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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망상 ㅣ 달달북다 11
권혜영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평점 :
[북다 달달 서포터즈 4기]
2️⃣ 애정망상 - 권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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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 내가 귓속에 이어폰을 꽂아야만 의미 있는 존재로 형상화됐던 그였는데. 이제는 내 집 안 곳곳에서 멋대로 나타났다가 허락 없이 사라졌다.
즉, 내가 필요로 하지 않을 때도 목소리가 들리게 됐다는 뜻이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하나가 사라지고 말았다.
일이 성가시게 됐다.
▶️ 지나에게 현실 연애는 마음처럼 되지 않는 감정 소모의 연속이다. 그래서 지나가 택한 건 이어폰 속 목소리, ASMR이라는 감정의 안전지대.
듣고 싶을 때만 듣고, 끄고 싶을 땐 언제든 끌 수 있는 관계.
상대의 감정보다 나의 컨트롤 안에서 움직이는 사랑.
그게 어쩌면 지나가 바라는 [이상적인 관계]인 것 같다.
예측불가능한 현실적인 사랑보다, 내가 스위치를 쥐고 있는 사랑이 지나한테는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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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4 로맨스는 가짜라서 좋은 거다. 그렇기에 현실에서 벌어지기 힘들 법한 일일수록, 불가능에 가까운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줄수록, 그만큼 황홀하고 귀했다. 반면 실제 일상에서는 로맨스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먹고 살기도 힘들고, 팍팍하고•••• 바쁘니 귀찮기도 하고••• 돈 버는 일처럼 당장의 생존과 직결되지 않으니 간절함도 없고••• 무엇보다 헤테로 섹슈얼인 내가 현실에서 믿고 사랑할 만한 남자를 찾는 일이란••. 쉽지 않다. 만약 기적적으로 찾았다 해도 마찬가지다. 연애는 머릿속의 로맨스가 아니다. 결혼도 머릿속의 로맨스가 아니다. 삶이고, 현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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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연애가 버겁기만 한 지나에게 유일한 위로는 ‘고막 남자친구’ ASMR 앱 속 세진의 목소리다.
이어폰을 끼고 듣는 세진의 말 한마디, 숨결 하나하나가 지나에게 감정의 파도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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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앱을 끄고,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도 사라지지 않는 목소리. 어느 순간부터 목소리는 이어폰 밖으로 흘러나오고, 지나의 일상을 점령한다. 그 목소리의 정체는, 다즐링이라는 행성에서 온 왕자. 그는 지구에 온 여자친구 ‘애시’를 찾기 위해, 지나에게 남자 염색체가 담긴 신체 일부를 가져와달라고 말도 안되는 부탁을 한다.
지나의 집에 온 친구 가람은 충격적인 전남친 컬렉션을 직접 수집하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수집하지도 않고 할 생각을 못하는 정말 충격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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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다즐링 행성에서 지구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머나먼 우주를 건너오는 왕자의 설정은 지나의 내면에 자리한 ‘절대 있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갈망이 투영된 장면이다.
외계 생명체라는 말도 안 되는 존재가, 오히려 지나가 꿈꾸는 사랑의 실체를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아이러니.
그것은 지나가 현실에서는 절대 기대하지 않는, 누군가가 나 하나를 위해 전부를 건다는 환상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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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와 가람의 대조된 사랑.
지나의 망상도 사랑이고, 가람의 집착도 사랑이라면,
과연 사랑은 무엇으로 정의되어야 할까?
사랑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망상이든 집착이든 그것을 기반한 애정의 형태가 그 사람에게 절실했다면, 그 또한 그 사람에게는 하나의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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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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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 #달달서포터즈 #애정망상 #권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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