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집중력 설계자들 - 몰입의 고수들이 전하는 방해받지 않는 마음, 흔들리지 않는 태도
제이미 크라이너 지음, 박미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평점 :
금붕어의 집중력 지속시간은 9초라고 한다. 현대인의 집중력은 금붕어보다 못한 고작 8초다. 멀티태스킹으로 포장된 산만함의 결과가 아닐까. 반면 집중하면 아이작 뉴턴이 생각난다. “내가 이미 식사를 한 것을 깜빡 잊고 있었군!”이라고 말할 만큼 자신의 연구에 몰입하는 일을 즐겼다. 완벽한 몰입의 상태가 되면 자신과 몰입의 대상이 하나가 된 것처럼 느껴지고 무아지경에 빠지게 된다고 하는데 아마도 뉴턴은 무아지경 상태였나보다. 몰입과 관련해 많은 저서를 남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했을 때의 느낌을 ‘물이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상태’, ‘하늘을 날아가는 자유로운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몰입이나 집중력이 필요한 이유는 편안하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몰입의 대상과 하나가 되는 완벽한 나 자신을 만나는 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중세 승려들을 통해 산만하고 방황하는 마음을 다잡기 위한 목숨 건 수도의 역사를 보여준다. 그들은 업무 효율성과는 관계없이 악마를 물리치고 신과의 관계 회복하기 위해 집중력을 갈고 닦았다고 한다. 방법이 극단적이면서 처절한 부분도 있으나 시대상 선택으로 봤을 때 이해가 가는 면도 있었다. 그들은 현대인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디까지 해보았는가?”
내일 죽을 것처럼 집중한 그들의 도전장은 현대인들은 받아들일까? 차라리 산만함을 보기 좋게 포장하는 길이 더 빠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대인의 영원한 맞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산만함이다. 앞서 싸워온 수도자들의 분투기가 우리에게 전하는 지혜가 무엇인지를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장 고요한 곳에서 끊임없이 흔들린 그들에게 모든 사악함의 핵심은 방황하는 생각이었다. 겉으로는 너무나 차분하지만, 활발한 내적 상태로 인해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 그들의 딜레마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당장 집중할 방법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중세 초기의 생활사를 주로 연구하는 이 책의 저자 제이미 크라이너는 ‘집중’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려내며 인류가 산만함에서 완전히 벗어나 본 적이 없음을 알려준다. 이 책에서 전하는 수도자들의 6가지 기술인 거리 두기, 함께하기, 심신 수행, 독서, 기억과 몰입, 메타인지를 통해 집중에 관한 적절한 지혜를 삶에 적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산만함 때문에 무력감을 느끼면 플러그를 뽑는다. 소셜 미디어 계정에 잠시 쉰다는 공지를 올려놓고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숲속 오두막으로 가서 휴식을 취한다. … 하지만 이러한 해결책은 일시적일뿐더러 특별한 경우에만 누릴 수 있기에, 결과적으론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 그들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플러그를 뽑았다. 무엇보다 산만함을 사회의 구조적 특징으로 보았기에 그러한 단절은 영구적이어야 했다. 버려 할 대상은 세상의 한 조각이 아니라 세상 그 자체였다.”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