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를 찌르는 반전을 거듭한 이야기 요리코를 위해

요리코를 위해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모모 / 2020년 3월

이야기는 요리코의 아버지 니시무라의 수기로 시작한다.

14년 전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아내 우미에는 반신불수가 되었고 배 속의 8개월 아들은 죽게 된다. 겨우 살아남은 세살배기 어린 딸 요리코.

부부에게 요리코는 희망이자 삶의 이유였는데, 그런 요리코가 살해 당했다고 한다. 어떤 부모가 제정신이겠는가.

경찰은 연쇄 성폭행범의 범행일거라하며 미온적 태도를 보이지만 니시무라가 보기엔 절대 아니다.

스스로 범인을 찾아야 겠다 마음먹은 그는 요리코의 행적을 쫓으며 범인을 찾기 시작했고 그 모든것을 수기로 남기며 결국 범인을 찾은 뒤 그를 죽이고 자신또한 자살을 시도하고 수기를 마무리 한다.

니시무라가 지목한 범인의 측근인 학교 이사장은 아버지의 추리를 인정할 수 없어하며 추리소설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이 책의 작가인 린타로를 이 사건에 끌어들이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물론 린카로는 이사장의 편에 들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니시무라의 수기를 읽어보며 이상한 점을 발견하기 시작하는데.

처음 요리코의 죽음과 그녀를 죽인사람을 모두 밝히는 아버지의 수기로 이야기가 끝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책의 분량상 그 부분은 아주 작았고 뒤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숨죽여 읽게 됐다.

린타로는 재수사를 시작하며 새로운 사실들을 하나씩 밝혀내고 독자는 그의 추리를 함께 따라가며 요리코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지 점점더 궁금해진다.

마지막 밝혀진 놀라운 반전.

"첫번 쨰는 요리코를 위해 죽었고, 두 번째는 당신을 위해 죽는다."

그리고 마지막 몇 페이지를 남겨두고 알게된 또 다른 진실은 정말... 반전이 무엇인지 알게했다.

'폐허처럼 고립된 사랑, 그게 당신이 사랑이라 부르는 것의 형태란 말인가?

그런 것에 사랑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단 말인가'.

정체모를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았을 요리코, 그런 딸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힘들었던 아버지, 그리고 잃어버린 육체로 인한 불안을 다른 형태로 표출했던 엄마 우미에.

모든것이 밝혀진 후의 요리코의 모습은 더 안타까웠고 진실은 비참할 만큼 처참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마지막 페이지 까지 독자의 눈을 뗄수 없게 했던 책 '요리코를 위해'

[100자평] 한중록

한중록 - 최신 언어로 읽기 쉽게 번역한 뉴에디트 완역판, 책 읽어드립니다
혜경궁 홍씨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요즘책방 보고 정말 읽어보고 싶었어요! 스타북스 라니 더 기대됩니다.

도쿄 타워

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을 구사한다는 에쿠니 가오리. 사실 이번 '도쿄 타워'를 읽기 전까지는 그런 말들에 큰 공감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도쿄 타워'를 읽은 지금은 그녀를 최고의 감성 작가라 부르는데 한치의 이의도 없다.

고등학교 동창인 토오루와 코우지.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같은 학교 라는 것과 연상의 여자를 사귄다는 것.

그것도 모두 가정이 있는 유부녀를. 하지만 그 외의 모든 모습은 거의 정 반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혼자인 걸 즐기고 모든 일에 무심한 토오루에게 온 세상이 돼버린 여자 시후미. 그는 시후미를 통해 진정한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말 그대로 그의 모든 것이 되었다.

하지만 시후미에게 토오루도 그랬을까?

처음 그녀의 모습은 그를 사랑하나 싶을 정도로 너무 쿨하다. 그들이 별장에서 밤을 보낸 아침 남편이 찾아왔을 때마저도 그녀는 침착했다. 그 모습에 조금은 배신감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시후미도 실상은 토오루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것 같다. 단지, 자신의 생활을 깨고 싶지 않았던 것일 뿐.

시후미와 관계된 것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것에 무기력해 보이는 모습이 토오루라면 코우지는 오히려 너무 열정적이다.

그는 연상의 유부녀 키미코를 만나면서 동년배의 귀여운 여자친구를 두었고 그런 것을 너무도 당연히 생각했다.

연상의 여자가 천진난만해서 좋다는 코우지는 키미코에게 생각보다 더 빠져든다. 둘은 서로를 향한 열망과 욕망이 너무 커져버리고 그러면서 서로 간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헤어져야지 마음먹다가도 육체를 향한 강하고 끝없는 열망에 이별도 못하는 코우지. 하지만 결국 코우지는 버려졌고 여자친구와도 헤어진다.

                              

한 여자만 바라보는 토오루와 여러 개의 심장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사랑을 하는 코우지.

언젠가 헤어질 걸 알고 여자를 만나는 코우지와 유부녀임에도 그녀와 함께할 방법을 찾은 토오루.

그런 토오루에게 함께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시후미의 완벽히 이기적인 말은 토오루를 완전히 가둬버린 것 같다.

시후미의 말대로 그는 정말 그녀에게 빠져들었고 공기로 인해 서로에게 끌렸던 건 어찌해 볼 도리가 없을듯하다.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 빠져드는 거야.'

"사람과 사람은 말야. 공기로 인해 서로 끌리는 것 같아."

고등학생 때부터 만나 대학생이 된 남자와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연상 유부녀와의 사랑.

불륜 막장 소재를 가지고 어쩜 이렇게 감성을 울릴까? 읽는 동안만은 그 모습이 또 하나의 사랑의 방식이라 생각될 정도였다.

남편을 두고 어린 남자와의 불륜을 사랑으로 승화시킨 에쿠니 가오리의 화법에 정말 박수를 보낸다.

[100자평] 비웃는 숙녀

비웃는 숙녀 ㅣ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3월

악녀가 주인공인 책은 언제나 흥미진진이죠~ 역대급 악녀 미스터리라면 당연히 읽어야죠 !

다람쥐의 위로

다람쥐의 위로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네덜란드 동화 작가 톤 벨레헨은 동물에 빗대어 인간 내면을 들여다보는 책을 주로 썼다. 이번 '다람쥐의 위로'는 나에게 그의 첫 책이었고, 이번 책 다람쥐의 위로에서 많은 걸 배웠다.

"하는 일마다 잘 안되는 그런 날이 있지."

"그렇지, 그런 날이 있지."

별일 아닌 일들이다. 숲속의 동물들은 저마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고민들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자면 넘어지지 못하는데 넘어지고 싶은 왜가리 라든지, 공중에 떠있고 싶은 고슴도치라든지, 딱딱한 등껍질에 비가 샐까 걱정하는 거북이라든지 말이다.

무슨 황당한 소리냐고 웃을 법도 하지만, 우리의 다람쥐는 다르다.

친구의 말을 들어주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깊은 공감을 한다. 그렇다고 큰 해결책을 주진 않는다.

그럼에도 친구들은 대부분 위로를 받는다.

괜스레 짜증이 나기도 하고 하늘이 무너질까 고민이 되기도 하고 모든 일이 머피의 법칙처럼 흘러가는 날도 있다. 그럴 때면 다람쥐는 그냥 그런 날도 있지 하고 말한다.

고슴도치는 어느 날 흔들리는 위태로운 너도밤나무 꼭대기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 위험하지 않을까 살짝 말려도 보지만 확고하다. 그럴 때 다람쥐는 기꺼이 친구를 너도밤나무 꼭대기에 올려다 주고 나무 아래서 혹시 떨어질지도 모를 친구를 위해 붙잡아 주려고 기다리고 있다.

친구란 이런 것이 아닐까?

설령 고슴도치가 충동적으로 그 일을 저질렀다 해도 그가 직접 경험해 볼 때까지 지켜봐 주는 것, 그리고 혹시나 상처받는다면 그때 보듬어 주는 것 그게 친구인 것 같다.

 

우린 인생을 살면서 자주 넘어진다. 그때마다 물론 아프고 힘겹다.

다람쥐처럼 친구에게 가족에게 나도 그런 위로를 해줄 수 있을까?

괜히 힘들고 나만 못난 것 같은 순간, 내 인생을 돌아볼수록 후회스러운 일만 있는 그런 날들, 그로 인해 바보 같은 자신 때문에 의기소침해지는 그때 다람쥐는 우리에게 말한다.

"너도 넘어져 본 적 있니?"

"응, 꽤 자주. 다들 넘어지니까 괜찮아."

그래 괜찮다. 다들 그러고 사는 거니까, 다시 일어서면 되는 거니까.

                            

다람쥐를 통해 고요한 위로를 받고 나도 누군가를 위로해 주고 싶어진다.

친구야, 네가 떨어져도 혹시나 넘어져도 괜찮아. 다들 그렇게 떨어지고 넘어지니까. 그리고 네 옆에서 받아주고 일으켜줄 내가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

친구에게 별거 아닌 내 다정한 위로를 전하고 싶고, 받고 싶게 만드는 따스한 책 '다람쥐의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