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우리는 아주 쉽게 이 우주 탄생 순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정말이냐고요? 무전기나 AM 라디오 채널을 맞출 때나 아날로그 TV 채널을 돌릴 때마다 들리는 ‘지지직~’ 잡음 소리는 빅뱅 당시 터져 나온 폭발음의 메아리랍니다. 

이라 부르는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에 이미 빅뱅 이론이 씌어 있습니다. 바로 이 문장이지요.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여기서 색(色)이란 색깔이란 의미가 아니라, 물질 세계를 의미합니다. 즉, "모든 물질은 비어 있으나 존재가 없는 것이 아닌 공간(空)에서 출발했으며, 물질 역시 나중에 다시 공간으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니, 현대 우주론과 의미가 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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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박하는 것도 남이 결박하는 것이 아니고, 결박을 푸는 것도 남이 푸는 것이 아니라. 풀거나 결박하는 것이 남이 아니므로 모름지기 스스로 깨달아야 하느니. 얻고 잃음과 옳고 그름을 한꺼번에 놓아버리면, 놓아버릴 것이 없는 데까지 이르고, 놓아버릴 것이 없는 그것까지도 다시 놓아버려야 하는데…."


"강가에 있는 모래는 자라나 거북, 소나 염소가 짓밟고 괴롭혀도 개의치 않고 성내지도 않으며 나를 괴롭힌다는 생각도 않소. 강가의 모래는 땅을 떠나지 않으며 불이 대지를 태울지라도 대지는 달라지지 않음과 같지요. 모래는 물을 따라 흐르고 거슬러 흐르지 않는답니다."

‘먼저 갑니다. 부디 평안하소서.‘
그미의 육신이 홀연 깃털처럼 날아오른다. 천지간에 촛불이 켜지고, 디디는 발자국마다 부용꽃잎이 분분하다. 흐른다. 물처럼 흘러 세상을 돌고 돌아 끝 닿는 곳 거기가 무릉도원이라던가. 이슬 머금은 잔디밭을 사뿐히 지르밟는 하얀 맨발, 못다한 것들의 아쉬움, 객사한 아버지와 오라버니,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먼저 떠난 아이들, 그 모두를 가슴에 묻고 흘러간다.
삼월 초아흐레, 꽃샘바람이 잦아든 건천동 후원 연못가, 밤새 추적추적 내린 비로 한두 잎 낙화한 목련 화판이 처연하다. 촛농이 되어 흘러내리는 붉은 눈물이 세상을 적시며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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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라… 긴 장대 위에 앉아 있는 나무새를 말함이라.
솟대는 그렇지. 천상의 세계를 향해 비상하려는 나무새, 지상과 하늘을 연결하는 기둥이겠지. 농사짓는 농부들, 산에 사는 사람들, 고기 잡는 어부들의 사연 들까지 하늘로 실어가는 전령의 새라는 말이 있어. 실은 나무로 깎은 오리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 P51

새벽, 이 시각만큼은 혼자만의 시간이다. 이 공간과 시간을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마치 바닥 모를 깊은 우물처럼, 지심 깊숙이 파내려갈수록 맑고 청정한 샘물이 솟아오르듯 지금 초희는 온몸으로 그 시리고 투명한 느낌에 흠뻑 젖어보고 싶다. 아니, 샘물 그 자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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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남북전쟁 이후 미국 자본주의가 급속도로 발전하던 일명 ‘도금 시대(Gilded Age)’로 불리던 호황기 때도 오늘날처럼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각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산업경제가 됐고, 지금처럼 경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위대한 혁신은 혁신하는 일부 기업인들에게 엄청난 부와 광범위한 혜택을 안겨줬다. 이것이 자본주의가 발전을 도모하는 방식이며,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공정하게 대우받는 한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활동을 통해 나오는 부에 대해 불평할 이유는 없다. 경제학에서 자주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사적 인센티브와 사회적 인센티브가 일치할 때 어떤 사람들은 그들 자신뿐 아니라 많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혜택을 주면서 부자가 된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에는 2막이 있다. 승자들은 곧 모방자와 새로운 세대의 혁신가들과 경쟁해야 한다. 1막의 승자 중 일부는 신인들이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혁신을 창조하려 하지만, 다른 승자들은 물불 안 가리고 경쟁을 막기 위해 그들 뒤에 놓인 사다리를 거둬드리기 위해 애쓴다. 이때 쓰는 한 가지 방법은 정치인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1막에선 아이디어와 경쟁만 있어도 충분했지만, 2막에서는 정치적 보호가 유용해지고 심지어 필요해지기도 한다.3 최초의 호황 시대에 미국 석유 회사인 스탠더드오일(Standard Oil)은 경쟁사들을 매수해 다른 기업들이 폐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철도 요금을 책정했다. 육류 포장 산업을 최초로 일군 사람은 구스타브스 스위프트(Gustavus Swift, 1839~1903)였는데, 그는 냉장 철도차와 얼음 공급업자의 시스템을 이용해 동부 도시에 값싼 신선육을 들여오는 방법을 알아냈다. 이후 이 업계는 카르텔과 가격 담합 계약을 통해 경쟁사들에 맞섰다.4 사적 인센티브와 사회적 인센티브는 더 이상 일치하지 않았고 기업은 소비자들 덕분에 부유해졌다.


노동시장이 경쟁 상태를 유지할 때 정부가 시장 임금보다 최저임금을 높게 정하면 고용주는 노동자들을 해고할 것이다. 경제학 교과서에 흔히 나오는 말이다. 실제로 그러한 결과를 찾아낸 연구들이 많았다. 그런데 2009년 이후 연방 최저임금이 인상되지는 않았지만, 이후 최저임금을 인상한 주들이 많아 인상 결과를 연구할 기회가 많아졌다. 현재까지 가장 포괄적이고 설득력 있는 연구로 평가되는 경제학자 도루크 첸기즈(Doruk Cengiz)와 아린드라지트 두브(Arindrajit Dube)와 그들의 협력자들이 한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주는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신규 고용을 억제하기보다는 새로운 최저임금에 약간 못 미치게 받던 노동자들이 약간 더 높게 받게 해줬다.27 다른 나라들, 특히 영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증거가 있다. 최저임금이 없었던 영국은 1999년에 비교적 높게 최저임금을 설정했다. 그 영향을 다룬 수십여 차례의 연구들은 그것이 고용 수준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찾아내지 못했다.28 고용주가 임금을 정할 힘이 없다면 이러한 결과는 불가능할 것이다. 노동시장은 교과서가 우리가 믿게 만들 만큼 경쟁이 심하지 않으며, 고용주가 노동자에게 그들의 가치 이하로 임금을 주고 있다면 노동자에게 더 많은 돈을 주도록 요구받더라도 그들을 계속 고용하게 된다는 것이 놀랄 일이 아니다. 적어도 어느 시점까지는 노동자의 가치가 고용주가 주는 임금보다 높기 때문이다.


규모가 매우 크고 수익성이 높은 기업들과 아주 부유한 개인들이 많이 생기자 그들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특히 우리는 호주머니가 두둑한 사람들이 미국 정치에 더 효과적으로 참여하고, 교육을 덜 받은 서민들(이들의 죽음은 이 책의 주제다)은 방관자로 전락할 위험을 각오해야 했다. 이 일반 사람들의 이익이 무시된다면 그들은 부자들의 이익을 위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오늘날 미국의 민주주의는 잘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민주주의의 오작동은 워싱턴에서 돈의 기능과 많은 관련이 있다.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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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위가 있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보다 소득이 높다. 4장에서 봤듯 고졸 이하 학력자보다 높은 대졸 이상 학력자들의 추가 소득은 1980년과 2000년 사이 ‘두 배’로 뛰었는데, 이로 인해 두 집단 간 40퍼센트였던 임금 차이가 80퍼센트로 크게 늘어났다.4 대학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거나 교육받은 사람들은 무엇보다 더 추진력이 강하고, 인지력이 뛰어나거나, 가족 관계가 우수하거나, 또는 이것들을 포함한 복합적 이유를 지녔고, 그래서 교육은 시장에서 보상받는다. 대학 프리미엄이 두 배로 늘어난 이유에 대한 가장 확실한 설명은, 힘을 쓰는 농업보다는 인지력을 발휘하는 컴퓨터처럼 복잡한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노동시장에서 교육과 인지 능력이 더 중시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일컬어 ‘숙련 편향적 기술 변화(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라고 한다.

미국인들은 의료비로 막대한 돈을 쓰고, 그것은 경제의 거의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친다. 장소 불문하고 의료비는 비싸므로 부유한 나라들이 시민의 생명을 연장하고 고통과 아픔을 줄여주기 위해 재정의 상당액을 투입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미국은 상상할 수 있을 만큼 이런 일에 서투르다.

  우리의 주장은 의료 실수나 부실한 치료나 오피오이드 과다처방이나 제때 치료하지 못하는 실수 등 의료계가 간혹 저지를 수 있는 ‘직접적인’ 피해와는 무관하다. 그보다는 터무니없이 비싸고 부적절한 의료비가 사람들의 삶과 일에 미치는 ‘간접적인’ 피해에 관한 것이다. 2017년 국방비의 약 네 배와 교육비의 약 세 배에 이르는 미국 GDP의 18퍼센트(1인당 1만 739달러)1를 소진하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불필요하게 갉아먹고 있다. 의료비 때문에 집에 가져갈 실소득뿐만 아니라 구매 가능액도 모두 감소한다. 반면 의료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올라가고 이 산업 규모는 필요 이상으로 커진다. 종업원들의 눈에 잘 안 띄는 고용주가 지원해주는 건강보험은 임금 상승을 막고, 특히 숙련도가 떨어지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파괴하며, 좋은 일자리를 나쁜 일자리로 대체한다. 사람들이 더 나쁜 직업을 가지면 그들의 임금은 하락한다. 의료비는 또한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보험을 부족하게 든 개인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고용주 부담금(copayment), 공제, 그리고 직원 본인 부담금을 통해서도 영향을 미친다. 이 밖에도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비용을 부담하는 주정부와 연방정부 모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하고, 인프라와 빈곤한 미국인들의 의존도가 특히 높은 공교육 등 다른 서비스의 제공을 줄여야 하고, 미래의 경제 성장을 위협할 적자재정을 운용하면서 그로 인한 부담을 우리 아이들과 미래의 납세자들에게 전가한다.

미국의 의료비는 세계 최고가지만, 미국인의 건강은 부유한 국가 중에서 가장 나쁜 축에 속한다. 최근 죽음이란 유행병이 일어나고 기대수명이 감소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그래왔다. 의료 서비스 제공 비용은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장기적 임금 정체를 초래한다. 그것은 또 로빈 후드 이야기에 나오는 노팅엄의 보안관식 ‘역 재분배(reverse redistribution)’의 좋은 사례다. 의료 산업은 건강 개선에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병원을 흑자 경영하는 일부 성공한 개업의를 포함한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의 부를 늘려주는 데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또 제약 회사, 의료 기기 제조 업체, ‘비영리’ 보험사를 포함한 보험사 및 더 큰 규모의 독점적 병원의 소유주와 임원들에게도 막대한 부를 안겨준다.

의과대학을 다니려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의사들의 임금이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되지만, 의대들이 설립 장소 제한을 받지 않고 경쟁할 수 있도록 개방된다면 의대 등록금은 더 낮아질 것이다. 적격 외국 의사들이 지금처럼 조직적으로 배제되지 않는다면 의사 급여와 의대 공납금은 모두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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