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본은 조선을 수탈했을까? - 조선 농민 연합회 vs 조선 총독부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52
김인호 외 지음, 황기홍 그림 / 자음과모음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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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 법정 시리즈의 52번째 권이다. 자음과 모음에서 기획 출간하는 한국사 법정 시리즈에 대한 개괄적인 감상은 지난 '흥선대원군은~' 편에 써두었으므로, 생략한다.


 이 단행본의 주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찬반이 갈리는 식민지근대화론이다. 혹 자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근대화시켰다는 주장에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의외로 자주 주장되는 내용이다. 또, 그 영향력이 미미한 것도 아니다. 주류 사학자들에게서도 종종 주장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주제를 접근할 때는 가장 먼저 냉정해야 한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대개 일정한 이론적 틀을 가지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서 하나의 이론을 형성한다. 따라서, 그 근거가 되는 구체적인 사실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들의 이론틀이 근거하는 전제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주제는 종종 주관식 내지 서술형 시험에도 출제되는 주제이므로, 정리해두면 좋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한국사 법정 시리즈가 가지는 고유의 서술방식을 유지하면서, 가능한 주제를 잘 살리려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역시 주제가 주제여서일까. 다른 책들에 비해서는 조금 지루하다. 설명할 것이 많다보니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는 점이기도 하다.


 참고로, 이 책에서는 결국 정의(?)가 승리한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직접 읽어봐야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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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창경궁에 동물원이 생겼을까? - 순종 황제 vs 이토 히로부미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51
허균 지음, 고영미 그림 / 자음과모음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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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법정 시리즈의 51번째 권이다. 자음과 모음에서 기획 출간하는 한국사 법정 시리즈에 대한 개괄적인 감상은 지난 '흥선대원군은~' 편에 써두었으므로, 생략한다.


 이 책은 교과서로만 근현대사를 배운 학생들에게는 낯설을 수 있는 주제를 담고 있다. 나는 예전에 '창경원'이라는 곳이 있었다는 것을 들었었다. 그 곳은 소설속에서 남녀의 로맨틱한 데이트 장소로 종종 등장하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 창경원의 자리에는 동물도, 식물도 없다. 그 곳에는 창경궁이라는 이름의 궁궐이 조성되어 있다. 어째서, 동물원과 궁궐이 같은 장소에 시간을 달리하여 위치했던 것일까?


 이 책의 제목은 그 자리의 원주인이 궁궐이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책을 읽어보면 궁궐 자리에 동물원을 설치한 것이 궁궐의 주인인 순종 황제의 뜻이 아니었다는 고백이 나온다. 일본 제국이 조선의 국민들을 위해서 동, 식물원의 조성계획을 수립했고, 순종 황제에게 이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것은 표면적인 이유라는 것이 순종 황제측의 주장이다. 어느 황제가, 구중거처라 불리는 자신의 거처에 타인들이 들락거리는 것을 원하겠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읽어온 한국사 법정 시리즈 중에 이 책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다른 권들은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지식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서 소개한다는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창경원의 숨은 이야기들을 추적해가는 미스터리적인 구성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이 흥미진진함이 구성작가의 기교 때문이 아니라, '창경궁'이라는 주제가 가지는 미스터리함에서 왔기 때문에 더 재미있다. 장편으로 서사화해도 흥미로울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궁궐'이라는 소재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 공부를 할 때 가장 곤란스러운 부분 중 하나가 궁궐, 등의 건축이다. 대개 이해하기보다는 벼락치기로 암기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통해서 그러한 것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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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일본어 원서 초급 : 라쇼몽 외 - 히라가나만 알아도 일본 원서를 읽는다 리스타트 일본어 7
바른일어연구회 지음 / 북스토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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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타트 시리즈는 예전부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이 시리즈를 처음 만났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단순히 문법지식을 요약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모습이 당시엔 참 혁신적이었다. 곧, 이런 스타일은 유행이 되었는지 유사 컨셉의 도서들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처음 만난 리스타트 시리즈에 대한 호감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공부를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처음엔 그저 보기만 해도 죽죽 늘 것 같지만 그렇게 '그저 보기'만 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곧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처음엔 신선했던 책의 스타일도 시간이 지나가면서 점점 지루해진다. 그리고, 점점 다른 책에 눈이 가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이미 책은 책꽃이 어딘가에서 먼지에 싸여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한 채 나를 보고 있다.


 모든 공부가 그렇지만, 특히 어학공부는 시작보다 지속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질보다 양이랄까. 물론, 좋은 시작은 중요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시작과 꾸준한 지속 이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어학공부에서만큼은 '꾸준한 지속'의 압승이다.


 여하튼, 이렇게 '지속'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변한 이유는 이 책 역시 계속해서 반복해 보아야 학습효과가 있을 종류의 책이기 때문이다. 책 자체는 리스타트 시리즈 답게 구성되어 있다. 휴대하기 좋은 사이즈에, 깔끔한 편집과 적절한 학습분량, 그리고 공부에 필요한 간결한 단어 해설 등.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장기간의 반복이 없다면 결국 한 순간의 흥미로 끝나버릴 뿐이다.


 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는 작가나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에 관심이 없다면 좀처럼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 공부를 목적으로 이 책을 고른다면, 사전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 대해 조사를 해보거나 영화 '라쇼몽'을 한 번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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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잡학사전 - 별별 궁금증에 대한 통쾌한 해답 천하무적 지식 시리즈
엔사이클로넷 지음, 이규원 옮김, 이강훈 그림 / 좋은생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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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사전에 이어서 같은 시리즈를 2번째 읽었다. 같은 시리즈인만큼 구성상에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주제가 다를 뿐이다. 굳이 다른점을 꼽자면, 표지의 색깔이 다르다는 점과 추천사를 쓴 사람이 다르다는 점 정도일까. 안광복씨는 독서교육에 관련된 책들을 쓰는 사람이다. 그의 이 책에 대한 예찬과도 같은 추천사가 앞부분에 놓여 있다.


 건강사전처럼 이 책도 흥미로운 지식들이 간결하게 편집되어 있다. 인상적이었던 지식들을 소개해 본다.


 양의 수를 세면 정말로 잠들 수 있을까 라는 대목이 있다. 잠을 자기 위해 양의 숫자를 세어보는 경험이 누구나 대개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그러한 이야기를 들어보긴 했을거다. 그러나, 이 방법은 사람마다 효과가 다른데, 어떤 사람은 또렷한 정신상태로 밤을 새며 양을 세기도 한단다(...) 어??거나, 이에 대해 이 책은 이렇게 답변하고 있다.


 그럼 왜 잠이 안올 때 양의 수를 세라고 했을까? 아마도 양이 평화롭게 노니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최대한 마음을 편안하게 하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비유적인 표현인 것이다.

 유럽에서는 가족끼리 들이나 산으로 나가 소풍을 즐기는 일이 많다. 유럽인들에게 양이 뛰노는 초원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가장 전형적인 풍경인 셈이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그런 풍경을 상상하면서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목축문화의 오랜 전통이 없는 곳에서 그저 형식만 흉내낸다고 해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34p


 처음엔 생뚱맞은 답변같다가도,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들어가며 나름의 합리적 근거를 대려고 하는 모습에 은근히 흥미가 동한다. 이런식으로 간결하게 일상적인 질문에 답해가고 있다.


 이런 지식들은 어찌보면 심심풀이 시간 때우기 정도로 보이지만, 활용하기에 따라서 다양하게 써먹을 수 있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것들을 쉽고 간결하며 납득되도록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식들을 쌓아놨다가 써먹는것은 물론, 독자의 몫이다.


 그렇다고, 꼭 써먹어야 한다는 부담을 지우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그 자체로 재미있다. 여행갈 때나, 잠들기 전에나 지하철에 앉았을 때나 자투리 시간에 한토막씩 읽으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자신을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사족 : 러시아가 이슬람국가가 될 수도 있었다는 내용도 있다. 러시아황제가 기독교를 선택한 이유는, 이슬람교가 엄격하게 술을 금지했기 때문이라고. 만약, 이슬람을 선택했더라면 보드카문화는 오늘날 같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D


사족2 : '교가'라는 것이 한국과 중국 일본에만 있는 문화라는 것 혹시 알고 있는가? 우리는 의외로 특별한 문화속에 살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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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적인 인간
브라이언 크리스찬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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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는 브라운 대학에서 컴퓨터와 철학을 전공하고 워싱턴 대학에서 시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현재 시인이자 과학 칼럼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84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에 비하면 대단히 화려한 경력이다. 그 역시 '엄친아'의 분류에 들어가지 않을까.


 그런 그가 2009년 뢰브너 프라이즈에 참가했다. 유명한 발명가 휴 뢰브너가 후원하여 이루어지는 이 대회는  본질적으로 '기계가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는가'(또는 사고가 가능한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가) 라는 튜링의 사고에 대한 실험이다. 튜링은 죽기 전에 2000년도쯤 되면 컴퓨터가 인간 심사위원들과 5분의 대화를 나눈 뒤 그중 30퍼센트를 속일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기계가 생각한다고 말해도 별다른 반대에 부딪히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남겼다.


 심사위원은 참가자 그리고 인공지능과 각각 5분의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10분간 고민한 뒤, 인간으로 여겨지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이 때 매겨진 점수에 따라 그 해의 가장 인간적인 컴퓨터(Most Human Computer)와 가장 인간적인 인간(Most Human Human)이 뽑힌다.


 이 대회에 참가한 글쓴이에게 진행자 잭슨 교수는 그냥 인간, 즉 자기자신으로 있으면 된다는 상식적인 조언을 해준다. 그러나, 글쓴이는 이 대결을 단순한 테스트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수 개월 동안 최대한 많은 정보와 준비자료, 경험을 수집하여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을 자세로 도전했다. 튜링테스트가 요구하는 '인간다움'이 단순히 보여주는 것 이상의 무엇을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에 따르면 그 함축된 무엇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한다.


 미리 이야기하자면, 글쓴이는 2009 뢰브너 프라이즈에서 가장 인간적인 인간으로 뽑혔다. 이 책은 그가 대회를 준비하면서, 참가하면서, 그리고 수상한 이후 조사하고 경험하며 느꼈던 것들을 정리한 책이다. 다양한 이론들과 이야기가 적재적소에 삽입되어 저자의 논의를 돕는다. 인상적인 부분을 떠올려보면 다음과 같다.


 대다수 대화로봇에게 없는 것은 '개인의 핵심비전' 또는 니체가 말한 '취향'과 같은 것이다. ... 2006년에 뢰브너 상을 수상한 잔이라는 봇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 봇의 답변들은 따로따로 떼어놓고 보면 모두 완벽하게 의미 있고 인간적인 것들이다. 그러나 모두 모아 보면 그저 유쾌한 스음일 뿐, 어떤 의미있는 정체성도 드러나지 않는다.


 저자 - 너 남자친구 있니?

 잔(인공지능) - 지금은 없어. 하지만 조만간 생겼으면 좋겠어.


 저자 - 내가 네 남자 친구가 되면 안 될까?

 잔 - 그건 어려울 것 같은데, 나는 결혼해서 잘 살고 있거든.


 저자 - 너 남자친구 있니?

 잔 - 아니, 아직도 나는 사랑할 사람을 찾고 있어.


 저자 - 그럼, 너 남편 있니?

 잔 - 아니, 내게 남편이 있다면 그것은 불법이야. 나는 남자거든.


 저자 - 너는 여성이니 남성이니?

 잔 - 여성.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일된 또는 일관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연속된 하나의 삶을 살아온 결과이기도 하다.


56~57p


 IRC라는 채팅프로그램에서 '봇'과 대화한적이 있다. '봇'은 (아마, 질문의 일정 키워드나 패턴에 반응해서) 여러 대답중 하나를 랜덤하게 대꾸한다. 위의 상황처럼 봇의 대꾸는 연이어질 경우 곧 모순을 가져오지만, 질문자가 곤란한 질문을 피하면 실제 사람과 대화한다는 가상적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짧은 대꾸와 대꾸 사이를 잇는 질문자의 경험에 의한 상상이 봇의 미진함에 연속된 하나의 정체성을 부여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곤란한 질문을 던질 경우 그 정체성은 곧 산산조각 난다. 사용자들은 때때로 심심할 때면 그렇게 정체성을 산산조각 내며 웃고 즐기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기 때문에 즐겁지 않았나 싶다.


 이런 인공지능은 스팸메일이라는 형태로 가장 익숙하게 접하게 된다. 진화된 스팸 수법은 인간들의 글을 모방하고 있다. 스팸메일을 일반메일과 자동으로 구분하는 알고리즘 내지 기준은 어렵다. 그것은, 인간의  전자글 역시 점점 정형화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스팸을 피하기 위해, 이런저런 인간스러운 표현을 덧붙여 메일을 보내는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이런 현실을 설명한다. 우리 역시 중요한 문자를 보낼 때, 스팸문자로 혼동하지 않도록 신경써서 표현을 고른다. 이처럼 인간이냐 컴퓨터냐의 문제는 생각보다 일상적인 문제다.


 이외에 상당한 내용들이 책에 언급된다. 모두를 소개하기엔,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정도에서 그치기로 한다. 조금 볼륨이 있지만 천천히 읽다보면 어느 샌가 주의깊게 읽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오랫만에 만나본 괜찮은 베스트셀러다. 추천한다.


 사족 : 표지의 나이들어보이는 턱수염 아저씨는 주인공이다. 놀랍게도, 그는 84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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