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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하드커버 에디션)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9년 6월
평점 :
"우리의 사랑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니까 수학 이야기를 할게요. 0과 1 사이에는 무한대의 숫자들이 있습니다. 0.1도 있고 0.12도 있고 0.112도 있고 그 외에 무한대의 숫자들이 있죠. 물론 0과 2 사이라든지 0과 100만 사이에는 더 '큰' 무한대의 숫자들이 있습니다. (...) 우리의 작은 무한대에 대해 내가 얼마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지 말로 다할 수가 없어. 난 이걸 세상을 다 준다 해도 바꾸지 않을 거야."
참 소중한 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0과 100만 사이의 그 무한한 숫자보다 소중한 0과 1의 무한했던 숫자들. 소중함을 알게 되는 순간 그 작은 무한함은 어느 것보다도 가치 있는 것이니까요.
이미 영화 <안녕, 헤이즐>이라는 원작 소설로 유명한 이 책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가 리커버로 돌아왔습니다. 탄탄한 하드커버에 홀로그램 표지로 돌아와 눈을 홀리는 매력이 있습니다. 물론 그 안의 이야기는 0과 1의 무한함처럼 더 소중하지만요.
이 책의 첫 인상은 엉뚱했습니다. 첫페이지부터 우울중이 죽음의 부작용 이야기와 예수의 심장 위에서 진행되는 서포트 그룹에 이 이야기에서 살짝 뒷걸음질치게 되었다면 믿으실까요. 물론 바로 다음 페이지에 '암타스틱'이라는 단어에 웃음이 빵 터져버렸습니다만, 이 소설의 매력이 이런 점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면 모두가 이 책에 빠져들 수 밖에 없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유머러스 하고 진지해지는, 엉뚱하기도 하고 독특한 이 책의 매력에 말이죠.
두 주인공이 암과 투병하는 환자라고 해서 책이 마냥 우울해 땅바닥을 파고 기어들어갈 필요는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정말 재밌었으니까요. 재치있는 유머에 빵 터지기도 하고 엉뚱함에 실소를 흘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항상 웃지만은 못했지만요. 가끔 웃음 속에 숨어있던 슬픔을 발견할 때 힘이 빠지면서 씁쓸한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헤이즐은 잘생기고 매력적인 거스가 자신처럼 매력적이지 않은 아이에게 끌린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저는 거스가 헤이즐의 매력에 빠진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유머의 절반은 헤이즐이 담당하기 때문이죠! 진지한 단어로 이런 유머들을 만들 수 있으니 헤이즐의 매력은 충분합니다.
책 초반에서 픽션이라고 이야기한 것이 이야기를 오히려 더 사실적으로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책에서 나오는 것들 대부분을 찾아봤으니까요. 헤이즐이 좋아하는 장엄한 고뇌도, 새벽의 대가와 헥틱 글로우도 모두 찾아봤으니까요. 헤이즐과 거스도 어디선가 살아있을 것만 같지만, 작가는 어디까지나 픽션임을 강조합니다 :)
책을 읽으면서 여러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헤이즐의 시각에 맞춰, 또 이리저리 튀어나가는 이야기에 맞춰 생각들이 혼란스럽게 어지럽혀지고 정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의 0과 1의 작은 무한함은 큰 무한함보다 소중하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