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옥은 영특한데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맑은 눈동자와 주변을 기분 좋게 하는 특유의 웃음소리를 지닌 아이이며 한번이라도 효옥을 본 사람이라면 기억에서 놓지를 못한다고 한다. 이는 효옥의 영민함도 한몫 하지만 지혜로움과 바른 태도에서도 더욱 빛을 발했다.
제 할아버지 성승의 기질을 그대로 타고나 쌍검뿐 아니라 동개활과 애기살도 배워 뛰어난 재주를 보였고 특히 재미를 느낀것은 높은 집중력을 보이며 판세가 기울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죽어가는 바둑돌을 살길을 찾아낼 줄 아는 고수이기도 하다.
이렇게 영특한 효옥의 아버지 성삼문은 굳은 충절로 수양에 대항하다 3대를 멸하는 멸문지화를 입고 딸과 처는 노비로 전락하는 불운을 맞는다.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면 두렵기야 하지만 그래야 비가 내리고 초목이 삽니다.이는 초목을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리기 위한 것입니다. 그것이 천지현황의 질서입니다.(page320)
이 책은 사육신. 세조. 예종 임금의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었으나 대부분의 이야기는 허구와 작가의 상상력에 기반한 것이다. 노비로 전락하였으나 원래 지니고 있는 효옥의 재주와 기품에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며 노비인듯 노비아닌 노비같은 삶을 살아내는 아이이지만 아이 아닌 아이, 효옥!
어린 단종을 부탁한다는 세종의 당부에 무릎을 끓고 성삼문과 함께 충절을 맹세했던 신숙주는 수양의 수하가 되어 앞장서 어린 임금을 찾아 선위를 겁박해 피눈물을 흘리게 한 장본인이었다. 한 때 효옥을 며느리 삼고자 하였으나 이렇게 만났으니 세월이 역적을 낳았고 공신도 나은 것이다. 네 번의 고명을 배신하고 스스로 수양의 힘에 기댄자가 그 길을 합리화 하는것도 모자라 둘도 없는 친구를 능욕하는 얘기를 하였다. 분함을 참지 못한 효옥은 순심에게 부탁해 숙주나물을 바쳐 올린다.
"이것은 녹두나물이온데 하도 쉽게 변해서 사람들이 숙주나물이라고 부릅니다."(page128)
'숙주나물'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절이다.
그리고 효옥이 얼마나 당차고 영민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첫째로 놀라운 것은 오랜시간 공무원을 업으로 삼던 작가가 쉰이 훌쩍 넘어 역사와 문학에 재미에 빠져 쓴 소설치고는 그 필력이 남다르다. 그 탄탄함의 이면에는 인고의 시간속에 방대한 자료와 씨름했을 작가의 노력이 들어있음이 짐작 할만하다.
둘째로는 대화체로 이끌어 나가서인지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며 그래서인지 가독력이 너무 좋아 단숨에 읽어내린 책이다.
뺏은 자와 빼앗긴 자, 죽은 자와 산 자의 갈림길에 극명함이 드러나는 운명 속에서도 스스로의 길을 거리낄 것 없이 당당하게 개척해 나가는 효옥의 삶과 효옥을 돌보기 위해 태어난 운명이라 스스로를 치부하는 바우의 삶이 애틋하기도 하였고 개혁을 위해 무던히도 노력한 예종의 삶도 엿볼수 있어 좋았다. 한편으로는 출세와 자신의 안위를 위하여 타인의 희생 따위는 무시되어도 문제없는 역사의 한 이면이 보여 안타깝기도 했다.
인과응보.권선징악 이미 드러나 있는 역사에 살을 붙히고 작가의 상상력과 감성을 더해 애틋한 이야기가 쓰여져 있다. 만나야 할 사람은 꼭 만난다는 첨밀밀의 대사가 생각나는 마무리이다.
작가가 마무리에 적어둔 낮고 어두운 곳에서, 억눌러두었던 말들이 아름다운 글로 승화되기를 바람은 이루어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