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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전해주는 인생 명언 365+1
윤태진 지음 / 다연 / 2022년 11월
평점 :
따끈한 책을 따뜻한 곳에서 읽었다.
명언집이라는 책은 갖는 장단점이 확연하다.
무엇보다 많은 명언들을 볼 수 있지만, 나중에 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것.
이것이 명언집이 갖는 한계이다.
명언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예전에 도서관에 가면, 국어대사전 같은 책은 따로 보면대를 만들어 항상 펼쳐져 있었는데,
이런 명언류 들 중에도 국어대사전 급의 분량을 자랑하는 책이 있어서, 보면대에 펼쳐져 있기도 했다.
그런 것들 속에서 나름대로 갖는 이 책의 독창성을 기대하며 책을 들었다.
무엇보다 자식에게 들려주는, 또는 보여주는 명언은 아버지를 통해 한번 걸러지고 다듬어진 내용이기에 일반 명언집들과는 다른, 좀 더 힘이 있는 글들이기 때문이다
책은 약 60여개의 키워드를 갖고, 각 키워드에 대한 아버지의 경험이나 생각들을 간단히 적고, 관련된 명언들을 적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보기 편하고, 잘 정리되어 있는 느낌이다.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독창적이라거나 뭔가 끌어당기는 이 책만의 매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1. 일단, 전술한대로 이 책만이 갖는 독창성이 부족하다. 자녀에게 인생을 살아가야 명언을 말해야 한다면, 그 명언들은 아버지를 통해서 좀 정리되고 체화된, 즉 삶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충고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특히 각 키워드에 대한 아버지의 글을 적는 부분이 맨 먼저 나오는데, 그 내용이 너무 적거나 피상적이다. 그리고 좀 더 체화되지 못했기에 단순히 피상적인 충고록, 즉 일반적인 충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 부분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아쉬움이다. 좀 더 깊이있는 내용으로 정리가 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2. 명언집의 한계인데, 명언집은 볼 때는 좋지만, 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우리가 강의를 들을 때는 좋은데, 집에 가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것과 같다. 이 책이 특화되려면, 맨 마지막에 가서, 전체 60여 개의 꼭지 중에서 정말로 아버지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한 개에서 세 개 정도로 집중해서 정리해 주는 게 좋다. 많은 것은 없는 것과 같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아버지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점, 예를 들어, 착하게 살라든지, 사랑을 베풀며 살라든지, 너만의 인생을 살라든지 하는 식으로 전체 내용을 정리하는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비슷한 류의 책으로 내가 제일 많이 읽은 게 톨스토이의 인생독본(여러 이름으로 출판 됨)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매일 매일 읽어야 할 명언들을 기록했는데, 톨스토이가 자신의 사상과 어울리는 여러 경전들과 책들 속에서 골라서 만든 것이다. 거의 천 페이지가 넘는데, 나는 이 책을 수십 번을 읽으면서 내 사상의 기초를 만들어 갔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톨스토이안이다. 이 책이 있었기에 내 사상을 성숙시켜 삶과 죽음에 대한 책까지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수십번 읽었지만, 지금도 생각나는 구절은 채 몇 백 개가 안 된다. 약 6천 개가 넘는 명언들이 있지만, 아무리 많이 읽어도 그것들이 다 기억에 남지는 않는 것이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특히 젊을 수록 그 중요성이 커진다.
3. 책을 보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삶을 살아가는 지혜로 엮어져 있다. 삶을 살아가는 지혜도 중요하지만, 삶을 바라보는 지혜가 더 중요하다. 숲을 볼 줄 알면, 나무는 당연히 보인다. 삶을 살아가는 지혜는 시공간의 지배를 받지만, 삶을 바라보는 지혜는 시공간의 지배에서 조금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가 후세대에게 전해주는 지혜는 구체적, 표상적인 것이 아닌, 본질적, 추상적인 것들이어야 한다. 즉, 인문학적 성찰, 인생을 바라보는 철학적, 종교적인 관점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두에서 자신의 감명깊게 읽은 책을 몇 권 말한다. 그 중에 그라시안과 명상록이 나오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러시안의 말이 이 책에서 제일 많이 언급되고 있다. 그렇지마 인생을 본질적으로 관조한 명상록에 대한 부분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한 두개 정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언급이 있을 뿐이다. 사실 두 책의 비교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
그라시안의 책은 쇼펜하우어가 극찬하지 않았다면,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를 정도로, 삶을 살아가는 지혜만을 언급할 뿐 삶을 바라보는 성찰을 주지는 못한다. 명상록은 그 반대다. 명상록만 제대로 읽어도 우리는 더 이상 다른 책을 읽지 않을 만크의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쇼펜하우어가 말년에 보통 젊었을 적의 명철을 잃어버렸기에 이런 책을 추천하지 않았나 싶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글을 쓴 쇼펜하우어와 그라시안의 책은 어울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주 언급하고 있는 탈무드 또한 그 내용이 깊이가 없는 책이다. 탈무드라는 책이 갖는 한계는 여기서 논할 필요는 없겠다.
전체적으로 인용되고 있는 명언들을 보면, 저자가 갖고 있는 독서의 스펙트럼이, 특히 철학이나 인문학적 스펙트럼이 깊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특히 동양 고전에 대한 스펙트럼이 얕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명언들에 대한 글을 보면, 저자가 그 책을 직접 읽어보지 않고 단지 인용을 재인용한 부분들도 보인다. 예를 들어 소로나 에머슨의 책, 또는 세네카의 책을 봤다면 더 깊은 인상을 받은 구절들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저자가 그 많은 책들을 다 읽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고전 명저라 일컫는 파스칼, 세네카, 도덕경, 논어, 불교경전인 법구경, 팔조단경 등을 봤다면 더 깊고 좋은 내용으로 글을 썼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자기만의 값어치는 하고 있다.
아버지가 자신의 삶을 성찰해서 아이에게 전해주는 글이니,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백 명 중 99명의 아버지는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글들은 삶에 살아가는 데 유익하고, 아이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내 글이 약간 날카롭지만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오히려 이런 서평이 겉읽기 식으로 책의 일부분을 발췌해서 양 맞추기 식의 서평보다 더 저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경험상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