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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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남편의 등에서 오줌을 쌌다. 남편이 처네를 풀었다. 이도순은 보따리에서 기저귀를 꺼냈다. 딸아이의 작은 성기가 추위에 오므라져 있었는데 그 안쪽은 따스해 보였다. 거기가 따뜻하므로 거기가 가장 추울 것이었다. ]
다른 리뷰에서 이 부분을 이미 읽었고 논란이 된 것이라 알고 있었다.
안 본 눈을 사고 싶지만 최대한 처음 읽는거야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정말 안 봤다면 어땠을까.

저 부분을 읽으면서 역겹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굳이 아이를 놓고 저런 표현을 한 이유가 뭘까라는 의문은 들었다.
그리고 그게 김훈이 아니라 다른 작가였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도 궁금하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순수한 문학적 표현이였는지 논란이 될걸 알고 의도한건지 무의식적인 작가의 사상이 들어있는건지는 작가만 알겠지.

‘나도 여자지만 이게 왜 이상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여자, ‘뭐가 논란이 될만한 것이냐‘는 남자도 있다.
하지만 성별에 따라서, 딸을 가진 엄마이거나 그냥 미혼여성으로서, 사회에서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서 또는 남녀를 떠나 개인의 성향같은 여러 이유로 부분은 기분 나쁘게 다가오거나 반대로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걸 놓고 문학적 표현을 이해 못한다, 억지 스럽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본인들 생각이 그런것 처럼 다른 사람도 다를 수도 있다는걸 알아야 한다.

아이한테 젖을 주기위해 차갑게 언 젖을 부볐다는 부분도 있는데 소설 전체적으로나 김훈 스타일로보나 참 잘 들어맞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훈스러웠다.

간결 문체 간결 문체하듯이 술술 잘 읽혔지만 논란이 된 부분을 떠나서도 옛날엔 이랬다는 아재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느낌들이 와닿지 않고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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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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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불현듯 깨달았다. 이 여자가 그의 아내라는 것을, 그의 행복이라는 것을, 그녀는 오직 그에게 속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녀는 그만 생각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가 죽을 뻔했다는 것을. 이것이 지금 그가 알고 있는 유일한 사실이었다. 베르나르는 니콜이 자신의것이라는 느낌과그들 자신에 대한 연민에 사로잡혔다. ]p135
조제와 바람핀 베르나르가 유산한 아내를 만났을때의 심리 표현인데 이건 여자의 생각에 남자가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 아닐까
이런 일이 있은 후에도 조제를 사랑한다는 베르나르다.


[그녀는 그에게 사랑의 짧음에 대해 말했었다. ˝일 년 후, 혹은 두 달 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스물 다섯 조제는 벌써부터 사랑의 덧없음을 안다.
고전 뿐 아니라 모든 소설에서 불륜이라는 소재가 너무흔하다.
만연한 일이기도 하고 어떤 느낌이고 어떤 충동이 드는지 이해해 줄 수도 있지만 이 남자랑 자고 저 남자랑도 자고 저 여자랑은 이미 잤고 이 여자랑 자고 싶은 심리와 내용은 식상하다.

그가 다시 돌아오지않을까 봐 걱정이라도 하는 듯, 금발에 감싸인 어린아이 같은 얼굴을 문 쪽으로 향한채. 하루 온종일 그를 기다렸듯이 잠 속에서도 불안한 심정으로 그를 기다리면서

그의 정체를 빠르게 파악하면서 , 그가 그녀 자신과 지나치게 닮았고, 자신이 애착을 느끼기에는 그가 너무 불안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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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6
헤르만 헤세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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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한스는 내성적이지만 어릴때부터 영리한 아이였다. 가난한 시골마을에서 개천에서 용 난 격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신학교에 2등으로 들어가지만 주위의 바램들과는 달리 적응하지 못한다. 후에 학교를 떠나고 삶을 방황하다 자살인지 실수인지 물에 빠져 죽어버린다.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다.
자신은 죽지 못하고 소설 속 주인공을 죽여버린 헤세.
˝우리 애는 착한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 그래요˝같은 상황도 있지만 마지막 구두장이 말처험 주위 어른들도 한스를 죽게 만든데 잘못이 있다.
쉬고 놀 방학에도 공부만하게 했으니 수도원에서 만난 자유분방한 하일러같은 인물에게 빠지는게 이상할것도 없다.
공부와 주위의 기대를 져버리기엔 마음이 약하고 친구와 자유는 가까이 하고싶으니 신경쇠약에 우울증이 걸릴 수 밖에.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은 이런 상황이 배는 힘들다.
다른 얘기지만 무딘 사람이 남의 속 잘 모르고 예민한 사람되기 어렵듯이 예민한 성격이 무뎌지기는 정말 힘들다. 수 많은 고통의 시간을 보낸 후에 체념 한다면 모를까.
민감한 사람들한테 예민하게 굴지말고 성격 바꿔보란 소리가 쉽게 할 말은 아니다.
[점심 시간이 고통스러웠다. 시종 싱글벙글 웃는 아버지 말에 대답도 해야 했고, 마음에도 없는 익살을 부려야 했다. 점심을 먹고 뜰에 나가 햇볕 아래서 몽유병자럼 15분쯤 보내고 나자 또 일터로 가야 할 시간이었다.]

[그는 사과나무 아래 축축한 풀밭에 드러누웠다. 온갖 불쾌한 감정과 불안감, 걷잡을 수 없는 생각 때문에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더럽혀지고 모욕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버지에게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 하나? 내일은 어떻게 될까? 이제 영원한 품속에서 쉬어야 할 것 같았고, 잠들어야 할 것 같았고, 부끄러워해야 할 것 같았다. 아주 녹초가 되어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 머리와 두 눈이 쑤시고 아팠다. 일어서서 걸어갈 기운조차 없었다.]
한스 아버지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안타까웠다.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냉대하는 사람. 요즘에도 종종 본다.
고작 초등학생밖에 안된 아이에게 냉소와 거칠고 모진 말들을 내뱉는 아빠들.
그래도 부모라서 다 사랑한다는 말로 잘못을 감추는 비겁자들. 반성좀 해야 한다.

가물가물한 데미안과 느낌이 비슷하다.
한스에서 진화한게 데미안이고 한스가 방황했다면 데미안은 인간 삶의 목적을 알아냈다는게 좀 다르다.
데미안을 다시 읽어 봐야겠다.
다시 보면 더 좋을거 같다.

결국 그도, 그의 분노도 잠을 이기지는 못했다.
바로 그 시각, 그처럼 위협을 받던 한스는 벌써 차가운 몸이 되어 소리 없이 천천히 어두운 강물을 따라 골짜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구역질도, 부끄러움도, 괴로움도 없이. 어둠 속에 떠내려가는 그의 허약한 몸뚱이를 차갑고 푸른 가을밤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까만 물결이 그의 양손이며 머리칼, 창백한 입술을 희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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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찾기 2017-02-28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원한 품 속에서 쉬어야 할 것 같았고, 잠들어야 할 것 같았고, 부끄러워해야 할 것 같았다.....
좋네요,,,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쉐기쉐기몽쉐기 2017-02-28 11:40   좋아요 1 | URL
그쵸그쵸? 좋더라구요 ^^

고양이라디오 2017-02-2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레바퀴 아래서>도 읽어보고 싶은 소설입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쉐기쉐기몽쉐기 2017-02-28 11:4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cyrus 2017-02-28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 그리고 인물들이 처한 상항이 전체적으로 무겁고, 답답해보였습니다. 이 소설 이후로 헤세의 소설을 읽기가 부담스러웠습니다. ^^;;

쉐기쉐기몽쉐기 2017-02-28 19:57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여. 그런면이 있어여. 전 더 궁금해져서 더 읽어볼 생각이들었는데 ^^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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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랑하는 일을 왜 사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애인이나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이를 만나는것에 대한 작가의 사상)
네 남편이여도?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이고 그의 사랑을 존중해 줄 것이라고?
가끔 이런 사람들이 있긴하다. 소설에서도 일반인 사이에서도 있는 캐릭터들.
그들의 대답은 거의 ‘어쩔 수 없지‘다.
가끔 그렇게 너그러워지고 삶에 초연해지는 상태에 놓일때가 있다. 무엇이든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것 같은 상태.
그런데 실제로 일이 닥쳤을때 그 사랑을 존중까지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좀 그래보고 싶다.

"대통령이 애를 안 낳아봐서 그렇다. "
.....다시 생각해도 참 무심한 논리다. 한 사람의 지적, 정서적 무능이 출산 경험의 부재에서 나왔다는 발상. 다산할수록 성불한다는 말인지 뭔지 모르겠다. 그건 애 낳지 않은 여자들에 대한 집단닥 모독이고 애 낳은 여자들에 대한 편의적 망상이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형성은 ‘출산‘ 유무와 상관이 없다. 남자의 성숙이 ‘군필‘ 유무와 무관한 것과 같은 이치다.

대대손손 소통 불능의 장애를 겪는 남성들. 그렇게 살아도 삶이 유지됐으므로 타인의 심정을 헤아리는 능력이 퇴화한 것이다. 무심함이 무뚝뚝함, 남자다움으로 미화된데다가 학교나 학원에서 안가르쳐주니까 관 뚜껑 닫힐 때까지 모른다. 모르고 편하게 살다가 죽는 남자들이 많으니까 그만큼 한평생 고생만하다가 죽는 여자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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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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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오년째 폐지더미에서 일하는 한탸가 책을 압축해 꾸러미를 만든것처럼 이 책 역시 압축하고 농축해서 발효시킨 찐덕찐덕한 표현들의 꾸러미같다. 깔끔하지 않다.
처음에 나오는 비유들은 오글거렸다. 예를들면 이런것.
[나는 근사한 문장을 통째로 쪼아 사탕처럼 빨아먹고, 작은 잔에 든 리큐어처럼 홀짝대며 음미한다. 사상이 내 안에 알코올처럼 녹아들 때까지. 문장은 천천히 스며들어 나의 뇌와 심장을 적실 뿐 아니라 혈관 깊숙이 모세혈관까지 비집고 들어온다]
일부러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멋드러지게 만들어내려고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후로 읽다보면 금새 사라지는데 엄청 감성적이고 너무 심각하게 고독해보여서 잠시 거부감이 들었던것 아닌가한다.

위대한 책들로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았다고 반복하는 한탸지만 실제로 남들에게 교양있어 보이지는 않을것이다.
혼자 속으로 쌓은 교양일지는 모르지만 교양의 가식적인면이 그에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느끼고 행동한다.
그가 쥐 새끼들이 압축기로 빨려들어가는 모습을 보는장면이나 엄마의 유골을 무 밭에 뿌리고는 맛있게 먹었다는 표현, 뜨거운여름에 방치되어 썩어 문드러진 삼촌의 유해를 삽과 흙손으로 긁어내는 장면등에서 그의 가식 없음을 느꼈다.

주인공과 과거의 연인 만차는 똥과 관련이 깊다.
아....이런 얘기 정말 싫어하는데 책 전체에 걸쳐 몇번이나 나오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사람들에게 발생확률이 극히 적은 일이 주인공에겐 세번씩이나 닥친다. 특히 좋아하는 여자와 잘되가나 싶으면 일어나는 일이다.
누군가와 좋을만하면 일어나는 주인공의 재수없는 상황을 가장 쉽게 망했다는 이미지를 주는 똥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어 넣었는지도 모른다. 타인과의 만남을 방해하는 똥이라니...
이렇게 주인공 주위엔 늘 더러움이 함께한다.
똥을 포함해 먼지 가득한 낡은 책, 쥐새끼들, 씻지 않은몸뚱아리, 더럽고 낡은 지하실, 하수구같은 것들이다.
그것들과 가까울수 밖에 없는 가난하고 고독한 운명의 주인공은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이자 책들과 함께 압축기 속으로 들어가 뼈가 꺾이고 내장이 터져서 책과 한 꾸러미가 된다.
뜻하지 않게 홀로 교양을 쌓았지만 타인과의 교류 없는 심각한 고독은 사람을 병들게 할 뿐이다.
짧은 소설인데 너무 길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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