 식을 올리는 건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 치부하고 열망을 폐기한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것 또한 솔직한 나의 면모였다.

p.78 "제가 두려워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겠죠. 오늘 식이 끝나고 저 밖으로 나갔을 때부터가." 다인이 출구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결혼이 뭐라고.”
나도 모르게 한숨같이 말이 튀어나왔다. 다인이 낮게 웃으며 따라 말했다. 맞아요, 결혼이 뭐라고.

p.81 "저희는 식을 안 해요.”
직원은 놀란 눈초리로 나를 보며 왜 그런 선택을 했냐고 거듭 물었다. 마치 자신을 설득할 의무가 있다는 투였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노 웨딩을 설명하고 이해를 끌어내야 할까. 결혼이 성대하거나 쾌활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의문을 품는다. 마치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듯이.
"복잡한 건 질색이라•••••."

p.117 결혼은 전진이 아니라 후진이었다. 결혼을 준비하기 시작하며 미래보다 과거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까지 과거를 돌아본 적이 있었나? 결혼 준비는 다가올 미래와 변화에 대비하는 완충의 시간이 아니라 놓아주지 못했던 유년에서 기꺼이 졸업하기 위한 시간일지도 몰랐다.

💍결혼을 한다는 건 알겠는데, 결혼식까지 꼭 해야 할까?

주변에서 결혼 소식이 들려오고, 청첩장을 받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 그럴 때마다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스쳤다. 결혼은 하더라도, 결혼식까지 꼭 해야 할까. 요즘 ‘노 웨딩’이라는 선택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돈과 형식, 보여주기식 행사에 대한 피로감도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문제는 결혼식이 아니라, 그 식을 둘러싼 관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윤아와 해인은 결혼은 하되, 결혼식은 하지 않겠다고 서로 결심한다. 두 사람에게는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결심이 세상에 닿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선택을 넘어, 어느새 평가의 대상이 되고 부모의 기대와 가족의 체면, 친구들의 시선이 얽히기 시작한다. 결국 결혼식은 두 사람만의 이벤트가 아니라, 여러 관계가 교차하는 자리였음이 드러난다.

누군가에게 결혼식은 허례일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식이 잘 자랐다는 증명’이자, 그동안 숱하게 참석했던 행사들에 뿌려온 축하를 다시 거두는 ‘일종의 계산법’이기도 하다. 그 마음을 무조건 낡았다고,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당사자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비록 제목은 [노 웨딩]이지만, 이 책은 어느 한쪽에 서서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질문을 던진다.
💍‘결혼은 정말 두 사람만의 것일까?’

이 책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관계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결혼하는 당사자들인 윤아와 해인, 그리고 딸과 엄마 사이의 관계는 꽤 적나라하고 감정의 결이 숨김없이 드러나지만 그 외, 주변을 둘러싼 관계들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 분명 존재하지만, 선을 넘지 않는 거리에서 맴돈다. 불편한데, 정확히 어디가 불편한지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을 그 미묘한 긴장감.
하지만 누구도 먼저 정의 내리지 않는 그 감각. 이 책은 그 이름 붙일 수 없는 불편함을 정확히 포착한다.

‘노 웨딩’이라는 주제 하나로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였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노웨딩 #연소민 #자음과모음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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