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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평점 :
차려놓은 밥상에서 가족을 살리는 첫마디가 시작되었다. 아빠이자 엄마인 츠지 히토나리는 먹는다는 것은 삶을 지탱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말하며 아무리 바빠도 정성을 들여 제대로 음식을 만들고, 요리하는 데 오롯이 그 시간을 쏟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싱글 파파가 된 그날의 절망감을 잊을 수 있는 일상을 회복하는 첫걸음으로 택한 일이다. 이 책은 2018년 아들 나이 열네 살 때부터 2022년 아들 나이 열여덟 살까지의 기록으로 둘만의 소중한 시간이 담긴 마음 여행 일기라고 한다.
“사람은 말이야, 괴롭거나 슬프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땐 지글지글 볶아서 마구마구 먹는 게 좋아. 사람은 배부르면 졸리기 마련인데 말이야, 자고 일어나면 안 좋았던 마음이 싹 다 사라지거든.“
어머니가 한 이 말은 저자의 인생 교훈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와 이혼할 거라는 괴로운 마음을 털어놓으셨다는데, 이를 계기로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고 한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고 하니 일단 먹고 보는 걸 추천한다. 먹고 난 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졸음은 단잠을 자게하고 좋은 꿈까지 꾼다면 좋겠지만, 자고 일어나면 근심의 무게가 덜어지는 건 사실이다.
“아빠, 괜찮지? 시시한 소리도 하고,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사람들과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정말 힘들 때 이 친구들이 내 편을 들어주고, 손을 쓱 내밀어 주기도 하는 거잖아. 인간이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인간다운 삶의 방식이라고 나는 생각해. 아니야?”
젊지 않은 아빠한테 아들은 시시한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친구를 더 소중히 여겼으면 한다는 말을 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면 메시지를 보내는 일, 친구니까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 없다는 아들의 말이 심플하면서도 용기로 다가왔다.
친척도 없는 외국에서 아들과 단둘이 살게 되며 서로를 속박하는 관계가 되었다가도 유대 관계 속에 놓여 있었기에 초조해하지 않고 시간에 맡기며, 생활이라는 나날 속에서 조금씩 그 관계를 따뜻하게 데워 가며 살게 될 것을 믿었고 저자는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혼하기 직전 집안은 엉망이었으나 아들을 데리고 어디든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도 없는 남쪽으로 향하다 보니 스트라스부르였는데 아들과의 첫 여행지였다. 아들과 여러 나라를 다녔고 아들의 성장과 함께 여행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조수석에 앉아 있던 꼬마 아들은 그 자리가 꽉 찰 정도로 성장했다. 그리고 운전석에 앉은 아들의 모습, 그의 가족이 뒷좌석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 그리고 언젠가 아들과 마지막으로 여행하는 날에는 위스키를 홀짝이는 날이 올 거라면서 저자는 해가 지는 세상을 향해 작별 인사를 했다. ‘안녕’
이혼하던 날의 절망감을 잊기 위해 아들과 열심히 살아낸 것 같다. ‘안녕’이라고 작별을 고하는 그의 인사가 처음에는 가슴이 시리면서 짠한 마음이 컸지만, 열심히 달려온 인생에 쿨하게 수고했다고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