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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맷하시겠습니까? -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
김미월.김사과.김애란.손아람.손홍규.염승숙.조해진.최진영 지음, 민족문학연구소 기획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평점 :
가끔씩 너무나 기발하고 딱 들어맞는 책 제목을 보면 감탄할 때가 있다.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젊은 작가 8명이 쓴 이 책의 제목 <포맷 하시겠습니까?>도 볼수록 매력있고, 점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감탄스런 제목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자신의 컴퓨터 CPU에 담겨있는 모든 정보를 깡그리 밀어버리고 아무것도 없었던 처음과 같이 모든 기억장소를 되돌리겠느냐는 물음, <포맷 하시겠습니까?>
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도발적이고, 유혹적인 물음인가?
28살에서 38살까지 젊은 작가 8명의 이야기는 각각의 단편만으로도 좋은 작품들이지만, 한발짝 물러서서 8편을 포괄적으로 바라보면 요즘의 우리 젊은 세대들의 생각과 생활, 고충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김애란의 <큐티클>이 가장 좋았다. 염승숙의 <완전한 불면>도 무척 흥미롭고, 창의적이면서도 공감이 많이 되는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이들 소설의 주인공들중 어렵지 않고, 외롭지 않고, 우울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원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재능이 의심될 정도로 10년째 아무런 성과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친구,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하고 매일매일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친구, 착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하나, 둘씩 원하는게 많아지고, 원하는 것도 점점 더 고급스러워지지만, 결국은 허탈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살고 있다는 것을 느껴버린 친구,
문단의 원로들이 아무리 잘나체를 해도 결국은 젊은 세대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문인, 1980년대 한 대학교에서 데모를 하다 정경들에게 붙잡히지 않으려고 스스로 과학실에 갇혀 지낼 수 밖에 없던 친구, 몇 년째 취직에 매달렸지만 취직은 되지 않고, 잠을 이루지 못해 정부에서 비싼값에 출시한 수면제를 사서 하루하루를 잠과 투쟁하는 친구.
우리나라의 20~30대 젊은 친구들은 이토록 처절하다. 더 슬픈건 30대인 나역시 생활에서 느끼는 것들이 이들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읽는 내내 참 공감이 많이 갔다.
이들은 모두 자기 인생을 포맷하고 싶을까? 나도 할 수만 있다면, 내 인생을 한번 깨끗하게 포맷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나역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 아닌가? 포맷으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을 감내할 용기가 없는 젊은세대.
씁쓸하고 서글프다. 그렇지만, 이대로 마냥 속상해만 한다면 또 젊은이가 아니지 않은가!
나도 그렇고, 주인공들도 그렇고 언젠가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그런날이 오리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 소설속 주인공들과 나 자신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내라! 라고 외쳐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