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건 아니고 일시정지
이재문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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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죽은 건 아니고 일시정지 - 이재문

▶️<문영수/54세>
"무명화야, 너는 자라서 꽃이 될 거야. 의심하지 마.”

그 시절의 자신이 지금의 영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열정적이라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보게 될 거라고. 당신의 노력이, 그 수고가, 마침내는 결실을 맺는 그날을. 그러니 스스로 자랑스러워해도 얼마든지 괜찮다고.

▶️<고은비/15세>
어리다고 죽음이나 환생을 고민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최성식/70세>
“남들이 결정하게 놔두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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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쓸모를 왜 남이 결정하게 만듭니까? 그건 당신이 정하는 거지. 아니, 쓸모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어요."

나사 같은 삶.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존재. 성식은 자신을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눈에 띄지 않는 삶이 꼭 보잘것없는 것은 아니라고. 모두가 태양처럼 빛날 수는 없고, 태양만으로는 우주를 이루지도 못하니까.
작고 흔한 나사 하나 없이는 거대한 기계가 돌아갈 수 없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먼지 한 톨이 없었다면 별과 행성은 결코 탄생하지 못했으리라.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평범한 존재라도, 자신의 자리를 지킬 때 세상은 비로소 완전해지겠지.

▶️<송지혜/41세>
오래된 분실물 보관소 같았다. 손때 묻은 책 한 권을 들어 펼쳤다. 페이지마다 적힌 메모가 그녀를 과거로 끌어당겼다. 그 시절, 나는 무엇을 고민했고 무엇을 꿈꿨던가.

🏫

물론 다시 돌아가도, 새로 시작해도, 또 다른 후회가 쌓일 것이다. 그렇다고 후회가 두려워 제자리에 머물 수만은 없었다.
그들이 품에 안은 졸업증서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씌어 있었다.
[다시는 환생 학교로 돌아오지 마세요. 재입학은 어렵습니다.]

물론 누군가의 커다란 성공은 여전히 부러웠다. 하지만 마냥 실패로 점철된 줄 알았던 내 삶에, 실은 작은 성공들이 점점이 찍혀 있었다는 사실도 뜻밖의 벅찬 기쁨이었다.

결국 모든 것의 정답은 인생을 끝내보아야 알 수 있다는 말 같았다. 아직 다 살아보기 전에는 온전히 알 수 없는 것. 그렇다면 벌써부터 삶을 접고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아직 살날이 창창한데. 정답을 알아갈 날이 너무나도 많은데.

실패한 삶이 어디 있냐고. 잠시 오르막길을 걷는 거겠지. 내리막길도, 편히 걸을 수 있는 평지도 있을 거라고.
혹시 아는가. 그의 인생에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질지. 예상치 못한 찬사와 주목을 받는 삶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니라도 괜찮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삶이든,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쌓아가는 삶이든.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을 통해 다시 한번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새롭게 태어난 이상, 어떤 삶이 펼쳐지든 일해는 그 삶을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잠시 삶을 멈추고 환생 학교에서 배운 대로 말이다.

음악을 연주하는 유일해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최소한의 생계를 꾸려간다.
그러던 어느 날, 배달 일을 하다 넘어지며 자기보다 더 소중하게 아끼던 기타에 큰 상처를 입히게 된다. 수리비를 마련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리던 중, 멋진 차와 시계, 안정적인 직장과 가정을 가진 사촌형 유일한과 연결된다.
사촌형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듣고, 마지못해 건네받은 용돈으로 치킨을 먹던 순간, 그는 닭뼈가 목에 걸리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그리고 눈을 뜬 곳은 병원도, 현실도 아닌 ‘환생 학교’.
이곳에서는 테스트를 통과하면 현생으로 돌아갈 것인지, 환생을 선택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유일해는 이것은 곧 기회라며 테스트를 통과해서 다시 태어나는 길을 선택하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곧 알게 된다. 자신은 원래 이곳에 올 사람이 아니었고, ‘실수로 잘못 데려온 존재’였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유일해는 환생 학교의 테스트에 도전한다.
과연 그는 이곳을 통과해 다시 한 번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환생 학교라는 설정은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그곳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의 공간’이 아닌 ‘지금의 삶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의 대기실’처럼 느껴진다.
사실 우리가 진짜로 필요로 하는 건 새로운 삶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잠깐의 멈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특별하게 누군가를 극적으로 구해내거나 인생을 단번에 바꿔 놓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망가져 있고, 지쳐 있고, 확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테스트를 통해 “그래도 살아볼 만하지 않느냐”고 조용히 말을 건다.

사실 ‘현생이냐 환생이냐’라는 선택 앞에 놓인다면, 많은 사람들은 환생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지금의 삶에 완전히 만족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대부분은 다시 태어나 이번에는 제대로 살아보겠다고 생각할 테니까.
책 속 인물들 역시 그렇다. 저마다의 후회와 상처를 안고, 만족하지 못하는 지금의 삶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꿈꾼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알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현생에서의 나의 삶을 지탱해온 모든 것들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든 기억을 지우고 다시 태어나는 선택보다, 좋든 싫든, 실수도 후회도 함께 껴안고 오밀조밀 꾸려온 지금의 인생을 결국은 더 귀하게 여기게 된다는 것.

본 도서는 매일의 해안님(@haean.ee) 이벤트에 당첨되어 오리지널스(@originals_book)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죽은건아니고일시정지 #이재문 #이벤트 #오리지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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