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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력적인 그를 쇼핑했다 1
민재경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1월
평점 :

여자의 본능(?)이랄까,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쇼핑! 뭔가를 구매할 때의 쾌감이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라서 이 책의 여주인공이 쇼퍼홀릭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들었다. 제목이 <나는 매력적인 그를 쇼핑했다>인데 강렬하고 풍성해보여서 책을 펼치기 전부터 기대심리가 작용한다.
여주인공 차미선은 패션에 관심이 많고, 세일에 민감하고, 원하는 물품은 꼭 구매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쇼퍼홀릭이다. 철없어 보이지만 이래 봬도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이기도 하다. 불행한 결혼생활 끝에 이혼당한 기억이 있는 그녀에게 쇼핑은 자신에 대한 선물이자, 외로움과 공허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이다.(수입 이상의 소비를 하진 않으니 심각한 중독은 아닌 것 같다) 여튼, 백화점 세일 행사나 한정판이라면 자석에 이끌리는 철가루처럼 행동하곤 한다.
미선의 남자, 심지훈의 직업은 심리학 박사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보다 2살이나 어린데다가 잘생긴 얼굴과 큰 키 뭐하나 빠지는 게 없다. 쇼퍼홀릭X심리상담사 조합이은근히 잘맞는다. 1대1 상담치료가 가능하니(ㅋㅋ) 근데 왜, 와이? 완벽한 남자가 쇼퍼홀릭 이혼녀 차미선에게 빠졌는지. 이유를 몰라서 1권 초반을 읽는데 공감이 잘 안갔다. 뭐지, 이남자? 아니 이 캐릭터?.. 라는 의문이 생겨서 몰입이 잘 안되었다.
그런데 1권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남주인공 심지훈의 사정과 과거의 이야기 들이 표면위로 서서히 드러나고, 이해하게 되면서 내가 서서히 이책의 매력에 빠져든 것 같다. 처음엔 단순한 쇼퍼홀릭 이혼녀의 행복찾기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캐릭터 각각의 사연과 꼬인 관계들 속에 내포된 여러 감정과 의미들이 전달된다.
차미선에게도 마찬가지다. 처음 그녀는 '운이 좋게 내가 매력적인 그를 쇼핑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득템! 이다. 실은 역으로 그녀가 그에게 쇼핑 당했다는 걸 깨닫았을 때는 더 이상 그것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그로 인해 차미선과 심지훈 모두 치유되었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힐링인 셈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장점은 캐릭터의 개성이 독특하고, 톡톡 튄다는 점이다. 미선과 심지훈 뿐만 아니라 조연들까지도. 독특함으로는 미선의 친구인 연화가 제일이었다. 거침없는 사투리에 빵터지기도 하고, 그렇게 듬직한 연화에게 막 들이대는 여리하게 생긴 태성이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심지훈의 친엄마인데.. 약간 광기 있는 캐릭터가 역시 맘에 든다. 처절하고 처연해서 마음이 쓰인다.(책속인물이지만ㅋㅋ;)
<나는 매력적인 그를 쇼핑했다> 두근거림이 있는 책이었다. 로설 여주인공은 보통 발랄한 꽃띠처녀라서, 이혼녀 여주인공에 대한 선입견이 살짝 있었는데. 그런 조건 상관없이 재밌게 읽었다. 약간 가벼운 분위기와 문체이지만 흡입력 있는 책. 어린아이가 등장해서 그런가 가족적인 느낌이 강하다. 힐링되는 로설 찾는 분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