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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자의 소망 - 801시리즈
쿠사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표지를 보면, 귀엽고 깜찍한 여고생 캐릭터 셋이 있다. 그런데 위에 제목으로 부녀자 라고 써 있으니까 무언가 어색하다. 혹시 전원 유부녀
여고생.? 인가 싶으면, 아직 그 용어의 의미를 몰라서 그러는 것이겠지마는, 나는 안다(...) 어쩌다 알게 되었을까. 그것은, 아마, 아무래도,
돌이켜보면, '그 분'의 계략이었던 듯- .- (혹시 부녀자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새하얀 도화지 같은 얼굴의 여러분은 책을 읽어보시길.ㅋㅋ)
여고생인 타카코, 슈메이, 아게하는 같은 취향을 공유하고 있다. 아, 이 책은 그들의 취향 공유 성장기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메인 캐릭터인 타카코, 대만에서 온 슈메이, 죽어라 정체를 숨기는 아게하는 처음부터 절친한 관계는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그 취향'
은 속성이 다른 이 셋을 하나로 묶어 주었다. 그 '묶임'은 그들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될 것 같다. 대만에서 일본으로 '그 취향' 유학을 왔던
슈메이가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자, 그동안 무심한 듯 행동해 왔던 아게하는 눈물이 그렁그렁 해 져서는, '이제 겨우 겨우 친해졌는데,
헤어지다니, 싫단 말이야 엉엉' 하고 말하고, 슈메이가 그런 아게하를 다독이는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는 타카코는 혼자 멍-흐믓해 한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는 친구들 앞에 한 마디 : 아 미안, 이 상황 자체를 시츄에이션 비엘로 변환 해 봤어. (그것이 타카코의 퀄리티.!)
솔직히, 이 만화는 801은 역시 나의 만화 기호와 상당히(우주적 규모로), 난감한 거리감이 있다는 것을 재차 느끼게 해 주었다. 허나,
확실히 웃긴 블랙 유머 코드는 장르간에 허물이 없다는 것을 확인 했달까. 이 책은 아게하와 '안경 쓴 남자' 를 츤데레한 캐릭터로 보여
주고 있다. 츤츤대는 아게하를 보다보면 빵 터진다. 또 현직 국어 교사(후지코)이면서 사실은 '그 취향'의 매체 소설의 작가인 후조오 또한
개그에 한 몫 한다. 그녀와 아게하는 학교에서는 껄끄러운 존재지만, '그쪽'에서는 존경하는 작가와 열렬한 팬 관계다. 자신의 팬 싸인회에
온 아게하를 보고 놀라는 선생님의 표정(물론 평소와는 다른 사람으로 분장까지 했던 얼굴)을 보면 어찌나 아이러니한지 웃음이 터진다.
자꾸 아게하 얘기를 예사로이 하는데, 흥.! 그렇다고 내가 아게하가 맘에 들어서 그러는건 아니라구. 그냥. 대놓고 즐기지 못하는 '그 취향'
을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쪼끔은 눈에 들어오는 것 뿐이니까. 착각하지마.! (ㅋㅋ '츤데레'한 발언은 이런 구조임)
부녀자들에겐 필수 교양서. 아닌 사람들에게는 위런 개그 말고는, 얻어서는 안 될 것이 있는 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