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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수아즈 사강을 처음 만난 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란 작품을 통해서였다.
그 책을 읽으면서 프랑수아즈 사강이 18살에 쓴 데뷔작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책 이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15주기를 맞아 새로운 번역본으로 출간 된 ‘슬픔이여 안녕’을 읽게 되었다.
읽고 싶었던 책을 읽을 수 있단 설레임에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초반에는 살짝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 작품이었다.
읽어갈수록 ‘정말 이 작품을 18살에 쓴 작품이라고?’ 란 생각이 들 정보로 놀랍다는 생각뿐 이었다.
처음 출간 당시에도 많은 문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사강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책 이었다고 하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세실과 그녀의 아버지, 아버지의 재혼 상대인 안, 아버지의 전 여자친구 엘자, 그리고 세실의 마음을 설레게 한 시릴. 17살인 세실은 아버지가 재혼할 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된 그 해 여름 그 동안 그녀가 알지 못했고 접한 적 없는 낯선 감정에 마주치며 엘자, 시릴과 함께 그들만의 연극을 시작한다.
- 삶에는 작동하지 않는 시간, 논리와 맥락이 닿지 않는 때, 일상적인 좋은 감정 같은 것들이 있음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나는 저속하고 부도덕한 삶을 이상으로 여겼다. (p. 33)
- 그 생활에는 생각할 자유, 잘못 생각할 자유, 생각을 거의 하지 않을 자유, 스스로 내 삶을 선택하고 나를 나 자신으로 선택할 자유가 있었다. 나는 점토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나 자신으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점토는 틀에 들어가기를 거부한다. (p. 80)
작가가 책을 쓴 나이와 주인공인 세실의 나이가 비슷해서 인지 그 나이대가 느낄 수 있는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실이 처음 느끼는 자신의 감정에 혼란스러워 하듯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낯선 느낌을 줄 수도 있는 이 책도 그런 느낌을 주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인물들의 감정묘사가 팽팽하게 그려져 있어서 읽는 독자로 하여금 긴장을 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 나는 어둠 속에서 아주 나직하게 아주 오랫동안 그 이름을 부른다. 그러면 내 앞에서 무엇인가가 솟아오른다. 나는 두 눈을 감은 채 이름을 불러 그것을 맞으며 인사를 건넨다. 슬픔이여 안녕. (p. 186)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세실은 그들만의 평화로운 누구의 방해도 없는 그녀와 아버지 둘 만의 시간과 삶을 지키기 위해서 그랬는지 그래서 그 끝이 그녀의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해졌다.
세실이 느꼈던 낯선 감정은 어쩌면 누군가의 방해를 받고 싶지 않은 그녀의 익숙한 보통의 일상을 지키고 싶은 그녀의 마음의 충돌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다.
사강의 작품인 ‘슬픔이여 안녕’과 함께 이 작품을 출간한지 40여년이 지나 쓴 그녀의 짤막한 에세이 그리고 사진들과 함께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작품이었다. 많은 작품을 읽어본 건 아니지만 참 매력적인 자신만의 글을 쓰는 작가였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