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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국내 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에 끌려서 였을까? 아니면 유명인들의 끝없는 추천이 있어서 였을까? 이 책을 읽기 위한 나는 몇 번의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완독을 한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예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느낀 것은 책의 도입 부분과 시대적 배경에 약간의 진입장벽이 있는 것 같다.
니체의 영원회귀론으로 문을 여는 책은 철학적 사유로 인해 먼저 장벽이 새기고, 1960~70년대 체코를 배경으로 한 소련 침공 등의 시대적 배경으로 쉽게 읽히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조금의 진입장벽만 넘어서면 역시나 명작이라고 부르짖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한 번보다는 두 번 이상을 읽는다면 더 소설을 보는 시각이 유연해 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소설은 크게 4명의 전혀 다른 사상을 가진 남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토마시와 테레자 그리고 토마시로 연결되는 여자 사비나와 사비나의 애인이었던 프란츠.
이혼남인 토마시는 여자를 향해 두려움과 갈망이라는 두 가지 마음을 갖고 있고 스스로 그 타협점을 찾은 것이 바로 '에로틱한 우정'이다. 그는 에로틱한 우정을 지키고자 스스로의 규칙을 정하고 절대 그녀들과 같이 '동반수면'을 취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규칙에 충실하며 많은 여자들과 우정을 유지했지만 어느 날 우연히 만난 테레자는 그의 모든 삶의 기준을 무너뜨린다. 테레자는 한 침대를 쓰며 섹스와 동반수면을 취하는 유일한 여자가 되었다. 토마시는 테레자를 사랑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에로틱한 우정은 끊지 않는 아이러니를 보인다. 그의 여성편력은 테레사를 만나서 결혼까지 하는 기간 내내 지속되었고 이것은 그와 테레자 모두에게 고통이었다.
언제나 신분상승을 꿈꾸었던 테레자. 엄마에게서 그리고 하층민의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던 그녀는 토마시를 만남으로 꿈을 이루고자 안간힘을 쓴다. 그와 손을 꼭 잡고 잠든 날부터 그녀는 그의 특별한 여자가 되었지만 그의 끝없는 여자들 때문에 언제나 괴로웠다. 그가 친구라 소개했던 그와 에로틱한 우정을 나누는 여자 중 한 명인 사비나. 테레자는 그와 그녀의 관계를 알고 있었지만 그녀에게 소개받은 사진 기사 일을 통해 자신의 신분을 한번 더 올리고 싶어 했던것 같다. 그 일은 그녀가 프라하를 떠나 취리히로 가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테레자의 남자인 토마시 그리고 유부남인 프란츠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매 순간 당당해 보인 사비나. 그녀가 당당함은, 그녀가 중시 여기는 것이 '내밀성'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공개된 사랑은 책임감이 따르기에 짐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유부남인 프란츠는 사비나와 만나면서도 부인이 있는 제네바에서는 절대 관계를 갖지 않는다. 그의 기준에 그것은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부인을 향한 '존중'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사비나와 밤을 보내기 위해 다른 도시로 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부인에게서 어머니를 보았던 것이 자신의 착각임을 깨닫고 부인에게 자신의 부정을 모두 공개하며 사비나와의 관계도 공개해 버린다. 내밀성이 사라진 그들의 관계에서 사비나는 그 앞에서 사라져 버리고 프란츠는 슬픔과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곧이어 그는 자유를 느끼고 새로운 어린 여자친구를 사귀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 앞에 없는 사비나의 시선을 의식하며 산다.
자신과 어느 것 하나도 닮지 않은 어찌 보면 극단에 서있는 두 남녀 토마시와 테레자. 그들의 몇 번의 우연으로 만났지만 운명처럼 얽혔고 가치와 정의, 사상 모든 면에서 달랐지만 사랑에 빠졌다.
섹스와 사랑의 상관관계를 전혀 인정하지 않은 토마시에게서 그런 모든 가벼움을 배우고 싶은 테레자.
언제나 베토벤의 작품 번호 135 마지막 악장의 모티프인 'Es muss sein!'( 그래야만 한다!)를 되뇌며 그녀의 무거움을 알고자 했던 토마시.
하지만 끝내 그들은 자신의 무게감을 놓진 못했기에 평생 고통스러웠다.
그와의 시간이 고통스러워 프라하를 떠라 취리히로 갔고 다시 프라하고 갔다 결국엔 시골마을까지 가게 된 테레자. 그런 그녀를 쫓아가는 걸 보면 토마시는 정말 그의 사상에 충실한 것은 맞는 것 같다. 그가 사랑하여 동반수면이 가능한 유일한 여자 테레자와 시골의 어느 길에서 트럭 사고로 처음의 우연처럼 같이 세상을 떠난다.
사랑했지만 딱 그만큼의 고통도 동반했던 그들의 삶. 고통이 큰 것인지 사랑의 행복이 더 큰지는 책을 다 본 순간까지도 모르겠다.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무거운 게 맞는 건지 가벼운 게 맞는 건지도 더욱 모르겠다.
책 속의 인물들을 통해보면 모든 것엔 절대적인 확신과 절대적인 옮음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러기에 오늘날 우리도 그 무게감을 줄타며 살고 있겠지.
책을 덮자 더 많은 의문이 생긴 '참을 수없은 존재의 가벼움'
(책이 쉽지는 않다. 사실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모두 따라가기엔 아직 많이 벅차기도 했다. 그리고 자주 바뀌는 시점들도 읽는데 또 하나의 장벽을 준다. 그럼에도 여러번 다시 곱씹고 싶어 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