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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꿈꾸던 그날인가 - 98편의 짧은 소설 같은 이향아 에세이
이향아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3월
평점 :
그까짓 것 아무 소용 없는 형식, 내용이 중요해서 정말 형식이란 깡그리 무시해도 좋은 것처럼 들리는 게 자유분방하려 애쓰는 사람의 글 같다.
문득문득 부딪히는 일들과 생각들 혹은 노래하듯이 담담하게, 혹은 절규하듯이 다급하게, 혹은 흐느끼듯이 절절하게 큰 뜻을 피력하지 않고, 살아있는 숨소리처럼 존재를 둘러싼 일들에 대한 고백 같기도 하다.
어머니의 묘소로 가는 길, 무성한 잡초가 비가 와서 부쩍 더 자랐고, 젖은 풀들이 길을 덮어서 우산대로 헤치며 올라가는 길에서부터 내려오는 길에서까지 슬픈 이유는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어머니께 좋은 딸이 아니었음을 크게 뉘우치기 때문이라고. 옆에 없다는 사실도 슬프지만, 잘해주지 못해서 후회만 남는다는 게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한술 더 떠 평소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떠오르면 눈물은 참지 못하고 흐른다.
”조심해서 가거라, 넘어질라“
낯선 시간 앞에서 망설이고, 머뭇거리다가 밀려가지만, 억울하게 살아온 시간은 없고 그 시절 분명히 거기에 있었다. 오래된 사진이 이미 지나간 때라고 말한다. 그리고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의 다짐이 맘에 든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느끼며 살겠다는 다짐을 하며 어제는 감사의 날, 오늘은 축제의 날, 그리고 내일은 꿈꾸던 날을 나열하며 추억을 설정한다.
현재라고 믿고 있는 순간순간이 전광석화처럼 과거로 묻히고 멀미할 틈도 없이 우리는 미래 속으로 실리어 간다. 회한으로 남을 겨를도 없이 우리는 최선을 동원하지만 아름다운 추억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한 알의 씨알처럼 응축해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촉촉이 젖은 땅에서 힘껏 솟아오르는 삶을 기다리는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