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판교 - 김쿠만⠀p.52 그렇게나 남쪽 바다를 좋아해서인지 주방장은 종종 꿈에서 남쪽 바다를 엿봤는데, 남쪽 바다와 접한 도시에서 온 손님들은 주방장에게 꿈에서 본 바다는 어땠냐고 묻곤 했다. 그럴 때마다 주방장은 잠깐 눈을 감고 미소를 지은 채 이렇게 답했다.- 무척 포근했습니다.⠀p.55 - 남쪽 바다를 너무 그리워하지 마.⠀p.63 이런 날은 로봇들도 쉴 거야. 다행히 기상 캐스터가 내일은 파도가 잠잠할 거라고 말해줬어. 역도산은 항구 제일 오른쪽 끝에 묶여 있으니 내일 새벽 6시까지 거기로 와.- 내일 파도도 저렇게 험상궂을 수 있지 않나요?- 그럼 모레 나가면 되지. 조급하게 굴지 말라고. 남쪽 바다는 언제나 저기 있으니까.⠀8편의 단편 소설들로 이루어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판교에서 가장 깊은 여운을 준 것은 “남쪽 바다의 초밥”이다.⠀내란죄로 수감되어 있는 총사령관이 계속 찾을 정도인 전통 초밥집.이 초밥집에서 오른팔이 없는 왼팔로만 초밥을 만드는 장인이 있다.⠀남쪽에서 잡은 고기만 사용하고, 남쪽에서 잡은 고기가 없으면 가게 문을 닫을 정도로 남쪽 바다에 진심인 장인은 기후변화로 남쪽 바다가 어떻게 변해버렸는지 사실은 알고 있음에도 포근했던 바다로 기억한다.⠀역도산 배의 선장은 남쪽 바다를 너무 그리워하지 말라고 했지만 장인은 남쪽에서 잡은 고기만 고집하고, 포근했던 그때의 남쪽 바다로 기억하고, 자신이 죽고 유골을 남쪽 바다를 뿌려달라고 했을 정도로 남쪽 바다를 죽을 때까지도 그리워한 사람이다.⠀기후변화로 우리가 알던 바다가 달라지고, 로봇이 배를 운항하고, 초밥마저도 기계가 만드는 세상으로 달라졌지만 장인은 기후변화로 달라지기 전의 바다를 기억하고, 한 쪽 팔을 잃었음에도 장인 정신으로 초밥을 만들고, 콕 집어 선장이 직접 운항하는 배를 타서 자신의 유골을 뿌려주길 원한 것에는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기억과 가치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이곳에서 언급하는 남쪽 장례식과 관습을 따르는 역시)⠀p.83 - 원래 두 손으로 초밥을 만드셨나요?제자는 접시 위로 두 번째 초밥을 내려놓으며 답했다.- 이제 그럴 때가 된 거 같아서요.⠀오른팔이 없어 한 팔로 초밥을 만들던 장인의 밑에서 배운 제자는 두 팔이 다 있음에도 한 팔로 만드는 법만 배웠다며 똑같이 한 팔로 초밥을 만들었는데 스승님의 유골을 바다에 뿌려보내고 다시 초밥집으로 돌아와 이제는 두 손으로 초밥을 만드는 모습에서 다시 새롭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본 것 같다.남쪽 바다를 떠나기 전 선장은 제자에게도 남쪽 바다를 너무 그리워하지 말라 했지만 북쪽 출신인 제자도 어쩐지 남쪽 바다를 그리워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원스어폰어타임인판교 #허블 #김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