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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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생각나면서 ..
잠시 추억에 빠져보았다.
다 재밌는데 왜 이루어지지 않나
소설속에서라도 이루어졌으면 좋았을것을 ..

엄마는 겸손의 표시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딸을 번번이 깎아내렸다. 아줌마 앞에서 효진이를 칭찬할 때면 그 칭찬의 번제물로 나의 모자람을 바치곤 했다.
우리 주영이는 머리가 안 좋은지 수련장을 풀게 해도 팔십 점을...
p67 601,602

어린 나는 부모를 이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더 착한 아이가되면 훌륭한 아이가 되어 민폐 그 자체인 내 존재에 대한 빚을 갚을 수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부모를 이해하려고노력하는 것이 어린 나에게는 부모가 나를 제대로 사랑하지 않았으며, 그래서 나를 그저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다고 인정하는 것보다는쉬운 일이었다. 어른들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조금이라도 알아낼 수 있다면 그만큼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해 가짜 이유라도 만들어서 믿고 싶었다.
601,602중에서

나는 이 이야기를 모래와 공무에 지이야기를 모래와 공무에게 하지 않았다. 그의 죽음을 이야깃거리로 삼고 싶지 않아서였다. 선배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서드마음을 위로받고 싶은 이기적인 이유에서든 선배의 죽음을 이야기로 삼는 순간 그의 고통은 그저 마음을 자극하는 동정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도 동정받는 걸 원하지 않는다. 선배의 삶이 그저가여움으로, 억울함으로 결론지어지고 그의 이름이 그저 학대받은 피해자로 대체될 수는 없었다.

"자기가 무슨 특별한 사람이라도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그나이에 벌써 돈 보고 여기 왔으면서. 나는 적어도 안 그랬어. 머리에피도 안 마른, 새파란 나이부터 이런 데 기웃거리진 않았어, 적어도나는."
"그래요, 선생님, 전 돈이 좋아요. 돈이 좋아서 여기 왔어요."
"내 방에서 나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왔다.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으리라고결심했으면서도 결국 기대하게 된 나를 탓했다.
입소할 때는 한여름이었는데 어느덧 한겨울이 되어 돌아가는 길이온통 얼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시외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내가 떠났던 곳으로 돌아간다는 실감을 느낄 수 없었다. 기숙 학원이 더 가깝게 느껴졌고 내가 돌아가야 하는 곳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p135모래로 지은집

그때의 엄마는 언제나 혜인에게 미안해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엄마앞에서 혜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어떤 나이까지 자식은 부모를 무조건 용서하니까. 용서해야 한다는 마음도 없이 자연스럽게. 어떤 이유도 없이 무조건 부모를 좋아하는 마음처럼, 아이들의마음은 어른의 굳은 마음과 달라 자신의 부모를 판단하지도 비난하지도 못한다고 혜인은 생각했다.
p219손길

고모의 말을 들으면서, 엄마와 함께 거실 한구석에서 접은 다리를끌어안고 혜인은 누워 있었다. 어른들은 서로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고 말하면서도 같이 증오할 사람 하나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았다.
p222손길

사람들은 내가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세상 사람들은 철저히 계산적이며, 자기에게 득이 되지 않는 이상 낯선 사람을 결코 돕지 않는다고. 설사 도와준다 해도 그런 선의의 이면에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돕는다는 오만한 기쁨이 어려 있다고. 그 말은 아마많은 경우 사실일 것이다. 어쩌면 그도 나를 돕는 행동으로 자기만족을 얻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의지의 결과였든지 내가 당시 그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p246아치디에서

엄마의 음성 메시지를 들었늘때 내가 처음 느낀 감정은 반가움이었다.
랄도,널 사랑하지만. 엄마는그렇게 말했다. 더 이상은 안 되겠어, 라는 말은 중요하지 않았다. 엄마는 타들어갈 듯 분노하고있었는데, 나는 내가 아직도 엄마를 요동치게 하고 돌아버리게 할 수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기뻤다. 타고난 사디스트여서가 아니라, 그저 그런 식으로라도 우리 관계에 아직도 피가 흐른다는 것을 확인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엄마와의 감정적인 교류를 오래도록 바라왔다는 사실은 나조차도 놀랄 일이었다.
p247아치디에서

어릴 때 어른의 어깨를 밟고 올라가서 이렇게 놀았던 일이 떠올랐다. 학교도 다니기 전 아주 어렸을 때, 그렇게 놀면서 잘 노는 모습을가족들에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기억났다. 엉뚱하고 철딱서니 없는, 말도 안 되는 얘기로 모두를 웃게 하는 막내 랄도, 그런역을 맡으려고 노력했던 내 모습이. 나는 모두를 실망시켰지.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누군가가 내 배를 걷어찬 것처럼 아팠다.
p268아치디에서

조금의 서운함도 묻어 있지 않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나는 마음을다쳤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매정할 수 있지, 그렇게 생각하고는 그녀가 모두에게 등을 돌려 한국을 떠나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 사실은 하민의 태도를 납득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의 통증을 줄여주지는 않았다. 이 정도로 간편하게 정리할 수 있는일이었다면 대체 왜 우리는 그렇게 수없이 만나고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한거지.
p294아치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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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7-0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쉐기쉐기몽쉐기님.^^
오늘은 많이 덥지 않으셨나요.
더운 하루 시원하게 보내고 계신지요.
서재에 오니 파란 배경이 기분 좋은 느낌입니다.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 - 0-10세 아이 엄마들의 필독서 지랄발랄 하은맘의 육아 시리즈
김선미 지음 / 무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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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육아 하라는 내용인데 머절맘이란 말도 있더라.
욕 있는건 알고 샀는데
개정판 나오면 머절맘같은 단어는 집어치웠으면 ..
이젠 안 좋은 단어에 맘자 갖다 붙이는거 너무 역겨워서..

정리하면 책으로 키운 하은이는 공부도 잘하고 수학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치고 학교에선 인기 만점인 아이로 자란다.
영어책은 해석 없이 주구장창 읽어 줬더니 어느날 읽고 쓰고 말하기까지 다 됐다는 마법같은 이야기.
엊그제 들은 말론 연대를 갔단다.

월급에 반은 저금해라 신용카드 없애라 책 읽어줘라 다 좋은 말이지만 아이를 많이 사랑해주고 보듬어 주라는 내용때문에 한번쯤 읽을만하다.
중요한건 책 읽기를 절대 강요하지 말것.

엄마 많이 사랑해주는 하은이의 좋은 면들만 찾아 꼭꼭 간직하기에도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요즘 새삼 느낀다.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는 버리기로 했다.
지금이라도 알게 되서 얼마나 다행인지 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기로 했다.
오늘도 더 많이 인정해 주고, 용납해 주고, 배려해 주리라 다짐해본다.

강연 후에 어떤 엄마가 푸름이 아버지께 물었다.
"제1 반항기에 있는 우리 아이는 일단 맘먹은 일을 못하게 하면있는 대로 떼쓰고 어떤 걸로도 달래지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푸름이 아버지가 물었다.
"뭘 못하게 했습니까?"
"밥에 밀가루를 자꾸 부으려고 해서 못하게 했죠."
밥에 밀가루 붓는 게 잘못됐습니까? 왜 안 됩니까? 기준을 넓게 가지세요.

생명에 위험이나 남에게 해를 가하는 행동이 아니면 뭐든지 허용해 주세요.
한동안 침묵! 나를 비롯한 모든 엄마들이 할 말을 잃었다.
그날 이후부터 그 동안의 내 좁디 좁았던 기준의 폭을 넓게 잡고너그럽고 배려 깊은 마음으로 하은이를 대했다.
그동안 참을 수 없었던 하은이의 행동들이신기하게도 아무렇지 않게 여겨졌다.
떼쓰고 고집을 부릴 때 "하은아, 왜 그래!" 하며 윽박지르지 않고
"이게 잘 안되서 하은이 맘이 많이 속상하구나.
저런, 엄마가 도와줄게."
하고 꼭 안아주었다.
미운 말 할 때도하은이가 지금 기분이 안 좋아요?
‘엄마가 어떻게 하면 하은이 맘이 풀릴까?"
하며 안아주었다.

가까운 놀이터와 공원 체험활동이그 시기 하은이에게는 이 늙은 애미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엄마표였다.
유리알처럼 예민한 2.5춘기를 겪고 있는 요즘은세상에서 가장 이쁘고 상냥한 말로 애미의 심장을 켜켜이 슬라이스한다.
"나 엄마한테 할 얘기가 있어. 엄마 갤럭시가 난 싫어..
나안 보고 수시로 핸드폰만 보니까. 나만 봐주면 좋겠는데..."
다 큰 처녀로 변신 중인 폭풍성장기 초딩애미가 된 이 시점에서다시 아가 시절로 돌아간다면이
좋은 책 더 저렴하게 사겠다고 중고시장 맨날 처뒤지며컴퓨터에 앉아 허구한 날 등짝만 보이지 않을 거고,
나 외로워 만난 동네엄마들 마실에 녀석 끌고 다니며 왜 친구한테 양보 안 하냐, 왜 사이좋게 못노냐고 애 잡지 않을 거다.
정말 더 많이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쎄쎄쎄 해주고걸레질만 하면 등짝에 폴짝 매달려 이~ 하는 녀석절대 뜯어 내리지 않을 거다.
졸린 눈 까뒤집어가며 또 읽어줘~ 움마~‘ 하며 책 들이대던 녀석
"너 자기 싫어서 자꾸 가져오는 거지?" 하며눈 부라리고 억지로 재우지 않을 거다.

크느라 다리 아파~ 다리 아파~ 울던 녀석 잠들 때까지 주물러 줄걸…지금은 없어진 다시는 볼 수 없는켜켜이 접혔던 뚱띠 하은이의 허벅지 주름 한 번 더 만져볼걸…마지기만 하면 톡~ 터질 것 같은 포동포동한 볼살 한 번 더 쓰다듬어 줄걸… 비엔나소시지 같던 녀석의 짧고 굵은 손가락에 깍지 한 번 더 껴볼걸…너무너무 그리워서 눈물이 난다.
글을 쓰다 생각해보니 누가 나에게 말해주지 않은 게 고맙네..
그냥 녀석이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감사하니…

아이의 마음 조절과 감정 억제가 안되서 였다.
책에서 본 대로 마음으로는 구나구나구나~‘ 해야 되는거 아는데 피로와 등짝응 내리누르는 일거리들과 내 자식만 처질지 모른다는 불안함과 애가 망가져 가고 있다는 두려움이 서로 짬뽕되어 내 감정의 하수구인 녀석에게 자꾸 툭하면 쏟아버렸던 것 같다.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청결‘을 조금만 포기하면,
‘생활습관‘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기본, 단계, 남의 시선‘
이런 말을 잊어버리고 내려만 놓으면녀석을 붙들고 악을 쓸 일도 자근자근 씹을 일도
불안과 공포가 뒤엉킨 시선으로녀석을 두려움에 떨게 할 일도 없었을 텐데…
힘든 걸 빨리 인정하고, 어서 내려놓는 뇬이 승리한다. 이 세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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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
백세희 지음 / 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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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이런 사람들이 많다.
세상이 그렇게 만들고 부모가 그렇게 만든다.
부모가 잘 키워주면 그래도 어려운 세상 잘 헤쳐 나갈수 있을텐데 대부분의 부모는 그렇게 못한다.
자신도 부모한테 배우지 못했으니까.

정신과 상담 사례들을 보면 어린시절이 성인이 된 삶까지 지배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얼마나 많은지는 정신과의사라면 다 안단다.
그런데 살다보니 의사 아니라도 알겠더라.
난 나라에서 제발 애 낳으란 소리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경제적으로도 힘들지만 애만 낳고 키운다고 부모가 아니라는걸 알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를 낳기 전에 육아 전문가한테 배울 수 있는 시간을 줘라.
아이를 존중 할 수 있는 방법을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을 줘라.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계속 생겨날 거다.
작가의 솔직한 고백이 멋진 책이였음.

선생님 ‘다른 사람들보다는 내가 낫잖아‘라고 새신이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들어 어딜 가도 거기 있는 사람들은 여기도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 저 치고도 힘든데 내가 몰랐구나‘ 하며 자책하고 있는 거죠다른 사람의 감정 생각하는 거 좋아요, 관심 쏟는 거좋죠. 하지만 제일 먼저 나를 점검했으면 좋겠어요.
내 기분을 먼저요. 친구들한테 말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 일하는 내부 사람들에게도 ‘나는 괜찮아‘가 아니라 ‘나는 너와 비교하면 육체적으로는 편할지 모르지만, 여기도 힘들어‘라는 걸 말하는 게 자신도 편하고 상대방도 편할 수 있어요.p40

선생님 마치 제3자의 관점에서 쓴 거 같은 기록이에요. 힘들땐 무조건 내가 제일 힘든 거예요. 그건 이기적인 게아니에요. 예를 들어 어떤 조건이 좋다는 건, 가기 전까지만 좋은 거예요. 직업이든 학교든 마찬가지죠. 합격하는 순간까지만 좋고, 가고 나면 불만이 시작돼요.
처음부터 끝까지 ‘난 여기가 너무 좋아!‘ 하는 게 가능할까요? 다른 사람들은 나를 부러워할지 몰라도 정작 나는 아닐 수 있어요. 그러니까 나는 왜 즐겁지 못한 거야‘ 하며 나를 괴롭힐 필요는 없어요.
p41

나 약 중독되는 거 아니에요?
선생님 약으로 중독을 만들지 않아요. 중독된 사람들도 여기오는걸요.
나 아침에 약 먹으면 편안해요.
선생님 편안함을 누리세요. 편안한데도 ‘이 약이 내 몸에 안좋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더 부담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누군가 나한테 선물을 주면 나도 언젠가는 갚아야 해‘라고 생각하지 말고, 기뻐하고 현재를즐기세요. 지금은 고마워하면서도 동시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나 .....…(그게 말처럼 쉬우면 여기 있겠느냐고요).
선생님 지금도 괜찮아요. 술 마시면 그럴 수 있고, 약 먹다 보면 부작용 생길 수도 있고, 부작용 생기면 병원 욕하면 돼요.
나(지금도 괜찮단 말에 눈물 나려고 함. 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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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상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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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 한 점 우주의 맛’
제목이 정말 거창하다.
그래 책을 팔려면, 읽게 하려면 제목이 정말 중요하지.
물론 제목으로 고르다 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 아니였다.
진짜 꿀잼.
몇장 읽다보면 퀴어 소설이구나라는 느낌이 오는데 키스를 했다거나 섹스를 했다는 부분에선 일이초간 상상할뻔 하다가 바로 빠져 나오게 된다. 아직은 적응이 안되서.
기존에 보던 소설들이랑 다르게 형태가 특이하다. 장난인가 싶다가도 신선하고 웃기다.
모든 연애에서 나타나는 간지러움, 기쁨, 구질구질함 같은게 담겨 있는데 난 유치원 아들 뒤밟는 장면이 제일 생각나더라.
언젠가 직접 겪게 될 일이라서 그랬는지 눈물도 펑펑 흘리면서 함께 카타르시스도 느꼈다.

공의 기원은 재미 없어서 읽다 말았다.
뜬금 없지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이젠 남들이 좋다며 읽어 보라해고 재미 없는 책을 읽지 않을 거다.
언제나 건강할줄만 알았던 엄마를 떠올리니 재미 없는 책에 시간을 쏟기가 싫다.
미안하다. 작가는 최선을 다 해서 썼는데 재미 없어서 읽다말았다는 글을 보면 얼마나 속상할까
아닌가. 니가 뭔데 하며 피식하려나.

꿈 그거 좋지. 그러나 이거 하나는 기억하게, 기회는 기차와도같아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지.
기차는 매일 매시간 돌아오는데 도대체 무슨 개같은 소리일까
‘생각하며, 그렇게 나의 첫번째 회사생활을 정리했다.

1엄마가 생선 가시는 진짜 잘 발라줬는데.....
그가 갑자기 생선 가시를 바르기 시작하더니 두툼한 꽁치 살을내 밥공기에 슥 얹어놓았다.
- 아이고,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아이고, 죄송해라.
-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 저도 좋아해요. 꽁치 맛있죠.
- 꽁치 말고, 당신이라는 우주를요.
용암을 뒤집어쓴 폼페이의 연인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주 뜨거운 것이 나를 덮쳤고 순식간에 세상이 멈춰버렸다. 스피노자가구별했던 감정의 종류는 마흔여덟 가지. 그중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욕망일까, 기쁨일까, 경탄일까, 당황일까. 그가 나에게느끼는 감정은? 호기심에 기초한 경멸일까, 아니면 나와 같은 종류의 것일까. 나는 감정의 철학 수업에서 배웠던 몇 개의 키워드를더올리며 정신없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 형, 내가 이쪽인 줄 알고 있었어요?
—네, 처음 본 순간부터 알고 있었는데요.
- 우리가 이렇게 될 것도 알고 있었어요?
—네, 그것도 처음부터.
도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은 세상천지에 가장 남자답고 매력적인 사람이며, 나는 그냥 게이스러운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게 있다면 그것이) 몹시 티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꼰대 디나이얼 게이 같은 점이 소름 끼치게 싫었지만그런 그에게 정신없이 빠져드는 내 마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를 알기 위해, 나아가 그에게 빠져드는 나 자신의 마음을 알기 위해,
그 모순을 해석하기 위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가 하는 모든것들을 속속들이 관찰했고 기록했다. 천년만년 학위논문을 쓰는대학원생처럼, 절박하고 가련하게.

별것도 아닌 걸로 토라진 나는 그와 세 발짝쯤 될어져 걸었다.
그는 자기 앞주머니의 개나리를 내 귀에 슬쩍 꽂아놓고는 아이론으로 내 사진을 찍었다. 나는 사진을 보는 척하며 장난으로 그를안았고, 그는 진심으로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질적 뛰었다. 나는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상심하다가 귀여워하다가 자증이 나다가 초단위의 감정 기복을 반복했다. 그래도 봄의 올림픽공원만큼은 는 물이날 만큼 아름다워서 나는 이 말도 안 되는 감정 기복이 날씨 때 .
문인가, 하루종일 환자만 들여다보고 있다보니 나가지 어디가 고장났나, 뭐 그런 생각을 하며 풀잎 같은 걸 편히 귀에도 아보고 남들이 하는 천진난잡한 짓거리를 다 하고 있었다.

주름이 깊어졌고 잔신경질이 늘었다. 그에게서 인생의 힘든 지점을 지나는 사람 특유의 뒤틀린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라고 해서뭐 다를 건 없었다. 만성비염을 얻었으며,

엄마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좀 받고 싶어졌다. 딱 한 번이라도, 미안하다는말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럴 일은 없겠지. 그럴 일은 아마 영영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잠시라도 사과받고 싶은 마음을 품은 나자신이 우스워졌고 얼른 가방을 싸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코를골며 잠들어 있는 그를 내버려둔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날 나는처음으로 동이 트기 전에 홀로 그의 집을 나섰다. 미제의 문물, 자본주의의 산물이 된 채로,

나는 그의 집 우편함에 편지를 꽂아놓았다. 말이 좋아 편지지그를 만나는 내내 써왔던 일기를 찢어놓은 것에 불과했다. 서른 장도 넘는 일기에는 그를 만날 때마다 끓어넘치던 나의 과잉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썼는지 알지 못했다. 그와 내가어떤 관계였는지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일기의 마지막 장에는 우리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달라고, 연락을 기다리겠다고 썼다. 나는 마치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던지듯 그에게 내날것의 마음을 던졌다.

- 너무 애쓰지 마. 어차피 인간은 다 죽어.
‘ 그게 엄마가 할 말이냐고, 묻고 싶었다. 왜 이렇게 됐는지 묻는 게 순서가 아니냐고, 사실은 내내 내게 묻고 싶은 말이 있지 않았
‘냐고, 물어봐야만 할 게 있지 않냐고, 묻고 싶었다.

에 뭐하나 봤더니, 거리에 있는 모든 가게 앞에 서서 일일이 들여다보고 관찰하고, 때로는 만져도 보고 그러고 있더라.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 모습을 뒤에서 보는데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덜컥 무섭더구나. 네가 더이상 내가 아는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에. 네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네가 걷고 싶은 길을 너의 속도로 걷는 게, 너 만의 세계를 가진 아이라는 게 그렇게 섭섭하고 무서웠다.
- 그때부터 산만했나봐, 나.
- 그래서 너를 많이 괴롭혔던 것 같네. 간이 작아서. 너를 간에종지처럼 좁은 내 품안에 가둬놓고 싶었나보다.
엄마는 반쯤 잘려나가고 없는 간 부분을 만지며 씨익 웃지며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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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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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중립 , 다른 하나는 선비.
‘배울만큼 배우고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만한 자리에 있는 사람은 세상 어지럽고 꼴뵈기 싫다고
난 속세를 떠날란다 하면 안된다.’라고 강요하고 싶다.
애키우느라 바쁜 엄마들, 크느라 애쓰는 아기들도 유모차 타고 광화문으로 나왔다.
어떻게 살던 자기 마음이라지만 나가서 뭐라도 해야하는게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도리 아닌가?
‘그냥 멀리서 널 바라볼게’도 아니고 ..
추석이란 무엇인가만 재밌다.

추석을 맞아 모여든 친척들은 늘 그러했던 것처럼 당신의 근황에 과도한 관심을 가질 것이다. 취직은 했는지, 결혼할 계획은 있는지, 아이는 언제 낳을 것인지, 살은 언제 뺄 것인지 등등. 그러나 21세기의 냉정한 과학자가 느끼한 연애편지를 쓰던 20세기 청년이 더 이상 아니듯이, 당신도 과거의 당신이 아니며, 친척도 과거의 친척이 아니며, 가족도 옛날의 가족이 아니며, 추석도 과거의 추석이 아니다. 따라서 "그런 질문은 집어치워 주시죠"라는 시선을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친척이 명절을 핑계로 집요하게 당신의 인생에 대해 캐물어 온다면, 그들이 평소에 직면하지 않았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좋다.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 거니"라고 물으면, "곧 하겠죠, 뭐"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추석 때라서 일부러 물어보는 거란다"라고 하거든, "추석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 거니 말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거기에 대해 "얘가 미쳤나"라고 말하면, "제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아버지가 "손주라도 한 명 안겨다오"라고 하거든 "후손이란 무엇인가". "늘그막에 외로워서 그런단다"라고 하거든 "외로움이란 무엇인가". "가족끼리 이런 이야기도 못하니"라고 하거든 "가족이란 무엇인가". 정체성에 관련된 이러한 대화들은 신성한 주문이 되어 해묵은 잡귀와 같은 오지랖들을 내쫓고 당신에게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 칼럼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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