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일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설익은 인생 성장기
작은콩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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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설은일기 - 작은콩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설익은 인생 성장기)

p.71 하지만 그렇게 피를 말리며 살았어도 결국 저는 저를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미워했습니다.
완벽을 좇을수록 완벽하지 않은 나를 더 자주 마주 해야했으니까요.

p.79 하지만 그때의 저는 '노력' 말고는 세상을 버티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 '열심히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

p.131 그림을 그릴 때면 빈 캔버스 앞에 앉아 첫 획을 긋는 순간이 가장 설레면서도 두려웠습니다. 잘못 선을 그었다가 모두 망쳐 버릴까 봐 무서웠거든요.
인생도 그랬습니다. 딱 하나뿐인 소중한 캔버스에 지울 수 없는 유성 매직으로 잘못 선을 그어버린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내가 원래 그리려던 것이 아니어서 속상하다고 계속 손을 놓고 울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캔버스와 달리 인생은 살아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으니까요. 아무리 속상해도 제 몸은 제게 삶을 요구했습니다.

이 책은 작은콩 작가가 20대 후반부터 30대에 이르기까지, 자가 면역 질환인 류머티스성 관절염과 함께 살아온 자신의 삶을 만화와 글로 솔직하게 담아낸 성장 에세이다.
작가는 젊은 시절부터 좋지 않았던 몸 상태가 어느 날 갑자기 더 악화된 일을 계기로 질병을 마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끝없이 몰아붙이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듯 살아왔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에는 ‘노력하면 다 된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혹사하며 달려왔지만, 병과 함께 살아가며 점차 ‘자신을 돌보는 것’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법을 배워간다. 그 과정은 작가 개인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기록을 통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도 조용한 위로로 다가온다.

[설은일기]는 투병기이기도 하고 성장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를 더 이상 몰아붙이지 않기로 결심하기까지의 시간을 담은 이야기이다.
병은 서사의 중심에 있지만, 이 책의 진짜 주제는 병이 아니라 “나는 왜 이렇게까지 나를 몰아세우며 살아왔을까”라는 질문이다.

작가는 아픈 몸을 가진 자신을 특별하게 포장하지도, 그렇다고 비극적으로 소비하지도 않는다.
대신 아프다는 이유로 계획이 틀어지는 날, 아무것도 하지 못한 하루를 자책하는 순간, 남들보다 느리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마음 같은 아주 일상적인 장면들을 슬프지만 담담하게, 조용히 그려낸다. 그래서 이 책은 특정 질병을 가진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늘 ‘좀 더 잘하라’며 몰아세워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게 되는 기록이 된다.

작가와 나의 나이대가 비슷해서인지 공감되는 부분이 특히 많았다.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가 노력이고, 어디부터가 자기 학대였을까. 멈추지 않는 것이 미덕이 된 세상에서, 쉬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우리 모두 어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작가는 끝내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괜찮아지는 법을 알려주지도, 극복의 순간을 드라마틱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다만 오늘의 몸과 오늘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선택을 하루하루 반복해 보여줄 뿐이다.
[설은일기]는 완성된 사람이 되어가는 이야기라기보다, 우리 모두 조금은 설익은 채로 살아가도 괜찮다는 사실을 일러주는 기록이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설은일기 #작은콩 #스튜디오오드리 #그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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