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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수학자
제롬 코탕소 지음, 윤여연 옮김, 이종규 감수 / 북스힐 / 2025년 4월
평점 :
*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한번 상상해보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과학자가 작은 강의실(혹은 실험실)에서 열변을 토한다. 이러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이렇게 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는 멸망합니다!! 라고 외치며, 그의 뒤로는 복잡한 방정식과 그래프가 칠판에 가득하고, 이는 마치 배경화면처럼 차르르 펼쳐진다. 이처럼 영화 속 진지하고 과학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제작자들은 칠판에 수학 공식들을 적어놓고, '수학스러운', '과학스러운' 배경을 디자인한다. 이 책은 그렇게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영화 속 수학적 내용을 면밀히 짚어주는 책이다. 프롤로그에 적힌 '곧 첫번째 상영이 시작된다!'는 문장은 마치 극장 안에 앉아 설레는 마음으로 첫 장면을 기다리는 순간처럼,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책 날개에는 세 분의 이름이 적혀 있다. 지은이 제롬 코탕소, 옮긴이 윤여연, 감수 이종규. '감수'가 무엇인가 했더니, '책의 저술이나 편찬 따위를 지도하고 감독함.'이란다. 번역된 이공계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어색한 표현이나 해석이 물음표를 띄우게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 책은 감수자가 저명한 수학과 교수님이라니!!! 그 자체로 가독성과 신뢰도가 동시에 올라간다. :)
목차를 펼치자 내가 본 영화와 아직 보지 못한 영화들이 섞여 눈에 들어왔다. 너무 재미있게 봤던 영화, 언젠간 꼭 봐야지 하고만 있던 영화, 처음 듣는 영화 제목들까지 다양한 영화들을 보며 신이 났던것 같다. 책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영화들을 제대로 보고파 넷플릭스에 검색해봤지만, 아쉽게도 모든 영화들이 넷플릭스에 업로드가 되어있지 않았다.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언젠간 소장하여 구매해야지 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언젠가 학생들에게 영화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오래오래 우려먹기ㅎㅎ)
책에서는 그래프 이론부터 수열, 암호학, 수학 올림피아드 문제, 차원, 대수학, 확률과 통계까지 정말 다양한 수학적 주제들을 다룬다. 방대한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 싶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수학적 지식은 극히 일부라는 것이 또다시 느껴졌다. 그럼에도 신이나서 책을 훌훌 읽어내려 갈수 있었던 것은 '영화에서 말하던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와 '이런 더 깊은 스토리가 있었단 말이야??'를 반복할 수 있었던 빈틈없이 구성된 책의 내용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으며 마치 대학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기분이 들었다. 저명한 수학자가 영화 장면을 가르키며 이 방정식은 이런 뜻이란다, 주인공이 이야기한 이 정리는 사실 이렇단다. 하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인기 많은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듯 했다. 나중에 영화를 보게된다면 이 책을 꺼내어 영화 속 내용을 곱씹으며 다시 읽고 싶다.
+) 책에 소개된 영화 '페르마의 밀실'은 유튜브에서 자막이 포함된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궁금한 분들은 꼭 한 번 찾아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