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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야 예쁘다면서요? - 청소년 섭식장애의 모든 것
김윤아 지음, 이다 그림 / 현암주니어 / 2025년 6월
평점 :
#협찬 #솔직후기

작가 소개란을 읽으며 흥미를 느끼는 나란 사람. 글쓴이와 그린이를 통해 이 책의 분위기를 느껴 보았는데요. 불안한 마음에 자신의 몸만큼은 통제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고백하는 글쓴이. 섭식장애 전문상담사로서 내담자들의 다양한 사연을 접해 보셨군요. 굵은 다리가 창피해 치마 밑에 체육복 바지를 입던 시절을 간직한 그린이. 외모에 관한 비뚤어진 시각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 말해 주는 듯했어요.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더라고요?!
섭식장애를 앓고 있으면서도 본인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치료가 늦어질 수 있대요. 책 서두에서 섭식장애의 정의와 진단 기준을 알려주면서 스스로 가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네요. 체중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부정적인 음식으로 푸는 증상 등 섭식장애의 길로 들어 섰다면 다음의 두 가지를 당장 실천해야 한답니다.
첫째, 몸과 마음이 괴로운 다이어트는 이제 그만! 현실적으로 유지 가능한 다이어트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둘째, 다이어트를 삶의 중심에 두지 말아야 합니다. 내 삶에서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말아야겠지요. 인생에서 체중만 남는다면 정말 슬플 것 같지 않나요?

한 페이지 만화로 상담 사례를 임팩트 있게 담았고, 대화창 이미지 속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서 내담자의 사연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어요. '프로아나'라는 용어도 처음 접해 보았는데, 세상에나! 거식증을 옹호하고 지나치게 마른 몸을 추구하는 커뮤니티를 지칭한다고 합니다. 청소년들은 또래문화가 강해서 또래집단의 이야기에 잘 휩쓸리잖아요. 부모도 알아야 혹시 모를 상황에 대처할 수 있으니, 이 책을 읽기 잘했다 싶었답니다.
청소년의 섭식장애를 이해하려면 아이들이 처한 상황도 고려해야겠더라고요. 각종 미디어의 자극과 당장 효과를 보고 싶어하는 충동적인 경향성 등 청소년만의 특수성을 잘 알면 좋습니다. 아이들이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고 몸과 마음 모두 건강히 자랄 수 있도록 어른들의 관심도 필요하고요. 하, 상담 내용을 읽다 보니 부모와의 대화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싶어서 더 안타까웠네요. 저도 아이와 스스럼 없이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해 봐야겠습니다.
너무 안 먹어도 문제지만,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 음식 중독도 심각한 현상인데요. 음식이 주는 자극에 내성이 생기면서 점점 더 자극적이고 더 많은 양의 음식을 찾게 되지요. 어머나... 스트레스 많이 받은 날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안 부른 느낌이었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실제로 식욕 억제 호르몬이 제 기능을 못 한다고 합니다. 맙소사! 자신의 감정과 식욕이 잘못 연결된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살이 찔까봐 걱정하고, 친구와 비교하고, 말랐다고 칭찬을 듣고 싶어 하는 등 청소년의 심리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특히 아이돌처럼 '뼈말라'가 되어 화려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사례를 읽다보니 우리 초 5 어린이가 떠올랐어요. 요즘 부쩍 외모에 신경 쓰며 음식을 조금만 먹거든요. 아이돌이 상품화되어 소비되는 현상 속에서 소화불량, 우울증, 두드러기 등으로 숨겨진 이면은 우리 아이에게 꼭 보여주려고 해요. 인형 같은 외모의 진실을 좀 알아야 진짜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지요.
섭식장애로 고통 받는 청소년들은 어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요. 이 책을 펼쳐든 청소년이라면 자신의 아픔을 공유할 곳을 알고 선택하는 데 힌트를 얻을 수 있겠어요. 일단은 가까운 부모님, 학교 위클래스 선생님, 학교 밖 상담 선생님 등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좋답니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 나이에 섭식장애로 일상을 포기한다면 정말 슬픈 일입니다. 글쓴이는 청소년들에게 목표를 세우고 실패도 해보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이 책은 섭식장애가 있어도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서 참 따뜻했어요. '지금은 조금 헤매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