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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관리국, 도난당한 시간들
이지유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4월
평점 :
질병청 관리국, 도난당한 시간들 - 이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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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5 전화를 끊은 한은 곧 보디 백에 차례로 담기는 사체들을 응시했다. 끔찍한 몰골이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TV 뉴스의 내용을 기억해보면 실종됐어도 사회적으로 금방 잊힐 사람들이 었다. ‘더 이상 뉴스는 나가지 않을 테니 그들 뜻대로 잊힐 거다.' 눈에 뜨거운 습기가 차올랐다.
'아무도 찾지 않을 사람들로 골랐어. 죽여도 된다는 생각으로 고른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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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0 '세상에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별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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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2 한이 리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말했다.
"작정하고 속이려는 사람을 어떻게 알아보겠어요. 웬만해선 아무도 몰라요."
"웬만하면 안 돼요, 나는."
리나는 철저하게 자신을 감추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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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2 리나의 입에서 꾹 참았던 말들이 터져 나왔다. 한은 놀란 눈을 하고 자신의 오른 손목을 만지작거렸다.
"필요할 때만 '우리'를 강조하는 것처럼 짜증 나는 게 없다는 걸 모르나 본데, 이런 식으로 정에 기대서 주도권 잡으려 들지 마. 그렇게 간절하면 직접 가서 가져와. 연구소 출입문에서부터 막힐 거 같으니까 날 이용하는 거면서••••"
▶️ 단순한 인물 사이의 갈등이 아닌, 국가와 개인 사이의 긴장을 정면으로 드러내며, 그 안에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몫을 외면하고, 필요할 때만 ‘우리’를 들먹이며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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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2 스카이카들이 경로를 따라 지나가며 만드는 불빛까지 더해진 어스름한 하늘 아래의 서울의 모습이 물에 잠긴 듯 아름다웠다. 정욱은 속으로 작게 웃었다.
'쓸데없이 예쁘니까 더 열 받네."
▶️ 단순히 정욱이 빌런인 줄 알았는데(그렇다고 지금까지의 행동들이 정당화 되지는 않음) 정욱의 이중성과 개인의 서사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장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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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대한민국.
과거(2026년)의 미제 사건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질병청 관리국 연구사 리나와 국정원 비밀 요원인 한이 함께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와 그 바이러스 너머에 뿌리 깊이 숨겨져 있는 음모를 추적해나가며 진실을 밝혀 나가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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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정욱과 리나가 같은 상처에서 출발했음에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정욱은 그 상처를 외면하지만, 서울의 아름다움 앞에서 분노하는 모습에서처럼, 그가 미치도록 미워하는 대상이 사실은 한때 사랑했던 존재였음을 보여준다.
반면 리나는 지키기 위해 진실을 직면하려는 용기를 택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 대상을 위해 헌신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결국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스스로 입증한다.
이처럼 두 인물의 대조는, 같은 상처라도 각자가 내리는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다는 사실과, 그 선택에 따르는 책임의 무게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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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에서 선정되어 도서를 수령하고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궁금했던 점이나 감상을 남기면 작가님께서 바로바로 댓글을 달아주시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같은 책을 두고도 바라보는 시점들이 다양해, 내 질문뿐 아니라 다른 독자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작가님의 답변을 함께 보는 재미가 더해졌다.
덕분에 책을 더욱 깊이 있고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었던, 정말 알찬 독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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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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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관리국도난당한시간들 #이지유 #그믐 #네오픽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