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 - 진실이 때론 거짓보다 위험하다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
천위안 지음, 이정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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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은 재미 있는 분야다.

실제로 심리학을 전공하시는 분들에게는 엄연한 학문으로 나름대로의 힘들과 고난이 있겠지만

인간이라는 한 개체를 심리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하는 것은,

타인이 보기에도 나름 재미있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한 개인으로서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은 나의 심리, 나의 마음과 관계된다.

마음이 표현되어 행동으로 나타나고, 그 행동으로 다시 내 안의 마음을 살펴보는 것.

그래서 내가 모르는 나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돌아보아

내가 알지 못하는 나를 다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심리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심리와 관련된 실험이라던가 사례는 나와 간접적인 관련을 맺으며 나와 관계한다.

나는 남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것이다.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라는 이 책은

조조와 관련된, 그리고 조조의 주변 인물들과 관련된 일들을 적으면서, 그것을 심리학자의 눈으로 다시 정리해서 우리에게 들려준다.

내용이 그리 전문적이이지 않기에 읽기에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그냥 술술 읽으며 이해하면 된다.

심리학자들이 보기에 정상인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현재 심리학자도 마찬가지다.

심리학적으로 정상인이라는 존재는 이상적인 존재가 아닐까?

우리는 모두 조금씩 또는 아무 많이 심리학적으로 정상의 범주를 벗어나 있지 않을까?

아니 오히려 그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우리는 신이 아니니까 말이다.

책에는 루시퍼 효과에 대한 사례가 나온다.

천사도 지옥에 가면 악마가 된다는 건데, 환경의 절대적 영향을 말한다고 보면 되겠다.

피실험자를 교도관과 수용자로 나누어, 두 집단을 비교하는 실험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고, 그 결과는 거의 비슷했다. 가해자는 지나치게 가해했고, 피해자는 피해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면서 각자 자기 역할에 동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인다. 가장 전형적인 예가 유대인과 독일 군인들의 예일 것이다.

환경의 지배를 받으며, 나는 그런 환경에 처해서 했을 뿐이라는 변명.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미약한지, 인간이 얼마나 성찰하지 않으며 사는지에 대한 역사적인 고증 앞에 우리는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이 실험이 정확한 것은 아니다. 인간이 이 실험에서 더 잔인해 지는 이유는, 그것이 실험이라는 사실, 그래서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교도소는 이렇게 잔인하지 않다. 법이라는 굴레가 있기 때문이다. 놀이인 줄 알기 때문에 친구들끼리 총으로 칼로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모든 실험은 실험이라는 범위 안에서 법을 배제한다. 그러니 더 잔인해 질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인간은 더 많은 것들의 영향을 받으며 실제 생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단순하지 않은 존재가 인간이다.

모든 사람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며 사는 것은 얼마나 힘들까?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라는 것. 인간은 원래 실수투성이기 그렇기에 인간이라는 것. 서로가 그런 약한 존재를 인정하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심리학자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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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시대정신이 되다 - 낯선 세계를 상상하고 현실의 답을 찾는 문학의 힘 서가명강 시리즈 27
이동신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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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다닐 때 한창 일본만화 해적판이 문방구에 널려 있었다. 기억나기로는 손바닥만한 크기로 하나에 오백원 했던 것 같다. 여러 일본 만화책들이 번역되어 나왔는데,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드래곤볼이었다. 책이 잘 팔리니 그 외에도 다양한 만화책들이 번역되어 나온 것 같다.

 

그 중에 하나 기억나는 게 있었다. sf였는데, 첫 부분에 오딧세이 영화를 오마쥬한 부분이 나오고, 그 뒤는 인간의 우주 개척에 대한 내용들이 나오는, 나에게 신성한 충격을 주는 만화였다. 하지만 그 만화 제목을 몰랐고, 한동한 번성하던 해적판은 어느 순간 모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러다, 7년 정도 됐나? 우연히 그 sf만화책이 정식으로 번역되어 출판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내 또래의 어느 대표가 어릴 적 인상깊게 봤던 그 만화를 우리 나라에 정식으로 소개한 것이었다. 나만 그 책에 감명을 받은 게 아니었다! 누군가도 그 만화책을 즐겨 읽었고, 중년이 되어 그 만화책을 정식으로 출간했다는 사실이, 그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과의 연대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지금 그 만화책은 책장에 조심히 모셔져 있다.

 

나는 지금도 sf영화나 만화를 즐겨 본다. sf에는 다른 데서 느낄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 그런 것도 아니고, 어느 특정한 영화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데, 이런 감정은 오직 sf에서만 느낄 수 있다. sf에는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독창적인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미지에 대한 희망과 갈망도 어느 부분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 sf 시대정신이 되다라는 책은

SF에 대한 내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막연히 SF를 좋아했지만, SF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다.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고민을 해보게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을 통해 내 사상을 정리하고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았고, 나름 나 대로의 SF에 대한 정의도 생각해 보았다.

 

 

다음은 이 책을 보면서 나름대로 정리한 나의 견해들이다.

 

 

첫째.

이 책에서는 SF의 본격적인 시대를 알린 이로 다르코 수빈이라는 사람을 소 개한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이 분은 SF와 F(판타지)가 다른 이유로 두 가지를 들고 있다. 바로 인지적 낯섦과 노붐이다.

인지적 낯섦은 인지는 하지만, 그 인지가 익숙하지 않고 낯설다는 뜻이고, 노붐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발명이나 아이디어로 새로운 것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로 인해 F와 구별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구별이 불분명하다. 그럼 F에는 인지적 낯섦과 노붐이 없을까? 요즘 유행하는 F 중에 저 세상 시리즈와 게임 속 히어로 시리즈가 있다. 저 세상 시리즈는 이 세상에서 현타를 느끼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상상의 세계이고, 게임 속 히오로 시리즈는 현대의 게임 속에 매몰되어 가는 사람들의 새로운 노붐이다. 이런 것들은 몇 십년 전만 해도 한번도 나오지 않은, 현대의 새로운 장르의 F인데, 이것 또한 인지적 낯섦 아닌가? 그리고 어찌 보면 노붐이 아닌가? 인간의 인지는 낯섦을 통해 그 인지의 영역을 넓혀왔다. 비단 이것이 SF에만 한정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둘째.

타임머신이 SF의 새로운 시대를 선도했다는 설명은 인상적이었다. 그 말이 맞다고 본다. 과거나 미래로의 시간 여행은 분명 SF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했다. 시간이라는 것은 고대나 중세에는 신의 영역이었다. 인간이 개입할 여지도 없었고, 거기에 개입하는 것은 신에게 반역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결국 시간여행이라는 표현이 가능해 진 것은 산업혁명 이후, 과학의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진 17, 18세기 이후에야 가능한 키워드였다. 결국 서양의 종교의 종말이 시간여행을 가능케 한 것이다. 아찌보면 SF의 출현은 중세의 종말과 근대의 출현을 상징하는 하나의 표상일 수도 있겠다.

그럼 왜 기존의 F는 시간이라는 소재를 건드리지 않았을까? 건드리려면 얼마든지 건드려서 환타지를 만들 수가 있는데 (위에서 말한 저 세계 시리즈도 어찌 보면 시공간을 다루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말하는 “시간이 SF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프리드먼의 말은 설득력을 잃는다.) 왜 그동안 건드리지 않았을까? 어찌보면 상상력의 부재일 수도 있고, 시간을 따로 조종하지 않아도 F가 줄 수 있는 매력을 느끼는 데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뭏튼 SF는 타임머신과 함께 왔다. 타임은 기존 사상의 붕괴와 새로운 인간 중심의 시대를 의미하고, 머신은 당시 획기적으로 발전하던 과학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과학의 시대의 문을 열어주는 상징이 결국은 타임머신이다.

 

그럼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타임일까 머신일까?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타임은 현재 F에서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결국 머신이 SF와 F를 구별하는 기준이 된다고 생각한다.

묘약을 마시고 시간 여행을 가면 F이고, 기계를 통해 시간 여행을 가면 SF다. 용을 타고 날아다니면 F이고, 그 용이 알고 보니 정밀한 로봇이었다면 SF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보면서 정리한 SF와 F의 차이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SF의 F가 FICTION이 아니라 FANTASY가 맞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 픽션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판타지의 자역과학적 용어가 아닐까? 과학에서 FANTASY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SF를 번역할 때 공상과학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이 용어를 쓰는지 모르지만), 결국 픽션은 공상이고 판타지인 셈이다. 이 둘을 억지로 분리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SF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다룬다. 그리고 거시적인 것보다는 미시적인 것을 다룬다. 그러면서 낯선 것을 통해 익숙한 것들에게 질문하고, 지금 익숙한 것들이 과연 언제까지 익숙할 것인지를 점검하라고 스스로에게 묻게 한다. 이것이 SF만이 갖는 강점인 것이다.

 

파스칼은 인간이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다. 이 말은 인간의 접시에 담긴 적은 양의 물로도 죽을 수 있는, 연약한 존재라는 뜻이다. 하지만 파스칼은 인간이 정신적으로 우주를 통섭할 수 있기에 위대한 존재라고 했다. 인간은 우주를 상상한다. 그러면서 우주를 껴안고 새롭고 낯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를 한다. 인간의 위대함은 바로 이런 미지에 대한 동경과 무한한 상상력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첨단에 SF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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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편지 웅진 세계그림책 232
기쿠치 치키 지음, 황진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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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사전을 살펴 보면 단풍에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기후변화로 식물의 잎이 붉은 빛이나 누런 빛으로 변하는 현상 또는 그렇게 변한 잎이고, 다른 하나는 단풍나뭇과의 낙엽 활엽 교목인 단풍나무를 의미한다.


첫번째는 우리가 보통 낙엽이라고 부르는 건데, 수많은 나무들 중에서 특히 단풍나무를 의미하는 단풍이 가을의 낙엽을 대표한다는 것은 단풍나무가 낙엽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로 초가을부터 늦가을까지 수많은 낙엽이 들지만, 단풍의 붉은 빛은 다양한 형태로 빛나며,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동화책은 단풍이 들어가는 한 산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개똥지빠귀가 몰고 단풍잎 하나를 보고, 생쥐가 자신이 사는 동네에도 단풍이 오는지, 가을이 오는지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전체적인 그림이 아이들이 그린 첫처럼, 정교하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번지는 그림이 동양 채색수묵화 같다.


오히려 아이들이 그린 그림처럼 보여서 아이들에게는 더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생쥐가 자기 동네에서 빨간 단풍잎을 닮은 것들을 찾아다니며 여러 친구들을 만나고, 그 친구들과 함께 종국에는

온통 단풍나무로 물든 장소를 찾게 된다.


붉은 단풍나무로 온통 물든 곳은 직접 봐도 아름답지만, 그림에서도 아름답게 표현되고 있다.


빨간 빛이 흔들리며, 빨간 바람이 부풀어 오르고, 빨간 소리가 들리는 곳.

빨간 단풍이 만들어 내는 화려하고 맹렬히 타오르는 자연의 마지막 숨소리처럼, 단발마가 내뿜는 그 처절함이 오히려 단풍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단풍이 붉게 물들고 떨어지기 시작하면 이제 곧 겨울이 오는 것이다.

온통 붉은 곳이 이제 온통 하얀 곳으로 바뀐다.



쉬는 날이면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근처 산으로 산책을 간다.


그러면서 단풍이 물들어 가는 모습을 자세히 보고 있다. 거의 한 달 동안 계속 되는 단풍이 이제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오히려 지금 늦가을에 이 책을 읽게 되어 더 기쁜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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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전해주는 인생 명언 365+1
윤태진 지음 / 다연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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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책을 따뜻한 곳에서 읽었다.

명언집이라는 책은 갖는 장단점이 확연하다.

무엇보다 많은 명언들을 볼 수 있지만, 나중에 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것.

이것이 명언집이 갖는 한계이다.

명언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예전에 도서관에 가면, 국어대사전 같은 책은 따로 보면대를 만들어 항상 펼쳐져 있었는데,

이런 명언류 들 중에도 국어대사전 급의 분량을 자랑하는 책이 있어서, 보면대에 펼쳐져 있기도 했다.

그런 것들 속에서 나름대로 갖는 이 책의 독창성을 기대하며 책을 들었다.

무엇보다 자식에게 들려주는, 또는 보여주는 명언은 아버지를 통해 한번 걸러지고 다듬어진 내용이기에 일반 명언집들과는 다른, 좀 더 힘이 있는 글들이기 때문이다

책은 약 60여개의 키워드를 갖고, 각 키워드에 대한 아버지의 경험이나 생각들을 간단히 적고, 관련된 명언들을 적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보기 편하고, 잘 정리되어 있는 느낌이다.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독창적이라거나 뭔가 끌어당기는 이 책만의 매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1. 일단, 전술한대로 이 책만이 갖는 독창성이 부족하다. 자녀에게 인생을 살아가야 명언을 말해야 한다면, 그 명언들은 아버지를 통해서 좀 정리되고 체화된, 즉 삶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충고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특히 각 키워드에 대한 아버지의 글을 적는 부분이 맨 먼저 나오는데, 그 내용이 너무 적거나 피상적이다. 그리고 좀 더 체화되지 못했기에 단순히 피상적인 충고록, 즉 일반적인 충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 부분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아쉬움이다. 좀 더 깊이있는 내용으로 정리가 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2. 명언집의 한계인데, 명언집은 볼 때는 좋지만, 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우리가 강의를 들을 때는 좋은데, 집에 가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것과 같다. 이 책이 특화되려면, 맨 마지막에 가서, 전체 60여 개의 꼭지 중에서 정말로 아버지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한 개에서 세 개 정도로 집중해서 정리해 주는 게 좋다. 많은 것은 없는 것과 같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아버지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점, 예를 들어, 착하게 살라든지, 사랑을 베풀며 살라든지, 너만의 인생을 살라든지 하는 식으로 전체 내용을 정리하는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비슷한 류의 책으로 내가 제일 많이 읽은 게 톨스토이의 인생독본(여러 이름으로 출판 됨)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매일 매일 읽어야 할 명언들을 기록했는데, 톨스토이가 자신의 사상과 어울리는 여러 경전들과 책들 속에서 골라서 만든 것이다. 거의 천 페이지가 넘는데, 나는 이 책을 수십 번을 읽으면서 내 사상의 기초를 만들어 갔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톨스토이안이다. 이 책이 있었기에 내 사상을 성숙시켜 삶과 죽음에 대한 책까지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수십번 읽었지만, 지금도 생각나는 구절은 채 몇 백 개가 안 된다. 약 6천 개가 넘는 명언들이 있지만, 아무리 많이 읽어도 그것들이 다 기억에 남지는 않는 것이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특히 젊을 수록 그 중요성이 커진다.

3. 책을 보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삶을 살아가는 지혜로 엮어져 있다. 삶을 살아가는 지혜도 중요하지만, 삶을 바라보는 지혜가 더 중요하다. 숲을 볼 줄 알면, 나무는 당연히 보인다. 삶을 살아가는 지혜는 시공간의 지배를 받지만, 삶을 바라보는 지혜는 시공간의 지배에서 조금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가 후세대에게 전해주는 지혜는 구체적, 표상적인 것이 아닌, 본질적, 추상적인 것들이어야 한다. 즉, 인문학적 성찰, 인생을 바라보는 철학적, 종교적인 관점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두에서 자신의 감명깊게 읽은 책을 몇 권 말한다. 그 중에 그라시안과 명상록이 나오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러시안의 말이 이 책에서 제일 많이 언급되고 있다. 그렇지마 인생을 본질적으로 관조한 명상록에 대한 부분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한 두개 정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언급이 있을 뿐이다. 사실 두 책의 비교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

그라시안의 책은 쇼펜하우어가 극찬하지 않았다면,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를 정도로, 삶을 살아가는 지혜만을 언급할 뿐 삶을 바라보는 성찰을 주지는 못한다. 명상록은 그 반대다. 명상록만 제대로 읽어도 우리는 더 이상 다른 책을 읽지 않을 만크의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쇼펜하우어가 말년에 보통 젊었을 적의 명철을 잃어버렸기에 이런 책을 추천하지 않았나 싶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글을 쓴 쇼펜하우어와 그라시안의 책은 어울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주 언급하고 있는 탈무드 또한 그 내용이 깊이가 없는 책이다. 탈무드라는 책이 갖는 한계는 여기서 논할 필요는 없겠다.

전체적으로 인용되고 있는 명언들을 보면, 저자가 갖고 있는 독서의 스펙트럼이, 특히 철학이나 인문학적 스펙트럼이 깊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특히 동양 고전에 대한 스펙트럼이 얕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명언들에 대한 글을 보면, 저자가 그 책을 직접 읽어보지 않고 단지 인용을 재인용한 부분들도 보인다. 예를 들어 소로나 에머슨의 책, 또는 세네카의 책을 봤다면 더 깊은 인상을 받은 구절들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저자가 그 많은 책들을 다 읽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고전 명저라 일컫는 파스칼, 세네카, 도덕경, 논어, 불교경전인 법구경, 팔조단경 등을 봤다면 더 깊고 좋은 내용으로 글을 썼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자기만의 값어치는 하고 있다.

아버지가 자신의 삶을 성찰해서 아이에게 전해주는 글이니,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백 명 중 99명의 아버지는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글들은 삶에 살아가는 데 유익하고, 아이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내 글이 약간 날카롭지만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오히려 이런 서평이 겉읽기 식으로 책의 일부분을 발췌해서 양 맞추기 식의 서평보다 더 저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경험상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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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점 책고래마을 42
아우야요 지음 / 책고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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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에 대한 그림책.

말 그대로 그림책이다. 글은 하나도 안 나온다.

글없이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책이기에 더 많은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점이 있기도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에겐 때로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기도 할 것 같다.

그래도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장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점을통해, 흰 점같은 곱슬머리를 한 아이의 하루가 담겨 있다.

이 아이는 어쩌면, 이 그림을 그린 아우야요의 자화상일 수도 있겠다.

​​서두에 보면, 비가 내리는 날 자기 품으로 날아온 무당벌레에서 이 책이 비롯되었다고 하고, 책에서도 딱정벌레가 나오는 것을 보면, 본인의 이야기를 무한히 상상해 그림을 그렸다고 봐도 될 것 같다.

​​

딱정벌레처럼 빨간 바탕에 검은 색 점이 아롱져 있는 우산을 쓰고 가는 아이에게

비가 점처럼 점점히 내린다.

아이에게 딱정벌레가 다가왔다가 날아가고,

대신에 붉은 색 바탕에 흰 점이 있는 옷을 입은 (딱정벌레와 대비되는) 한 소녀와 점박이 강아지가 나타난다

이들은 친구가 되어 신나게 놀러 다닌다.

시간이 흘러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새로운 봄이 되고,

여전히 점점이 얼룩진 점점이 세상에서 딱정벌레와 함께 즐겁게 생활한다.

어쩌면, 여기 나오는 여자나 강아지는 그린 이의 가족일 수도 있겠다.

​​

번지는 듯한 효과로 글낸 점은 꼭 난자 같기도 하다. 이런 번지는 듯한 효과는 번지는 묵처럼 보여 친근하다.

아이도 재미있게 봤다고 한다. 딱정벌레가 귀엽다고 하는데,

나중에 날이 좋아지면 딱정벌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여러 점들이 많이 나오는데, 정작 주인공 아이에게는 점이 없다. 이것도 의도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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