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누이, 다경
서미애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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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여우누이, 다경 - 서미애

민규)
p.19 다경은 경호 삼촌의 딸이다. 동생 선규와 같은 나이로, 어릴 때부터 어울려 형제나 다름없었다. 일년 마다 한 번씩 만나니 첫날은 어색하지만 몇 시간만 지나면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곤 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장난의 유형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민규에게 다경은 동생일 뿐이었다. 그날 밤 전까지는.

선규)
p.75 "지금까지는 연습문제. 이제 진짜 문제 낼게."
"야, 이다경!"
"트로이 목마의 진짜 의미가 뭐게?"
"진짜 의미? 그거 말 모양의 비밀 병기 아니야?"
"잘 모르는 존재를 함부로 들이면••• 다 죽는다는 거."

엄마, 세라)
p.99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세라는 문득 다경이를 우리가 키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부터 자라는 것을 봐 왔으니 이미 가족이나 다름없다.
-
다경이 그만큼 자신들을 믿고 의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떻게든 힘이 되어 주고 싶었다. 그냥 같이 사는 게 아니라, 정식으로 입양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정환)
p.127 "형사들은 드라마도 안 보나 봐요."
"드라마?"
"<셜록>이나 <크리미널 마인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그런 거요. 아,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것도요. 우리 식구 다 수사물 좋아해서 일요일마다 같이 보고 범인 맞히기 했었거든요."
"그런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네."
"그런 걸 보다 보니 세상엔 정말 끔찍하게 나쁜 인간이 많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경은 어딘가 먼 곳에 시선을 두고 중얼거렸다.
"나는 찾아낼 거예요. 엄마 아빠를 그렇게 죽게 만든 사람. 찾아내서···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누이, 다경)
p.140 다경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애초에 그 저녁에 저수지에 간 것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만나러 갔는지만 확인해도 훨씬 정확한 사실을 알게 될 텐데.
다경은 누구의 말도 믿지 않았다. 온전히 혼자만의 생각으로 그날의 일을 몇 번이고 되감아 떠올려 보았다. 어떤 기미도, 어떤 징조도 없었다. 이상했다면 다경이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러고 있는 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다경은 어느 날, 한날한시에 부모를 잃는다.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다경은 생전에 가족처럼 지내던 아버지의 친구 정환의 집에 들어가 함께 살게 된다. 매년 가족 여행을 함께할 정도로 가까웠던 사이였지만, 다경이 들어온 뒤 정환의 집은 이전과는 다른 공기를 갖게 된다.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가족들은 저마다 미묘한 불편함을 느낀다.

🦊과연 다경이 정환의 집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다경이라는 낯선 존재의 등장 자체가 가족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말하기 애매한 사정이 있고, 그로 인해 어색한 공기가 흐르는 듯하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방인의 침입’은 정환의 가족이 아니라, 이미 다경의 인생에 먼저 일어났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침입자에 의해 삶이 무너진 다경은 기꺼이 자신도 침입자가 되기로 한다.

이 책은 인물 각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모두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만, 그 결의 방향은 다르다. 떳떳하지 못한 인물은 드러날까 두려워 불편해하고, 잘못한 것이 없는 인물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 앞에서 불편함을 느낀다. 같은 불편함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전혀 다르다.
누군가의 잘못이 끝에 가서는 드러나지만, 침묵과 회피가 어떻게 관계를 망가뜨리는지를 보여준다. 진실은 언제나 결정적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애매한 형태로 남아 있고, 그 애매함은 사람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끝없이 의심하게 한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다경이 있다. 보호받아야 할 아이였던 다경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른들이 감추고 있던 것들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존재가 된다. 다경이 이 집에 들어온 이유는 단순히 머물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라, 끝내 외면할 수 없었던 진실을 파헤치고 본인이 그 죗값을 내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여우누이>는 전통적으로 속이는 존재로 그려지지만, 이 소설에서 다경은 오히려 반대다. 속이는 쪽은 어른들이고, 다경은 그 속임이 통하지 않는 존재다. 하지만 그걸 간과한 어른들을 역으로 다경은 기꺼이 여우누이처럼 속인다.
그래서 나는 [여우누이, 다경]이라는 제목이, 다경이 여우누이가 되기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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