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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힐 ㅣ 스토리에코 2
하서찬 지음, 박선엽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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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힐 - 하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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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 "돛대가 뭐야?"
"마지막 담배. 이제 안 피울 거야. 죽도록 공부해서 여기를 탈출할 거야. 좋은 대학만 들어가면 과외 시작해서 비행기표 사고, 돈 좀 모은 뒤에 외국으로 아주 나가 버릴 거야. 요리사도 조각가도 포기했어. 꿈보다 탈출이 먼저야. 너도 데려갈게. 야자수 밑에서 콜라나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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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마지막 담배를 돛대를 책 속에 보관했다. 돛대는 흔히 흡연자들에게 마지막 보루로 여겨져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대상이다.
그것은 단순한 담배 한 개비가 아닌, 형이 붙잡고 있는 마지막 탈출의 의지이자 소망이었다. 꿈보다 탈출이 먼저라고 말하는 형의 말은 비극적이지만 너무 현실적이었다. 지훈의 형이 담배를 끊었지만 돛대를 책에 끼워 보관한 것은 언젠가 이 삶에서 벗어날 마지막 보루, 즉 기회를 스스로 잊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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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0 "나는 그만 떠돌고 싶어”
안겨 있던 라희가 갑자기 울음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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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희의 이 한마디는 세상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는 아이들의 참담한 현실을 집약하고 있었다. 그 말 속에는 누구도 자신을 받아들여주지 않는 세계에서 버티는 삶의 피로가 서려 있었고,그런 아이들이 어딘가에 속하고 싶어서 발악하고 있을 때, 어른들은 그저 자기들의 이해관계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조되어 너무나 처절하고 비참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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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8 “아이들이 너를 괴롭힐 때 모른 체한 거 사과할게. 미안해.” 나는 착한 척하는 장의 모습에 역겨움을 느꼈다.
뭐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적당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괴롭힘을 당하니 내 마음이 헤아려지기라도 한 건가. 차라리 류웨이가 나았다. 나쁜 놈보다 착한 척하는 놈이 더 싫다.
나는 교실 문 앞에 다다라 장의 팔에서 손을 떼고 냉정하게 말했다. "기대지 마. 걸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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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지훈은 폭력적인 가정환경 속에서 형의 보살핌을 받으며 버티다가, 형의 갑작스런 사고와 부모님의 이혼을 동시에 겪는다. 이후 아버지를 따라 중국의 국제학교에 입학하지만, 낯선 환경과 언어, 동급생 류웨이의 괴롭힘에 시달리는 날들이 이어진다. 지훈이 할 수 있는 일은 형이 선물해 준 조각칼로 반 친구들의 얼굴을 흙으로 빚으며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이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국 유학생 라희는 폭력적인 선배들과 어울리며 그 속에서 자신이 소속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관계는 위태롭고, 결국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라희는 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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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서로에게 거리를 두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하는 모습이 애잔해서 읽는 내내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나 역시도 어른이지만, 어른의 이해관계에 치여 아이들이 제대로 숨 쉬지 못하는 상황은 너무나 비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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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가제본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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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힐 #하서찬 #웅진주니어 #청소년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