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라이프 마인드 - 나이듦의 문학과 예술
벤 허친슨 지음, 김희상 옮김 / 청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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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라이프 마인드

벤 허친슨 / 청미 출판사

돌아보니 반세기를 훌쩍 넘긴 나이가 되었다. 중년이 되었으나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고 내가 중년답게 내 삶에 책임을 가진다거나 하는 무게감도 크게 느끼지 않는 그저 막연하게 받아들인 세월이다. 또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내 삶을 톺아보고 중년으로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책을 통해 배운다. 청미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된 책 『미드 라이프 마인드』는 중년의 삶을 어떻게 살면 좋은지 문학사의 위대한 인물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작가와 함께 과거, 현재, 미래의 중년에 대해 탐구해 보는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만나 보았다.

작가 소개 -벤 허친슨

영국의 캔트 대학교 유럽문학 교수인 벤 허친슨은 유럽 전역에서 문학상 심사와 프로그램 평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럽문학을 폭넓게 다루고 특히 독일 문학에 정통한 그는 다양한 인문서적을 써 왔다.



책 소개

활력이 넘치는 나이에는 인생을 돌아보고 의미를 찾을 여유도 기회도 없었다. 마냥 젊게 살 줄만 알았던 나에게도 조금씩 노화가 가랑비에 옷 젖듯 찾아왔고 어느덧 뱃살도 두둑하니 무게중심을 잡아주기 시작했다. 중년이라는 단어에 관심도 없었고 이해할 여유도 없었던 것은 분명한 일이다. 이 책 『미드 라이프 마인드』는 나에게 이제 중년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라며 슬며시 손을 건넨다.


참으로 친절하다. 우선 작가는 위대한 책을 통해 중년의 우리가 스스로 감정이 담길 틀을 마련하고 함께 세월의 변화를 겪으며 표현양식을 제공받기를 바란다. 독서만큼 내면을 성숙하게 해 주는게 있을지 부족함의 원인을 책을 통해 채워나가기를 당부한다. 작가는 6개월에 걸쳐 문학사에 위대한 명성을 끼친 다섯작가 괴테의 『파우스트』, 몽테뉴의 『에세』,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세익스피어의 『희곡선집』,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중년을 명료하고 친절하게도 여러가지 방식으로 정의해 준다.



중년은 아는 것이 없다는 겸손과 항상 이미 알고 있는 것 사이를 오가는 인생의 단계이다.

page78



꼰대같을수도 있겠지만 가끔 중년은 자신보다 어린 청년에게 분명히 지적관심을 열어줄, 살아온 풍부한 경험을 풀어낼 기회가 있다. 책을 읽고 지식을 쌓아가는 것은 그만큼 시야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사실인데 이 때 그 동안의 경험들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울러 중년의 삶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성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많이 가지기보다 비워내려고 애써야하며 진부한 집착을 모든 것에서 떨쳐 내야 한다.



중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길고 완만한 내리막길, 죽음을 향해 가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함을 뜻한다. 그러나 중년은 또한 인생의 정점이기도 하다.

page145




하루하루 늘어가는 주름을, 퇴색되어가는 노화를 굴욕으로 받아들여 어떻게든 젊어 보이려고 시술을 하기보다 인생 후반부를 품격있게 가꾸려는 노력으로 아름답게 보이기를 바라며 하나라도 아는 체 하고 나서기 보다 솔직하고 겸손하게 모름을 인정하는 것이 더 아름다워 보일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문학이 좀 더 근본적으로 우리에게 베풀어주는 것은 중년을 연습하기를 멈추고, 중년을 살기 시작하라는 권유이다

page449




중년은 바쁘다. 직장생활이나 자녀교육, 독립 등을 걱정하느라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다. 작가는 그 대안을 문학이라는 처방으로 둔다. 문학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메뉴얼이기보다 스스로 주체가 되어 인생을 더욱 깊이있게 살아갈수록 만들어 주는 하나의 방편이다. 중년의 위기를 막연히 던져 두기보다 문학을 가까이 하며 좀 더 지혜롭고 기품있으며 창의적인 인생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이유임을 읽었다.




나의 생각

우리는 노력하는만큼 더욱 현명해 질 수 있다. 중년을 그냥 내버려 두지말고 감정이 이성을 앞서 버리는 실수를 줄이고 이성과 감정을 두루 포용할 수 있는 성숙함을 가지기를,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늘어난 뱃살과 주름도 자신의 모습으로 당당히 받아 들일 수 있는 성숙함을 가져야 함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좋은 책만 꼬집어 발간하는 청미 출판사에 다시 한번 높은 신뢰를 얻게된 훌륭한 책이었다.


출판사 지원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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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와 함께하는 명화 속 티타임 - 17세기부터 19세기 빅토리아 시대까지, 홍차 문화를 한눈에 보다!
Cha Tea 홍차 교실 지음, 박지영 옮김 / 북드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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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티타임

cha tea 홍차교실/ 북드림

홍차에 크게 끌리지 않았는데 밀크티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호감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홍차는 언제부터 마시기 시작했으며 명화 속 보이는 다양한 차문화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 출간되어 이 책을 읽고 충분한 해소가 되었다. 이 책은 홍차가 거쳐온 문화와 역사를 총 60장의 그림을 가져와 친절하게 풀어 나간다.

작가 소개

이 책을 지은 cha tea 홍차교실은 2002년 일본에서 개교하였다. 영국식 주택을 개방하여 홍차 강사양성 및 미술이나 드라마의 차문화에 대한 감수역할도 하며 다양한 홍차 문화에 기여하고 있다.




간단한 책 소개

명화 속에서 홍차를 마시며 모자와 장갑을 벗지 않는 이유는 평균 10~15분 정도 차만 마시고 가겠다는 뜻이었다. 솔직히 앳홈의 규칙은 모두에게 적합한 차문화는 아닌듯 하다. 낮 12시 이후 안주인은 무조건 시간을 비워두고 오후 3시까지 손님들의 방문을 받는다. 손님이 다녀간 후에는 3일이내에 무조건 방문한 손님의 집을 답방문해야 한다니 그 시대 여주인의 역할은 참 부담스럽기도 하다.



앳 홈 & 찻잎 점


애프터 디너 티는 말 그대로 정찬 후의 티타임 관습이다. 이 때는 남녀간의 구분을 두어 드로잉룸과 남자들은 오락과 잡기가 가능한 방으로 이동한다고 하며이 때는 티에 적당한 알콜을 더해 긴장을 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이 애프터 디너티에는 특별한 손님이 초대되기고 했는데 주로 음악가들이 참여해 흥을 돋구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17세기 말 유럽에는 오렌지 나무를 키우기 위해 남향으로 유리창을 끼운 온실을 많이 지었는데 이 건물을 오렌저리라고 하여 다양한 다회를 이 곳에서 열기도 했다.

컨트리하우스나 카페문화 역시 레트로로 현재에도 많이 유행하고 있는 아이템이라 익숙했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빈부격차가 심해지며 알콜을 과잉섭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는 점차 사회문제로 인식되었고 영국에서는 절대금주를 의미하는 total과 tea를 겹쳐 tea total 운동이 일너나기 시작했다. 술보다는 차를 많이 마시자는 운동으로 이때부터 더욱 본격적으로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점이 영국의 대중문화라는 것은 특이한 점이었다. 그들은 홍차잎을 우려내고 남은 차 찌꺼기의 형태로 그 날의 운세를 확인하기도 했다. 개모양은 좋은 친구와의 만남이고 말은 소망을 성취하며 고양이는 배신으로 풀이했다고 하는데 이는 상당히 주관적이지만 당 시대의 여성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문화였다고 한다.





조용한 30분(1876) & 손키스(1780)& 가족초상화(1760년경)


그림들 속에는 평범한 티타임 장면 같아도 다양한 메세지들이 숨겨져 있다. 좌측 첫번째 그림인 조용한 30분은 1876년의 그림으로 이전에 일본이 파리에서 개최하는 만국박람회를 참가하면서 상아색 도기에 푸른색으로 화려한 그림이 그려진 일본의 다기가 충분히 그들을 매료시켰다. 독특한 일본인의 감성이 다기세트 속으로 그대로 들어가 유럽 사람들의 취향에 그대로 들어맞은 것이다. 이를 자포니즘이라고 했고 그림속에서는 자포니즘의 인기를 볼 수 있는 다기세트가 멋지게 놓여있음을 확인한다.

중간의 그림에서는 티볼문화를 보여준다. 이는 찻잔과 받침이 한세트로 이루어져 단독으로 자신의 차를 마시는 문화가 있었다. 이는 중국에서 차와 다기를 수입해 오면서 시작되었고 갈색 티볼을 든 부유한 여성의 모습이 그림 속에 나타나 있다.


마지막 그림은 가족의 초상화로 장신구나 옷을 비추어 볼때 유복한 가정이었고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이 녹차를 받침접시에 덜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워낙 고가이므로 아이에게는 주지 않아 뭔가 조르는듯한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는 모습이 흥미롭다.

나의 생각



은 이렇듯 명화를 통해 다기에서부터 차문화의 에티켓까지 모든것을 상세히 알려준다. 그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명화 하나하나를 통해 읽다보니 지식이 차곡차곡 쌓여가며 당시의 모습이나 건축, 의복 등 역사적인 부분까지 이해하게 되었다. 실상 요즘 홍차는 티백으로 되어 있어 뜨거운 물에 담구어 우려내면 그 맛이 다 동일한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찻잎이나 물의 온도, 시간등에 따라 홍차 또한 귀하고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하니 너무 차에 대해 무지했던 나를 돌아보기도 했다.



이 책의 장점은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냥 관심가는 부분이나 궁금했던 대목이 잇다면 그 장을 펼치고 명화 속 차문화에 대해 익혀나가면 된다.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역사를 되짚어 나가며 차문화를 설명해 주는 책을 처음 만나서인지 지금까지 몰랐던 에티켓이나 다양한 차문화를 알수 있게 되어 무척 도움이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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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일지 열린책들 세계문학 285
다니엘 디포 지음, 서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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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일지

대니얼 디포 /열린책들

얼마 전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어서인지 『전염병 일지』 속 드러나는 상황들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책 또한 페스트와 관련된 작가의 다양한 관찰과 문제점들을 서사한다. 더구나 우리가 충분히 숙지한 코로나의 상황과 몇백 년 전의 재난에 대한 시민들과 국가의 상황적 대처 방식들이 비슷해 놀라웠다.

작가 소개 - 대니얼 디포(1660~1731)




대니얼 디포는 영국의 소설가, 언론인으로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목표는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 속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사업으로 도전했으나 실패를 거듭했다. 이때의 경험은 『로빈슨 크루소』라는 명작으로 탄생한다. 결국 자신이 타고난 글쓰기를 중점적으로 한 결과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근대소설의 효시로 꼽히는 전염병 일지를 통해 인본주의 서사의 전범임을 제대로 알려준 작가이다.



간단한 내용 소개


1664년 11월 소문으로만 떠돌던 페스트에 의한 사망자가 영국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했고 각 지역의 교구청에서 의사 소견을 받아 사망자 수를 주보에 싣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도 교구의 감소된 사망자 수 발표에 다시 희망을 갖기도 하며 살아가지만 점점 불신은 높아져가고 페스트도 더욱 퍼져 나갔다.


두렵고 우울한 풍경이었다. 그러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 행렬을 볼 수밖에 없었다. 한순간도 다른 볼 것이 없었으니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도시를 덮칠 무서운 재앙에 대해, 그리고 시내에 남겨진 사람들이 겪을 불행한 상황에 대해 대단히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page16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나'는 철저하게 관찰자 시점으로 이 상황들을 묘사한다. 이러한 현상에 자신이 대처하는 방법은 두 가지, 페스트가 창궐하는 런던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다른 주위 사람들처럼 집을 단단히 잠그고 피난을 갈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나는 남아 있어야 할 중요한 고려 사항이 있었고 그것은 자신의 전 재산이 투자된 사업과 가게 운영이었다. 그의 형은 이 고민을 한마디로 정리해 준다. "네 목숨이나 건져!" 형은 이미 가족들을 피난시킨 상태이고 페스트에 대한 최고의 대처법은 도망가는 것임을 강조한다.


딱히 책임질 가족이 없지만 자신의 사업과 물품, 채무관계 등에서 발생하는 손실과 자신을 하느님께서 지켜줄 것이라는 것을 피난 못 갈 이유로 들자 형은 사업장의 손해 볼 가능성도 하느님께 믿고 맡기는 게 어떻겠냐며 대응한다. 여러 차례 탈출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매번 여러 가지 이유로 실패한 나는 전염병이 돌 때 살던 곳에 남아야 할지 피난을 가야 할지를 신의 전언으로 해석해 주어 화자의 세계관을 읽을 수 있었다. 결국 스스로를 온전히 전능하신 주님의 선의와 보호에 맡기리라 결심한 나는 이곳에 남아 하느님께서 옳다고 생각하시는 대로 자신을 처분하기로 하고 어떠한 사명감을 가진 채 전염병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다.



재난의 와중에도 도둑이 들끓고 온갖 종류의 악행과 방탕함들이 난무한다. 왕족들은 전염병이 퍼지기 전에 비판의 귀를 막고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갔고 남겨진 사람들은 주변의 죽음에 대해 점점 무심해져 갔다. 피난도 부유한 계층에서나 가능한 일이었고 가난한 사람들은 이 지옥 같은 곳에 남아서 최악의 상황을 견디어 내야 한다. 두려움이 증가할수록 사람들은 미신이나 신에 의존하고 이를 이용해 돈을 벌고자 하는 무리들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더욱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작품 속 나는 마치 중대한 의무를 수행하는 기자처럼 실제 광고문이나 부적, 출입이 금지된 감염 사망자 매립지까지 방문해 부조리한 상황들을 관찰 후 서술해 놓기도 했다.





도시 봉쇄, 감염자 감시, 환자 사망 확인 후 시체 매장, 모임 금지 등 감염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여러 대처방안들은 이미 코로나를 겪은 우리가 충분히 인지한 방법들이었다. 어쩌면 이러한 지침들을 후세에 사람들이 그대로 참고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쇄된 집들의 수만큼 도시 안 감옥이 생겨났고 시민들의 불만은 점점 더 커져 나갔다. 전염병의 상황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와의 싸움만이 아니라 이러한 구조적 불평등과 무책임한 지도층의 이기적인 문제와의 사회적 싸움이기도 했다.

이 책이 18세기 인본주의 서사의 전범이라고 하는데 인간이 모든 사상의 중심이 인간이 되므로 이전의 소설에서 제시되는 것처럼 신에게 벌을 받아 죽었다거나 운이 나빴다거나라는 방식의 죽음에 대한 결론을 배제한 사망의 원인에 대해 자세한 기록을 남긴 새로운 글쓰기 방식으로 기록되었다. 책에 실린 전문용어로 가득한 소견서나 공표 명령서 등 각종 자료들이 이 상황이 재난이었음을 제대로 증명해 주는 것이다. 책에서는 향후 같은 재난을 겪는 사람들이 이러한 사항들을 행동지침으로 삼기 바라며 기록을 작성했다는 사실이 여러 번 반복되어 나오고 있다. 전염병 일지는 작가가 투영된 나라는 존재가 그 당시 런던시가 취한 보건 의학적이고 행정적인 조치를 세세히 기록하고 그 공과를 평가함으로써 이후 세대가 다시 전염병을 겪을 경우 행동지침으로 참조할 수 있도록 이 기록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나의 생각


무엇이든 처음 시도하고 변화하는 데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니얼 디포는 재난의 상황들이 신이 아닌 인간의 인식과 도덕적 행위의 근거를 마련하는 글쓰기 방식을 쓰면서 그만큼 글에 대한 책임도 가중되어 각종 조사자료를 다양한 근거를 들어 제시해 둔다. 1665년 전염병 발발 당시 런던시가 취한 보건 의학적이고 행정적인 조치를 세세히 기록해 이후 세대가 전염병 같은 재난에 대비할 때 참조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하고자 했던 것이다.

결국 재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인간이 져야 할 부분이고 어느 사회나 재난 앞에서는 반목과 갈등, 폭력과 무질서는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반면 희생과 봉사, 배려와 관심, 믿음 등 따뜻한 인간관계도 배제하지 못한다. 작가가 당부하듯 과거의 재난을 기억하며 우리 모두가 더 자비롭고 친절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전반적으로 소설적인 구성의 페스트와는 좀 다르게 신문의 칼럼을 읽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었다. 대니얼 디포가 전하는 재난에 대한 경각심과 인본주의 속 사실적 묘사 안에서도 자신만이 가지는 신앙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놓지 않아 그에 따른 작가의 성찰과 실천을 확인할 수 있어 의미 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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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언어가 필요한 순간 - 흔들리는 나를 위한 라틴어 문장들
니콜라 가르디니 지음, 전경훈 옮김 / 윌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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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언어가 필요한 순간

흔들리는 나를 위한 라틴어 문장들

니콜라 가르디 / 윌북

내가 힘들 때 나를 위로해 주는 한 문장의 말, 답답한 세상의 부조리에 당당히 맞서는 한 마디의 말, 내 안에서 정리되지 못하는 숱한 감정들과 질문을 대신해줄 말, 세상에는 나와 같은 고민을 먼저 하고 그들의 고민에 직면하는 대답을 꺼내둔 위대한 철학자와 사상가, 작가들이 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라틴어 문장 한마디를 찾아 볼 수 있는 초대장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작가 소개

작가 니콜라 가르디니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이탈리아 문학 및 비교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다. 소설가, 시인, 비평가,번역가, 화가로서 그는 수많은 책을 저술하였고 이 책 『인생의 언어가 필요한 순간』으로 출간 즉시 이탈리아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라틴어, 살면서 이 언어를 접할 일은 성당에서 미사를 보는 중 성가나 기도문에서 접한다. 많은 이들의 카톡 프로필에 저장된 까르페디엠이나 메멘토모리 역시 아름다운 라틴어이다. 이 라틴어를 쓸모 있음과 없음으로 말하기는 애매하다.

작가는 라틴어의 우수성과 그 쓸모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흔들리는 순간 라틴어 옛 문장 하나가 삶을 바꿔버린 이유를 설명해주고 여러 문장을 예로 들어 라틴어가 살아있음을 증명해 준다. 작가의 말로 "라틴어가 살아있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살아있다고 증명할 수는 없다. 작가가 주장하는 부분을 쉽게 말 정리해 보자면 살아있는 언어는 지속되면서 다른 언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 라틴어가 바로 그러한 언어라고 한다.



그렇다면 라틴어는 어떤 언어일까? 라틴어는 고대 로마의 언어로서 그곳에 뿌리를 내린 문명의 언어이기도 하다. 로마의 영토확장으로 라틴어 역시 세계인류의 언어로 소통의 수단이 되었으며 영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들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라틴어 문학을 통해 위대한 철학자와 작가들의 지식과 내적인 힘을 가진 다수의 글이 전해지고 있으며 인류가 언어로 문명을 이룬 기념비적 요소를 보여준다.


이 책은 라틴어 '문학' 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 작가가 애정하는 17명의 철학자와 사상가, 작가들이 전하는 아름다운 언어를 통해 라틴어가 현재까지 이 세계에서 강하게 살아 숨쉬고 있음을 전하고자 하며 독자들이 기계적, 실질적 지식에만 집중하다 많은 것을 놓치기보다 이 아름다운 언어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해석하는 가운데 느끼는 행복을 기까이 느껴보기를 바라는 것이다.





베르길리우스라는 기원전 70년의 시인이 전하는 메세지를 전해 본다. 로마의 대표 시인으로써 웅변술과 수사학에 능통했으며 에피쿠로스 학파의 철학을 배웠다. 이는 인간의 삶을 쾌락과 고통, 행복과 불행 두가지로단순화시킨 학파이다 . 삶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하기 위함이므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것인지를 전하며 그 방법은 욕심을 줄이고 현재에 만족하면 행복하다는 현재의 소확행과 같은 맥락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

omnia vincit amor

베르킬리우스

작가는 베르길리우스의 목가를 해석하며 명확하고 기억에 남는 문장을 만난다. ...사랑에 무슨 척도가 있으랴! 아이가 미소로 자연스럽게 엄마의 사랑을 느끼고 이해하듯 사랑으로 모든 것을 이길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라틴어 시에 대한 해석과 원문 그리고 어느 포인트에서 작가가 감동을 받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부연설명이 들어있다.





나의 생각

라틴어는 우리의 눈을 틔워 언어에 숨은 비밀을 깨닫게 하고, 언어의 역사는 하나의 직선이 아니라 확장하는 기억의 모험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page326

라틴어가 지구상 수많은 언어들의 본래 의미를 보여준다는 것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상세하게 알게 되었다. 라틴어의 parentes는 프랑스어 parents, 이탈리아어에 parenti가 되어 부모, 친척이라는 의미를 전한다. 또한 라틴어는 고대의 위대한 작가들이 전하는 라틴어를 통해 풍부한 표현들을 전달 받을수 있음을 자신한다. 라틴어를 배우고, 읽고, 쓰고, 사랑하면서 고대 속 한 시간으로 들어가 역사가 전하는 깊이를 전해 듣고 역사 속 인물들이 우리와 같은 고민을 먼저 하고 전하는 메세지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유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당부한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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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
김상래 외 지음 / 멜라이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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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

이설아 외 11명의 작가 / 멜라이트


각기 다른 연령대의 다양한 작가들이 함께한 <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는 우리 인생의 다양한 시간과 이야기를 담아 둔 포트폴리오와 같다. 나이가 다르다고 해서 이해 못 할 것도 없다. 어차피 우리가 살아야 할 인생이고 살아낸 인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왜 이 작가들이 함께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이유는 각자가 글을 쓰며 서로의 글을 읽고 피드백해 주고 치열하게 오랫동안 쓴 과정들에 대한 인생의 궤적을 담아두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작가만의 이야기일수는 없다. 타인의 인생과 삶의 이야기를 통해 내 삶을 돌아볼 수 있고 작가들마다 각기 다른 삶에 대한 소회와 경험들을 풀어두었기에 그 속에서 내 삶을 찾아보고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년의 초입에 선 정지우 작가의 글을 읽으며 느끼는 바가 컸다. 나 역시 중년이 되고 퇴사를 하고나니 살면서 지금처럼 여유로운 적이 없는듯 하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각자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독립했고 온 집안이 고요해졌다. 매 끼니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분주했던 저녁시간에 여유를 찾으며 운동을 다니기도 한다. 내일을 걱정하며 일찍 잠에 들어야 한다는 부담도 없고 읽고 싶을 때까지 책을 읽고 보고 싶은 영화를 찾아본다.




이 책은 읽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기를 책 서두에 적어두었다. 충분히 공감 되는 메세지이다. 동명이인으로 보이는 작가 이설아의 글은 독특하다. 입양으로 부모가 된 삶을 드러내 주는데 실제 그녀의 이야기인지도 궁금해졌다. 입양으로 부모가 된 자신의 변화와 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모가 되면서 자신의 삶은 크게 중요하지 않음을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내 자신이 부모가 되었을 때 서야 내 부모의 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경험해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듯이 내가 부모가 되어야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일기를 쓴 건지 상상하던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 어쩌면 그 꿈은 나의 꿈과도 흡사해 그녀의 삶 속으로 흡입 되어 들어가 꼼꼼히 읽게 되었다. 노년의 시골 민박과 가드닝, 그 사이 짬짬히 쓰는 글쓰기는 늘 나의 상상 속에 그려진 나의 미래였는데 말이다.




이 책을 한 번에 다 읽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짬짬이 한 작가의 글을 곱씹어 읽으며 생각하고 뒤돌아 볼 수 있는 삶, 다채로운 이야기들 속에서 나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오래오래 남는 책이다. 에세이나 글을 한번 써 보고 싶은 독자들은 이 책을 참고로 삼아 연습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지원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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