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각자의 여행엔 각자의 빛이 스며들 뿐이다.
분명 같은 곳으로 떠났는데 우리는 매번 다른 곳에 도착한다.(...) 결국 나는 내 깜냥만큼의 여행을 할 수 있을 뿐이니까 - 프롤로그 중에서

느낌 좋은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로시마 내 사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9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쟁은 끝이 없었다. 내 젋음도 끝이 없었다. 나는 전쟁에서도, 젊음에서도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 -175

 

독일군 병사를 사랑한 죄로 프랑스 여자인 리바는 집의 지하실에 감금된 채로 머리를 삭발당한다. 죽은 것으로 기억되야 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경험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나에게 먼저 돌을 던져라. 내게는 오로지 사랑만 있었을 뿐 더 이상 조국은 없었다.- 179

 

그녀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이렇게 사랑하는 독일군 병사가 강둑에서 총을 맞고 죽어가고 있을 때 루아르 강둑에서 같이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 이후 히로시마에서 평화에 대한 영화를 찍으며, 거기서 만난 일본남자와의 하룻밤 사랑으로 그 기억을 되살린다.

 

그녀는 단 9분만에 사망자 20만명, 부상자 8만명을 낸 히로시마의 원폭참사도,

한 몸이듯 사랑했던 독일병사의 죽음의 기억도 망각의 무차별적 위력앞에서 희미해지는게 두려운 것이다.

 

인간은 기억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프랑스 여자는 자기 인생의 어떤 결정적인 사건을 통과하며 절대 잊지 못하리라 여겼던 것이 희미해지는 체험을 한다. 그녀는 잊지 않기 위해서 사투를 벌인다. 그러나 망각의 막강한 힘은 그 너머에 있다. 잊지 않으려는 대상만이 문제가 아니다. 가장 끔찍한 것은 왜 그것을 기억해야만 했는지 그 이유마저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193

 

그녀가 히로시마에서 그 일본 남자에게 내어주는 것, 그것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진 가장 귀한 것, 현재 시점의 그녀 표현을 따르자면, 느베르에서 자신의 사랑이 죽고도 살아남았음이다. -186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은 망각하기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가장 사랑했던 순간도 말이다.

평소에는 잠자코 있지만, 그 트라우마는 각자의 내면속에서 울고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시간의 세례에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인간의 기억은 우리네 인생이 석양빛으로 저물어가는 순간까지도 버티지 못한다. 그래서 죽음으로써 그 기억을 끌어안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다.

 

이젠 영화에서의 내레이션을 볼 시간이다  

 

 

 

* 1959년 영화작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인과 바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8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낚싯줄은 서서히 올라오더니 배 앞쪽 수면이 부풀어 오르면서 마침내 고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쉬지 않고 계속 올라오자 고기 주위에서 물이 쏟아져 내렸다. 햇볕을 받은 고기는 번쩍번쩍 빛이 났고, 짙은 자줏빛의 머리와 등, 옆구리의 연보랏빛 넓은 줄무뉘가 햇살에 드러났다. 주둥이는 야구방망이만큼 길쭉하고 결투용 쌍날칼처럼 끝으로 갈수록 뾰족해졌다. 고기는 다이빙 선수처럼 온몸을 물 위에 드러냈다가 유연하게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아버렸다. -64쪽

해조가 잔잔한 파도에 너울거리며 흔들거리는 모습은 마치 바다가 누런 담요 아래에서 뭔가와 사랑의 행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74쪽

상어는 가끔 냄새를 놓쳐 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냄새를 찾아내고 아무리 희미한 기미라도 발견해 내어 빠른 속도로 맹렬히 배를 뒤쫓아 왔다. 덩치가 아주 큰 마코상어(청상아리라고 부르는 상어의 일종)로 바다에서는 가장 빨리 헤엄칠 수 있는 놈인 데다 주둥이를 제외하고는 나무랄 데 없이 아름답게 생긴 놈이었다. -101쪽

코끝에서 꼬리까지 무려 5.5미터나 되는군.-123쪽






백조는 일생 동안 울지 않다가 죽기 직전에 단 한번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 울고 죽는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흔히 예술가들의 마지막 작품을 ‘백조의 노래‘라고 일컫는다. <노인과 바다>(1952)는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남긴 백조의 노래이다. 이 소설은 1961년 7월 그가 미국 아이다호주 케첨에서 엽총으로 자살하기 전 출간한 마지막 작품이기 때문이다. (...)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으로 보나, 훌륭한 작품이라는 점으로 보나 이 소설은 가히 헤밍웨이 문학세계를 장식하는 최후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129쪽



<노인과 바다>는 출간되자마자 비평가들과 동료 작가들 그리고 일반 독자들에게서 폭넓게 찬사를 받았다. 가령 같은 시기에 활약한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는 ˝시간이 지나면 우리 시대 작가가 쓴 작품 중에서 아마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이 작품을 높이 평가했다. 헤멩웨이 연구가 필립 영은 ˝헤밍웨이가 말해야 했던 것을 바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으로 말한, 가장 훌륭한 단 한편의 작품˝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135쪽


헤밍웨이의 작품이 대개 그러하지만 특히 <노인과 바다>는 주제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고전의 반열에 올라와 있는 작품이 흔히 그러하듯이 이 작품도 마치 거울과 같아서 비평가들이나 독자들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저마다 서로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또한 고전이 흔히 그러하듯 시대마다 새로운 의미로 읽히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이 소설은 보편적 의미 못지 않게 지리적 차이에 따른 특수한 의미를 지닌다. 이 작품만큼 보편성과 특수성, 일반성과 구체성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과 조화를 꾀하려는 소설도 찾아보기 힘들다 -146쪽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에서 무엇보다 소설가로서 자신이 느낀 고뇌를 심도 있게 다룬다.
따지고 보면 이런저런 방식으로 작품에 자신의 삶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작가란 하나도 없다. 영국 소설가 D.H.로렌스가 일찍이 ˝작가란 원고지위에 자신의 피를 쏟아 놓는다˝라고 말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146쪽


이 소설에서 산티아고가 죽음을 무릅쓰고 거대한 청새치를 잡아 올리는 행위는 곧 자신에게 닥쳐 온 늙음을 물리치려는 상징적 행위로 보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에서 주인공 에이해브 선장이 목숨을 걸고 추적하는 흰 고래가 이 우주의 악을 상징한다면, 길이가 무려 5.5미터나 되며 산티아고가 타고 있는 어선보다도 60센티미터도 넘게 긴 이 청새치는 노령이나 노쇠를 뜻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어느 소네트에서 노래하듯이 ˝미인의 이마에 밭고랑 같은 주름살을 파 놓는˝것이 시간이요 세월이다. 또 그는 ˝시간의 낫앞에 베어지지 않는 것 없어라˝라고 노래하면서 시간이나 세월을 풀을 베는 낫에 빗대기도 했다. 이렇듯 서양에서는 풀을 베는 낫은 흔히 노령을 상징한다. <노인과 바다>의 화자는 산티아고가 잡은 청새치에 대해 ˝노인은 커다란 낫처럼 생긴 꼬리가 물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고, 낚싯줄이 빠른 속도로 다시 풀려나가기 시작했다˝라고 말한다. 낫처럼 생긴 꼬리는 곧 시간이요 세월이다.-148쪽


이 무렵 헤밍웨이는 육체적 쇠퇴 못지않게 예술적으로도 소진 상태에 놓여있었다. 앞에서 이미 밝혔듯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출간한 이후 그는 이렇다 할 작품을 출간하지 못하고 있었고, 비평가들은 헤밍웨이가 작가로서 이미 종말을 고한 것과 다름없다고 선언했다. 예술을 종교의 경지로까지 생각해 온 헤밍웨이에게 훌륭한 작품을 쓰지 못한다는 것만큼 치명적인 고통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이 아직 예술적으로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었다. 청새치는 바로 그가 되찾으려는 화려한 예술적 경지를 상징하고 , 필사적으로 청새치를 잡으려고 하는 행위는 곧 예술적 재기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할 수도 있다.-149쪽



<노인과 바다>의 주제와 관련해 노벨 문학상 선정 위원회는 ˝폭력과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현실 세계에서 선한 싸움을 벌이는 모든 개인에 대한 자연스러운 존경심˝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여기서 말하는 ‘선한 싸움‘이란 물질적 또는 육체적으로는 파멸당해도 정신적으로는 패배하지 않는 산티아고의 모습을 가리키는 말로 받아들여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산티아고는 결과보다는 과정, 목표보다는 수단과 방법에 무게를 싣는 인물이다. 죽음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가는 인간에게 삶이란 어쩔 수 없이 ‘승산 없는 투쟁‘일는지 모른다.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싸움이 곧 인간실존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패배를 좀처럼 인정하고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백절불굴의 정신이다. -156쪽.


마지막 작품인 <노인과 바다>에 이르러 헤밍웨이는 단순히 인간의 문제를 뛰어넘어 자연의 문제에까지 관심을 기울인다. 초기 작품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와 <무기여 잘있어라>에서 보여 준 개인주의는 <유산자와 무산자>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는 공동체 의식으로 발전하고 <노인과 바다>에서는 이제 마침내 우주의 모든 개체와 종을 함께 아우르는 최고의 단계에 이르게 되었던것이다. -176쪽.


빙산 이론에 입각해 감정을 응축하고 억제해서 표현하는 ‘언더스테이트먼트‘수법, 간결하고 박진감 있는 문장을 구사하는 하드보일드 스타일, 그리고 사실주의 전통에 굳건히 서 있으면서도 이미지와 상징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방식 등 헤밍웨이의 문학적 상표라고 할 특징이 이 작품에서 더욱 찬란한 빛을 내뿜는다.(....) 헤밍웨이는 빙산을 예로 들면서 8분의 7이 물속에 잠기고 나머지 8분의 1만이 수면에 떠오르는 빙산처럼 훌륭한 소설가라면 감정을 헤프게 드러내지 않고 그 일부만을 드러내어 나머지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77쪽.


-------------------------------------------------------------


솔직히 헤밍웨이의 작품은 <노인과 바다>가 처음이다.
헤밍웨이의 작법에 대해서는 수 많은 경구를 통해 익히 들어왔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던 이 소설을 이제서야 읽었다는 것은 좀 부끄러운 일이다.
언젠가 읽어야지 하면서도 그 줄거리와 결말이 너무 뻔한지라 당장 손이 가는 책들에 뒤로 밀렸던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TV에서 가끔 방영해주던 영화의 내용과 소설의 느낌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무엇보다 책속에 줄 한줄 그을 곳이 없을 만큼 감탄스럽거나 특이한 심리묘사를 한 부분이 없을만큼 평이했다.

작품해설을 통해 이 작품이 왜 그렇게 위대한지 설명을 늘어놓았지만, 적어도 헤밍웨이에 대해서 내 자신이 무르익을때까지는 <노인과 바다>는 그저 이작가에 다가서기 위한 모든 마중물에 지나지 않으리라.
빙산의 8분의 1만큼만 표현해서 나머지 숨겨진 부분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라는 헤밍웨이의 말처럼 보여지지 않은 부분을 볼 수 있는 눈은 그의 또 다른 작품들을 접하면서 서서히 뜨이지 않을까 한다.

얼마 전 타개한 그리스로마신화를 쓴 고 이윤기님이
그 무더운 태양아래 신전의 돌 무더기 하나를 보자고 30여 km를 왔다갔다 한 것처럼,
˝알고나면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사랑하게 될지니
그 때는 전과 다르리라˝는 기대를 해봐도 좋지 않을까.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8-08-14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몇년 전 문동판으로 읽었는데 좋더군요.
너무 좋아 다른 책도 사 보려고 했는데 여태 못 읽고 있네요.ㅠ

북프리쿠키 2018-08-15 21:55   좋아요 0 | URL
아~문동판도 있었는데 그건 팔아먹었네요. 민음사로 서재꾸며서ㅎ 텔라님이 좋아하시니 뭔가 점점 호감이 가는 책이 될려구 합니다.ㅎ
헤밍웨이의 다른 책도 언능 읽어보고 싶네요.^^

카알벨루치 2018-08-14 20: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웃님들 땜에 노인과 바다로 저녁를 나야겠습니다! 북프리쿠키님 탓입니다! ㅎ헤밍웨이 자신을 투영한 주인공 노인의 모습이 굉장히 다가옵니다 학창시절에 읽었는데 또 다시 읽고 싶네요~헤밍웨이의 단편들도 참 인상적이었는데...좋은 스토리가 너무나 많은 세상입니다!

카알벨루치 2018-08-15 10:34   좋아요 1 | URL
북프리쿠키님 고마워요 님 덕분에 이거 읽고 심장이 벌렁거려 한참을 흥분했더랬어요 ㅎㅎ

북프리쿠키 2018-08-15 21:59   좋아요 1 | URL
ㅎㅎ 심장이 ~ 학창시절과 또 다른 감흥을 느꼈으리라 기대되는걸요. 저야 독서 경력이 짧아 겨우 뒤따라가는 처지입니다만
항상 재독의 그 맛을 기대하며 차곡차곡 첫경험하고 있습니다.
댓글로 이렇게 느낌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린왕자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1
생 텍쥐페리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너는 나에게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

˝우리는 우리가 길들이는 것만을 알 수 있는 거란다.˝

˝친구를 가지고 싶다면 나를 길들이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참을성이 있어야 해˝
˝먼저 내게서 좀 떨어져서 이렇게 풀숲에 앉아 있는거야. 난 너를 힐끔힐끔 곁눈질로 처다볼꺼야.
넌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말은 오해의 근원이 될 수도 있으니까. 하루하루 날짜가 지나감에 따라, 너는 조금씩 나와 가까운 곳에 다가앉을 수 있게 될거야...˝

˝네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써 버린 그 시간이란다.˝

------

타인에게 길들여진다는 것.
또 다른 이름. 사랑이라 부른다.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이야기한 것처럼
사랑은 이토록 많은 참을성과 노력,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우린 서로에게 너무나 빨리 곁에 다가서지 않은가..그리고 오해의 근원인 말들을 무수히 쏟아낸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은데.. 우린 그저 서로의 껍데기에 의미를 담는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서로를 직시하지 못하고 항상 설명을 필요로 하는 어리석은 ˝어른의 사랑˝밖에 할줄 모르게 되는 것이리라.

하지만 각박한 현실속의 무수한 사랑들이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고
결국엔 아름다운 제자리를 찾아가는 이유는..




˝길들여졌을 때는 좀 울게 될 염려가 있는 것˝

때문이 아닐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8-11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또 <보바리 부인>의 마지막 장면을 스무여 번이나 읽었다. 그래서 마침내는 여러 단락의 문장들을 전부 외우게 되었지만, 그 불쌍한 홀아비의 행동은 아무래도 석연치가 않았다. 편지를 찾아냈다는 것이 수염을 기를 이유가 될까? 로돌프에게 우울한 시선을 던지는 것을 보면 그를 원망하고 있는 것 같지만, 과연 무엇 때문일까? 그리고 또 무슨 까닭에 로돌프를 보고 '나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소'라고 말한 것일까?

로돌프가 그를 '우습고 좀 천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뿐만 아니라 샤를 보바리는 왜 죽게 되었을까? 슬퍼서일까 아파서일까?

그리고 모든 일이 다 끝났는데 의사는 무엇 때문에 그의 시체를 해부했을까?

나는 아무래도 해결할 수 없는 이런 끈질긴 수수께끼가 좋았다.

어리둥절하고 기진맥진하면서도 건성으로 아는 척하는데서 모호한 기쁨을 맛보았던 것이다.

 

그런 것이 바로 세상의 깊이라고 생각했다. - 사르트르의 <말> 본문 62~63쪽

 

---------------------------

 

이 책을 출간한 1964년 노벨문학상을 거절해 화제가 되면서 문학의 사회적 참여를 적극적으로 주창했던 그가 말년에 시력을 잃을 때까지 마지막으로 씨름한 책은 참여와는 무관한 플로베르론이었다고 한다. 사르트르 자신이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고 자부한 책이 플로베르에 대한 평전인 <집안의 천치>(1972)였다. 방대한 분량으로 모든 인문학적 지식들을 동원하여 플로베르라는 한 인간을 한 점의 그늘도 없이 투명해질 때까지 철저히 파헤쳐 보려고 시도한다.

예전에 플로베르의 <마담보바리>를 읽고 독서토론도 했었지만 그때의 기억은 그 당시의 문학사조를 대표하는 작품 정도로만 알았고, 줄거리 또한 밋밋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작품해설에 맞춰 의견을 동조해보려는 시도 또한 실패할 만큼 큰 이펙트 없는 작품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읽고 싶어진다.

독서는 이렇게 진화하고, 그 단맛을 알게 되는가 보다.

 

- 슈바이처 박사가 사르트르의 삼촌인 걸 알게 되었는데, 역시 유전자의 힘이란 속일 수 없나보다.

 

 

 

 

 

 

나는 책에 둘러싸여서 인생의 첫걸음을 내디뎠으며, 죽을때도 필경 그렇게 죽게 되리라. 할아버지의 서재는 도처에 책이었다.-45쪽

정신 상태로 보아 플라톤주의자가 된 나는 지식에서 출발해서 사물로 향했다. 나로서는 사물보다도 관념이 한결 현실적이었다.(...) 나의 관념론은 바로 여기에 유래한 것이며, 나는 그것을 청산하는데 30년이 걸렸다.-56쪽

나는 이미 나의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 나에게는 이 세상에 책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나로서는 서재가 곧 신전이었다 -66쪽

세계는 내 발밑에 층층이 겹쳐 있었고, 모든 사물이 제각기 이름을 지어달라고 간청하고 있었다. 사물에 이름을 붙여 준다는 것은 곧 사물을 창조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이 근원적인 환상이 없었던들 나는 결코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67쪽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malia 2018-08-05 2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말>도 어서 읽어봐야겠어요:-)

북프리쿠키 2018-08-14 19:50   좋아요 1 | URL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어린시절 이야기는 살짝 인긴실격의 요조와도 매칭되는 심리가 있어서 신기했어요^^

cyrus 2018-08-06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프리쿠키님이 인용한 문장들은 제가 따로 메모했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것들입니다. 책은 재미있지 않았지만, 인상 깊은 문장이 많아서 좋았어요. ^^

북프리쿠키 2018-08-14 19:51   좋아요 0 | URL
네 특히나 보부아르는 한번도 언급하지 않아 살짝 실망했어요.내심 바랬는데ㅎ
그래도 그의 작품을 읽는데 큰 도움을 주는 책이었어요~^^

2018-08-10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14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15 0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