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사기史記 100문 100답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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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에 의하면 서양에는 셰익스피어, 동양에는 사마천이 있다고 한다. 또한 서양 역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헤로도토스가 있다면, 동양 역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마천이 있다고 한다. 《사기》 라는 책은 간간히 흩어진 몇 문장만 보았지, 이렇게 사기에 대한 실제적인 글은 처음이다. 사기를 접한다는 기대감 속에 이 책을 받아들었다. 왜냐하면 《사기》에 대해 워낙 뛰어난 책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위대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의 저자 사마천은 이미 중국을 뛰어넘어 세계적인 사학자로 추앙받고 있는 자다. 그런 자가 쓴 책이니 지식인이라 여긴다면 또는 역사에 관심이 있는 자라면 이 책은 단연 손에 들고 있어야 할 책이다.

특히 《사기》속 대격변의 시대에 중국을 이끈 제왕과 제후, 공신, 참모, 유세가들의 이야기를 보게 되면 이 책은 경영인, 공직자, 정치인은 물론 이 시대의 리더들이 배워야 할 지식과 태도, 생각, 인재론, 처세술 등을 배울 수 있다.

《사기》는 삼황오제부터 한무제까지 5천년 중국 역사상 최초의 본격적인 역사서로 꼽히는 책으로 소개 된다. 3천 년이란 장대한 시간을 다루고 있는 이 역사서는 한반도 넓이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약 300만 km2의 공간을 섭렵하는, 당시로서는 전무후무한 세계사이다. 거대 담론(巨大談論)이란 말을 여기에서는 충분히 사용되어져도 될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기에 이 책은 번역자가 중요하며, 또한 그 문장을 오늘의 언어로 가져와 읽기 쉽게 독자에게 가져 와야만 더 빛을 발하리라 생각된다. 저자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으니 저자 김영수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사마천 《사기》 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 중국 사학자, 동양 고전학자이자 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으로 있는 분이다. 30여 년간 중국사와 동양 고전을 연구했으며 꾸준히 중국 현장을 답사해 사마천과 중국사 연구의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여 이렇게 출판을 하고 있다.

서문에 보면 출판사와 조금의 겨루기를 한 후에 이 책은 집필되어 졌다. 즉 출판사는 독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써달라고 하였고, 저자는 이왕 쓰는 거 깊이 있게 쓰려고 하였단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글이란 독자가 읽어주지 않으면 그냥 하나의 종이 조각 밖에 되지 않는 법이다. 다행히 선심을 쓰셔서 독자의 눈 높이에 맞게, 이해하기 쉽게 글을 써주었다.

일단 책을 열면 한 챕터 챕터가 읽기 쉬우며, 가독성이 매우 좋다. 저술을 함에 있어 저자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관련 대목으로부터 사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간다. 아울러 《사기》가 후대에 미친 영향에 대한 내용도 함께 실어주었다.

읽는 재미가 난다.

그렇다. 읽는 재미가 난다. 《사기》라는 책이 어떤 책인지 이 책을 통해 더 가까이 한 걸음 다가간 기회가 되고 있다. 저자가 서술해가는 방식이 출판사가 간파한 방식으로 편집되어 책이 구성되었다.

100문 100답의 형식인데, 질문 자체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어찌 그리 잘 알고 가져 왔으며, 저자는 거기에 맞춰 답을 알기 쉽게, 스토리 중심으로 독자가 절대 지루하지 않도록 해준다.

사기의 매력에 대해 저자는 이런 글을 실었다. 저자는 30대부터 《사기》를 공부했는데 40대에 와서야 겨우 한 자락의 글에 매력을 느끼고, 특히 사마천 고향을 방문하면서 더 깊게 들어 갔다. 그리고 저자는 그런 매력을 명나라 문장가 '모곤'의 말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지금《사기》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유협열전>에서서는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게 될 것이고, <굴원가생열전>을 읽으면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고, 장자나 노중련의 열전을 읽으면 속세를 떠나고 싶을 것이다. 이광의 열전을 읽으면 자신이 전쟁에 나가고 싶어지고, 석건의 열전을 읽으면 예절을 극진히 지키고 싶어질 것이며, 신릉군이나 평원군의 열전을 읽으면 인재를 기르고 싶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이럴까? 모든 내용이 각각 사물의 실정에 들어맞아 독자의 마음속 깊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몇몇 구절이나 글자가 독자들을 자극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예로부터 사마천은 문선이요, 이백은 시선이요, 굴원은 사부선이요, 유령은 주선이요, 한신은 병선이라 했는데 맞는 말이다." p45

이 책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글도 나온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다더냐"

어디서 많이 들어본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문장이 《사기》가 출처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사기 첫 권(오태백세가)의 명장면 하나가 실려 있는데 읽는 이로 하여금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알게 된다. 제목은 『마음으로 한 약속도 지킨다』이다. 계찰괘검(季札掛劍)이라는 고사성어가 여기서 나왔는데 한 번 들어보길 바란다.

오(吳)나라 왕 수몽(壽夢)의 막내아들인 계찰(季札)에 관한 일화이다. 계찰은 처음 사신(使臣)의 임무를 띠고 오나라 북쪽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서(徐)나라의 군주를 알현하게 되었다. 오나라는 명검으로 유명한 나라였다. 그런데 서나라의 군주는 계찰의 보검(寶劍)이 마음에 들어 갖고 싶었지만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계찰은 서 임금의 심중을 알아채었다. 그래서 검을 주고 싶었지만 사신의 임무를 마치지 못했기에 그럴 수 없었다. 당시 검을 차는 '패검(佩劍)'은 기본 예절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더욱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신의 신분이 아닌가. 그 뒤 임무를 마친 계찰이 귀국하면서 다시 서나라에 들리게 된다. 그런데 임금이 그 사이에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이에 계찰은 자신의 보검을 풀어 무덤 위 나무에 걸어놓고 떠났다. 시종이 그 모습을 보고 죽은 사람에게 검이 무슨 소용이냐고 물었는데 계찰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그런 소리 마라. 당초 내가 주기로 마음 먹었는데,

죽었다고 내 마음을 바꿀 수 있겠느냐!

p48

다른 문장으로 보자

처음에 내가 마음속으로 이미 보검을 주겠노라고 허락하였거늘,

어찌 그가 죽었다고 하여 내 마음을 배반할 수 있겠는가!

(始吾心已許之, 豈以死倍吾心哉)

이 내용은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자신 혼자만 아는 마음 속으로 한 약속을 그 누구도 모를테고, 또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무방한 상황에 약속을 지킨 계찰은 정말 어떤 사람인가 보고 싶다. 계찰은 인물이 남달라서인지 그 마음 자체가 이미 왕의 모습이었다. 특히 기원전 6세기 초에 오나라 왕위 계승 문제 때에도 수몽(壽夢)이라는 왕이 어질고 남다른 계찰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했을 때 계찰은 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과연 이런 왕이나 정치인들이 이 나라에 있을까? 이런 큰 인물이 우리나라에도 나왔으면 좋겠다.

이렇게 수많은 에피소드와 같은 재미난 역사 이야기가 《사기》라는 역사책에 등장한다. 책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재미있고, 빨려들어 간다.

무엇보다 궁형이라는 수치스러운 벌을 받고서도 이렇게 방대한 책을 집필한 〈사마천〉의 그 집념에 경의를 표한다. 당시 궁형은 대부분 고통 속에 일찍 죽게 되었다고 한다. 전문가들 말로는 죽을 확률이 80% 넘는다다. 잠시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그의 실제 말을 들어보자.

"하루에도 아홉 번이나 장이 뒤틀리고, 집에 있으면 망연자실 넋을 놓고 무엇을 잃은 듯하며, 집을 나가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릅니다. 이 치욕을 생각할 때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흘러 옷을 적시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p300

쇄골을 다쳐보았기에 그의 아픔은 10분의 1정도는 알거 같다. 다행히도 사마천은 살아남아 우리들에게 귀하고 장대한 역사의 모습을 낱낱이 드러내 주니 고맙기가 그지 없다. 물론 사마천은 그리 오래 살지 못했다. 궁형을 받은 후 14년 후 56세(기원전 90년)의 일기로 세상을 떴다. 그가 더 살았다면 중국의 역사는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사기》를 지음에 있어 사마천은 아버지의 유언을 들어 드림과 함께 자신의 문장이 드러나기를 원했다. 그 이유라면 자신이 당한 치욕을 만회하기 위함이다. 그냥 사형을 받아 죽어버린다면 결국 그는 역사에 반역자로 기록된다. 또한 사마천은 억울함을 중국 특유의 복수관(은원관恩怨觀)이 아닌 붓과 문장으로 복수를 꿈꾸며 책을 만들어 갔다. 사마천은 치욕과 수모를 가한 자들에게 복수하고픈 마음이 강렬했다고 한다. 그러나 피의 복수는 사실 꿈꿀수 없다. 그래서 사마천은 '저술함으로써 울분을 발산한다'는 『발분저술』의 문화복수를 꿈꾸며 저술을 이어 갔다. 사기에는 원한과 복수, 그리고 은혜를 갚는 보은에 관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중국의 문화는 속담에도 나오듯 '은혜와 원한은 대를 물려서라도 갚아라'는 특유의 복수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 사드 문제를 대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복수관에 의한 것이다.

사기에는 이런 은원 사례가 많이 나열되는데 몇 가지만 가져오면...

-아버지와 형을 죽인 초나라 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시신에 채찍질을 가한 오자서의 복수(굴묘편시라는 고사성어가 여기서 탄생)

-자신에게 육체적, 정신적 수모를 준 위나라 재상 위제에게 복수한 범수는 '밥 한 그릇을 얻어먹어도 반드시 갚았고, 지나가다 째려보기만 해도 반드시 보복했다'는 '일반필상(一飯必償), 애자필보(睚眦必報)'라는 성어를 남겼다.

-어려운 시절에 밥을 준 표모(빨래하는 아주머니)에게 천금으로 은혜를 갚은 한신(韓信)의 보은.

여기서 '밥 한 번 얻어먹고 천금으로 은혜를 갚다는 일반천금(一飯千金) 이라는 고사가 탄생했다.

몇 가지만 살펴보았는데 이것을 통해 즉 중국인의 은원관이 갖는 역사적 뿌리와 문화를 통해서 보면 중국인에 대한 오해나 편견이 조금은 풀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진기세가陳杞世家〉에 등장하는 하희(夏姬)라는 여성에 대한 섹스 스캔들에 대한 얘기도 보면 한 여성이 남자들을 어떻게 주무르고, 나라를 망칠 수 있는지를 보게 된다. 그녀의 미모가 얼마나 대단했으면 이럴까 싶을 정도로 이 이야기도 재미가 있고, 교훈을 준다.

하휘는 적어도 네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일곱 남자의 혼을 뺀 여성이다.

역사에는 기록되기를

"남편 셋, 임금 하나, 자식 하나를 죽이고,

한 나라와 두 명의 왕을 망하게 했다"

고 기록된다. p62

《사기》가 이렇게 재밌고 교훈을 주는 이야기로 가득찬 책이었다면 진작에 읽었을 것이다. 사마천은 정말 대단한 업적을 남긴 존재다. 책에도 언급되지만 《사기》는 130권 52만 6,500자라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그래서 감히 쉽게 접하기가 어려운 책이다. 이런 점을 착안해서 본 책 《사기》는 어떤 책이며, 어떻게 읽어야 하고, 또 사마천은 누구인가를 최대한 쉽고 편하게 전달되도록 도와준다.

특히 우리가 잘 몰랐던 <조선열전>도 소개하고 있다니 정말 귀하고 귀한 책이다. 더군다나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 심화시킨 시리즈로 '중국 100문 100답'이 계속 출간된다고 한다. 기대하고 기다릴 것이다.

역사에 대한 새로운 재미와 교훈을 많이 보고 듣고 깨닫는 시간이었다. 정신적 세계가 광활한 대지처럼 확장되는 기회를 주는 이 책을 많은 독자들이 찾기를 바란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마천과 《사기》를 100문 100답으로 알기 쉽게 분석한 책!

위대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역사가 사마천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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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의 구조 그림으로 이해하는 인체 이야기
야마다 아쓰오 지음, 양지영 옮김, 차재명 감수 / 성안당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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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명언 중에 『질병은 천개나 있지만 건강은 하나밖에 없다(-L.뵈른네)』 는 말이 있다. 갈수록 건강에 대한 정보가 태산을 이룰 정도이다. 책은 물론 TV와 유튜브를 통해 날마다 건강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독자들이 맛집을 찾듯 잘 골라서 선택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오늘 읽는 책은 평상시 궁금한 건강에 관한 의학 정보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소중한 1차적 자원은 바로 먹는 것이다. 어른들 하는 말이 "먹고 싸고 잠잘자면 그것으로 인생의 전부"를 얻었다고 봐도 된다고 한다. 인생을 살아는한 우리는 태어나는 즉시 먹는 행위에 집착을 한다. 이건 죽을 때까지 비롯된 본성이다. 인간의 3대 욕구를 흔히 '식욕, 수면욕, 성욕'이라고 일컫는다.

먹는 행위는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욕구라고 봐도 되겠다. 왜냐하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먹을 때 인간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람이 필요한 에너지를 흡수하기 위해 음식물을 섭취하는 소화기관에 대한 전체를 망라한 책이다. 소화기관의 각 장기를 해부하는 것은 물론 생리기능, 대표적인 소화기관 질환의 병태, 진단, 치료에 대한 내용을 간결한 일러스트와 함께 독자의 눈 높이로 가져와 쉽게 이해하도록 해주고 있다.

소화기관에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식도, 위, 소장, 대장 등을 비롯해 간, 담관, 담낭, 췌장 등의 많은 장기가 관여하고 있다. 이러한 장기들은 신체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언뜻 소화기관하면 앞에서 언급했듯 식도, 위, 소장, 대장으로 한정되이 생각을 한다. 그런데 소화기관의 대표질환을 보면 간염, 간경변, 간암, 담석증, 담낭암, 췌장암까지 다 포함하고 있을 정도로 소화기관들이 매우 중요함을 다시금 절감하게 된다.


이 책은 이런 정보들을 상세히 알려준다. 사실 주위에는 소화기 질환을 앓고 있는 자들이 많다. 양성, 악성에 상관없이 소화기 질환 종류도 많고 다양하며 발생 빈도가 높다. 일본에서 보면 암 사망자 중 상위는 소화기관암이고, 미란성식도염의 환자 수도 1,50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의사만이 아닌 간호사. 의료인, 의료인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또한 일반인들에게 기본 지식을 주고, 전문지식까지 정보를 제공해준다.

1장은 소화기관 구조의 개요에 대해서 다룬다.

2장은 소화관의 구조와 기능

3장은 간, 췌장, 담낭의 구조와 기능

4장은 영양소의 소화와 흡수

5장은 소화기관에 발생하는 증상

6장은 소화기관의 대표 질환에 대해 다룬다.


책장을 열면 소화기관의 구조가 한 눈에 보인다. 기본적인 우리 몸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한 장을 넘기면 '입에서 항문까지 음식물에 대한 여행'에 대해 그림 자료와 함께 상세히 설명을 해준다.

또 한 장을 넘기면 '소화기관의 출혈과 혈관'에 대해 매우 자세히 알려준다. 일러스트와 함께 보니 의학적 지식은 물론 소화기관에 대해 현미경처럼 내 몸을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개인적으로 주변에 담석증(담도암)으로 고생하는 분들과 췌장암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췌장암 같은 경우 조기 발견이 어렵고 또한 발견이 되었을 때는 이미 수술하지 못할 정도여서 암 중에서 예후가 가장 나쁜 질병이라고 한다. 5년 생존율이 10%라고 하니 주변분이 걱정이 된다. 일찍 발견되면 좋으나 대부분은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발견된다고 하니 가장 무서워해야 하는 질병으로 각인이 되어진다. 그런데 췌장암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 췌장염이 급성이 될 때는 쇼크를 일으켜 사망할 수 있다고 한다. 참으로 무서운 질병이다.

급성 췌장염 증상을 일러스트로 잘 정리를 해놓았는데 가져오면

갑자기 심한 복통, 구역, 구토 등 부위 통증 발열, 오한 식욕부진


췌장에 문제가 있을시 증상이 없지만 음주나 식사 후에 복통, 설사가 한다면 췌장염을 의심하라고 한다. 증상 없는 시기는 5~10년이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가 되면 설사, 지방변이 나오고 당뇨병이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 몸의 기능이 죽을 때까지 정상적으로 작동을 한다면 그 사람은 돈이 없어도 신께 감사하며 세상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인간에게 병이란 죽음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 몸의 장기에게 오늘도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식도는 인두와 위를 연결하는 25㎝ 정도의 관이다.

연동운동에 의해 능동적으로 음식물 덩어리를 위까지 보낸다.

하부식도괄약근이 위에서 역류하는 것을 막는다.

식도에 대한 부분을 간단하게 보자. 식도는 3개의 부분으로 나눠진다. 인두에서 시작되어 위의 입구인 분문으로 연결되는 관이 식도이고, 전체 길이는 25㎝ 정도이다. 평소에는 앞뒤가 납작한 상태이며 음식물 덩어리 등이 통과할 때 필요한 만큼 부풀어 오른다. 식도는 흉부의 종격동(세로칸)이라고 불리는 공간 아래쪽으로 뚫려 있고, 그 밑으로 기관·기관지·심장이, 바로 옆에는 대동맥이 있다.


인두에서 식도로 이동하는 부분과 기관·기관지나 대동맥과 겹치는 부분, 횡격막을 관통하는 부분의 3곳이 조금 좁아져 있다(협착부). 또한 상부의 5㎝ 정도를 경부식도, 그 아랫부분을 흉부식도(16~18㎝), 횡격막을 관통하는 부분을 복부식도(2~3㎝)라고 한다. 복부식도에는 하부식도괄약근이 붙어 있다. 식도가 하는 일은 연하된 물이나 음식물 덩어리를 위까지 운반하는 것이다. 서있을 때는 음식물 덩어리가 위까지 내려가는 일이 쉽지만, 누운 상태나 물구나무서기, 또는 무중력에서도 음식물 덩어리는 정상적으로 위까지 운반된다. 그것은 식도 벽에 있는 근육이 연동운동을 일으켜서 음식물 덩어리를 능동적으로 이동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누운 상태나 물구나무 때에 음식물이 역류하는데 그걸 막는 기능은 무얼까 궁금했는데 이 책은 그 또한 알려준다. 바로 하부식도괄약근 기능이다. 이 기능은 음식물 덩어리가 통과할 때 열리고, 통과하고 나면 닫히는 기능을 한다. 그래서 이 기능은 자동기능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문명시대에 자동기능을 만들었을 때 인간은 스스로를 칭찬하며 대견했다. 그러나 신은 이미 그런 기능을 인간을 만들 때에 이미 만들어 놓았다. 신 앞에 겸허해야 한다는 말은 당연하다.


아무튼 이 책은 소화기관에 대한 구조와 기능에 대해 총망라한 책이다. 다른 곳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런 기본적인 의학 지식은 대학에서 필수 교양 과목으로 다루면 좋겠다. 내 몸에 대해 소중하게 알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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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역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2
손주영.송경근 지음 / 가람기획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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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생각하면 유럽이나 동이사아의 여행지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고고학적인 관심이 있고 피라미드나 스핑크스에 관심이 있는 자는 특별한 여행지인 이집트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알다시피 피라미드(Pyramid)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다. 또한 이집트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이다. 고대 이집트부터, 헬레니즘 제국, 비잔틴 제국, 이슬람 제국, 오스만 제국 모두가 나일 문명에서 비롯되었다. 다시 말해 헬레니즘-로마-비잔틴-이슬람 문명 모두가 이집트 문명이라는 토대 위에서 활짝 꽃을 피웠다.

여행을 다녀온 분들에 의하면 이집트 여행은 쉽지 않은 여행이라고 한다. 치안상태는 물론 사기꾼(바가지)이 너무 많으며, 거리는 인도처럼 더럽다고 한다. 그러나 인류 최초의 삶과 문명이 시작된 나라이기에 이런 저런 것을 가리지 않고 장엄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대하기를 원한다면 이집트 여행은 신선한 여행이 될 거라고 본다.

이집트라는 나라는 다큐멘타리가 나오면 꼭 챙겨보는 편이다. 그리고 이집트는 성경에 나오는 모세와 연관되기에 그 나라의 역사와 배경이 궁금하였다. 그러던차에 이집트 역사에 대한 100장면을 간추려 정리된 책이 발간이 되니 독자에게 그 궁금증을 해소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집트의 역사는 7,000년이라는 장엄한 역사 속에서 시작되었다. 오늘날 이집트의 인구는 약 6,200만 명이고, 국토의 면적은 1,002,000km²이다. 우리 남한 땅의 10배가 넘는다. 그러나 경작할 수 있고 사람이 사는 곳은 약 4만km²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길게 남북으로 흐르고 있는 나알강변 파욥의 침하 지역, 서부 사막의 오아시스지역, 북쪽 나일강 하류의 부채꼴 모양의 삼각주 땅을 빼고 나면 나머지가 모두 사막(전 국토의 97%)이다.

그런것을 보면 참 아쉬운 나라라 생각된다. 그러나 과거 이곳은 찬란한 문명의 시작이 이루어진 곳이기에 비록 전국토의 3%만 사용되더라도 그 역사의 찬란함은 놀랍다고 하겠다. 이들이 쓰는 통화는 이집트 파운드를 쓰고, 1인당 GNP는 마화 1,021달러이다. 국민의 90%가 무슬림이며 대다수가 정통파라 불리는 순니들이다. 기독교 인구도 자리잡고 있는데 7%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절반 이상이 그리스도교 단성론과 콥트교들이다.

머리말만 읽어도 전체적인 이집트에 대한 그림이 그려진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이집트는 고대부터 두 지역으로 나뉘어 발전했다. 북부 나일강 하루와 삼각주 일대는 '하이집트'라 부르고, 나일강 계곡의 나머지 남부 지역은 '상이집트'라고 일컫는다. 이 두 지역은 하나로 통일되어 강력한 왕조가 세워지고 번영된 문명시대를 열기도 하였다. 이집트의 삼각주는 세계에서 제일 큰 삼각주로서 지중해안을 따라 200km가 모두 비옥한 땅들이다. 총 1만 5,0000km²의 부채꼴 모양의 삼각주는 곡창지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오늘날까지 이집트 농업의 심장이자 모든 생산품의 주산물지역이다.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고대 이집트 시대 BC 3000sus~BC 341년〉 2장은 그리스 로마 시대 〈BC 332년~AD 641년〉 3장은 〈이슬람 시대 641~1798〉 4장은 현대 이집트 〈1798~현재〉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장이나 다 역사적 재미가 넘쳐난다. 아쉬운 것은 그림(사진)자료가 좀 더 칼라로 선명했으면 하는 바다.

이집트 나일 문명의 태동부터 시작하여 오늘날의 시간과 달력에 대한 정보, 특히 밤과 낮을 12시간 나눈 것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최초라고 말해준다. 그만큼 이 문명은 뛰어난 문명이었다. 그리고 이집트하면 미라가 생각날 것인데 이것은 죽은 다음의 세상을 강하게 믿었던 신앙에서 비롯된 산물임을 알게 되었다. 이집트는 사제를 중요하게 여겼는데 그들은 영혼의 수호자로서 사람들에게 사후 세계에 대한 동경을 주었다. 즉 서쪽 산맥 너머에 있는 오시리스의 세계에 영혼이 머무른다고 여겼으며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살아 생전에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죽음의 신 오시리스에게 판결을 받아야 한다. 만일 저울에 달릴 때 죽은자의 심장이 깃털보다 무겁다면 죄가 무겁다는 뜻이기에 그는 소위 멸망을 하고 수평이면 그는 영생하여 오시리스의 왕국에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사후 세계를 강조하다 보니 이집트인들은 일찍부터 삶이란 단지 사후의 세계를 준비하는 짧은 순간이라 여겼고, 나일강 계곡은 죽음에 바쳐질 땅으로만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한 부분을 또 하나 소개하면 원래 이집트인들은 나일강 동쪽은 사람들이 사는 이승세계로 삶이 존재하는 곳이고, 강 서쪽은 사자들이 사는 저승세계로 죽음이 존재하는 곳이라는 관념이 있어 무덤은 언제나 서쪽에 두었다.

모세에 대한 궁금중에 책을 읽다 말다 훅 넘어가 모세가 이끈 유대인의 출애급 내용을 보았다. 학자들의 말로는 홍해는 가공의 이야기라고 하며, 출애급은 15세기에 시작되어 13세기까지 계속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출애급은 이스라엘에게 있어 역사적으로 커다란 사건이지만 이집트의 역사기록은 헤브라이 백성들의 출애급에 대해 이렇다 할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이것으로 보아 이집트인들에게 이스라엘의 출애급은 소수민족 혹은 노예계층에서 일으킨 사소한 사건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해준다. 그러나 역사라는 것은 망각과 함께 잃어버린 자료들로 뭉쳐진 스토리로서 기록이 배제되거나 소실 되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지금 현대의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으로 인해 평화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찬란한 이집트의 현재 모습은 예전의 영광을 다 잃은 상태이다. 현재의 대통령은 엉망이 된 이집트 경제를 일으켜야만 하는 숙제와 함께 아랍국가와의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문명이 시작된 이집트, 그 나일 문명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시간을 거쳐왔을까에 대해 100가지 역사적 장면을 가져와 설명해주는 책이다. 이집트의 역사를 읽는 것은 세계 패권이 부딪히는 역사를 읽어나가는 것과 함께 우리에게 아직은 낯선 아랍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역사 한 바퀴를 도니 이집트라는 나라가 더욱 친근해지고,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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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마지막 황실
이해경 지음 / 유아이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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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6일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래 왕위 계승을 기다렸던 찰스 3세가 마침내 대관식을 치르고 영국 윈저왕조의 5대 왕에 오르는 절차를 마쳤다. 그러나 화려한 대관식에 대한 관심 만큼 국왕을 보는 영국인들의 지지는 열렬하지는 않고 어둡다. 일각에선 영국의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호화로운 대관식을 치르는데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비용이 최소 1억 파운드(168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는데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 비용의 약 2배이다. 더군다나 세금 낭비에 특권 논란, 젊은 층의 무관심까지 군주로서 적지 않은 과제가 찰스 3세의 어깨에 짊어졌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60%가 찰스 3세를 국왕으로 인정하는 데 반대한다고 답했다. 사실 대관식은 매우 낯설다.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억지스러움이 현시대를 비집고 들어서려고 하는 격이다.

본 책은 대한제국 황실에 대한 회고록과 같은 책이다. 1997년에 저자는 《나의 아버지》를 펴낸바 있다. 주인공은 아버지 의친왕이다. 그러나 이 책은 고종 황제의 손녀이며 의친왕의 딸인 이해경 왕녀인 자신의 얘기다. 저자는 이 책을 쓴 의도를 두 가지로 밝힌다. 첫째, 왕녀로 태어나 민간인이 되어, 또 재미 동포가 되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여정을 정리하기 위해서이다. 둘째, 대한제국의 황자였던 아버지 의친왕에 대한 왜곡된 평가를 바로잡고 싶은 마음에서라고 한다.

누구나 그렇듯이 아버지라는 존재가 역사 속에서 계속 부정적으로 평가되면 후손 또한 좋지 않은 이미지로 각인이 된다. 일제에 의해 기록된 역사를 보면 "이강은 몸이 불편한 때를 빼고는 매일 밤 술을 마시고 기생을 끌어들였다"고 하지만 사실 이것은 일제의 핍박과 삼엄한 감시로 인해 매일 술집에 다니는 척해야만 목숨이 부지되는 상황이기에 방탕한 모습은 실제 모습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본 책에도 언급되었듯 아버지 의친왕은 생전에 열 네 번이나 시해를 당할뻔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아버지는 항상 권총을 휴대하고 다닌 것이다.(이 사실은 아버지가 수양아들로 삼으셨을 만큼 각별한 친분이 있던 황재경 목사님을 통해 들은 얘기다)

무엇보다 아버지 의친왕은 조선통감이던 이토 히로부미가 "당신을 왕으로 만들어 줄 테니 내 말만 들으라"고 할 때 "네 이놈, 무슨 개수작이냐"라고 호통을 당당한 모습이었다. 그때 신변의 위협을 느껴 영국 공사관으로 피신하면서 보호를 받으셨다. 이렇게 아버지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가운데서도 의기 있는 행동으로 당시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권세를 가졌던 일본 사람을 굴복 시켰다고 저자는 기록한다. p212-213

하세가와 요사마치가 조선 주둔군 사령관으로 있었을 때 의친왕이 하루는 찾아가서 무슨 부탁을 하였느나 사령관이 잘 들어주지 않았다. 여기에 격분한 의친왕은 그 자리에서 별안간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데리우치에게 하던 식으로 "네 이놈, 그만한 일도 안 들어주려면 무엇 하러 여기 나와 있느냐"하며 금세 쏠 기세를 보였다. 하세가와는 혼비백산하여 "전하,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하고 무수히 빌어서 위급한 찰나를 모면했다고 한다. -이증복의 기사 p215

저자 왕녀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가득하다. 이 책은 자신에 대한 얘기이지만 아버지의 그늘진 모습을 햇빛으로 가득 채워 나가는 기록이다.

일단 이 책은 조선왕조의 마지막 황실 가족의 삶을 회고한 것이라 독자로서 미지의 영역처럼 호기심 가득한 내용들이라서 좋았다. 저자는 세 살 때부터 궁에 살았다. 왕의 딸로, 황제의 손녀로, 역사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가족으로 살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저자를 만나게 되면 왕녀의 삶은 어떠했는지 궁금했고, 궁 안의 비밀을 알고 싶어했다. 우선 독자 또한 머리말처럼 "얼마나 호강을 많이 누렸을까?"라고 생각한다. 소위 클라스가 우리와 다르기에 왕족이 누린 삶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저자는 숨김 없이 말한다. 즉 저자는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혼자서 목욕을 해본 적이 없다. 열다섯 살까지 저자만 전적으로 돌봐주는 전담 유모가 있었다. 또한 유모 외에 사소한 시중드는 사람이 늘 옆에 있어 사소한 일까지 도와주고 대신 해주었다. 또 자동차가 귀하던 시절 가까운 거리에 있던 학교까지 자동차를 타고 다녔다. 입학 초에는 친구들이 차가운 도시락을 먹을 때 궁에서 지어 온 따뜻한 점심을 숙직실에서 따로 먹었다." 이정도면 왕녀로서의 삶이 어떠한지를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호강만큼 규칙과 법도에 속박 당하는 일로 힘들었다고 한다. 마치 깔끔하고 점잖은 감옥에 갇힌 것 같은 삶이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후반, 6.25와 같은 전쟁으로 나라가 힘들때 왕실 가족 또한 굶주리뫄 비참한 피란살이를 하였다. 그런데 오히려 '특별한' 가족이었기에 더 큰 공포와 절망감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휴전이 된 후 대한민국 정부는 황실을 박대하고 재산을 다 빼았았다. 그런 고초로 인해 가족들은 민감해 있었고, 불만이 가득찼었다. 그리하여 저자는 20대 중반에 고국을 떠나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그때가 1956년이었으며 그로부터 60년이 훌쩍 넘어 지금 저자는 근현대사의 증인으로 서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왕녀로 지낸 시간과 함께 일제 강점기,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학창 시절, 그리고 해방을 거쳐 6․25전쟁까지의 혼란 등을 고스란히 기록하면서 더불어 우리가 알지 못한 대한제국 황실과 구한말의 숨겨진 역사를 황실 가족의 일생을 통해, 특히 왕녀의 시각으로 재조명한 기록물이다.

책을 열면 제 1부에서 궁에서 보낸 어린 날과 학창 시절에 대해 얘기하는데 특히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왕녀가 어떠한 존재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 이해경은 1930년 출생이다. 그러나 4세 사진과 7세 사진을 보면 이 아이는 정말 영국 왕실의 자녀들처럼 그렇게 예쁜 공주로 살아간 귀한 존재였다. 순종비가 선물한 프랑스 인형이 보이는데, 감히 그 시대에는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하는 선물인 것이다.

궁 안에서의 삶과 궁 밖에서의 삶을 오고가며 보여주는 일상 생활의 모습들은 숨겨진 왕실내의 모습을 엿보는 재미로서 충분히 귀한 기록물이라 생각된다. 고종 황제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의 다섯째 딸로 태어나 근현대사의 풍파를 겪으며 드라마와 같은 삶을 산 그녀의 일기는 충분히 독자들을 매료시키며 세밀한 역사에 동참하도록 해준다. 그렇다. 저자는 대한제국 황실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정치적으로 폄하된 이야기가 아닌 실제의 역사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특히 이 책은 대한제국의 황자로 독립운동에 뜻을 펼치고자 상하이에 망명하려 했던 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책에 기록된 것이 마음에 남는다. 어머니 의찬왕비의 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한 왕조의 마지막은 비극으로 끝이 난다. 그러므로 우리 황실이 당면한 비운은 당연히 겪어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조용히 살아라"

황실 사람들이 겪은 것을 생각하면 아픈 부분들이 많다. 그러나 저자는 항상 이 말씀을 떠올리며 세상을 왕녀가 아닌 평범한 민간으로서 아픔을 견뎌내고 있다. 황실의 추억을 썼지만 독자들에겐 조선왕조의 마지막과 근현대사의 중요한 기록물로 우리에게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이 책의 한 문장

“나는 하루에 100년을 뛰었습니다.” 누가 나에게 어린 시절 얘기를 해보라고 하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살던 궁과 다니던 학교 사이에는 시대적인 격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궁 안의 삶은 여전히 옛 풍습을 지키는 봉건 시대였고, 학교에는 날로 변화하는 개화 시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양쪽의 풍조에 다 발을 맞춰야 했다. 아침이면 봉건 시대에서 개화 시대로 건너갔다가 학교가 끝나면 개화 시대에서 봉건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이 날마다 반복되는 나의 일상이었다. p.42


- 이 글은 컬쳐불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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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연대
수잔 글래스펠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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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공감이 구원이 됩니다

어떤 책은 표지와 제목으로 인해 선뜻 마음이 동한다. 이 책은 표지 그림과 제목이 시사하듯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연대에 대한 얘기다.

아픔을 가진 자에게 공감과 위로는 따뜻함을 넘어 구원을 준다. 즉 삶을 견디게하며 용기를 준다. 요즘 또 다시 마음 다친자들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그 중에는 자살 싸이트에서 만난 두 남녀도 있다. 아픔을 가진자들이 자살이라는 연결점으로 서로가 연대되어 죽음이라는 용기를 가졌다.

이렇게 연대함(공감)은 삶의 가장 큰 무서움(죽음)도 이기게 한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많이 아픈 이유도 서로 연대함이 적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마틴 부버의 ‘나와 너’라는 책이 생각이 난다. 독일 출신의 유대인 사상가 마르틴 부버는 인간이 맺는 두 종류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너'의 관계와 '나—그것'의 관계이다. '나—그것'의 관계는 상대방의 존재를 '기능적인 어떤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때 상대방은 언제든 다른 대상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 나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서만 유용하다. '나—너'의 관계는 인격적인 관계로,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유일한 '나'와 역시 대체 불가능한 '너'가 신뢰 속에서 존재하는 관계다.

좀 더 설명하면 '나—너'의 관계는 온 존재를 기울이는 관계이며, '너'를 나의 의도에 따라 판단하지 않는다. 판단은 '나—그것'의 관계일 때 가능하다. 즉 '나—너'의 관계는 사랑의 관계이며, '나—그것'의 관계는 쓸모의 관계이다. '나—너'의 관계는 상대방을 현존하도록 만들지만, '나—그것'의 관계는 눈앞에 있는데도 상대방을 부재하게 만드는 관계다. 이 관계는 피상적이고 기계적인 관계 속에서 상대방을 무의미한 존재로 만들며 이때 '너'라는 의미는 단지 '너는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존재'일 뿐이다는 식이다. 나에게 무의미한 '너'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 마음의 연대는 ‘나와 그것’의 관계를 ‘나와 너’의 관계로 나아가도록 한다.

이 책은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소설이다. 사건에 대한 실제 얘기는 책의 맨 뒷편에 나온다. 소설의 내용은 이러하다. 한밤중 남편이 목에 밧줄이 감긴 모습으로 살해되었다. 그런데 같은 침대 옆자리에 있던 부인은 곤히 자느라 범인을 목격하지 못하였다고 말한다.

"깊게 잠드는 편이라서."

이 말에 대해 목격자(루이스 헤일)와 보안관 피터스, 담당 검사, 두 명의 이웃 여인들이 사건 현장에 오게 된다. 누가 보아도 아내가 살인했을 가능성을 두고 추측하지만 여인들은 사건 현장을 둘러보며 그 여인이 겪었을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 '더러워진 수건, 뚜껑이 열린 채 방치된 설탕 통, 낡아 빠진 화덕, 양동이, 특히 정갈하지 못한 한 부분의 퀼트 조각 등은 살해된 자의 아내가 즉 농부의 아내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지를 느끼게 해준다. 아래의 글은 사건 현장에 있던 두 여성이 남긴 여성으로서의 '연대감'을 느낀 대목이다.

"검사는 싱크대로 가서 손을 씻었다. 하지만 깨끗한 부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수건이 더럽네요.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주부는 아니었던가 봐요. 부인들이 봐도 그렇지 않나요?"

헤일 부인이 반발했다. "농장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어요." p55

"헨더슨 검사님. 농부의 아내로 살려면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내야 하는지 아시나요? 게다가...

그 집은 쾌적한 환경은 아니잖아요. 이 집." p57

남성이 수건을 보는 관점과 여성이 보는 관점이 보이는가? 여성은 연대하고 있다. 그러나 남성은 사건 중심으로만 살피고 있다. 또 다른 대목으로 가보자. 이번에 낡아 빠진 화덕에 대한 얘기다.

"한 눈에도 여기저기 부식되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화덕을 보았다. 헤일 부인은 해가 몇 번이고 바뀌도록 낡아 빠진 화덕과 씨름해야 하는 삶은 도대체 어땠을지 생각해 보았다. 헤일 부인은 떠올렸다. 저 오븐에서 어떻게든 뭐라도 구워보려 애쓰는 미니 포스터를.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 번도 들여다보지 못했던 미니 포스트를....." p83

그리고 또 다른 대목은 '퀼트 조각'의 대목으로 가보자.

"바느질이 다른 부분은 정갈한데 여기 이건..... 세상에나 완전히 다른 사람이 한 것 같네요. 여기저기 찔리기도 많이 찔렸나 봐요. 이걸 만들 때 정신을 딴 데 팔고 있기라도 했던 걸까요? 시선이 마주쳤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반짝이며 터져 나왔다. 어떠한 연대감이 둘 사이에 생겨난 것이다. [...] 아무리 봐도 한 사람의 실력이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의 차이였다. 엉망진창진 퀼트 조각을 들고 있으려니, 어쩐지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된 불안감을 진정시켜보려 여기저기 바늘을 찌르던 한 여자의 심정이 퀼트 조각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았다. p.89, 93

이 책은 한 사건에 대한 '공감'에 대한 얘기다. 이 사회는 어떤 사람을 단죄하고, 사건을 처리하는 하나의 대상 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해야 하는 지를 보게 된다. 한 사람은 우주와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들이 첨부되어야 한다. 그래서 범죄자를 대하는 시선도 살인=징역 또는 사형이 아닌, 다른 관점으로 범죄자를 보게 한다. 물론 여기에도 이런 등식이 적용되어야 하느냐는 난관도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우리에게는 저자가 말하듯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다. 나만의 불운이고 비극인 것 같아서, 내가 부족하여 이겨내지 못한 시련인 것 같아서, 그저 감추고만 있는 비밀이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꺼내어지는 순간 우리는 모두 알게 된다. 다들 같은 마음으로 감내하며 인내하려 애쓰고 있음을 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여성이란 존재를 단지 가정에서 '하찮은 일'을 도맡아 하는 존재에서 한 인격적인 존재로 인정받는 길을 열어 주었다. 당시 여성들은 자신의 비극이 개인적인 문제라고만 생각했지만 그러나 한 사람의 삶이 드러나자 같은 비극을 견디며 살아가느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며 권리를 찾았다. 결국,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공론화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였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즉 드러내거 연대화여 변화를 일으켰다. 그렇다. "어떤 공감은 구원이 된다. 공감은 연대를, 연대는 용기를, 용기는 변화를 불러온다. 모두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결국 같은 마음으로 견디고 있는 것이다." p.146-147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매몰차며 냉정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참되게 생각하며 기쁨도 슬픔도 나누는 사이가 된다면 이 사회는 토마스 모오가 말하는 유토피아와 같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물론 토마스 모어가 말한 것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 유토피아가 그려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연대하는 ‘사랑으로만 이루어진 사회’ 그런 사회를 꿈꾼다.

그것은 어쩌면 성경에서 말하는 ‘천국’만이 그런 참 연대를 이루는 세계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암튼 우린 연대함을 통해 살아갈 용기와 구원을 얻는다. 이 책은 그것을 말해주는 책이다.

- 이 글은 책과 콩나무 카페를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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