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 2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삼국지 기행 2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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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기행 1을 읽고 2를 읽게 되었다. 그리고 여는 글부터 다시 읽게 되었는데 1에서는 보지 못한 부분이 보인다. 책이란 읽는 이의 어떤 상태와 마음에 따라 다르게 읽히나 보다. 『삼국지』정사(正史)를 다루는 역사적 사실 기록이다. 그러나 『삼국지연의』는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적 사실과는 무관한 이야기가 섞어져 나온 기록물이다. 그래서 전혀 상관없는 인물과 사건을 일치시킨다거나 사건의 일부를 다른 사건으로 꾸미는 것도 수준급이다. 아주 감동적인 이야기도 사실처럼 만들어 내었다니 독자는 과연 무엇을 읽고 있는가 싶다. 그런데 이러한 과장, 확대, 재창조는 위정자들이 그 한몫을 보태어 자신들에게 필요한 이데올로기를 창출하는데 사용하였고,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민중들은 그런 내용을 역사적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삼국지연의』가 역사적 사실보다 주관적 사실을 중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는 삼국지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건 바로 '중화주의에 이로운 창조 작업'을 국가가 나서서 진행한 것이다. 겉모습은 인간 군상의 백하난만한 삶을 그려내어 후세가 본받을 만한 삶의 경전으로 만들었지만 그 내면에는 중화주의로 표방하는 이민족 역사에 대한 자의적 예단과 폄훼, 그리고 중화민족주의 우월성을 드러내는데 필요한 '중화공정'이 깊숙이 스며들었다고 하니 기가차다. 우리는 저자 말처럼 소설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삶의 지침으로 편하게 대하고 있는데 『삼국지연의』는 그 순간에도 쉬지 않고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삼국지연의』을 통해 21세기에 '중화제국'을 구현하여 과거의 영화를 되찾고자 문화를 통해 접근해 온다. 그러므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며 이 책을 제대로 읽고 중국이 지향하는 바를 꿰뚫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이렇게 저자의 머리말과 들어가는 말은 중요한 부분이다. 다시금 책을 읽을 때 더 주의해서 읽어야 될 것을 짚는 시간이 되었다.

삼국지 기행 2는 조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러나 여기서 조조는 삼국지연의를 관통하고 있는 '조조 악인론' 과 다른 훌륭한 인물로 나타난다. 나관중이란 자는 조조를 아주 싫어하고, 유비와 제갈량을 귀인처럼 다룬다. 이것을 보면 모든 역사는 승자의 역사적 기록물이라는 미명아래 거짓으로 도배된 내용들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저자가 다루고 있듯이 흔히 『삼국지연의』의 내용에 대해 '칠실삼허'七實三虛(열 중 일곱은 사실이고 셋은 허구다) 라고 하지만 사실 '삼실칠허'三實七虛에도 못미치는 작품이지 않는가? 그런데 중요한 것은 독자들은 어느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허구인지 알려고 애쓰지 않는다. 이는 소설적 재미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정자들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를 활용한다. p21-22

우리가 익히 아는 명장면들을 보자.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가 그러하고, 관우가 술이 식기 전 화웅의 목을 베는 장면과 천리를 단기로 달리며 다섯 관문의 다섯 장군을 베는 장면이 그러하고, 조자룡이 장판파에서 유비를 구하는 장면과, 제갈량이 적벽대전에서 화살을 빌려오는 장면과 남만의 맹획을 칠종칠금하는 장면 등은 사실 허구라는 것이다. 조조 악인론에 대해서 말했다. 실제 조조는 심혈을 기울여 만든 동작대를 만들고 다음과 같이 유언을 했다.

"높은 지형을 이용하되 봉분은 쌓지 말고, 나무도 심지 마라. 금옥 같은 보물로 넣지 말고, 향료는 여러 부인에게 골고루 나눠 주라. 그리고 제사는 지내지 말라"

그러나 삼국지연의에서는 "첩실과 기녀들은 모두 동작대에 살게 하라. 누대 위에 여섯 척 크기의 무대를 만들고, 가는 비단으로 만든 휘장을 둘러쳐 조석으로 술과 육포 등의 음식을 올리고, 매달 보름 무렵에는 휘장을 통해 노래와 춤을 추라. 너희들도 때때로 누대에 올라 서쪽에 있는 나의 묘를 참배하도록 하라."

얼마나 다른가? 특히 역사서인 진수의 『삼국지』 중에서 '무제기'에 나타난 조조의 유언을 함께 살펴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영웅 조조의 진면목을 여기서 보게 된다.

"천하가 평정되지 않았으니 고대의 예에 따라 장례를 지낼 수 없다. 장례가 끝나는 대로 모두는 상복을 벗도록 하라. 병사를 통솔하며 진지에 머무르고 있는 자는 자리를 떠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담당 관리는 각자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라. 나의 시신은 평상복을 입히고, 금은 보물 따위는 넣지 마라." p25

그래서인지 저자가 10년 만에 삼대촌 광장에 찾아 갔더니 삼국지 유적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조조가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조조는 또한 군사 전략, 정치, 문학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자다. 교양이라 할 수 있는 음악과 서예에도 출중하였다. 문무를 겸비한 천재적인 재능의 소유자였다. 시인으로서도 뛰어난데 혼란한 정치 상황과 난세에서 생활하는 백성들의 고통을 한 기록물에서 이렇게 그려 낸다.

투구 갑옷 속에는 이가 끓고

만백성은 죽어만 가네

백골은 이슬에 젖어 들녘에 나뒹굴고

천리 안엔 닭 울음도 들리지 않는구나

산 백성이란 백에 하나쯤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창자가 끊어지는구나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갸륵해 보이는 것은 나뿐일까? 정사 삼국지를 번역한 김원중 교수님이 쓴 글을 하나 더 보자.

“조조? 참 대단한 인물입니다. 전략이면 전략, 행정이면 행정, 냉철한 현실감각에다 시인이기도 하지요. 유비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고 배신자에다 부화뇌동자에 불과하죠. 그런데 영웅이라니요.”

이런 허구는 책을 얼마 넘기지 않아 또 보인다. 그건 '적벽대전 승리의 주역인 주유(周瑜)'에 관한 내용이다. 그는 뜻도 펴기 전인 36세로 요절하는데 주유는 문무겸전에 풍채도 우아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삼국지연의에서는 제갈량을 신격화하려는 의도 아래 주유를 생각이 협소하고 용렬한 장수로 폄화시켰다. 특히 주유는 술 취한 가운데서도 연주가 틀리면 이를 알아낼 정도로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또한 주유가 노숙(魯肅)에게 군량미를 요청하자 노숙이 두말 않고 삼천 군량미를 내준 것도 주유의 인물됨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훗날 황제의 자리에 오른 손권은 "주유가 아니었으면 나는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였다"라고 회고하였다. 이런 주유가 나관중의 손끝에서 한낱 졸렬한 소인배로 잔락하였으니 이쯤 되면 소설의 횡포가 대단한 것이다. p39

이번 삼국지 기행 1과 2는 저자를 통해 때가 많이 묻은 먼지를 털어내면서 정사(正史)와 허구의 칼날을 보게 되는 기회였다. 이것만해도 이 책을 읽은 것이 독자의 시야를 넓게 해주었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은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하고, 역사를 보는 안목을 주며, 삼국지 본연의 것을 보게 하고, 실제 역사의 현장을 실사진으로 보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1,2 포함해서 총 48개의 이야기는 실타래를 풀듯 독자의 하루를 지루하지 않게 해주고 있다. 소설과 같지만 소설 이상의 의미를 이 책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 이 글은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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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기행 1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삼국지 기행 1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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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되, 소설 이상의 의미를 담은 삼국지연의를 길 위에서 만나다!”

중국의 삼국지 현장에 대한 관심과 여행에 집중하다!”

 

저자의 책을 받고 보니 술술 삼국지의 저자였다. 역사소설인 삼국연의120회 내용을 압축한 것인데 너무 재미나게 읽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삼국지 기행은 재미를 넘어 가히 대작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작품으로서 독자를 역사적인 현장 안으로 들어가게 하여 생생한 현장을 보게하는 맛을 준다. 이 책은 나관중이 정리한 삼국지의 현장을 둘러보며 정리한 답사기로 편찬된 책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시대의 유적과 유물들을 실제 사진으로 살펴보며 눈에 담으니 가히 삼국지가 보다 입체적이고 통합적으로 인식이 되어 진다. 역사적 고증은 저자의 이력을 보면 신뢰가 가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20여 년에 걸쳐 중국 전역의 삼국지 현장을 답사하였다. 더군다니 이 부분에 있어 오랜 시간 연구하며 직접 발로 뛰며 취재를 한 상태에서 이 책을 만들었다. 이 책은 증보판이다. 10년 전에 이 책을 쓰고 또 다시 현장을 찾아 추가로 자료를 넣어서 미진한 부분을 보안해 주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저자가 증보판을 내기 위해 현장을 다시 찾게 되었는데 중국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즉 악인의 대명사로 미움 받는 조조가 영웅으로 부활하였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국력을 바탕으로 폐허나 다름없던 유적지들도 대대적으로 복원을 시켰다. 또한 장강의 삼협댐이 완성되어 장비묘는 옮겨지고 백제성은 섬이 돼 버렸으며,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개발이 진행이 되어 많은 것을 복원시켰다. 물론 유적의 복원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하였다 한다.

 

책을 넘기다 보니 큰 인물은 아니지만 '흑산단'(黑山賊 후한 말기의 도적 집단으로, 184년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면서 각지가 혼란해질 무렵 황하 이북의 산맥지대를 중심으로 발생했다. 그 군세는 100만에 달했다고 한다)을 이끌었던 수장인 장연(張燕)의 묘를 보니 이건 묘가 아니라 흙더미 수준이다. 차라리 없었다면 장연에 대해 신비감어린 눈으로 그를 생각해 보았을 것인데 인생사 별거 아님을 오히려 보게 되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은 전문서적처럼 편찬되었으나 오히려 독자들이 읽기에는 지루하지 않고 정말 소설이면서도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아주어 역사도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된다.

 

무엇보다 시각적 자료가 풍부해서 너무 좋다. 저자는 여러 해 동안 수십 번의 답사를 거치면서 수천 장의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을 추려내어 현장과 연결시켜 주고 있다. 사진을 찍어본 사람은 사진 고르는 것도 고된 노동이다. 그런데 저자는 일일이 그걸 다 기억하고, 거기에 맞게 편찬을 하니 정말 대단한 학자이며, 위대한 정신이 아닐 수 없다.

 

삼국지는 어릴 때 TV를 통해서 접하였고, 어른이 되어서는 대학원을 다니며 라디오를 켜면서 삼국지에 대한 재미난 진행을 오며가며 듣기도 하였다. 삼국지를 세 번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는데 독자는 이 책의 정사를 읽어보진 못했다. 그러나 만화로 읽어 봤는데 정말 흥미진진하게 봐서 한 번은 도전해야 겠다고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정사(正史)를 읽기 전에 이 책을 읽고 머리에 그림을 그린다면 아마도 삼국지가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소설 삼국지는 가장 존귀해야만 하는 백성이 '황건적'이 되어 폭동을 일으키는 장면으로 시작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황건적의 난을 빌미로 정치적 야옥에 눈먼 군벌들의 출세가도를 열어주는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현장이 펼쳐진다. 그런데 삼국지 최고의 영웅인 조조가 누구보다 백성을 무참히 도륙했다고 하니 영웅에 대한 반감이 마음에 남게 된다. 농민들은 사실 후한 말 악정과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태평사회를 꿈꾸는 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며 세력을 키워가는 군벌의 꼭두군사가 되어 오히려 형제를 죽여야 하는 비참한 삶이 이루어졌다. 즉 황건적을 살육하면서 항복한 자들은 조조의 친위대로 삼았는데 대반란이 오히려 같은 농민을 죽이는 격이 되었다.

 

유비 또한 마찬가지라고 하니 기가 차다. 황실의 후손이라는 그럴듯한 빌미로 건달과 유협들을 모아, 유주목 유언을 도와 황건족을 토벌하며 화려하게 삼국지 무대에 등장한 자이다. 손견 역시 황전적 소탕에 눈부신 활약을 하였는데, 완성 전투에서 성벽을 오르며 황건적을 죽이는 칼솜씨가 악귀와도 같았다고 하니 백성을 죽여서 얼마나 많은 전공을 세우려고 했는지 마음에 그늘이 생긴다.

 

이처럼 삼국지의 영웅들은 사실 모두 도적으로 몰린 백성의 고혈을 빨고 도륙하며 위라는 정치적 야심을 창출한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영웅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끔 한다.

 

챕터는 1권이 24개의 쳅터로 되어 있으며 끝부분에 추가적인 자료를 넣어 책의 풍미를 더해주고 있다. 1쳅터 같은 경우 관우에 대한 탄생설화를 실어주고, 2쳅터는 '도원결의'와 같은 익히 아는 얘기를 색다르게 풀어주고 있다. 더불어 이 책은 도원결의의 무대가 되었던 장비의 고향 탁주, 제갈량이 유비의 삼고초려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융중, 조조가 천하를 호령했던 허창, 중원의 고도 낙양, 그리고 촉한과 운명을 함께 한 성도, 제갈량과 맹획의 칠종칠금(七縱七擒)”, 관우가 화용도에서 조조를 놓아준 일의 진실, 적벽대전에서 패할 수 밖에 없었던 조조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재미나게 실어주고 있다.

 

조조의 실패를 역병에 두고 있는데 요즘으로치면 전염병이다. 당시 한 무덤을 통해 시신을 부검해 본 결과 '주혈흡층병'에 의한 급성 간염이라고 알려졌다. 이는 물속에서 부화하고 중간 숙주인 소라나 우렁이 등에 기생하다가 물속으로 유출이 되는데 사람이 익히지 않은 음식을 먹을 때 장으로 들어가 장점막과 간장, 혈액 등을 파괴하여 결국 복부 파열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조조가 적벽으로 진진을 명령할 즈음, 가후라는 자가 조조에게 형주를 수습하고 회유 정책으로 강동의 신하를 복종하게 하라고 했는데 이때 이 말을 듣고 강릉에서 군사들로 하여금 남방 환경에 적응하며 충분히 쉬게 한 후, 이듬해 봄에 오나라에 진군하였다면 역사는 달라졌을 거라고 한다. 배송지는 가후전의 주석에서 조조의 패배를 다음과 같이 썼다.

 

적벽에서의 패배는 조조의 운이 그런 것이다. 실제로 역병이 돌아 등등하던 기세가 한풀 꺾였고, 때마침 남쪽에서 바람이 불어와 불길을 북돋았다. 진실로 하늘이 그렇게 한 것이니, 어찌 사람을 탓하겠는가? p426

 

책은 소설 형태로 되어 있기에, 또한 쳅터가 24쳅터로 나뉘어 있기에 가독성도 좋다. 위에 언급했듯이 수많은 사진을 통해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와 동일한 시간적 흐름에 따라 가면서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읽고 광활한 삼국지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정사 삼국지와 팩션(Faction) 삼국지연의가 함께 어우러져 찬란한 문화를 꽃 피운 중원천하를 돌아다보면서, 우리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그 영웅들의 흔적을 확인해 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의 한 문장

 

백성의 삶은 언제나 한 사람의 위정자에 달려 있다. 위정자의 정책이 백성을 위하는 것이라면 국태민안이요, 자신을 위하는 것이면 가렴주구다. 역사는 언제나 알려준다. 전자의 통치술은 태평성대로 이어지고, 후자의 통치술은 자중지란을 거쳐 필망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그럼에도 똑똑한 인류가 수 천 년 동안 이를 반복하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진실로 백성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p30

 

 

- 이 글은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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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완역본) 세계교양전집 2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이현숙 옮김 / 올리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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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유를 돌아보다

우리가 지키며 누려야 할 자유란?

민주주의 세상 속에서 사는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자유론

 

 

다른 사람들이 어떤 길을 택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내 입장은 이것입니다.

나에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패트릭 헨리

책의 뒤표지를 보면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한다.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용인해야 하는가? 나와 다른 타인의 의견을 왜 존중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째서 소위 별난 사람과도 잘 지내며 공존해야 하는가?

 

자유라는 말은 언뜻보면 매우 좋아 보이나 책임감이 따른다는 말을 하곤 한다. 방금 언급한 부분에 첫째, 둘째는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별난 사람과도 잘 지내며 공존하는 것은 조금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물론 별난 사람의 경중을 따져야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자유라는 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말일 것이다. 누군가 나를 제약하거나 법의 테두리라는 명목으로 묶어두려 한다면 나는 아마도 반란을 꿈꾸며 거사(擧事)를 일으킬 것으로 본다.

 

이렇게 자유라는 단어는 자신이 생각하는 부분이 어떤 것이든 매우 좋아한다. 누군가 내 영역을 건드리면 그걸 침범으로 생각하고,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오래된 미국 영화를 보게 되면 외부인들이 노크를 하거나 강제로 어떤 행위를 하려고 할 때 집안의 총기를 들고 나오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건 자신이 누리는 영역 침범에 대한 강력한 항의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미국 수정헌법 제2조를 보면 "무기를 보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의 총기 규제는 총기 사고에 의해 여러 번 거론되지만 그러나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한 미국은 영원히 총기를 집안에 둘 것이다. 그 이유 중에 가장 큰 한 가지라면 역사와 전통 아래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 폭압적 정부를 향한 거센 대응에서 비롯된 것이다. 총이란 개인이 누릴 자유를 취득하는 울타리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자유론을 말하기에 앞서 서론이 길었던거 같다. 이것 또한 자유가 아닐까? 그러나 본 책에 대한 서평은 어떤 기준점을 토대로 써내려 가야하는 책임성이 주어졌기에 그 틀 안으로 들어오고자 한다. 진짜 자유란 남을 해치거나 타인의 권리를 망치는 자유가 아닐 것이다.

 

이 책 자유론은 자유에 관한 일종의 '경전'과 같은 책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곰곰이 읽다 보면 자유를 온전히 누리는 것이 생각 밖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어떤 분은 '자유 천지'라고 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새삼 자유론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책은 총 5장으로 되어 있다.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의 헌신을 맨 앞장에 소개한 저자는 처음 1장에서 책을 쓴 목적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그는 자유의 영역을 정의하며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일이야말로 엄격히 통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흔히 말해지는 의지의 자유가 아닌 시민의 자유, 또는 사회적 자유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다. 다시 말해, 사회가 한 개인을 상대로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본질과 그 한계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이런 자유에 대해 '그 누구도 이 문제를 명확히 제시하거나 상세히 검토한 적은 없었다'고 말하며 자신의 논리를 펼쳐 나간다. 그 중에 한 단락은 상당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기도 한데...(아래 부분 참조)

 

사회는 자기 의지가 담긴 명령을 내릴 수 있고실제로도 그렇게 한다그런데 사회가 올바르지 않은 그릇된 명령을 내리거나 사회가 개입해서는 안 될 일을 위해 권력을 사용한다면그 횡포는 다른 온갖 형태의 정치적 억압보다 훨씬 더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것이 된다그러한 횡포는 일반적인 정치적 탄압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극단적인 형벌을 가하지는 않지만개개인의 일상생활에 더 깊숙이 파고들어서 그 영혼까지 사로잡음으로써 도저히 벗어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그러므로 공권력의 횡포를 막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이와 더불어 사회의 일반적인 견해나 감정을 억압하는 행위도 막아야 한다이뿐만이 아니다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법률적 처벌 외의 수단으로 사회의 이념과 관행을 행동 규범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사회의 관습에 부합하지 않는 그 어떤 개별성이 발전하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되도록 그것이 형성되는 것조차 차단하여 모든 사람의 성격이나 개성은 사회가 정한 방식에 맞추도록 강요하는 것 역시 막아야 한다. p15


 

시민적, 사회적 자유를 말함에 있어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논해주니 감정적 억압을 당하는 자들 같은 경우 마치 이 책은 사상적 구원자와 같다.

 

2장에서는 사상과 토론의 자유를 말하고 있다. 여기서는 기본적인 도덕률 선상에서 보장되어야 할 생각의 자유, 토론의 자유를 두드러지게 말한다. 소크라테스를 유죄로 몰고 사형을 시킨 일은 그야말로 당시 기득권자들이 얼마나 사상과 토론을 규제화 시켰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장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 대한 기독교 탄압에 대한 부분은 살짝 충격이다. 네로 황제가 기독교를 탄압함에 있어 가장 악랄한 황제로 알고 있었는데 다른 자료를 찾아 보니 네로 황제를 능가할 정도였다니 새삼 놀라게 된다. 이렇게된 이유가 무엇인가? 그건 자기 자신의 신념을 주관화한 것에서 비롯된다. 즉 당시 기준으로 그는 기독교가 사회를 타락시킨다고 보았다. 기독교 또한 무신론이 허위일 뿐 아니라 사회를 타락시킨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니 둘은 상충될 수 밖에 없었다.

 

"신념을 전파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가하는 데 찬성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보다 현명하고 더 낫다고 자부하지 못하는 한, 절대 자기 자신과 다수가 견지하는 무오류의 가정을 내려 놓아야 한다. 저 위대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바로 이런 식으로 잘난 줄 착각하다가 불행한 결과를 초래했다." p51

 

따라서 저자 말처럼 사람들을 통해서든 정부를 통해서든 타인에게 무언가를 강제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강제력에는 정당성이 없다. 그러므로 최상의 정부도 최악의 정부와 마찬가지로 그와 같은 강제를 행사할 자격이 없다. 그리고 여론의 힘을 빌려 그러한 자유를 억압한다고 해도, 여론과 반대로 자유를 구속한 것만큼이나 나쁘다. 아니, 그보다 더 해롭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인류가 같은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하고서 자기와 생각이 다른 나머지 모든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것 역시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나를 제외한 모두에게 가치 없는 의견이라 이를 억압하는 것이 단순히 사적 침해에 그친다고 해도 그러한 억압이 소수 의견에 대한 것이냐, 아니면 다수 의견에 대한 것이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생각을 드러낼 수 없게 침묵을 강요한다면 전 인류의 권리를 강탈하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 그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반대하는 이들도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다.

 

대단한 논증이며 진짜 자유가 무엇인지 우리를 감동 시키는 논리이다.

 

3장에서는 개별성, 행복한 삶을 위한 요소라는 제목으로 개인의 개별성을 강조하며 개개인의 개별성이 발휘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라고 있다. 개성을 짓밟는 체제는 그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그리고 그것이 신의 뜻에 따르기 위한 것이든 인간의 명령을 실행하기 위해서든 상관없이 폭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행동이든 정당한 이유 없이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통제받을 수 있고, 사안이 더 중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통제받아야 한다. 이때 필요하다면 사회 전체가 적극적으로 간섭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는 바이다. 인간이란 타인에게 성가진 존재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4장에서는 사회가 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다루면서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파한다. 마지막 5적용에서는 개인의 자유 보장이 실제적으로 어떻게 적용해야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현실 문제를 가져와 그 길을 제시한다.

 

조금은 난해하기도 한 이 책은 사상과 의사 표현의 절대적 자유를 주창한 소중한 책이다. 자유가 있는 시대 같지만 현대의 개인은 밀에 말에 따라 위기에 처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현대의 개인은 군중 속에 매몰되었다. 여론이 세계를 지배하며 '대중'의 의견으로 둔갑해 횡포를 부리고 다른 의견을 침묵시키고 있다. 사실 인류의 모든 창조적 성취가 다수 의견에 의문을 품은 소수와 그들에게 귀 기울인 집단 덕에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는데 그것을 잊고 자기 의견만 절대시하고 있다.

 

포퓰리즘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좌우파를 막론하고 자신과 다른 의견에는 가혹한 비난을 가하는 자들이 어떻게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고, 억압하지 않는 선에서 그들의 자유를 허용해야 하는 지를 보려면 이 책 밀의 논의에 귀를 기울여야 될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 친일파로 알려진 윤치호가 말한 것이라고 한다."조선인의 특징은 한 사람이 멍석말이를 당하면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보려고는 하지 않고 다 함께 달려들어 무조건 몰매를 때리고 보는 것입니다."

 

자유를 사랑하고, 자유를 누리고 있는 자들이라면 막무가내식 억압 보다는 개개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자유를 허용하는 아량 또한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성애와 같은 문제는 쉽게 뭐라고 답을 내리기 어렵다. 다만 그들에게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며 금기시하는 것에 대해 어떤 사회적 사람들로부터, 의견들로부터 오히려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면 이 또한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는 것이리라. 반대로 동성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동성애자들에게 물리적으로 압력을 넣어 억압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닐 것이다. 자유란 때론 다수가 보기에 이상한 사람도 허용하며 그들의 행동도 개별성이라는 명목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단지 동성애자들이 이벤트처럼 펼치는 퀴어 축제와 같은 도를 넘는 퇴폐적인 행위는 상황에 따라 물리적 제한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란 무한대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유란 타인의 선한 삶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며, 타인에게 문란함을 자유라는 명목으로 받아들이라고 하면 안 된다. 이는 살인을 정당화하고 받아들이라는 거와 같다. 그러므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자들은 다만 그들에게 권하되 그들 또한 도를 넘는 행위로 선을 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자유라는 용어 자체는 쉽게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님을 알게 된다.

 

이 책의 한 문장

 

이 책을 쓴 목적은 복잡하지 않고 이해하기 쉬운 단 하나의 원칙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이는 사회가 법에 따른 물리적 제재를 사용하든 여론을 무기화하여 도덕적으로 억누르든 개인을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엄격하고 규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원리는 인류가 개인이든 집단이든 다른 사람의 자유로운 행동을 정당하게 간섭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자기 보호'가 필요한 경우일 뿐이다. p23

 

인간은 어떤 틀에 본을 떠 만들어지는 기계가 아니다. 기계처럼 정해진 일만 정확히 따라 할 수가 없다. 인간의 본질은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내면의 힘을 바탕으로 모든 면에서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나무와 같다. p103

 

적어도 인간이 선한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믿는다면, 이런 선한 존재가 인간에게 부여한 모든 능력이 뿌리째 뽑혀 바싹 마르기보다는 잘자라고 번성하기를 바라는 믿음이 이 신앙의 본질에 더욱 부합하지 않을까? p108

 

나는 어느 사회든 다른 사회를 강제로 문명화할 권리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 야만이 판을 치던 세상에서 문명이 야만을 굴복시켰다면, 오래전에 제압당한 야만이 다시 세력을 꾀하여 문명을 정복하지 않늘까 두려워하는 것은 헛걱정에 불과하다. p159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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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속의 다니엘서 이야기
정필립 지음 / 필립메이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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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신자에서 신자가 된다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았음을 저자의 후기에서 보았다. 충분한 의심과 합리적 고증을 통해 저자는 신앙에 이르렀고, 그 신앙의 한 부분인 다니엘서를 자신의 재능인 일러스트를 접목시켜 펼쳐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다니엘서를 넘 쉽게, 가볍지 않게 잘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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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지혜 (초판 완역본) 세계교양전집 1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황선영 옮김 / 올리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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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읽자마자 반하는 책이 있다. 바로 이 책이다. 탁월하다 못해 위대하다. 이 책은 어떤 인간관계론이나 처세술보다 뛰어나고 전혀 새로운 형식의 책이다. 분명 이 책은 스토아 철학에서 중요하게 손꼽히는 세 명의 철학자 즉 세네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에픽테토스가 전해주는 삶의 기술과는 다른 결이다. 또한 동양에서 사람과의 관계와 세상에서의 처세술로 유명한 사마천의 《사기》나, 처세술을 넘어 경영학+정치학을 아우르는 통치술의 대가인 한비자가 전해주는 가르침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어떤 분이 언급하듯 형식은 성경의 잠언서처럼 쉽고 짧은 글인데, 내용은 ‘성직자가 쓴 군주론’으로 보일 정도로 직설적이고 현실적이다. 즉 정말 간결하며 강렬하고 놀랍도록 현대적이다. 400년 전에 쓰인 글인데 왜 현실을 살아가는 나에게 꽂히는 가르침과 깨우침이 많은지 모르겠다. 물론 한비자를 통해서도 《사기》를 통해서도 그런 현실적 조언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독자의 견해로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쓴 《사람을 얻는 지혜》는 그냥 핵폭탄이며 읽자마자 바로 깨우치고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이 책은 내로라하는 철학자들이 극찬할 정도의 책이 맞다. 즉 쇼펜하우어, 니체, 라캉 등이 망설이지 않고 최고의 금언집이라고 말하였다. 특히 쇼펜하우어는 그라시안을 "유럽 최고의 지혜의 대가"라고 말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여 쇼펜하우어는 스페인어로 발간된 그 책을 직접 읽고는 심취해 독일어로 번역을 하였다. 세상 이치와 인간 본성을 이렇게까지 날카롭게 파헤쳐준 그의 글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면 이 사람이 누구인지가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17세기가 낳은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1601년 스페인 사라고사 지방의 벨몬테에서 태어났다. 그는 하층 귀족 가문 출신으로, 그의 구체적인 유년기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다른 형제들처럼 신부가 되었다는 사실과 그가 대단히 종교적인 환경에서 자랐음을 짐작할 수 이다. 특히 15세에 발렌시아의 사라고사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면서부터 세상과 인간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18세 때 예수회에 입회하여 신학과정을 수료한 뒤 인문학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풍부한 학식과 지혜를 전해주기도 했다. 발렌시아의 수도원에서 수련을 마친 후에는 전장을 누비며 군인들의 사기를 북돋았으며 신기하게도 그가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두어 ‘승리의 신부’라고 불리어졌다. 그러나 그는 1630년 발렌시아에서 부임지를 옮기면서 에수회와 심각한 충돌을 일으켰는데 이러한 갈등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삶은 많은 변수와 다채로운 삶을 선사한다. 그가 살던 17세기 스페인은 150년간 유럽의 지배자로 군림하다가 쇠락길에 접어든 상태였다. 경제적 위기, 빈부격차, 전쟁 참패와 같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했는데 그 와중에 지도층이란 자들은 위선과 타락으로 얼룩지고 대중들은 빈곤에 허덕이고 있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그는 이 상황을 대처하는 방법들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이 책을 지었다.

그러나 언뜻 보게 되면 인간관계에 대한 정치적 기술, 세상 이치나 인간 본성에 대한 파악을 통해 '잔머리를 굴러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는 부분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은 만만한게 아니기에 그런 기술쯤은 배우는 것이 유익하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 너무 세속적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다시 다르게 말한다면 세상의 이치를 배우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므로 비둘기처럼 순수하면서도 뱀처럼 교활해야 한다. 그리고 순종해야 할 때와 주도해야 할 때를 구분하면서 자기 주도적인 삶아야 한다.

대단한 책을 진작 만났더라면 내 삶이 더욱 면밀해지고, 지혜로워지고, 사람들과 세상에 당하는 일이 적었을 것이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귀하기에 줄을치며, 되새기며, 깊이 생각하면서 이 책을 늘 머리 맡 손길이 가는 곳에 놔두고 읽으면 좋을거라 생각한다.

책 소개에 보면 두 줄로 이 책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너무 정확하여 실어본다.

좋을 때 읽고 나쁠 때 읽는 인생 명고전

사람을 엮고 사람을 거르는 처세의 정수

놀라운 혜안으로 추출해낸 금언 300개는 정말 많은 것을 담아 우리에게 그 지혜를 선사해 주고 있다. 누군가 읽게된다면 일급 비밀이 노출된 것처럼 많이 아쉬울 정도로 인간세계의 비밀이 담겨 있는 이 책을 모든 사람에게 읽도록 추천을 못하겠다. 그래... 나만 읽어야지하는 마음이 생기는 특별한 책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제일 마음에 와 닿는 글을 소개로 서평을 마치고자 한다.

007_ 윗 사람을 누르고 승리를 쟁취하지 말라

윗사람에게 승리하려 하지 말라. 승리는 반드시 증오를 부른다. 윗사람을 밟고 올라서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은 어리석을뿐더러 치명적이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우월한 자를 싫어한다. 특히 상사나 군주는 그런 이를 끔찍하게 싫어한다. 주의를 기울이면 흔한 장점을 그럴듯하게 숨길 수 있다. 옷을 대충 입어서 멋진 외모를 가리는 식이다. 사람들은 남의 운이 더 좋거나 성푼이 더 온화한 것은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남이 더 똑똑한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군주라면 더욱 그렇다. 지력은 군주의 특권이므로 다른 사람이 그런 자질을 드러내는 것은 왕좌에 대한 모독이다. 군주는 가장 군주다운 자질을 온전히 잘 보여주기를 원한다. 누군가가 자신을 돕은 것은 허락해도 자신을 능가하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윗사람에게 조언할 때는 그 사람이 잠깐 잊어버린 걸 상기해주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그 사람이 직접 찾지 못하는 걸 찾도록 도와주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된다. 이런 수완은 별을 보고 배울 수 있다. 별은 태양의 자식이고 태양처럼 밟게 빛나지만 감히 태양의 광휘에 견주려는 시도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p22

082_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말라

극단으로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 어느 현인은 가장 지혜로운 삶의 방식은 중도를 걷는 것이라고 했다. 너무 옳은 길만 고집하면 잘못된 길이 된다. 오렌지도 과즙이 다 빠져나갈 때까지 짜면 쓴맛만 남는다. 무엇을 즐길 때도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머리도 너무 쥐어짜면 남는 생각이 없으며, 소젖도 너무 많이 짜면 우유가 아니라 피가 나온다.

135_ 말끝마다 반박하는 습관을 버려라

말끝마다 반박하는 습관이 있으면 어리석어지고 짜증만 난다. 따라서 반박하기 전에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모든 것에서 반박할 거리를 찾으면 똑똑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집 센 사람은 대부분 어리석다. 어떤 사람들은 달콤한 대화도 언쟁으로 바꿔버린다. 남보다 친구와 지인들에게 더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다. 첫말이 달콤할수록 그 뒤에 찾아오는 언쟁이 더 씁쓸하게 느껴지며, 반박이 행복한 순간을 망칠 때도 많다. 이미 불쾌한 대화에 고약한 말까지 얹는 사람은 손쓸 수 없는 바보다. p151


025_ 눈치 있게 행동하라

눈치 있게 행동해야 한다. 한때는 말을 잘하는 것이 최고의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예측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특히 우리가 쉽게 속아 넘어갈 수 있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눈치껏 행동할 줄 모르면 절대로 똑똑해지지 못한다. 다른 이의 마음을 잘 읽고 의도를 예리하게 파악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진실은 언제나 반만 드러난다. 신중한 사람만이 진실을 완전하게 이해한다. 당신에게 유리한 말을 들으면 믿음의 고삐를 당기고 불리한 말을 들으면 믿음에 박차를 가하라.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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