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 라이프
정하린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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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네버엔딩 라이프 - 정하린

이대로 가라앉아야만 했다. 반드시 죽어야만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대한 벌은 죽어서 받을 테니.

무슨 말이지? 그럴리가 없었다. 분명 나는 그 시리도록 차가운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죽을 생각이었고 죽을 거라 생각했으며 죽었다고 생각했다. 눈가가 뜨거워졌다. 차오른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죽어야 했다. 정말로, 반드시 죽어야 했는데….

나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검은 페도라와 긴 코트. 맞아, 저 남자였다. 항상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남자.

“신의 명이 뭔데? 죄 없는 내 가족은 그렇게 한꺼번에 데려가놓고 나는 데려오지 말래? 왜, 왜, 왜!”
-
“어떤 신이 그래. 어떤 신이! 당장 데려와. 내 앞에 데려오란 말이야!”

“죽음의 모습은 각기 달라서 때론 슬프기도, 때론 아프기도, 또 때론 평온하기도 하지. 허나 죽음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같은법. 우리가 늘 죽음을 보면서 느끼는 게 그것 아니겠느냐.”

“제게 소중한 것은 있어도, 지키고 싶은 신은 없습니다.”

“아무것도 잃을 게 없는 네가, 모든 걸 다 잃어 본 네가 절망하고 포기하려는 나약한 인간을 구해 보거라. 악귀에게 가여운 혼이 먹히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저 아이가 사는 것뿐이다."

"그간 애 많이 썼다. 힘든 삶을 살아오느라, 고단한 삶을 버텨내느라 고생 많았어.”

“무슨 저승사자가….”
-
“…이렇게 따뜻해요.”

[네버 엔딩 라이프]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상태가 된 열아홉 소녀 송서은의 이야기다.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서은은 고등학교 내내 지독한 괴롭힘 속에서 버티며 살아왔지만, 사고로 아빠마저 잃자 성인이 되는 순간 삶을 놓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죽음은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녀 앞에 나타난 저승사자 역시 서은은 명부에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것이 신의 뜻이라는 이유로 데려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서은과 저승사자의 묘한 동행이 시작된다. 저승사자의 도움으로 서은은 자신과 똑같이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사람, ‘경숙’을 만나게 되고, 경숙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낯선 인연들과 부딪히며 지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서은은 자신에게 단 하나 남아 있다고 생각했던 ‘죽음’의 선택지 대신, 살아보기라는 선택을 조심스럽게 배워가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마음에 남은 건, 삶이란 결국 누군가에게는 너무 쉽게 꺼지고 또 누군가에게는 너무 쉽게 놓이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서은의 이야기는 비극적이지만, 작가님은 그 비극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조용하게, 한 사람이 다시 ‘살아볼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그 미세한 틈에 꽃씨를 뿌린다.

서은은 아이러니하게도, 삶을 포기하고 죽지 못한 채 머무르는 경계의 자리에서 오히려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일상 카페의 풍경,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유대감을 경험하게 된다.
그녀를 바라보는 저승사자와 신의 태도도 묘하게 따뜻하다. 죽음의 세계에 있는 이들의 온기가, 정작 삶의 세계가 서은에게 건넸던 것들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따스하다. 그래서인지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살아가는 이유는 사실 이렇게 작은 곳에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삶을 다시 붙잡게 되는 과정이 극적으로 훅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큰 사건이 인생을 뒤집는 것이 아니라, 커피 향 같은 사소한 감촉,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의 존재, 진심이 묻은 따뜻한 말 한마디 같은 아주 작은 것들이 서은의 마음을 움직인다. 작가님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도 바로 그 지점에 있는 것 같았다.
🦋결국 삶을 움직이는 건 언제나 큰 거창함이 아니라, 정확히 나에게 닿아오는 작은 온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책을 덮고 나면 서은이 겪은 ‘죽지 못하는 삶’보다, 그 속에서 발견한 ‘살아보는 삶’이 더 오래 남는다.
[네버 엔딩 라이프]는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은 삶의 온도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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