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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아웃 보이 ㅣ 문지 푸른 문학
정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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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아웃 보이 - 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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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5 내가 늦은 게 아니야. 세상이 너무 일찍 도착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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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0 "아날로그식 카메라는 렌즈를 돌려서 거리에 따라 초점을 맞출수가 있거든. 네 얼굴이 아니라 뒤에 있는 사물에 초점을 맞추면 얼굴은 흐릿하게 나오지. 그걸 포커스아웃이라고 해. 그러니까 너는 포커스아웃 보이지. 나는 싱크아웃 걸이고."
"포커스아웃 보이와 싱크아웃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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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1 "늘••• 초대받지 않은 파티에 강제로 와 있는 기분이야. 세상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 같은, 유령처럼. 거기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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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두드러지는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정은 작가님의 포커스 아웃 보이는 그 반대편,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세계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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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정진은 태어날 때부터 얼굴이 또렷하지 않은 아이였다. 부모는 “로딩 중이라 아직 오고 있는 중일 거야”라며 웃어넘겼지만, 시간이 흘러도 정진은 여전히 사람들 틈에 섞이면 누구도 그를 쉽게 기억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기 일쑤다. 그렇게 정진은 언제나 배경처럼 존재하며, 주목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유리 누나를 만나게 된다.
유리 누나는 세상과의 싱크가 어긋난 사람이다. 말소리도, 움직임도 어딘가 늘 늦게 흘러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유리 누나 의 눈에는 정진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이고, 유리누나의 시간 또한 진이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정상적으로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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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묘한 연결을 통해 작가는 ‘보이지 않던 존재가 서로의 세계에서 초점을 맞추는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흐릿한 존재감 속에서 진짜 나를 발견해 가는 정진의 여정은, 우리 모두의 내면 어딘가에 있는 외로움과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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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보이지 않음’을 결핍이 아닌 존재 방식으로 그려낸다는 것이다. 정진의 흐릿함은 단순히 외형적인 특질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무심함을 비추는 거울이다. 눈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 목소리를 내도 들리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를 투영해낸다.
모두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시대에, 정진은 오히려 그 반대편에서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내가 보이지 않아도, 나는 존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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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 작가님의 문체는 담백하지만 감정의 결이 섬세하다. 불안과 고독, 그 속에서도 희미하게 피어나는 연결의 가능성을 차분히 보여준다. 결국 이 이야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흐릿함 속에서도, 조금은 늦어도, 싱크가 안맞아도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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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진이는 태어날 때부터 세상과 조금 어긋난 채 살아왔기에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의 얼굴을 또렷이 바라보고 눈을 맞춰주는 유리 누나를 만나면서, 이전의 삶이 얼마나 고독하고 외로웠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반면 유리 누나는 ‘싱크가 맞지 않는 삶’ 속에서 진이를 통해 처음으로 조화를 느끼지만, 그 균형에 지나치게 매달리지는 않는다. 나를 진정으로 ‘봐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한 사람은 그 시선에 구원받고 다른 한 사람은 거기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이 대조적으로 그려져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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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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