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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ㅣ 몽실북스 청소년 문학
천지윤 지음 / 몽실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호프 - 천지윤
p.22 해솔은 버스에서 내려 곧장 연구소로 향했다. 연구소 출입구 안내대에서 안드로이드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도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몸을 90도로 구부려 인사를 하는 안드로이드를 보며 해솔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기계는 정이 없어. 늘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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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8 시큐어를 한때는 둘도 없는 동반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공두뇌에 마음을 준 대가는, 인공두뇌를 믿은 대가는 너무도 가혹했다. 손바닥보다 작은 인공두뇌에게 잔인할 정도로 철저하게 이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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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4 "제가 뭘 잘못한 거죠?"
"인간이 죽을 뻔했잖아!"
조이는 아까보다 한층 커진 목소리로 흥분하며 시큐어에 소리쳤다.
"생명에도 순서가 있다고, 순서가! 인간의 생명이 가장 중요해! 다른 건 모두 그다음이라고! 너 지금 겨우 강아지 때문에!"
"생명에 순서가 있나요?"
"뭐? 시큐어, 명심해. 또 이런 실수를 저지르면 널 없애버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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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윤 작가님의 호프는 가까운 미래,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 깊숙이 들어온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과학의 발전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사랑과 상실, 기억과 희망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기술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세상 속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감정과 관계의 힘을 이야기하며, 제목처럼 ‘희망’이라는 단어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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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큐어에게도 사연이 있었다. 힘없이 길에 쓰러져 있던 강아지를 발견해 병원에 데려가 치료하고, 밥을 주며 돌봤다. 그 모습을 본 조이에게서 칭찬도 받았다. 강아지는 자신을 구해준 시큐어를 알아보는 듯 따랐고, 시큐어는 그렇게 ‘돌봄’과 ‘생명’의 가치를 학습해갔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강아지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었다. 강아지를 향해 달려오는 차를 본 시큐어는 망설임 없이 강아지를 향해 몸을 던진다. 철로 만들어진 시큐어가 차와 부딪히면 인간이 다칠 수 있지만, 시큐어는 그것을 계산하지 않았다. 오로지 강아지를 지키겠다는 마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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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는 인간을 위험하게 만든 시큐어에게 화를 냈다. 하지만 시큐어의 학습에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가치가 있었다. 사람과 동물을 구분하지 않는 그 단순한 정의가, 인간에게는 때론 ‘위험’이 되는 셈이었다.
과학자는 말한다.
“생명에도 순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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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고 상처받은 시큐어 곁에는 끝내 강아지만이 남아 있었다. 시큐어는 아마 강아지와 운전자의 목숨을 저울질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함께한 시간 속에서 강아지와 쌓아온 유대감이, 차 안의 낯선 인간보다 더 깊이 자리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과연 ‘잘못된 판단’이라 할 수 있을까.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고 가르치면서도, 생명에 서열을 매기는 인간의 태도야말로 어쩌면 가장 큰 모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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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큐어의 행동은 과연 오류였을까, 아니면 인간이 감히 정의할 수 없는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이었을까.
천지윤 작가님은 이 장면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건, 기술이 아닌 ‘감정의 주체로서의 인공지능’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만든 존재가 인간보다 더 순수한 윤리로 행동할 때, 우리는 과연 그것을 오류라 부를 자격이 있을까.
호프는 그렇게 인간의 윤리와 과학의 경계를 흔들며, ‘희망’이란 결국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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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인간의 윤리 가치관의 충돌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이제 그것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많은 생각이 들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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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몽실북클럽(@mongsilbookclub)의 서평모집을 통해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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