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표정없는 남자 ㅣ 한국추리문학선 2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18년 8월
평점 :
혼자 연애하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를 사귐에는 항상 두 사람이 필요하다. '함께하다, 대화하다, 껴안다, 사랑하다, 공명하다, 부딪치다' 등등 연애와 관련된 모든 단어는 둘 이상의 사람을 필요로 한다. 연인관계는 상호작용 하는 관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떨 때는 둘의 시너지가 플러스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마이너스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연애가 힐링이 될 수도, 또 다른 감정 소모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연애가 0에서 마이너스가 되는 순간이 서로에게서 멀어질 타이밍이다. 서로를 깎아 먹는 연애는 큰 전환점이 없다면 파멸을 불러올 뿐이기 때문이다. <표정없는 남자>는 연애의 플러스 마이너스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유진과 준기가 외로움과 과거를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는 것들, 서로에 대한 불신이나 불안, 유진이 당하는 폭력들...모든 것들이 연애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난다.
데이트 폭력이 크게 화제가 된 때가 있었다. 뉴스에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굉장히 흔한 것이 데이트 폭력이다.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데이트 폭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상대를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 상대를 자신의 통제하에 두려고 하는 잘못된 생각들이 문제의 원인이다. 이 책은 데이트 폭력을 문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책이다. 과거 연인 싸움이라 치부되고 가볍게 넘어가던 연인 간의 폭력을 화두로 삼았다.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데이트 폭력의 실상과 그에 대한 대처 방법, 처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소설 속 준기는 잘생기고 성격 좋은 판매원이다. 보들보들하고 부드러운 비누를 파는, 항상 싱긋 웃으며 자상하게 굴던 남자가 180도 돌변하여 핸드폰을 부수고, 욕을 하고, 피가 날 정도로 폭력을 행사한다. 연인인 유진뿐만 아니라 그 주변인들에게까지 휘두르는 폭력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소름이 끼칠정도이다. 이 모든 것이 예전에는 연인끼리의 싸움이라 넘어가던 것들이다.
비록 여기에서는 준기와 유진이 서로의 어두운 과거를 서로 이해하고 공감한다. 둘의 관계는 어쩌면 우리의 동정심을 자극하거나 애절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독자들도 준기의 과거를 알게 되면 그를 불쌍히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엄연히 잘못된 사랑이고 잘못된 연애라는 것을 꼬집어 주고 싶다. 연인관계라는 것은 동정심으로 유지될 수는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동등한 입장에서 연애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잘못된 관계이다. 소설에서는 유진이 준기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간다. 준기와 가진 좋은 추억 때문에 작은 불안 하나로 그를 놓치기 싫다는 마음이 계속 있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준기가 행하는 폭력이나 헤어졌을 때의 보복이 무서웠을 수 있다. 하지만 폭력이 시작된 순간, 서로가 동등한 입장에서 만나지 못했던 그 순간부터 유진은 준기와의 관계를 일체 끊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여자들이 명심해야 할 점은 그것이다. 잘못된 관계를 바로잡지 못하고 애매하게 유지한다면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관계를 단호하게 끊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은 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한 번쯤 읽어봤으면 싶은 소설이다. 가볍게 읽히지만 무겁게 남는다. 소설에서 나오는 많은 익숙한 노래들, 장소들,페이스북이나 유투브 같은 일상 소재들도 많이 나와 공감되는 장면들이 많다. 시대를 많이 어긋난 여러 추리 소설들과는 다르게 트렌디하고 따끈따끈하다. 특히나 여성들의 경우 데이트 폭력에 대한 문제를 다시 상기할 수 있는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고 어떻게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책이다. 연애에 대한 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