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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방학
연소민 지음 / 열림원 / 2025년 7월
평점 :
올해는 추석 연휴가 거의 10일 가까이 된다. 국경일인 개천절과 한글날 사이에 추석이 끼어 있어서그렇다. 거기다가 학교는 10월 10일을 재량휴업일로 하면 그야말로 가을 방학이 된다. 아이들은 휴일이 길면 엄청 좋아한다. 하지만 어른들도 그럴까? 그렇지 않은 어른이 꽤 많을 것이다.
베이비 붐 세대에 태어나서 중년을 넘기고 있는 주부들 대부분은 싫어할 것 같다. 이 연령대는 낀 세대다. 위로는 연로한 부모님을 모셔야하고, 아래로는 막 새출발하려는 자녀들을 도와 주어야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가을 방학을 누릴 수 있는 중·장년 여성은 드물다. 연휴에 자식들이 온다고, 아니면 부모님 봬러 간다고 가사노동이 늘 수밖에 없다. 딱 내가 그렇다. 우리 가족만의 휴가를 갔던 게 손에 꼽을 정도다. 항상 어른을 모시고, 아니면 부모님 댁으로 휴가를 가다보니 편히 휴가를 즐기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 [가을 방학]의 제목을 보는 순간, 책을 펼치기도 전에 '나는 어땠지?'하고 나의 일상을 먼저 생각해보았다. 나의 일상에서, 아니 일생에서 가을 방학이 있었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 소설은 저장 강박증이 있는 엄마를 둔 솔미라는 청소년의 이야기라는 걸 알았다.
솔미 엄마는 믿었던 남편의 배신과 이혼으로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는다. 그런 원인으로 물건에 대한 저장 강박증이 생긴다. 딸 솔미는 잦은 이사로 어떤 곳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다가 중,고등 시절을 엄마의 고향 고흥에서 보내게 된다. 그곳에서 진정한 친구를 갖게 되지만 그 시절도 오래가지 못한다. 절친 수오가 떠나고, 솔미네가 쓰레기 집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솔미는 대학을 서울로 가게 되면서 엄마의 엄마가 되어 엄마를 저장 강박증에서 빼내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나는 育母를 시작했다. 육모는 육아처럼 아예 모르던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한때 그 사람이 잘하고 또 즐겼던 것을 다시 일깨워주는 일이었다."-p134
나는 솔미를 엄청 응원했다. '제발 솔미 엄마가 저장 강박증을 이겨내기를!'
"큰 상처는 성장을 멈추고 그 시절에 사람을 가둬버리니까"-p141
솔미 엄마가 저장강박에서 탈출하기까지 두 모녀의 노력이 처절하다. 그녀들이 제발 성공하기를 나도 같이 마음 졸다이며 응원했다.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는데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걸 이 소설이 잘 보여주었다.
이소설 덕분에 나도 편견을 버리고 저장강박으로 집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놓은 사람들을 조금은 이해해 줄 수있을 것 같다.
[가을방학]은 솔직히 기대하지 않고 가볍게 읽으려고 했던 소설이었다. 그런데 엄청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도 많았다. 나는 누구에게 무심한 말로 상처를 준 적이 없는지 되돌아 보기도 했다.
[가을 방학]을 쓴 연소민 작가가 20대라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이정도 필력이면 앞으로 엄청나겠는데! 그녀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