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 사이에서 절망사가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이 유행병은 학사학위가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 사이의 수명 격차를 수년으로 늘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돈이나 그것의 부재, 그리고 소득이나 가난이 이 이야기에 어떻게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가난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고소득자가 더 오래 살고,1 소득이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존재한다.2 미국에서는 돈이 있으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동차 수리비나 육아비, 또는 특히 이례적인 겨울 한파가 닥친 달이 지난 후 의외로 많은 난방비를 어떻게 낼지 걱정할 필요가 없을 때 생활하기가 더 쉬워진다. 돈 걱정은 삶에서 기쁨을 빨아들이고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종종 고통을 주고, 건강을 악화시킨다. 부와 건강 사이의 관련성 중 상당 부분은 건강 악화가 소득에 미치는 영향이나 교육이 건강과 부 모두에 미치는 영향이나 어른이 돼서의 건강과 부의 토대가 되는 유년 시절 성장 환경 등 다른 방법들을 통해 설명되더라도, 돈이 건강에 유익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놀라운 일일 것이다.

  미국은 유럽 등 다른 부유한 나라들에 비해 훨씬 포괄적이지 못한 사회 안전망을 가지고 있다. 복리후생의 부재로 사람들은 일하고 벌려는 뚜렷한 동기를 부여받게 되는데, 이것은 그럴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다. 미국에는 또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수백만의 극도로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다른 부유한 나라들과 다르다.3 가난은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죽음의 전염병을 설명하려 할 때 확실히 살펴봐야 할 점이다.

미국의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다른 부유한 국가들보다 더 크기 때문에 불평등은 미국이 예외적인 다른 결과들을 설명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다. 가난과 불평등은 건강 저하와 악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민주적 통치를 훼손하고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경제 불안을 초래하고, 신뢰와 행복을 저해하고, 심지어 비만의 증가를 촉진하는 등 일반적으로 아주 정확한 비난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툭하면 모든 종류의 악행을 저질러 비난받는 쌍둥이 저주로 간주된다.4 가난은 더 불평등한 사회에선 견디기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가난을 겪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이 가진 다른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특히 앞으로 나올 장들에서 불평등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우리는 절망사와 소득 불평등이 실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흔히 주장되는 것처럼 불평등에서 죽음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인과의 화살’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권력, 정치, 사회 변화가 죽음의 전염병과 극심한 불평등을 동시에 초래하고 있는 더 근본적인 힘이다. 불평등과 죽음은 백인 노동자 계급을 파괴하는 세력의 공동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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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의 사망률이 더 높다는 것은 오랫동안 알려져온 사실이다.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부터 교육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질병 감염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인데,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다. 인구통계학자 사무엘 프레스턴(Samuel Preston)과 마이클 하이네스(Michael Haines)는 이렇게 주장했다. "20세기 초 질병의 세균 유래설을 폭넓게 받아들이기 직전에만 해도 의사 자식들의 사망률이 평범한 아이들의 사망률과 거의 비슷했는데, 이는 의사들도 생존에 유리하도록 자기 마음대로 동원할 수 있는 무기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아주 분명히 시사해준다. 1924년이 되자 의사 자식들의 사망률은 전국 평균보다 35퍼센트 낮았다. 교사 아이들의 사망률도 급속히 개선됐고, 모든 전문가들의 사망률이 이때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사는 것이 무가치하고,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나을 것 같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불치병을 앓거나 지속적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오랫동안 자살하고 싶은 절박감을 느껴왔을 수 있다. 아니면 영국에서 검시관으로 일했던 뒤르켐의 말대로 "마음의 균형이 흐트러졌을 때" 생긴 갑작스런 우울감 때문에 그런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자살은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동반한다. 2017년 미국에서만 4만 7,000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자살은 절망사다. 그러나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도 사람들이 고통, 외로움, 불안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약물이나 술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덜 극단적으로 보인다. 약물과 술은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는 행복감을 유발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몸은 이러한 중독성 물질들에 내성이 쌓일 수 있으므로 예전과 같은 행복 효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예전보다 더 많은 양이 필요하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들은 중독된다. 중독은 기술적인 의학 용어가 아니지만, 약물에 대한 욕구가 절대적으로 커져서 만사 제쳐두고 중독의 노예가 돼 중독 물질을 지키고 복용하기 위해 거짓말이나 도적질마저 서슴지 않는 행동을 가리킨다. 흔히 중독을 ‘자물쇠가 안에 있는 감옥’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탈출이 더 어려워진다. ‘이기적인 두뇌’는 단지 습관을 들이는 것에만 관심을 쏟다 보니2 사람들의 행동 방법이나, 그들이 초래하는 대혼란이나, 또는 그들이 파괴하는 삶에 대해 신경 쓰지 못하게 만든다.

회복 중인 헤로인 중독자의 말에 따르면, 중독되면 "(분명) 약물이 만들어내는 감정(따뜻함, 행복감, 소속감) 같은 걸 느끼기 시작하거나 다른 감정(트라우마, 외로움, 불안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경향이 생기는데, 보통 두 가지 경험을 동시에 하게 된다".3 따뜻함, 행복감, 소속감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과는 정반대다. 한 권위자는 이렇게 적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뇌에 쾌락과 고통의 중추(中樞)가 있다. 이러한 중추는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지배된다. (중략) 다양한 메커니즘에 의해 남용된 약물은 모두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하고, 뇌의 통증 중추를 억제한다."4 약물 복용자와 알코올 중독자는 다른 사람보다 자살 확률이 훨씬 높다. 행복감이 실현되지 못하거나, 사라지거나, 또는 사람이 술을 끊으려고 애쓰다가 오히려 상태가 나빠져서 수치심, 무가치함, 우울증을 경험할 때 죽음이 또 다른 중독보다 더 나아 보일 수도 있다. 많은 자살은 중독과 우울증을 동반한다.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케이 레드필드 재미슨(Kay Redfield Jamison)은 "약물과 기분장애(기분이 심각하게 왜곡되어 나타나는 정신병리적 상태–옮긴이)는 서로에게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 떨어지면 끔찍하고, 합쳐지면 사람을 죽인다."5 알코올 중독은 중독된 사람이나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약물 중독만큼이나 비극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은 자살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은 종종 살 만한 가치가 있게 만드는 삶의 여러 부분을 상실한다. 하지만 이미 중독됐고,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더라도 다수가 죽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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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생활과 달리 교외 생활은 닫힌 문 뒤에서 일어난다. 교외 생활에서는 수많은 이야기가 펼쳐질 기회가 생기는 동시에 그 숱한 이야기의 내막을 도저히 알 수 없기도 하다. 깔끔하게 손질된 잔디밭 너머에서는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교외는 흔히 지옥으로 변하는 천국으로 표현된다. 교외는 비난을 받는다. 특히 주부들이 고된 집안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아넣는 곳으로 욕을 먹는다. 예술가들에게 교외는 탐나는 소재다. 혹시 특유의 산뜻함과 엄격한 가족 위계질서와 통일성은 폭음과 상습적 약물 복용, 문란한 성관계를 숨기는 위장막이지는 않을까?

  교외에 대한 가장 한결같고 분명한 비난을 쏟아내는 분야는 대중음악이다. 말비나 레이놀즈Malvina Reynolds가 1962년에 발표한 노래에서 교외는 "겉만 번지르르한 싸구려 건축 자재로 만들어진 조그만 상자들"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비슷한 상자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도 출신배경과 교육 수준, 직업과 취미가 서로 비슷하다.

  교외의 따분함과 자기만족, 동질성과 위선은 대중음악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어쨌든 10대 청소년들에게 팔리는 대중음악은 확실히 정화되고 안전한 아동 친화적 환경에서의 지루했던 일상적 경험에 호소하고, 그들에게 해방감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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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인간과 신축 고층건물 간의 심리적 관계의 중요성은 1920년대에 활동한 많은 건축가들의 머릿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1920년대에 뉴욕에서 가장 놀라운 몇 개의 마천루를 선보인 건축가 랠프 워커Ralph Walker는 현대 도시의 대형 건축물이 도시 풍경과 조화를 이룰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심리적 편안함과 정신적 행복감을 선보이는 예술품이어야 한다고 확언했다. 그는 자신이 세운 마천루가 소유주들과 입주자들뿐 아니라 그것을 매일 바라보며 감상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만족감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래의 건축가는 반드시 심리학자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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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는 카페 게르부아에서 끝없이 이어지며 우리 감각을 날카롭게 다듬어준 견해의 충돌을 소중히 여겼다. 카페 문화는 대화를 유발하는 불꽃이었고, 대화는 예술의 연료였다. 모네는 "그곳에서 우리는 더 강하게 단련되었고, 의지는 더 굳건해졌으며, 생각은 더 명료하고 선명해졌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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