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훔치는 그림자 사유와공감 청소년문학 3
이성엽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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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이름을 훔치는 그림자 - 이성엽

p.13 이런 공허한 아침이 반복되며 지훈은 어느새 혼자 있는 게 편하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스스로 만든 방패였을 뿐, 사실은 외로움이 굳어져 생긴 껍질이었다.

p.20 이름은 단순히 적혀 있는 문자나, 혼자 되뇌는 소리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입에서 불릴 때, 타인의 기억 속에서 존재할 때 비로소 무게를 갖는 것이었다.

p.20 지훈은 학생증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단단한 플라스틱이 손바닥을 눌렀다. 그 속의 글자가 유일한 방패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알았다. 언젠가 이마저 지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름을 지켜주는 건 종이도, 플라스틱도 아닌, 살아 있는 사람들의 기억과 목소리라는 걸.

p.54 지훈의 눈가가 젖었다. 그는 속으로 되뇌었다. 이게 금기라면, 나는 금기를 깬다. 기억하기 위해서, 존재를 지키기 위해서.

[이름을 훔치는 그림자]는 이름과 기억, 그리고 존재의 무게를 정확하게 건드리는 이야기다.
누군가에게 불리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는 것.
어쩌면 우리는 너무 당연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그 사실이 이 책에서는 가장 취약한 지점이자 가장 지키고 싶은 지점으로 드러난다.

주인공 지훈이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움찔하는 감정은, 지훈이 가진 아픔과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다. 상처는 종종 말보다 표정, 표정보다 분위기에서 먼저 퍼져 나가는데 이 책은 그 미세한 틈을 아주 집요하게 따라간다. 그래서 나는 지훈이 “차라리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누군가에게 이름을 불린다는 건 결국 존재를 승인받는 일인데, 그걸 피하고 싶어진다는 건 얼마나 오래, 깊게 외로웠다는 뜻인지 말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준서가 기억에서 아예 사라지는 장면은 판타지적 장치이면서도, 현실적이다. 정말 소중했던 누군가, 혹은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이야기하던 존재가 어느 순간 내 세계에서만 살아있는 존재가 되어버릴 때의 그 벙벙한 상실감.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던 지훈에게 모두에게 준서의 존재에 대한 부정은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결국 이름을 지킨다는 건 ‘나’를 지킨다는 의미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이름을 붙잡는다는 건 그 사람의 세계까지 함께 지켜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훈이 준서를 잊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장면들은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행위가 얼마나 강한 힘인지 보여준다. 어쩌면 존재한다는 건 이렇게 기억 위에 간신히 서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 책은 결국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지우지 않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버티는지를 보여주는 성장 이야기였다.

👥 책 표지를 보면 푸른 하늘과 억새 사이에 소년이 서있는데 전체적 이미지는 밝아 보이지만 표지에서 보이는 맑고 밝음이 이 이야기의 핵심과 묘하게 충돌한다. 실제로 책 내용에서 지훈이 사실 이름을 불리는 것에 대한 상처, 기억에서 사라지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불안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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