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V의 투숙객 그늘 단편선 1
양지윤 지음 / 그늘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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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V의 투숙객 - 양지윤

p.23 직원들이 매일 보는 바다가 지겹지도 않냐고 물었다.
“세상에 같은 바다는 없어요" 그녀가 대꾸했다.
그건 틀린 말이다. 바다는 이론상 똑같다. 육지는 끊어져 있어도 바다는 끊어져 있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p.27 지배인이 그에게도 휴가를 주었지만 그는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호텔에 남았다. 어떤 사람에게는 떠나는 일보다 남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자유란 돌아올 곳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p.35 어쩌면 그러한 이유로 603호 여자에게 끌렸는지도 모른다. 비슷한 사람은 본능적으로 알아보는 법이니까.

p.58 형은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는 법이라고 말하고는 했다. 모든 게 다 이유가 있어 보여도 원치 않게 일이 흘러가는 경우가 있는 법이라고.

p.84 자주 본 사람들은 심드렁했지만 처음 본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거기에는 그녀가 자신을 해코지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것들은 두려움을 주니까. 그러나 그녀는 조금도 위험한 사람이 아니었다.

[호텔 V의 투숙객]은 단편집으로 이루어져있다.

🏨[호텔 V의 투숙객]에서 한 여자는 호텔에 머무는데 특별히 하는 일도 없고, 눈에 띄는 행동도 없다. 그저 계속 연장을 하고, 또 연장을 하며 호텔에 남아 있다. 호텔 직원들은 그녀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녀가 왜 떠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각자 나름의 상상을 한다.
시간이 지나며 결국 호텔은 팔리고, 공간은 사라진다.
호텔에서 일하던 직원들도 차츰 하나둘 떠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결국 떠난다는 것과 없어진다는 것, 그리고 남는다는 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공간이 사라져도 남는 사람이 있고,
사람이 떠나도 남아버리는 감정이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우리의 시간]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동생과 형의 이야기다. 주인공에게 형은 유일하게 자신을 아껴주던 사람이었고, 형이 집을 떠날 때 언젠가 함께 살자는 약속은 동생이 버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희망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형은 도망치는 삶을 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까지 생긴다. 새로운 곳에서 자신만의 가정을 꾸려 다시 시작하겠다는 형의 말은 형만을 기다려온 동생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다. 결국 동생은 형을 직접 신고해 감옥에 보내고 만다.
나는 동생이 형을 미워해서 그런 선택을 한 게 아니라, 오히려 끝까지 떠나지 않게 붙잡고 싶어서 감옥이라는 떠날 수 없는 장소를 선택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곡된 방식이지만, 애정에 목마른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선택처럼 느껴졌다.

이 단편집은 이해하기 쉬운 책은 아니었다.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도 않고, 감정을 명확하게 정리해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대신 스스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들고, 그 감정을 곱씹게 한다.
정답이 있는 분명한 해석이 아니라,
‘떠난다는 것’, ‘남는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감정에 대한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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