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클래식 - 눈과 귀로 느끼는 음악가들의 이야기
김호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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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분야 중에서 진입 장벽이 높은 영역 중의 하나가 바로 클래식.

물론 잘 모르고 들어도 감동은 받을 수 있지만 아는 만큼 그 감동도 커질테니 관심은 갖고 공부해보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작곡가별로, 시대별로 클래식 관련 책을 찾아보며 좋아하는 작곡가도 만나고, 그 작곡가의 곡을 멋지게 해석하는 지휘자도 찾아내고, 또 유난히 그 음악적 감수성을 살리는 연주자도 골라보는 데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초반부터 "어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며 무릎을 탁 치게 한다.

같은 곡을 연주자에 따라 어떻게 해석하여 연주하는지 책을 읽는 중에 바로바로 비교하여 감상할 수 있게 QR코드로 유튜브와 연동해 놓았다. 역시 시대 변화에 종이책도 살아날 방법이 있군.

이런 생각을 해낸 작가는 과연 누구일까 궁금해 찾아보니 저자 김호정은 서울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중앙일보 문화부 클래식 담당기자로 출발한 인재. 그래서 작은 셈여림 하나하나의 차이도 알아챘던 거로구나. 역시.

이 책은 JTBC <고전적 하루> 프로그램에서 음악가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엮어낸 책이라고 하니 시간이 되면 차근차근 방송을 챙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처음은 피아니스트편.

요즘 가장 핫하다는 임윤찬에게 지면을 많이 할애하였지만, 나는 백건우의 투박한 연주에 더 마음이 갔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클래식의 세계에도 트랜드가 점점 짧아진다는 느낌이 들어 좀 안타깝다. 클래식매니아들이 조성진에게 열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듯 한데 지금은 온통 임윤찬이니.(임윤찬이 별로 좋지 않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새로운 라이징스타도 좋지만 묵은지처럼 은근한 연주자들을 열심히 응원하게 된다. 나이가 드는 탓일까.

손열음의 조회수 2200만 유튜브 동영상도 감탄하며 몇 번이나 반복하여 들어보았다.

두번째는 더 뮤지션 - 첼리스트, 마에스트로, 소프라노.

뮤지션은 기본적으로 재능을 타고 나는 것이지만 이 책의 글을 읽다보면 재능에 안주하지 않고 관리하고 계속 연찬하는 그들의 모습에 고개가 숙여진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음악회의 청중이 되는 것은 그 연주자의 인생을 사서 보는 일'이라는 저자의 말. 정말 동감한다. 힘든 연습과정을 지나 완성된 클라이맥스를 듣는 것은 그의 인생을 압축하여 보는 일이라는 뜻.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돈으로 사서 들을 수 있는 값진 일인 것이다. 

마지막 더 레전드편에서는 클래식계의 전설과 같은 호로비츠, 번스타인, 칼라스, 파바로티의 이야기가 보너스처럼 펼쳐진다.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이번 책에서는 국내로 한정하여 마무리하고 더 클래식2로 해외의 뮤지션으로, 더 클래식3에서는 작곡가별 등 시리즈로 계속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좀 남는다.

띠지에 박힌 소프라노 조수미의 한마디가 눈에 딱 찍힌다.

"음악의 감동적 순간을 포착하는 값진 기록." 이 책은 띠지도 버릴 게 없다. ^^


클래식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정말 읽어봐야 할 작품이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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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 흔들리는 인생을 감싸줄 일흔일곱 번의 명시 수업
장석주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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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신작 [버킷리스트]를 읽은지 3일만에 그의 추천작을 손에 넣었다. 우연일까 인연일까 필연일까. 무용하다는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살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에는 격하게 동의한다. 비단 시 뿐만이 아니라 문학 전체로 확장 적용하고 싶다.

표지 디자인이 정말 감각적이다. 색채도 일러스트도 서점에 진열해놓으면 단연코 눈에 뜨일 정도.

시집 한 권은 10분만에도 다 읽을 수 있지만 모든 시를 내 가슴 속에 담으려면 숙성기간이 매우 오래 필요하다. 어떤 시는 평생이 걸리기도.

장석주 시인의 작품은 안타깝게도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이번 명시수업을 읽고나니 시인의 세계가 궁금해졌다. 대표작 <대추 한 알>을 급하게 찾아 읽어보았더니 과연 농축된 시어들로 깊은 맛이 났다.

형식을 살펴보면 <진한 위로가 필요할 때>, <살금살금 다가온 문장들>, <무용하지만 살아가게 만드는 것>, <시를 잊고 살았기 때문에> 등 4장으로 나누어 시인이 선정한 시를 소개하고 그 시에 대한 생각이나 덧붙일 말들을 엮었다.

평소 소설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시에 대해서는 완전 문외한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알고 있는 시도 꽤 있었고, 좋아하는 시인도 여러 분 등장해서 반가웠다. 아는 시인이 없어서 울적해질 독자들을 배려해서 대중적인 작품도 선정하셨겠지. 하지만 신경림, 기형도, 황동규 등 좋아하는 시인이 목록에서 빠져 많이 아쉽기도 했다.

수록된 시 중 나의 마음을 가장 울리는 작품을 소개해 본다. 언젠가 읽어본 시였지만 전문을 읽어본 건 처음인 듯 하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세계의 시인들이 골고루 포진되어 있고, 읽기 쉬운 작품과 난해한 시도 골고루 분배하여 거부감없이 완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좋은 시에 플래그를 붙였더니 무지개 계단이 만들어졌다. ^^



외로워질 때 책꽂이에서 꺼내어 읽어보고

좋은 시는 정성껏 필사도 해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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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린다는 것 - 인생이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명상록 읽기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지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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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을 해석한 <미움받을 용기>는 우리 부부에게 정말 큰 영향을 끼친 책입니다.

치매와 우울증으로 요양원에 계시던 어머님, 그런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던 아들. 그 두 사람의 관계회복에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그런 고마운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기대하며 첫 장을 펼쳤는데 병환 중의 어머니를 간병하며 명상록을 읽고 정리했다는 내용에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렇지 명상록은 편안할 때 집어드는 책은 아니지.'

 이번 신간에는 필사노트가 함께 들어있었는데요. 그 속에도 보석같은 문장들이 가득했습니다.

복수를 하는 최고의 방법은 자신도 같은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다.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시시각각 죽음이 가까워져 오고 있을 뿐 아니라,

사물을 통찰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죽음보다 먼저 정지하기 때문이다.


도움받기를 부끄러워하지 말라.

이번 책은 명상록 자체가 주는 무거움과 모호함 등이 결합되어 전작 [미움받을 용기] 보다는 가독성이 높진 않았지만, 그 문장의 저변에 깔린 핵심은 자신을 들여다보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타자와 함께 협력하고 공생하라는 것.

중간중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싶은 내용도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슬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슬픔은 파도와 같아서 피할 수 없고, 슬픈 감정은 자신을 놓아버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이 참 위안이 되었습니다.

새롭게 알게 된 낱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善惡無記.

모든 것은 선한 것 악한 것으로 양분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모든 문제는 선과 악 2분법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죽음 그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닌데 우리가 악으로 판단하면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는 것입니다. 결국 어떤 일이 닥쳤을 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선이 될 수도 악이 될 수도 있으니 올바르게 판단하라는 것이지요. 책 제목에 보이는 '다스린다'는 의미가 바로 그런 뜻이겠지요.

아무리 쉽게 쓰였다고 해도 철학서는 쉽지 않은가 봅니다. 차근차근 여러 번 정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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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어요?
로저 크루즈 지음, 김정은 옮김 / 현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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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자, 지구의 지배자가 된 근원은 언어로 의사소통을 했기 때문이다. 언어가 있어서 역사를 기술했고, 언어를 이용해 타인을 설득하고, 언어를 억압해 민족을 지배했다. 그런 언어가 오늘날 인간의 소통을 가장 어렵게 하는 주범이라니.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목차부터 흥미롭다. 어디를 먼저 읽을까 고민이 될 정도로 예화가 풍부해서 자투리 시간에도 한꼭지씩 읽어보기 좋다.



 

 


 

 

언어심리학과 인지심리학을 연구해 온 저자 로저 크루즈는 언어학, 심리학, 인지과학 측면에서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살펴보았는데 책에서는 오해를 낳는 요소들을 심리적 요인, 지각의 문제, 단어자체의 문제, 표현의 문제, 비언어적 표현, 인지적 요인, 사회적 요인 등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사람은 자기의 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데, 그걸 잘 인식하지 못한다. 나 또한 그러하다.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중심에 놓여 있다. "내가 지난번에 말했던 거 그거 알지?" "나는 그런식으로 말한 적 없어."

또, 사람은 상대방의 표정에 민감하다. 비언어적 표현으로 의사소통을 하도록 발달한 인간은 눈썹, 입꼬리, 동공의 크기 등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것은 민감하고도 복잡해서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데 우리는 상대방의 표정을 잘 읽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서 커다란 오해의 구멍이 뚫리는 것이다. 소개팅에서 상대방이 잘 웃어주면 '나에게 호감이 있나보다.' 라고 김칫국을 마시거나 무뚝뚝한 사람의 경우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화가 나 있을까' 라는 오해를 사기 쉽다. 본인은 정말 억울할 일이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들이 두가지 이상 겹칠 경우 의사소통이 원할하지 않게 되므로, 하나의 문제가 있을 때는 나머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하여 소통하도록 제안한다. 해결하기 어렵다면 보완에 집중하라는 의미. 합리적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법이 있었다면 소통이 큰 문제로 대두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번 책은 소통되지 않는 현대 사회의 답답함의 원인을 조명하고 다양한 예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이해와 경각심을 일깨워 주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안심도 되었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구나...'하는.


다음에는 이왕이면 우리나라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우리 작가의 인지심리학 책을 만났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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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프 2 - 메시아의 수호자
사이먼 케이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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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프>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벙커에서 나온 7명의 아이들과 움스크린에서 태어난 선우희 그리고 서집사가 살아남은 인간의 군대를 만나서 홀랜프의 여왕이 있는 도시 파라다이스를 공격하여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인간은 자기 뜻대로 계획하고...

...신은 자기 뜻대로 실행한다.


최 박사의 예언대로 홀랜프들이 침공하고 7명의 아이들이 갑자기 등장하자 살아남은 인류는 최 박사의 예언을 믿게 된다. 그래서 인류는 파라다이스를 총공격하려고 하는데, 그 때 선우필이 재등장하게 되고 그는 홀랜프의 스파이로 의심을 받는다.

1권에서 홀랜프들은 1차, 2차 대전을 거치며 인류를 거의 몰살시켰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어빌리스를 이용해 서로 교신한다. 그런데 2권에서는 인간을 지배하게 된 홀랜프들이 인간을 전혀 괴롭히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고 완벽한 파라다이스를 만들어 준다. 그 이유는 인간을 홀랜프로 만들려는 목적. 홀랜프가 되고자 하는 인간은 페카터모리가 되어 인간의 모습에서 홀랜프의 모습으로 차츰 변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인간으로 남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플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철학적 메시지인가.

선우필과 아이들은 어빌리스로 작동하는 하이퍼 컴퓨터로 홀랜프에 맞서 싸운다. 예상했던 부모의 희생이 아닌 선우희의 희생으로 인류는 홀랜프를 물리치고 살아남는다. 메시아는 선우희였던 것인가.

현대 인류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세계에 비판적인 사고없이 매몰되기 쉽다, 뉴스에 보도되는 전쟁에 무심해지기도 하고, 필요없는 물건이지만 남들이 사면 사고 싶어지고, 1류 연예인의 학폭 사건에 별생각 없이 악플을 단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홀랜프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거룩한 땅을 수호하지 못하고 한없이 오염시키는 우리는 과연 홀랜프보다 나은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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