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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피플
차현진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평점 :
#도서제공
드라이브 피플 - 차현진
p.41 "내가 자네에게 예언을 하나 하지. 앞으로 자네 인생에 깜짝 놀랄 대혁명이 일어날 걸세! 프랑스혁명 같은."
p.60 여기까지 부디 단순한 호기심이길 바랐다. 지나가는 작은 소동이길 바랐다. 그런데 살다 보면 불현듯 그런 예감이 들 때가 있다.
이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내게 중요한 존재가 될 것 같은 예감.
하지만 지금 이건 그런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내 인생을 거대하게 흔들어 놓을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왔다.
p.75 그때는 몰랐다. 그 차에 탄 순간, 내 인생이 완전히 뒤바뀔 거라는 걸. 작은 거짓말 하나가 눈덩이처럼 커져서, 더 큰 거짓말을 낳게 될 거란 사실마저도.
p.98 누구나 기대어 울 수 있는 자기만의 등짝이 필요하다. 길을 잃었을 때 여기로 오면 되는 베이스캠프 같은 장소가 내게 지금 막 생겨났다. 줄곧 갈망해 온 그 장소가 실재하고 있음을 알았다.
p.132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또라이는 뭐지?'
왜 이 사람은 내 인생의 중요한 편집점들을 떠올리게 하는거지? 그것도 모자라 내 기억들을 흔들어 놓고, 아픈 구석을 툭 하고 건드린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냥 존재만으로 내 상처를 부드럽게 감싸고, 그 감촉이 나를 지켜 준다.
p.187 무심결에 감았던 눈을 슬며시 떴다. 궁금했다. 눈앞엔 그의 가느다란 눈썹이 떨리고 있을 줄 알았다. 그치만 다시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도 눈부신 세계가 펼쳐지고 있어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았으니까.
지중해의 한여름, 그 눈부신 햇 빛이 왜 여기에 있는 걸까?
p.195 사실, 어디든 상관없었다. 그냥 우리가 함께 에펠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낯선 사람과 함께 타게 되는 한 대의 차,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짧지만 강렬한 여정.
[드라이브 피플]은 길 위에서 서로의 결핍과 상처를 마주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이면서, 결국엔 ‘내 인생의 운전석을 다시 잡는’ 여정에 가까운 책이었다.
정원과 해든이 처음 만나는 장면부터 묘하게 마음이 끌렸다.
화산 폭발로 하늘길이 막히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두 사람이 한 대의 렌터카로 향한다는 설정은 어쩌면 억지처럼 보일 수 있는데, 오히려 그 설정이 두 인물의 고립된 감정과 불안정한 마음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치로 느껴졌다. 사람은 누구나 흔들리는 순간에 진짜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 단단하지 않은 순간, 자신의 가면을 벗어던진 그 순간에 만났다는 점이 두 사람에게 짧은 시간에도 깊이 스며들게 하는 힘이 되었던 것 같다.
해든이 품고 있던 입양아로서의 정체성 혼란, 정원이 어머니의 위독 소식을 향해 달리면서도 스스로의 삶을 되짚게 되는 감정은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가다듬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과 닮아 있었다.
특히 책에서 반복되는 “경로 이탈”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삶은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마음을 뒤흔드는 날도 많은데, 그 이탈이 때로는 나를 더 멀리 데려가기도 한다는 메시지가 오래 남았다.
유럽에서 만난 해든은 정원에게 아마 평생 잊히기 어려운 사랑으로 남았을 것이다. 짧았지만 강렬했고, 함께한 시간보다 마음이 더 크게 움직인 사랑. 건영은 건영만의 방식으로 오래도록 정원을 지탱해온 사람이었고, 정원은 그 사랑이 주는 안정과 현실의 무게를 알고 있었기에 결국 그 곁에 서기로 선택한 것 같다.
이 두 사랑의 결은 다르지만, 어느 한쪽을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진짜 마음의 문제라는 점에서 여운이 남았던 것 같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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