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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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 - 세스지

p.81 "난 중립파니까. 그나저나 자넨 왜 초현실적인 존재를 믿지 않나?"
"짜증 나잖아요. 설명할 수 없는 것을 그런 존재 탓으로 돌리고 안심하다니. 전 용납이 안 됩니다."
"내 눈에는 부정하는 거 자체가 목적처럼 보이는데. 게다가 초현실적인 걸 부정하는거치고는 그런 걸 날조해서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그건 뭐, 비즈니스니까요.”
"…그렇군."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무섭다’가 아니라 불편함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책이 너무 무서웠다🫢)
귀신이나 저주보다,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먼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는 성지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지만, 그 출발점에는 믿음도, 기도도 없다.
조회 수와 화제성, 이야기로서의 재미가 우선이며 괴담은 만들어지고, 장소는 소비된다. 그 과정은 너무 익숙해서 아무렇지 않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하지만 공포물을 종종 보는 나는 어어.. 이러면 안되는데 생각만 무한반복 ♾️)

그렇기에 어쩌면 예견된 이 소설의 공포는 서서히 시작된다.
갑작스러운 비명이나 충격적인 장면이 아니라, 가볍게 던진 말, 대충 덧붙인 설명, ‘설마 진짜겠어’라는 태도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른다.

이쯤 되면 이야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끝까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다루었는가다.
존중 없는 관심, 이해 없는 호기심, 그리고 책임지지 않는 말들.
책은 공간을 더럽힌 대가가 결국 사람에게 되돌아온다는 구조를 보여준다.
성지는 특별한 장소라기보다 사람의 감정과 기억, 소문과 욕망이 쌓인 곳이다. 그리고 그 위를 아무렇지 않게 밟고 취급할 때 공포는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그래서 이 소설의 공포는 어쩌면 초자연적인 현상이라기보다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처럼 느껴진다.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는 무섭게 읽히지만, 사실은 조심하라고 말하는 이야기에 가깝다.
이야기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어떤 ‘성지’들에 대해.
가끔 공포영화나 책을 보다 보면, 특정 장소를 만만하게 여기고 우습게 대하며 끝내 존중하지 않은 태도로 화를 입는 장면들이 떠오른다.
📌하지 말라고 하는 데는, 그리고 가지 말라고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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