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족의 최후
송아람 지음 / 미메시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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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족의 최후 - 송아람

p.19 그다음은 생각해 본 적 없다. 아니, 사실 수백 번도 더 생각해 봤다. 그 무엇도 내 결정을 바꿀 수 없다. 나는 빌어먹을 그 학교로 두 번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내일 밤, 나는 이곳에서 내 인생을 끝장낼 것이다.

p.199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들에게 거짓으로 꾸민 일상으로 질투의 대상이 돼서 뭐 하냐고? 그게 한심하다는 것쯤은 나도 잘 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보잘것없는 내 일상이 혐오스러워서 견딜 수 없었을 뿐이다.

p.315 IMF가 해일처럼 혜령이 집과 한국을 덮쳐도 그저 남의 일이었다. 아빠의 건강도 마찬가지였다. 돌아갈 곳 없는 막다른 절망감에 사로잡힌 나는 오로지 내 생각만 했다.

p.405 살고 싶었다. 죽는 게 무서웠다.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그 이야기를 타케야에게만큼은 꾸밈없이 털어놨다. 타케야 앞에서 꼭 벌거벗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토록 솔직했던 순간이 있었던가? 난 마침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주인공 오하나는 평범한 학생이지만, 엄격한 가정환경과 입시 압박 속에서 답답함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일탈과 자유를 꿈꾼다. 어느 날 친구들과 어울리던 중, 우연히 미국 유학 중인 옛 친구 최준혁을 만나게 되고, 오하나는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동시에 유학이라는 ‘탈출구’에 강한 매력을 느낀다.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하나는 자신의 방식으로 버티며 결국 미국은 아니었지만 외삼촌이 있는 캐나다로의 유학을 허락받는다.
그러나 캐나다에 도착한 후 오하나가 마주한 세계는, 그녀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현실이었다. 유학이라는 화려한 이면만을 보고 한국을 떠나온 오하나에게 낯선 나라와 낯선 언어 속에서의 적응은 결코 쉽지 않았다.

유학이라는 특정한 상황을 제외하면, 사실 우리는 모두 오하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나 10대 시절, 어른들은 알지 못하는 자기만의 치열한 시간을 지나왔을 것이다.
오하나 역시 그 시대의 집안 분위기와 입시라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버거운 시간을 견뎌왔다. 그렇게 잠깐의 일탈에 이끌려 낯선 나라를 동경하며 한국을 떠났지만, 막상 그곳에 도착해서는 다시 한국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리고 외국에서는 또 그곳 나름의 상황과 관계가 오하나를 괴롭힌다.
어디에 있든 우리를 힘들게 하는 환경과 관계는 늘 존재한다. 그렇게 간절히 떠나고 싶었던 곳은 떠나온 뒤에야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다시 돌아가면 또다시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이 반복되는 감정의 흐름이야말로, 어쩌면 삶이 가진 하나의 순환인지도 모르겠다.

작가님은 오하나를 끝까지 포용하지도,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런 선택도 있고, 이런 길도 있으며,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는 삶 역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다. 이 이야기에서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면, 누구나 그 시절 각자의 방식과 방향으로 치열한 시간을 통과해왔다는 점일 것이다.
결국 오하나라는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우리의 몫이다. 연민할 수도 있고, 불편해할 수도 있으며, 혹은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책을 덮을 수도 있다. 그 판단의 자유를 온전히 우리에게 넘겼다는 점에서, 이 책은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남기는 이야기로 읽힌다.

사실 IMF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유학을 보내고, 유학 이후 삶까지 뒷바라지해 주는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떠올리면 오하나의 행동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하나는 힘들 때마다 상황을 벗어나는 선택을 반복한다. 그런 도피가 가능했던 이유는, 그럴 수 있다는 여유가 있다는 사실을 본인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는 내내 오하나의 행동이 답답하게 남았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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