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novelleco님의 서재 (novelleco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7671123</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un, 01 Nov 2026 20:50:29 +0900</lastBuildDate><image><title>novelleco</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876711232796240.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87671123</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novelleco</description></image><item><author>novelleco</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실적은 좋은데, 주가는 왜 떨어질까? - [숫자의 배신 - 주식 투자에 관한 생각]</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606780</link><pubDate>Sun, 01 Nov 2026 10: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60678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131207&TPaperId=1760678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30/23/coveroff/k91213120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131207&TPaperId=1760678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숫자의 배신 - 주식 투자에 관한 생각</a><br/>장진영 지음 / 원앤원북스 / 2026년 10월<br/></td></tr></table><br/>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매출은 늘었고 이익도 잘 나왔다. 뉴스에서는 ‘사상 최대 실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한다. 반대로 실적이 나빠졌다는 기업의 주가가 오르기도 한다.<br/>이럴 때면 시장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기업을 잘못 골랐나 싶기도 하고, 내가 모르는 악재가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진다.<br/><br/>『숫자의 배신』은 바로 이 답답함을 다른 각도에서 풀어 주는 책이다. 기업이 얼마나 좋은 숫자를 내놓았는지만 보지 말고, 시장이 그 기업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부터 살펴보라고 말한다.<br/><br/>책을 읽고 나면 실적 발표를 볼 때 던지는 질문이 달라진다.<br/>“얼마나 잘했을까?”에서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잘했을까? 그리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까?”로 바뀐다.<br/><br/>[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숫자보다 기대와의 거리]<br/>책을 관통하는 문장은 이것이다.  “주가는 실적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기대와 현실의 차이에 반응하죠.”<br/><br/>다소 강한 표현이지만, 실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좋은 실적도 시장의 기대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br/>가령 어떤 기업이 영업이익 120억 원을 발표했다고 해 보자. 숫자만 보면 잘한 것 같다. 하지만 시장이 이미 150억 원을 예상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투자자에게는 ‘120억 원이나 벌었다’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못 벌었다’는 사실이 먼저 눈에 들어올 수 있다.<br/>반대로 70억 원을 예상했던 기업이 90억 원을 벌었다면 어떨까. 이익 규모는 앞선 기업보다 작지만, 예상보다 잘했다는 점에서는 더 반가운 소식이다.<br/>물론 이것만으로 주가의 방향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좋은 실적과 좋은 투자가 왜 늘 같은 말은 아닌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br/>중요한 것은 숫자의 크기만이 아니다. 그 숫자가 이미 기대에 들어가 있었는지, 예상을 얼마나 벗어났는지, 앞으로의 전망까지 바꾸는지가 함께 중요하다.<br/>이 책의 핵심을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기대다.<br/><br/>[투자자는 “잘했다”보다 “계속 잘할 수 있나”를 묻는다]<br/>프롤로그에는 책의 문제의식을 잘 보여 주는 장면이 나온다.<br/>저자는 좋은 실적을 자신 있게 설명한다. 매출은 성장했고 영업이익률도 높았다. 그런데 투자자가 던진 질문은 간단했다.<br/>“이 숫자, 지속 가능한가요?”<br/><br/>기업은 이번에 얼마나 잘했는지를 설명했지만, 투자자는 다음에도 잘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했던 것이다.<br/>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기업은 기술력과 신제품,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투자자가 알고 싶은 것은 조금 다르다.<br/>그 기술이 어떻게 매출로 이어지는지, 매출이 늘면 이익도 함께 늘어나는지, 경쟁사가 따라오더라도 지금의 수익을 지킬 수 있는지 알고 싶다.<br/>“우리 기술은 뛰어납니다”라는 설명과 “이 기술 덕분에 고객이 반복해서 구매하고, 그 과정에서 이 정도의 이익이 남습니다”라는 설명은 다르다.<br/>책은 그 차이를 ‘번역’의 문제로 바라본다. 기업이 하는 일을 투자자가 판단할 수 있는 언어로 바꿔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숫자를 많이 보여 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숫자가 왜 나왔고 앞으로 무엇으로 이어질지를 설명해야 한다.<br/><br/>[관심에서 가격까지, AEGP로 읽는 기업]<br/>책은 시장의 관심이 가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네 단계로 정리한다.<br/><br/>Attention → Expectation → Gap → Price  <br/>관심 → 기대 → 격차 → 가격<br/><br/>영어 약자로 보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뜻은 익숙하다.<br/>먼저 사람들이 기업을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회사는 앞으로 이 정도는 하겠지”라는 기대가 생긴다. 이후 실제 결과가 나오면 예상과 비교한다. 그 차이를 바탕으로 기업을 다시 평가한다는 흐름이다.<br/>투자자 입장에서는 네 가지 질문으로 바꿔 볼 수 있다.<br/>첫째, 시장이 이 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가?<br/>둘째, 지금 사람들은 이 기업에 어느 정도를 기대하고 있는가?<br/>셋째, 기업은 그 기대보다 나은 결과를 보여 주고 있는가?<br/>넷째, 그 좋은 변화가 주가에 이미 충분히 반영된 것은 아닌가?<br/>마지막 질문을 빼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앞으로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가격에 너무 많이 담겨 있다면, 투자 판단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br/>이 틀의 장점은 기업과 주가를 따로 보지 않게 해 준다는 데 있다. 사업이 좋아지는 모습뿐 아니라, 시장이 그것을 언제 알아보기 시작했고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까지 연결해서 보게 만든다.<br/><br/>[진짜 살펴볼 것은 경영진의 말솜씨가 아니라 약속의 기록]<br/>이 책에서 투자자에게 특히 유용한 부분은 기업의 소통을 살펴보는 체크리스트다.<br/>어려운 기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을 믿을 때와 비슷한 질문이 많다.<br/>좋은 이야기만 하는가, 불편한 사실도 말하는가. 일이 잘못됐을 때 직접 설명하는가, 조용히 넘어가려 하는가. 예전에 했던 약속을 기억하고 지키는가.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는가.<br/>책은 나쁜 소식 자체보다 예상하지 못한 나쁜 소식이 투자자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위기가 생겼을 때 침묵하거나 공시와 IR의 설명이 엇갈리면, 투자자는 눈앞의 문제뿐 아니라 ‘아직 모르는 문제가 더 있는 것은 아닐까’까지 걱정하게 된다. 나쁜 소식을 먼저 알리고, 위험과 대응 방안을 함께 설명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다.[Attachment]<br/>그래서 기업을 볼 때는 최신 IR 자료만 읽기보다 과거 자료도 함께 펼쳐 볼 필요가 있다.<br/>지난해에는 무엇을 약속했는지, 실제로 얼마나 이뤘는지, 못 지켰다면 그 이유를 설명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계획도 발표 내용에서 멈추지 말고 실행 여부까지 확인한다.<br/>화려한 발표 한 번보다 몇 년 동안 쌓인 기록이 더 많은 것을 말해 줄 수 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30/23/cover150/k91213120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4302364</link></image></item><item><author>novelleco</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지도에서 지워진 섬, 아직 지워지지 않은 사람들 - [동백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598024</link><pubDate>Wed, 28 Oct 2026 14:1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59802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02131913&TPaperId=1759802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72/57/coveroff/k40213191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02131913&TPaperId=1759802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동백도</a><br/>조강우 지음 / 허밍북스 / 2026년 10월<br/></td></tr></table><br/>동백도로 향하는 기자의 출발점은 순수한 사명감만이 아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문장에서 그가 먼저 발견한 것은 ‘이주 완료’와 ‘실종’이라는 단어다. “행정상 사라진 섬에서, 실제로 사라진 사람.” 누군가의 절박한 사정은 곧바로 기사 제목으로 바뀐다. 기자는 자신이 그 제목을 버릴 만큼 좋은 사람은 아니라고 인정한다. 이 짧은 고백은 화자를 정의로운 관찰자의 자리에 편안히 놓아두지 않는다.<br/>이 대목에서 작품의 질문은 실종 사건을 넘어선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 자체에 반응하는가, 아니면 그것이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때 비로소 관심을 갖는가. 동백도는 취재 대상인 동시에, 기자가 자신의 시선을 되돌려 받는 공간이다.<br/><br/>실종자의 동생 이수민도 그 시선에 저항한다. 기자가 언니의 실족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꺼내자, 수민은 “가능성이 아니라 편한 결론이겠죠”라고 답한다. 기자에게는 검토할 만한 가설이지만, 가족에게는 수색과 질문을 너무 일찍 끝내는 말일 수 있다. 이 대화가 드러내는 갈등은 사실과 감정의 단순한 대립이 아니다. 무엇을 충분한 설명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누구에게 그 설명을 끝낼 권한이 있는가의 문제다.<br/><br/>사라진 것은 섬인가, 섬을 바라보는 시선인가<br/><br/>『동백도』를 관통하는 핵심어를 하나 고른다면 기록이다. 기록은 존재를 증명하지만, 때로는 살아 있는 현실을 너무 쉽게 종결한다. ‘이주 완료’라는 말과 섬에 남은 사람들 사이의 모순이 그렇다.<br/><br/>그렇다고 작품이 기록 자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한세진은 기자에게 “기자님 말이 지금 이 상황에서는 제일 비싸니까. 잘 적어둬요”라고 말한다. 반면 윤태수를 두고는 “종이 쪼가리가 배를 띄워줄 수 있다고 믿나 봐요”라고 비꼰다. <br/><br/>누군가는 말과 문서에서 가능성을 찾고, 다른 누군가는 그것이 당장의 탈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기록의 필요와 무력함이 한 장면 안에서 충돌한다.<br/><br/>이 충돌은 기자의 역할에도 무게를 더한다. 취재는 사건을 기사로 만드는 작업이지만, 통신이 끊긴 섬에서는 바깥에 전해지지 못한 현실을 붙잡아 두는 일이기도 하다. 기자는 이야기를 얻으러 왔으나, 점차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질문받는다.<br/><br/>멈춘 기계와 돌아갈 수 없는 일상<br/><br/>동백도의 불안은 거대한 재난 장면보다 작고 익숙한 것들의 고장에서 먼저 감지된다. 휴대전화는 켜지지 않고, 보조배터리의 잔량 표시등도 들어오지 않는다. 냉장고 모터와 선착장 경적처럼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았을 소리까지 사라진다. 공기에는 금속이 탄 냄새가 남아 있다. 익숙한 생활의 배경이 하나씩 빠져나가면서 섬의 낯섦이 짙어진다.<br/><br/>이런 장치들을 곧바로 기후 위기의 상징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발췌문만으로는 기이한 현상의 원인도, 사건과의 관계도 확정할 수 없다. 다만 독서의 차원에서 그것들은 분명한 감각을 만든다. 어제까지 당연했던 연결과 질서가 오늘도 유지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감각이다.<br/><br/>그 불안은 기자의 내면에서도 반복된다. 그는 회사 메일함과 어머니가 끓인 미역국, 출근길 버스의 졸음을 떠올리지만, 그 기억들은 오두막의 냄새와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수민이 집에 가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자 대답하지 못한다. “집이 있는 쪽이 아직도 집이라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었다”는 문장은, 고립이 단순히 섬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태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돌아갈 일상의 확실성마저 흔들리는 것이다.<br/><br/>기후 위기를 개인의 부재로 읽는 방식<br/><br/>이 작품을 기후 위기의 알레고리로 읽게 하는 힘은 거대한 현상과 개인의 실종을 같은 공간에 놓는 데 있다. 지도와 행정의 언어로 처리되는 변화가 한 가족에게는 끝낼 수 없는 기다림이 된다. 섬의 소멸과 사람의 실종은 서로 다른 사건이지만, 둘 다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무엇이 남아 있는가’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br/><br/>특히 실종자의 흔적은 완결된 답으로 보존되지 않는다. 절벽에서 돌아오는 길, 화자는 차오르는 바다가 자신들이 본 것들을 곧 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흔적이 사라지는 속도는 진실을 알아내는 속도보다 빠를 수 있다. 미스터리의 긴박함과 재난의 불가역성이 맞물리는 지점이다.<br/><br/>따라서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실종자를 찾을 수 있는가만이 아니다. 찾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가, 누군가의 부재를 성급한 결론으로 덮지 않을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기후 위기는 여기서 배경 설명을 넘어, 증거와 기억을 지키기 어렵게 만드는 조건으로 읽힌다.<br/><br/>절제된 감각이 만드는 긴장<br/>인상적인 것은 불안을 설명하기보다 감각으로 축적하는 문장이다. 소리가 사라진 집, 금속이 탄 냄새, 젖은 바위와 진흙에 눌린 동백꽃이 차례로 등장한다. 동백꽃의 붉은색은 물과 진흙에 뒤섞여 거의 검게 보인다. 풍경은 아름다운 배경에 머물지 않고, 무언가가 훼손되고 있다는 인상을 남긴다.<br/><br/>한세진이 “사람은 둘일 때가 좋아요”라고 말하는 장면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넷이 함께 있다가 둘만 밖으로 나왔다는 대화는 가벼운 농담처럼 시작하지만, “둘이 되면 말이 통하거든”이라는 말 뒤에는 다른 긴장이 생긴다. 작품은 인물을 곧바로 해명하기보다 말의 여백을 남겨 독자가 경계하게 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72/57/cover150/k40213191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4725704</link></image></item><item><author>novelleco</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내로남불의 도덕심리학 - [왜 나는 항상 옳고 너는 그른가 - 갈등, 변절, 내로남불의 시대를 이해하는 도덕심리학]</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561320</link><pubDate>Thu, 08 Oct 2026 19: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56132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92131587&TPaperId=175613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16/0/coveroff/k59213158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92131587&TPaperId=1756132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왜 나는 항상 옳고 너는 그른가 - 갈등, 변절, 내로남불의 시대를 이해하는 도덕심리학</a><br/>오둔 달 지음, 배동근 옮김 / 북트리거 / 2026년 09월<br/></td></tr></table><br/>왜 우리는 서로를 ‘비이성적’이라고 단정하는가 오둔 달 『왜 나는 항상 옳고 너는 그른가』<br/><br/>“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이 문장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정서를 압축한다. 정치, 젠더, 기후, 역사 인식 등 거의 모든 쟁점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도덕적 확신을 자명한 진실처럼 내세우고, 상대의 입장을 ‘감정에 휘둘린 변덕’이나 ‘이기심의 산물’로 치부한다. 코넬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오둔 달의 『왜 나는 항상 옳고 너는 그른가』(북트리거, 배동근 옮김)는 바로 이 익숙한 사고방식을 정면으로 문제 삼는다.<br/><br/>원제 Between Fixed and Fickle이 말해주듯, 책은 두 극단을 동시에 거부한다. 하나는 “도덕적 진리는 자명하고 변하지 않는다”는 고정된 진실의 신화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은 감정과 이해관계에 쉽게 휘둘려 도덕을 바꾼다”는 변덕스러운 도덕의 신화다. 저자는 발달심리학의 실증 연구를 바탕으로 제3의 길을 제시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납득할 수 있고, 타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믿는 이유가 생길 때 도덕적 관점을 바꾼다는 것이다.<br/><br/>이 변화는 세 차원에서 일어난다. 첫째, 새로운 도덕적 관심사가 생기는 경우(관심사의 변화). 둘째, 이미 가진 관심사를 새로운 사실에 연결하는 경우(연결의 변화). 셋째, 서로 충돌하는 관심사들 사이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경우(조율의 변화).<br/><br/>어린아이가 “남을 때리면 안 된다”는 판단을 형성할 때부터, 성인이 기후위기나 역사적 불의를 새롭게 인식할 때까지, 도덕적 변화의 메커니즘은 동일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노예제가 한때 ‘자연스러운 질서’로 여겨졌던 사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그것을 명백한 악으로 보게 된 과정 역시 이 틀 안에서 설명된다.<br/><br/>책의 미덕은 도덕심리학을 ‘옳고 그름을 판정하는 재판관’이 아니라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하는 도구’로 위치시킨다는 점이다. 저자는 상대를 악마화하기 전에 “그 사람이 어떤 이유를 가지고 있는가”를 먼저 탐색하자고 제안한다. 이는 단순한 상대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도덕적 대화의 가능성을 회복하려는 시도에 가깝다.<br/><br/>물론 한계도 있다. ‘이유’의 기준이 다소 느슨하게 느껴질 수 있고, 실제 정치적 갈등에서 제시되는 이유가 진정한 동기인지 사후 정당화인지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 시의적절하다. ‘내로남불’이 일상어가 되고, 도덕적 확신이 곧 정치적 무기가 되는 시대에, 저자는 묻는다. 우리는 정말 상대의 이유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있는가.<br/><br/>도덕적 확신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자신의 확신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타인에게는 자명하지 않은지를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갈등과 단절이 일상화된 시대에, 이 책은 서로를 ‘비이성적 존재’로 낙인찍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지적 제동장치 역할을 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16/0/cover150/k59213158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160059</link></image></item><item><author>novelleco</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AI가 코드를 쓰는 시대, 개발자는 무엇으로 남는가 - [코드를 넘어서 - 판단하는 개발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556694</link><pubDate>Tue, 06 Oct 2026 05: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55669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32131872&TPaperId=1755669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81/29/coveroff/k63213187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32131872&TPaperId=1755669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코드를 넘어서 - 판단하는 개발자</a><br/>팍스 지음 / 비제이퍼블릭 / 2026년 09월<br/></td></tr></table><br/>AI 코딩 도구가 개발자의 일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요구사항을 자연어로 입력하면 코드 초안이 나오고, 테스트 케이스와 문서화, 리팩터링 아이디어까지 순식간에 제안된다. 이제 개발자가 마주한 질문은 단순히 “AI가 내 일을 대체할까?”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AI가 구현을 대신하는 환경에서 나는 무엇으로 가치를 증명할 것인가?”에 가깝다.<br/><br/>『코드를 넘어서 판단하는 개발자』는 바로 그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다. 이 책은 AI 시대에 개발자의 경쟁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구현 능력 중심의 평가에서 판단 능력 중심의 평가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코드를 빠르게 작성하는 역량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을 우선할지, 무엇을 과감히 제외할지, 어떤 위험을 감수할지, 그리고 그 결정을 조직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어떻게 제안할지가 앞으로의 개발자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1][2]<br/><br/>## 구현이 빨라질수록 판단은 더 중요해진다<br/><br/>이 책의 출발점은 AI가 개발 업무 전체를 없앤 것이 아니라, 그중에서도 ‘구현’의 일부를 급격히 빠르게 만들었다는 구분이다. 코드를 쓰는 시간이 줄었다고 해서 요구사항을 정의하는 일, 사용자 문제를 검증하는 일, 시스템 간 충돌을 점검하는 일, 비용과 성능을 관리하는 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br/><br/>오히려 구현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에 개발자는 더 많은 선택지 앞에 놓인다. 이전에는 인력과 시간의 제약 때문에 애초에 시도하지 못했던 기능도 이제는 “일단 만들어 보자”는 방식으로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 시스템에는 더 많은 코드, 더 많은 의존성, 더 많은 데이터 흐름, 더 많은 검증 대상이 쌓인다. AI가 생산성을 높인 만큼, 잘못된 방향으로 빠르게 질주할 위험도 커진 셈이다.<br/><br/>책은 이 지점에서 개발자의 역할이 바뀐다고 진단한다. 과거에는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면, 앞으로는 “지금 이 기능을 만들 이유가 있는가”, “이 기능이 사업과 사용자에게 실제로 어떤 가치를 주는가”, “운영 비용과 장애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된다.<br/><br/>이 변화는 개발자를 구현자에서 판단자로 이동시킨다. 물론 판단자는 코드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기술을 이해하기 때문에 기술적 가능성과 사업적 필요, 속도와 안정성, 단기 목표와 장기 비용 사이의 충돌을 더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81/29/cover150/k63213187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812962</link></image></item><item><author>novelleco</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조용한 밤, 불이 꺼진 방, 문득 귓속에서 들려오는 . “삐—”소리… - [이명은 어떻게 사라지는가 - 뇌에서 시작하는 이명 치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551975</link><pubDate>Sat, 03 Oct 2026 09: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55197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02131560&TPaperId=1755197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46/43/coveroff/k30213156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02131560&TPaperId=1755197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명은 어떻게 사라지는가 - 뇌에서 시작하는 이명 치료</a><br/>김영호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6년 08월<br/></td></tr></table><br/>조용한 밤, 불이 꺼진 방 안에서 문득 귓속에서 들려오는 소리. “삐—”, “웅—”, 혹은 매미가 울 듯한 그 작은 소음. 처음에는 스치듯 지나가는 감각이라 여긴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고 몇 주가 지나면, 그 소리는 더 이상 단순한 소음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둘러싼 침묵을 깨뜨리는 이방인이 되고, 잠들기 직전의 평온을 훔쳐 가는 침입자로 변한다. 책은 닫히고, 생각은 흐트러지며, 무엇보다 “혹시 내 몸이 나를 배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이 스며든다.<br/><br/>김영호의 《이명은 어떻게 사라지는가》는 바로 그 불안의 한가운데에서 시작한다. 제목만 보면 이명을 단번에 지워 주는 치료 비법을 약속하는 책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이 건네는 진짜 이야기는 훨씬 더 깊고, 더 인간적이다. 이명은 단순히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병리적 현상이 아니라, 귀와 뇌, 감정과 기억, 주의와 공포가 서로 얽혀 만들어 내는 복합적인 ‘경험’이라는 것이다.<br/><br/>한마디로 정리하면,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br/>이명은 소리 자체보다, 그 소리를 얼마나 위험하고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더 크게, 더 아프게 울린다.<br/><br/>——이명은 ‘소리’이면서, 동시에 ‘해석’이다——<br/><br/>책은 이명을 외부에 실재하는 소리가 없는데도 귀나 머릿속에서 소리, 혹은 소리와 유사한 감각을 느끼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사람마다 그 소리는 다르다. 어떤 이에게는 날카로운 비명이고, 어떤 이에게는 낮은 웅웅거림이며, 어떤 이에게는 바람 소리나 매미의 울음처럼 느껴진다. 스트레스와 심리적 충격이 그 소리를 불러내거나, 이미 존재하는 소리를 더 선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덧붙인다.<br/><br/>여기서 저자의 시선은 흥미롭다. 우리는 이명이 들리면 거의 본능적으로 귀를 의심한다. 물론 난청, 중이염, 혈관의 이상처럼 실제 검사가 필요한 원인이 분명히 존재한다. 갑자기 시작된 이명, 한쪽 귀의 청력 저하, 맥박에 맞춰 두근거리는 소리라면 이비인후과 진료를 미뤄서는 안 된다.<br/>그러나 검사 결과 특별한 위험이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소리는 계속될 수 있다. 그때 책은 우리의 뇌를 응시한다. 뇌는 본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동등하게 듣지 않는다. 냉장고의 낮은 진동, 시계의 초침,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처럼 늘 존재하는 자극은 시간이 지나면 의식의 가장자리로 밀려난다. 뇌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을 걸러 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br/><br/>그런데 이명을 들은 뒤 “왜 들리지?”, “절대 사라지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며 반복해서 확인하기 시작하면, 뇌는 그 소리를 중요한 경고 신호로 재분류한다. 그러면 소리는 더 선명해지고, 더 거슬리고, 더 자주 의식의 중심으로 뛰어든다. 이 책이 말하는 이명의 고통은 바로 이 과정—소리가 아니라, 소리에 대한 해석과 주의가 만들어 내는 악순환—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br/><br/>——왜 밤은 더 크게 들리는가——<br/><br/>이명 환자들이 흔히 겪는 어려움은 단순한 청각의 문제가 아니다. 소리가 존재한다는 사실보다, 그 소리를 향한 불안과 감시의 시선이 고통을 키운다.<br/>밤이 되면 이명이 더 크게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소리가 갑자기 커진 것이 아니라, 낮 동안 우리를 둘러싸던 생활의 소음이 사라지고, 이명만이 홀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그 순간 “또 들린다”는 생각이 스며들고, 잠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더해지면 이명은 단순한 소음을 넘어 위협적인 존재로 변모한다.<br/><br/>이 과정은 거의 자동적으로 반복된다.<br/>이명이 들린다. 혹시 심각한 문제는 아닐까 걱정한다. 소리가 들리는지 계속 확인한다. 뇌가 이명을 더 중요한 자극으로 인식한다. 이명이 더 크게, 더 자주 느껴진다. 불안과 피로가 커지고, 다시 이명에 더 민감해진다.<br/>이 책의 미덕은 이 악순환을 환자의 ‘의지 부족’이나 ‘지나친 예민함’으로 몰아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신경 쓰지 마세요”라는 말은 이명 환자에게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할수록 오히려 더 집요하게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억지로 참거나 무시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이 소리를 위험 신호로 해석하지 않도록 뇌의 반응 방식을 천천히, 부드럽게 바꾸는 과정이다.<br/><br/>——진단의 신중함, 그리고 균형—-<br/><br/>이명은 눈에 보이지 않고, 기계로 완벽하게 측정하기 어려운 증상이다. 그래서 “검사 결과는 괜찮다”는 말과 “환자는 너무 괴롭다”는 사실이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 책은 청력검사, 병력 청취, 이명 설문, 귀와 신경계의 진찰을 종합해 상태를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br/><br/>특히 이명의 양상에 따라 접근이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심장 박동과 비슷하게 두근거리는 박동성 이명, 갑자기 청력이 떨어지면서 시작된 이명, 한쪽 귀에서만 유난히 심하게 들리는 이명, 어지럼과 두통·균형 이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큰 소음에 노출된 뒤 생긴 이명, 우울과 불안·불면으로 일상생활이 크게 무너진 경우—이런 상황에서는 단순히 “스트레스성”이라고 넘기기보다 정확한 진찰이 필요하다.<br/><br/>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책의 가장 신뢰할 만한 태도라고 느껴졌다. 이명을 무조건 마음의 문제로 환원하지도 않고, 반대로 모든 이명을 귀의 구조적 이상으로만 설명하지도 않는다. 필요한 검사는 제대로 받고, 위험한 원인은 놓치지 않되, 그다음에는 삶의 질을 회복하는 치료로 넘어가야 한다는 균형감이 있다.<br/><br/>——치료의 목표는 ‘소멸’이 아니라 ‘관계의 전환’—-<br/><br/>많은 사람이 이명 치료라고 하면 “삐 소리를 완전히 없애는 것”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이 책은 치료의 목표를 조금 다르게 제시한다.<br/>그 목표는 이명을 완전히 지우는 것만이 아니라, 이명이 내 삶의 중심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br/><br/>이명 때문에 잠을 못 자고, 사람을 만나기 싫고, 일을 못 하고, 계속 귀를 확인하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 다시 말해, 소리는 남아 있더라도 그것이 더 이상 공포나 위협의 대상이 아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치료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br/><br/>책에서 소개하는 방법들은 다양하다. 이명 재훈련 치료는 상담과 소리 치료를 함께 하며 뇌가 이명을 배경 소리로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소리 치료와 차폐는 백색소음이나 자연음으로 조용함을 줄여 이명을 덜 도드라지게 한다. 보청기는 난청이 있을 때 외부 소리를 다시 들려주어 이명의 존재감을 상대적으로 낮춘다. 인지행동치료는 “이명 때문에 인생이 끝났다”는 식의 파국적 사고와 공포 반응을 다룬다. 약물은 이명 자체보다 불면·불안·우울이 동반됐을 때 보조적으로 고려되고, 수술이나 시술은 혈관성 문제나 구조적 이상이 분명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논의된다.<br/>특히 난청을 동반한 이명에서 보청기를 중요한 선택지로 보는 시각이 인상적이다. 보청기는 단순히 소리를 증폭하는 기기가 아니라, 잘 안 들리던 바깥 세계를 다시 열어 주어 이명을 상대적으로 덜 부각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약물에 대해서는 비교적 신중하다.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일반적인 이명을 약만으로 확실하게 없애는 치료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고 본다.<br/>이런 태도는 오히려 믿음직하다. 너무 쉽게 “이 약을 먹으면 낫는다”거나 “이 기기를 쓰면 해결된다”고 약속하지 않기 때문이다.<br/><br/>[책을 덮고 나서]<br/>《이명은 어떻게 사라지는가》는 이명을 완전히 없애는 마법 같은 해법을 약속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더 인간적이다.<br/>이 책은 이명을 앓는 사람에게 “당장 소리를 없애지 못해도 삶을 되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귀에서 들리는 소리가 사라지는 것만이 회복은 아니다. 그 소리를 계속 감시하지 않아도 되고, 밤에 덜 두려워해도 되고, 잠을 자고, 일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다시 일상의 작은 즐거움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그것 역시 분명한 회복이다.<br/><br/>이명은 누구에게나 불안한 증상이다. 특히 갑작스러운 청력 저하, 한쪽 귀의 뚜렷한 변화, 맥박에 맞춘 소리, 심한 어지럼이나 신경학적 이상이 동반된다면 먼저 이비인후과에서 정확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검사를 거친 뒤에도 이명이 남는다면, 이 책이 말하듯 소리를 없애려는 싸움만 계속하기보다 그 소리와 맺는 관계를 바꾸는 일도 치료의 중요한 일부가 될 수 있다.<br/><br/>이명 때문에 세상이 점점 좁아진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이명은 어떻게 사라지는가》는 조용하지만 현실적인 위로를 건넨다. “삐” 소리를 없애는 법만 알려 주기보다, 그 소리에 빼앗긴 일상을 다시 되찾는 길을 함께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46/43/cover150/k30213156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464364</link></image></item><item><author>novelleco</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요리는 세계를 대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 [나를 살리는 음식들 - 선재 스님의 인생 발효 에세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550036</link><pubDate>Fri, 02 Oct 2026 03: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55003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62139610&TPaperId=1755003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18/37/coveroff/k262139610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62139610&TPaperId=1755003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를 살리는 음식들 - 선재 스님의 인생 발효 에세이</a><br/>선재 지음 / 나무의마음 / 2026년 06월<br/></td></tr></table><br/>요리는 재료를 음식으로 바꾸는 일이다. 그러나 그 변화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묻는다면, 나는 칼이나 불보다 먼저 요리사의 시선을 떠올린다. 같은 쑥을 보고도 누군가는 향이 강한 식재료를 보고, 누군가는 봄을 견디고 올라온 생명을 본다.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손질하는 방식도, 완성하려는 맛도 달라진다.<br/><br/>《나를 살리는 음식들》은 사찰음식을 통해 그 시선의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이 책에서 음식은 취향의 표현이나 건강을 위한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자연과 타인에게 빚지고 살아가는 인간이, 매일의 식탁에서 그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관한 질문이 된다.<br/><br/>## 맛은 더하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br/><br/>요리사는 맛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그래서 때로는 부족한 인상을 양념으로 채우고, 더 강한 자극으로 기억에 남으려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사찰음식은 반대 방향을 보여 준다. 덜어 낸 자리에서 재료의 향이 드러나고, 조용한 맛을 알아차리기 위해 먹는 사람의 감각도 달라져야 한다.<br/><br/>여기서 절제는 포기가 아니다. 무엇이든 더할 수 있지만 더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 재료가 가진 맛을 내 솜씨보다 앞에 놓는 것이다. 그것은 요리사의 존재감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요리사의 판단을 더 섬세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좋은 요리에는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구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br/><br/>## 한 접시가 품은 관계<br/><br/>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새싹을 씻는 장면이다. 물살에 새싹이 다치지 않도록 그릇에 물을 떠 살살 씻고, 떨어진 흙과 벌레는 다시 밭으로 돌려보내라는 가르침. 음식이 되기 전의 재료뿐 아니라, 그 곁에 있던 작은 생명까지 살피는 손길이다.<br/><br/>요리사의 손은 재료를 자르고 익히며 다른 형태로 만든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너무 쉽게 재료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장면은 요리란 자연을 지배해 접시에 올리는 일이 아니라, 자연에서 받은 것을 어떻게 다룰지 매번 결정하는 일임을 일깨운다. 한 끼는 요리사 혼자 이룬 성취가 아니다. 흙과 물, 계절과 시간이 이미 오래전부터 그 음식에 참여하고 있었다.<br/><br/>그 사실을 기억하는 요리사는 재료를 낭비하지 않으려 한다. 절약이 비용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관계를 잊지 않는 태도이기 때문이다.<br/><br/>## 기다림도 조리의 일부다<br/><br/>발효 음식에 관한 대목을 읽으며 시간 역시 재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사는 불의 세기와 조리 시간을 조절할 수 있지만, 발효를 마음대로 앞당길 수는 없다. 기다리는 동안 음식은 변하고, 요리사는 그 변화를 살피며 적절한 순간을 판단한다.<br/><br/>빠르게 완성하는 능력만이 실력은 아니다. 아직 손대지 말아야 할 때를 아는 것, 변화를 재촉하지 않는 것 또한 요리의 기술이다. 책 속 발효는 내게 그런 겸손을 가르쳤다. 요리사는 모든 맛의 창조자가 아니라, 재료와 시간이 만나는 과정을 돕는 사람일 수 있다.<br/><br/>## 누구를 살리는 음식인가<br/><br/>제목의 ‘살리는’이라는 말은 쉽게 소비해서는 안 될 표현이다. 모든 음식이 병을 낫게 할 수는 없고, 정성껏 만들었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맞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요리사라면 그 말 앞에서 더 조심스러워져야 한다. 먹는 사람마다 몸의 상태와 필요한 맛, 식사의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br/><br/>내가 이 책에서 읽은 ‘살리는 음식’은 특별한 효능을 약속하는 음식이 아니다. 재료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먹는 사람에게 내 취향을 강요하지 않으며, 한 끼를 먹은 뒤의 편안함까지 생각하는 음식이다. 그것은 완벽한 식단의 이름이 아니라 요리사가 지켜야 할 방향에 가깝다.<br/><br/>나는 철학이 있는 셰프가 되고 싶다. 철학을 말로 설명하는 셰프보다, 매일 반복하는 선택으로 드러내는 셰프가 되고 싶다. 새싹을 씻는 손의 힘, 양념을 멈추는 순간, 장이 익기를 기다리는 인내, 접시를 내기 전 먹을 사람을 떠올리는 짧은 시간에 그 철학이 있어야 한다.<br/><br/>《나를 살리는 음식들》은 내게 좋은 요리의 답을 하나로 정해 주지 않았다. 대신 요리를 시작할 때마다 되돌아갈 질문을 남겼다. **이 음식은 무엇을 살리고, 나는 무엇을 소홀히 하고 있는가.**]]></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18/37/cover150/k262139610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183745</link></image></item><item><author>novelleco</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종을 넘어선 집단적 웰빙의 철학 - [패치 인류세 - 인간과 생태계를 잇는, 인류학의 새로운 자연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532192</link><pubDate>Wed, 23 Sep 2026 06: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53219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22131371&TPaperId=175321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00/62/coveroff/k42213137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22131371&TPaperId=1753219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패치 인류세 - 인간과 생태계를 잇는, 인류학의 새로운 자연사</a><br/>애나 로웬하웁트 칭 외 지음, 김희정 옮김 / 해나무 / 2026년 09월<br/></td></tr></table><br/>인류세는 하나의 거대한 재앙이 아니다. 수많은 ‘패치’들이 모여 만들어진, 울퉁불퉁하고 불균질한 현실이다.<br/>《버섯의 끝에서》로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았던 안나 칭이 동료들과 함께 쓴 이 책은, 기후위기와 환경 파괴를 단일한 행성 규모의 이야기로만 바라보는 시각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대신 우리의 발밑과 일상 가까이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변화들—야생화된 존재들, 의도치 않은 생태적 결과들—에 주목하라고 권한다.<br/><br/>노예무역 선박에 실려 전 세계로 퍼진 쥐와 모기, 수로를 막아버린 물 히아신스, 목재와 함께 이동해 대규모 소나무를 죽인 딱정벌레, 비료 유출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빗해파리… 이 모든 것들이 ‘패치’의 사례다. 인간 인프라가 만들어냈지만 더 이상 인간의 통제 아래에 있지 않은 생명과 관계들. 저자들은 이를 ‘feral(야생화된)’이라고 부른다.<br/><br/>책은 단순한 재앙의 목록이 아니다. 손상된 지구 위에서도 다종이 함께 살아가는 가능성을 포착하려는 시도다. 《Feral Atlas》 프로젝트의 책 버전으로, 관찰하고, 이름을 붙이고, 역사와 관계를 추적하는 새로운 ‘자연사’의 방법을 제안한다.<br/><br/>학술적 밀도가 높지만, 사례가 생생하고 문장이 문학적이어서 읽는 재미가 있다. 기후위기 담론에 지친 독자, 다종 인류학과 환경인문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버섯의 끝에서》를 인상 깊게 읽었다면 반드시 이어서 보길 권한다.<br/><br/>한줄요약: Anthropocene(인류세)은 단일한 행성 규모의 현상이 아니라, 수많은 ‘패치(patch)’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불균질하고 국지적인 현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00/62/cover150/k42213137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006280</link></image></item><item><author>novelleco</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나무 앞에서 인간은 다시 겸손해진다 - [나무의 노래 - 나무는 말하고 그녀는 듣는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513564</link><pubDate>Sun, 13 Sep 2026 16:3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51356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131762&TPaperId=1751356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5/27/coveroff/k0221317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131762&TPaperId=1751356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무의 노래 - 나무는 말하고 그녀는 듣는다</a><br/>진재운 지음 / 생각의힘 / 2026년 09월<br/></td></tr></table><br/>진재운의 『나무의 노래: 나무는 말하고 그녀는 듣는다』는 자연을 다룬 책이지만, 결국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인문 에세이다. 책은 나무를 단순한 풍경이나 자원으로 보지 않는다. 나무는 저마다의 시간과 언어, 삶의 방식으로 존재하며, 인간은 그것을 듣고 배워야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br/><br/>이 책의 중심에는 니카라과의 숲에서 나무를 심는 한 여성이 있다. 여든여덟 살의 나이에도 숲으로 들어가며, 여의도의 7배가 넘는 숲에 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목표를 품고 살아간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서.” 이 한 문장은 기후위기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출발점을 보여 준다.[1][2]<br/><br/>현대인은 빠른 성과와 비교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나무는 서두르지 않는다.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줄기가 굵어지며, 한 그루의 나무가 숲이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br/><br/>사진 속 목차의 「나무는 다른 삶을 부러워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은 특히 인상적이다. 나무는 다른 나무처럼 살려고 하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햇빛을 받고 바람을 견디며 자신의 방식으로 자란다. 이 책은 독자에게도 타인의 속도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자기 삶의 리듬과 뿌리를 돌아보라고 말한다.<br/><br/>“나무마다 사투리가 다 다른 것 알아요?”라는 문장은 이 책의 메시지를 잘 보여 준다. 나무마다 다른 사투리가 있다는 말은, 모든 존재가 서로 다른 삶의 조건과 고유한 시간을 지녔다는 뜻으로 읽힌다.[3]<br/><br/>‘나무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자연을 인간의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대상이 아니라, 존중하고 이해해야 할 타자로 대하는 일이다. 이는 자연을 향한 태도에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성급히 판단하지 않고, 그 사람만의 언어와 시간을 이해하려는 태도로도 이어진다.<br/><br/>숲은 나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토양과 물, 햇빛과 바람, 새와 곤충,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함께 얽혀 숲을 이룬다. 인간 사회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듯하지만, 타인의 노동과 돌봄, 자연환경과 이전 세대의 유산 위에서 살아간다.<br/><br/>그래서 나무를 심는 일은 미래를 위한 약속이다. 내가 그늘을 누리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누군가 그 나무 아래에서 쉬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담긴 행동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5/27/cover150/k02213176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252777</link></image></item><item><author>novelleco</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복잡계로서의 삶: 데이비드 수실로의 『Emergence』 - [카오스의 가장자리 - 부서진 유년의 파편에서 출현한 신경과학자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495312</link><pubDate>Sat, 05 Sep 2026 08: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49531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62131764&TPaperId=1749531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5/67/coveroff/k16213176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62131764&TPaperId=1749531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카오스의 가장자리 - 부서진 유년의 파편에서 출현한 신경과학자 이야기</a><br/>데이비드 수실로 지음, 이충호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데이비드 수실로의 『Emergence: A Memoir of Boyhood, Computation, and the Mysteries of Mind』는 단순한 성공 회고록이 아니다. 헤로인 중독 부모 아래서 폭력과 방임을 겪고 알버커키의 집단보호시설을 전전한 소년이, 컴퓨터와 과학에 빠져 컬럼비아와 스탠퍼드를 거쳐 계산신경과학과 AI 연구자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리면서, 한 가지 질문을 끈질기게 던진다. 복잡한 존재와 지능은 어떤 단순한 조건들의 상호작용에서 출현하는가.<br/><br/>저자는 자신의 삶을 ‘개인의 의지’나 ‘타고난 천재성’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누이 에스터와 함께 보육원으로 들어간 경험, 외조부모와 교사의 관심, 영재교육 프로그램, 초기 PC와 BASIC, 《King’s Quest》에 대한 매혹, 그리고 반복된 실패와 학습이 서로 되먹임을 주며 한 연구자의 자아를 만들어 낸다. 특히 초등학교 과학 탐구대회에서 니켈과 철못을 식초에 넣어 산화를 관찰한 장면은 인상적이다. 통제된 실험실에서는 강력한 설명을 얻을 수 있지만, 현실 세계는 커피잔과 선인장, 폭포와 프레리도그처럼 이질적인 요소들이 공존하는 복잡계다. 과학의 성공이 곧 인간 경험 전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아니라는 통찰이 여기서 드러난다.<br/><br/>컴퓨터는 도피처이자 세계를 이해하는 언어였다. “세심하게 작성한 레시피를 입력하면 컴퓨터는 불평 한마디 없이 영원히 충실하게 실행한다”는 깨달음은 어린 수실로에게 거의 마술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그는 인간 마음과 삶이 코드의 직선적 실행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더 또렷이 보여 준다. 신경세포 하나가 의식을 갖지 않듯, 한 인간의 삶도 유전·의지·가정환경 어느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는다.<br/><br/>이 책은 AI 시대에 더욱 의미심장하다. 단순한 연산 요소들이 대규모로 연결되어 복잡한 패턴을 학습하는 현대 신경망의 원리를, 저자는 자신의 삶과 교차시킨다. 동시에 극심한 결핍을 딛고 성공한 이야기가 “노력하면 된다”는 낭만적 교훈으로 소비될 위험을 경계한다.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보호시설, 교사, 멘토, 학습공동체의 개입 덕분이었다.<br/><br/>『Emergence』는 뇌와 AI를 연구하는 과학자의 회고록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교육과 돌봄에 관한 책이다. 어떤 아이가 질문을 멈추지 않도록 돕는 일, 실패를 학습의 재료로 다루는 일, 삶이 무너진 아이에게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관계와 제도를 제공하는 일. 복잡한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단순한 요소들이 오랜 시간 관계를 맺고, 오류를 수정하고, 예상치 못한 도움을 만나면서 천천히 출현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5/67/cover150/k16213176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256754</link></image></item><item><author>novelleco</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명화도 결국 시장과 권력 속에서 살아남는다 - [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464460</link><pubDate>Fri, 21 Aug 2026 21:4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46446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02130842&TPaperId=1746446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55/41/coveroff/k20213084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02130842&TPaperId=1746446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a><br/>이지윤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08월<br/></td></tr></table><br/>“예술은 돈과 무관해야 진짜 예술 아닐까?”<br/><br/>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이다. 미술관에 걸린 명화는 숭고하고, 경매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작품은 왠지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자윤의 『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는 바로 그 익숙한 생각에 정면으로 질문을 던진다.<br/><br/>책의 제목처럼 저자의 결론은 분명하다. 순수한 미술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미술은 오래전부터 돈, 권력, 후원자, 유행, 정치, 그리고 사람들의 욕망과 함께 움직여 왔다. 이 책은 미술을 ‘고상한 예술’과 ‘돈 되는 상품’으로 나누는 대신,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팔리고 소장되며 유명해지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br/><br/>작품은 세 번 태어난다<br/><br/>책의 프롤로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미술 작품은 세 번 태어난다”는 대목이다.<br/><br/>첫 번째는 작가의 작업실이다. 작가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재료를 고르고, 그림이나 조각을 완성하는 순간 작품은 처음 태어난다.<br/><br/>두 번째는 미술시장이다. 작품은 갤러리, 아트페어, 경매, 컬렉터를 만나면서 거래되는 상품이 된다. 이 과정에서 작품의 가격이 만들어지고, 작가의 이름이 알려지며, 누군가는 ‘유망 작가’가 되고 누군가는 시장의 관심 밖에 머문다.<br/><br/>세 번째는 미술관과 컬렉션이다. 작품이 미술관에 전시되거나 유명 컬렉터의 소장품이 되면, 작품은 또 다른 생명을 얻는다. 같은 그림이라도 어디에 걸리고, 누가 소장하며, 어떤 이야기와 함께 소개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br/><br/>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아무도 보지 못하면 널리 알려지기 어렵다. 반대로 작품이 유명 갤러리, 미술관, 비엔날레, 경매 시장을 거치면 사람들은 그 작품을 더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작품의 가치는 화폭 안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br/><br/>르네상스 미술도 ‘시장’ 안에 있었다<br/><br/>우리는 르네상스 미술을 떠올리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보티첼리 같은 천재 예술가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에도 화가들은 누군가의 주문을 받아 작품을 만들었고, 그 주문을 한 사람들은 자신의 신앙, 부, 권력, 가문의 명예를 드러내고 싶어 했다.<br/><br/>책은 14세기 상인 프란체스코 디 마르코 다티니를 소개한다. 그는 직물, 보석, 무기 같은 여러 사치품을 거래하던 국제 상인이었는데, 미술품도 유통했다. 저자는 다티니를 미술품 거래의 초기 장면을 보여주는 인물로 다룬다. 물론 그를 오늘날의 전문 갤러리스트처럼 보는 데에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미술품은 그의 사업에서 중요한 품목 중 하나였지만 전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br/><br/>그렇다고 이 사례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술이 오래전부터 시장과 완전히 분리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성모상이나 종교화도 누군가에게는 신앙의 대상이었지만, 동시에 값비싼 물건이자 집안의 위신을 드러내는 소유물이기도 했다.<br/><br/>보티첼리와 카날레토를 다르게 보는 법<br/><br/>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마르스〉도 오늘날 미술관에서 보면 르네상스의 우아한 신화화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에는 귀족들의 사적인 생활공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작품이었다. 사랑, 결혼, 풍요, 가문의 번영 같은 의미가 담긴 그림은 침실이나 개인 공간을 장식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br/><br/>즉, 우리가 미술관에서 조용히 바라보는 명화도 처음부터 미술관 벽에 걸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집과 방, 가문과 결혼, 취향과 과시를 위해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다.<br/><br/>18세기 베네치아의 풍경화가 카날레토 이야기도 흥미롭다. 당시 유럽의 귀족과 부유층은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그랜드 투어’를 교양의 필수 과정처럼 여겼다. 베네치아를 찾은 여행자들은 그곳의 풍경을 기억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교양과 경험을 보여주기 위해 그림을 샀다.<br/><br/>카날레토의 베네치아 풍경화는 오늘날로 치면 고급스러운 여행 기념품에 가까운 역할도 했다. 물론 단순한 기념사진과 같다는 뜻은 아니다. 뛰어난 회화적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었지만, 동시에 관광과 소비의 욕망이 만든 시장의 결과물이기도 했다.<br/><br/>이 대목을 읽고 나면 유명한 풍경화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작품 속 베네치아는 아름다운 도시 풍경인 동시에, 사람들이 ‘소유하고 싶어 한 여행의 기억’이었던 셈이다.<br/><br/>미술의 상업성은 꼭 나쁜 것일까<br/><br/>이 책이 좋은 이유는 미술시장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돈이 개입되면 예술은 타락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말하지 않는다.<br/><br/>미술 시장은 때로 과열되고, 가격이 작품의 예술성과 지나치게 분리되는 문제도 있다. 유행에 따라 작품 가격이 급등했다가 급락하기도 하고, 일부 유명 작가에게만 관심과 자본이 몰리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분명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br/><br/>하지만 시장이 없다면 많은 작가가 작업을 지속하기 어렵고, 작품이 관객과 만날 기회도 줄어든다. 갤러리와 컬렉터는 작가를 지원하고 작품을 유통시키며, 미술관과 공공 컬렉션은 작품을 보존해 다음 세대에 전한다.<br/><br/>결국 중요한 것은 “예술이냐, 돈이냐”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다. 예술적 가치와 시장의 가치가 어떻게 만나고 충돌하며 서로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는 일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55/41/cover150/k20213084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554170</link></image></item><item><author>novelleco</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선녀와 나무꾼」, 사랑이 아니라 약속과 자유의 이야기 - [스토리로 배우는 인문학 수업 - 동화로 풀어내는 하브루타 질문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453161</link><pubDate>Sun, 16 Aug 2026 05:5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45316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130034&TPaperId=1745316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00/6/coveroff/k95213003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130034&TPaperId=1745316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스토리로 배우는 인문학 수업 - 동화로 풀어내는 하브루타 질문법</a><br/>김금선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08월<br/></td></tr></table><br/>우리는 「선녀와 나무꾼」을 대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기억한다. 사슴을 구한 착한 나무꾼, 목욕하러 내려온 선녀, 감춰진 날개옷, 하늘과 땅을 오가는 가족의 비극적 이별. 그러나 김금선 작가의 『스토리로 배우는 인문학 수업』이 설화를 대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익숙한 옛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의 욕망, 관계의 조건, 가족의 책임, 선택의 결과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묻는다.<br/><br/>그런 관점에서 읽으면 「선녀와 나무꾼」은 낭만적인 사랑의 성취담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의 자유를 빼앗는 방식으로 출발한 관계가 어떤 균열을 낳는지, 약속을 어긴 대가가 얼마나 오래 남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끝에는 ‘버려진 사람’과 ‘자유를 되찾은 사람’이 동시에 존재한다.<br/><br/>[날개옷을 감춘 사랑의 불편한 시작]<br/>이야기의 출발은 사슴의 보은이다. 나무꾼은 사냥꾼에게 쫓기던 사슴을 살려 주고, 사슴은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선녀의 날개옷을 숨기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우리는 불편한 질문을 피할 수 없다. 날개옷은 단순한 옷이 아니다. 선녀가 하늘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 다시 말해 자신의 세계로 귀환할 수 있는 자유의 표상이다.<br/><br/>나무꾼은 선녀의 날개옷을 감춤으로써 선녀가 떠날 수 없도록 만든다. 선녀가 나무꾼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만으로, 그 관계가 온전히 자발적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대적 감각으로 읽을 때 이 장면은 사랑의 시작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선택지를 제한하고 관계 안에 붙잡아 두는 장면에 가깝다.<br/><br/>그래서 이 설화는 결혼을 소유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태도를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내 삶에 묶어 두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닌 고유한 세계와 선택권을 인정하는 일이어야 한다. 상대가 떠날 수 없어서 남아 있는 관계와, 떠날 수 있음에도 함께하기로 선택하는 관계는 전혀 다르다.<br/><br/>[약속은 관계를 지탱하는 최소 조건]<br/>사슴은 나무꾼에게 분명한 조건을 제시한다. 아이 셋을 낳기 전까지는 날개옷을 보여 주지 말라는 것이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이 조건 자체가 선녀의 자유를 유예하는 부당한 장치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설화의 내부 논리에서는 나무꾼이 지켜야 할 약속이며, 두 사람의 관계를 지속시키는 최소한의 규칙이다.<br/><br/>그러나 나무꾼은 아이가 둘인 시점에서 그 약속을 어긴다. 선녀의 간청, 혹은 아이들의 요청에 흔들렸다는 식으로 설명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관계의 핵심 조건을 스스로 무너뜨린다. 약속을 한 당사자가 그 약속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br/><br/>현대의 관계에서도 비슷한 장면은 낯설지 않다.<br/><br/>- “이번 한 번만 이해해 줘.”<br/>- “아이를 낳으면 달라질 거야.”<br/>-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내가 바뀔 거야.”<br/>- “지금은 어쩔 수 없지만 언젠가는 책임질게.”<br/><br/>이런 말은 때로 관계를 유지하려는 다짐처럼 들린다. 하지만 반복해서 지켜지지 않을 경우, 그것은 신뢰를 갉아먹는 말이 된다. 관계는 강한 감정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상대가 나와 맺은 약속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불리하거나 힘든 순간에도 그것을 지키려 하는지에 의해 유지된다.<br/><br/>「선녀와 나무꾼」에서 날개옷을 보여 준 순간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신뢰가 깨지는 순간이며,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다.<br/><br/>[결혼은 ‘얻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배우는 일]<br/>옛 설화에서 나무꾼의 소망은 대체로 분명하다. 가난하고 외로운 삶에서 벗어나 아내를 얻고, 가정을 이루며,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것이다. 당시의 시대적 조건에서 결혼은 생계와 노동, 가족 부양, 혈통의 계승과 밀접하게 연결된 현실적 제도였다.<br/><br/>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결혼을 조금 더 복합적으로 바라본다. 결혼은 누군가를 ‘얻는’ 사건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환경, 가치관을 지닌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 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는 사랑뿐 아니라 협상, 배려, 경제적 책임, 돌봄, 갈등 조정, 각자의 자유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br/><br/>그런 점에서 나무꾼은 선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선녀가 하늘에서 온 존재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선녀에게 하늘이 단순한 출신지가 아니라 정체성과 삶의 기반이라는 점까지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선녀에게 땅의 집은 새로운 삶의 공간이었을 수 있지만, 동시에 돌아갈 수 없는 타향이기도 했다.<br/><br/>오늘날 연인과 부부 사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된다. 상대의 직업, 가족, 친구 관계, 가치관, 꿈, 삶의 리듬을 존중하지 않고 “나와 함께 있으니 이제 이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관계는 흔들린다. 사랑은 상대를 내 세계 안으로 흡수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세계가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일에 더 가깝다.<br/><br/>[저출산 시대, ‘미래의 나무꾼’이 짊어질 짐]<br/>이 설화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인물이 있다. 바로 나무꾼의 어머니이다. 나무꾼은 홀어머니를 모시며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지고, 결혼은 개인적 사랑의 성취인 동시에 가족 부양 구조를 유지하는 문제와 연결된다. 즉, 나무꾼의 결혼은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 어머니와 자녀, 생계와 돌봄까지 포괄하는 가족 공동체의 문제다.<br/><br/>이 대목은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 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과거에는 여러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고, 형제자매가 돌봄 부담을 나누는 가족 모델이 일정 부분 가능했다. 그러나 출생아 수가 줄고 1인 가구와 무자녀 가구가 늘어나는 사회에서는 부모 돌봄과 경제적 부양의 부담이 특정 개인에게 집중되기 쉽다.<br/><br/>설화 속 나무꾼은 어머니를 모시는 책임을 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미래의 젊은 세대에게 가족 부양은 더 이상 개인의 효심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노후소득, 주거, 의료, 돌봄 서비스, 경력 단절, 육아 부담이 결합된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br/><br/>따라서 「선녀와 나무꾼」을 오늘 읽는다면, “자녀가 부모를 책임져야 한다”는 도덕적 훈계보다 다음과 같은 질문이 더 중요하다.<br/><br/>- 한 사람이 부모와 자녀, 자신의 생계까지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한가.<br/>- 결혼과 출산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볼 수 있는가.<br/>- 가족 돌봄의 부담을 사회와 제도가 어떻게 함께 나눌 수 있는가.<br/>- 미래 세대가 사랑과 결혼을 ‘부담’으로만 느끼지 않으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br/><br/>이야기 속 나무꾼의 외로움은 개인의 처지이지만, 오늘날 그것은 사회 구조의 문제로 확장된다.<br/><br/>[우연의 얼굴을 한 선택들]<br/>사슴을 구한 일도, 날개옷을 숨긴 일도, 선녀와 함께 살기로 한 일도 처음에는 우연처럼 보인다. 그러나 설화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나무꾼의 삶은 우연의 연속이라기보다 선택의 연속이다. 그는 사슴을 살리는 선택을 했고, 사슴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선택을 했으며, 선녀의 날개옷을 숨기는 선택을 했다. 끝내 약속을 어기는 선택도 했다.<br/><br/>인생에서 많은 일은 “어쩌다 그렇게 되었다”고 설명되곤 한다. 그러나 그 ‘어쩌다’의 안에는 대개 작은 판단, 미뤄 둔 결정, 외면한 경고, 순간의 욕망이 들어 있다. 생각하지 않으면 우리는 생각 없는 행동을 하게 되고, 행동은 결국 삶의 방향을 만든다.<br/><br/>가령 한 사람이 연인의 중요한 경계를 “이번만 괜찮겠지”라고 넘는다고 해 보자. 처음에는 사소한 일처럼 보일 수 있다. 연락을 숨기거나, 경제적 약속을 미루거나, 상대의 동의 없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선택이 누적되면 관계는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진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신뢰가 약해진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br/><br/>나무꾼이 날개옷을 보여 준 사건도 그러하다. 그것은 단 한 번의 행동이지만, 그 행동 이전에 쌓인 욕망과 불안, 약속에 대한 안일함이 만든 결과다.<br/><br/>[익숙한 설화가 던지는 질문]<br/>『스토리로 배우는 인문학 수업』은 옛이야기를 박제된 교훈으로 읽지 않는다. 설화 속 인물들의 선택을 통해 오늘의 인간관계와 사회 문제를 비춰 보게 한다. 「선녀와 나무꾼」 역시 권선징악이나 낭만적 사랑의 서사로만 읽기에는 너무 많은 질문을 품고 있다.<br/><br/>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상대의 날개옷을 숨기고 있지는 않은가. 상대가 떠날 자유를 인정하지 않은 채,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믿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한 약속을 내 편의에 따라 가볍게 바꾸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가족의 돌봄과 부양이라는 무거운 짐을 누군가 개인의 희생에만 맡기고 있지는 않은가.<br/><br/>결국 「선녀와 나무꾼」은 사랑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자유의 이야기다. 가족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돌봄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야기다. 약속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선택의 결과에 대한 이야기다.<br/><br/>익숙한 옛이야기를 현대의 눈으로 다시 읽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설화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늘로 돌아간 선녀와 땅에 남은 나무꾼 사이의 거리는, 오늘 우리가 관계 속에서 지키지 못한 약속과 존중하지 못한 자유의 거리일지도 모른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00/6/cover150/k95213003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000622</link></image></item><item><author>novelleco</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여섯 갈래로 펼쳐지는 삶의 메시지 - [너는 별이다 - 나태주 대표 시선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453127</link><pubDate>Sun, 16 Aug 2026 03: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45312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92130028&TPaperId=1745312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05/37/coveroff/k49213002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92130028&TPaperId=1745312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너는 별이다 - 나태주 대표 시선집</a><br/>나태주 지음 / 더블북 / 2026년 08월<br/></td></tr></table><br/>나태주의 새 시선집 《너는 별이다》는 시인이 등단 후 50여 년 동안 써 온 작품 가운데 맑고 따뜻한 시 141편을 골라 엮은 책이다. ‘풀꽃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나태주 시인은 작은 존재를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과 쉽고 담백한 언어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 왔다. 이 시집은 그러한 시 세계를 한데 모아, 바쁜 일상 속에서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도록 돕는다.<br/><br/>특히 《너는 별이다》는 한국 독자뿐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는 해외 독자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어려운 비유나 복잡한 표현보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상 언어를 중심으로 삼았다. 짧은 시가 많은 만큼 출퇴근길, 잠들기 전, 혹은 마음이 복잡한 순간에 한 편씩 읽기 좋다. 작고 가벼운 책이지만, 독자에게 건네는 위로와 격려는 결코 가볍지 않다.<br/><br/>이 시집은 작은 풀꽃을 바라보는 겸손한 마음에서 출발해, 마침내 자기 안의 별을 발견하고 빛나는 존재가 되는 여정을 보여 준다. 작품들은 사랑, 설렘, 존재의 존엄, 상처와 그리움, 일상의 감사, 자기다운 삶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이어진다.<br/><br/>나태주 시에서 사랑은 상대를 소유하거나 붙잡으려는 감정이 아니다. 서로에게 향기가 되고, 그늘이 되고, 기도가 되어 주는 관계에 가깝다. 또한 시인은 작고 평범해 보이는 존재에도 저마다의 빛과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풀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햇살 한 줄기, 정다운 전화 한 통처럼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일상 속 장면들이 시 안에서는 살아 있음의 기적으로 새롭게 드러난다.<br/><br/>이러한 시선은 독자에게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로 이어진다.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압박과 타인의 시선에 지친 사람에게, 나태주의 시는 각자가 이미 충분히 소중한 존재라고 조용히 말해 준다.<br/><br/>표제작 「너는 별이다」는 이 시집의 핵심 메시지를 가장 짧고 선명하게 보여 준다.<br/><br/>남을 따라 살 필요 없다.  <br/>네 가슴에 별 하나 숨기고 살아라.  <br/>끝내 그 별 놓치지 마라.  <br/>네가 별이 되어라.<br/><br/>이 시는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자신을 작게 느끼는 사람에게 건네는 격려다. 시인은 남의 삶을 흉내 내기보다, 자기 안에 있는 고유한 빛을 믿고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별은 멀리 있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각자의 마음속에 이미 존재하는 가능성과 존엄의 상징으로 읽힌다.<br/><br/>「살아갈 이유」는 사랑이 인간에게 얼마나 강한 생의 힘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잠에서 깨어나고, 하늘이 더 푸르게 보이며, 하루를 견딜 힘이 생긴다는 내용이다. 시 속의 유쾌하고 솔직한 표현은 사랑을 지나치게 고상하게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인간적인 감정으로 사랑을 바라본다.<br/><br/>「능금나무 아래」에서는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어깨를 기대는 평범한 장면이 등장한다. 그러나 시인은 이를 단순한 연인의 모습으로 그리지 않고, “두 젊은 우주가 만나는 일”처럼 바라본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의 우주라는 시적 인식은 사랑을 통해 더 깊어진다. 푸른 5월과 능금꽃의 이미지가 어우러지며, 일상의 한순간은 아름다운 풍경화처럼 변한다.<br/><br/>이 밖에도 삶을 지구로 떠나온 소풍에 비유한 「여행 1」, 말로 다 전하지 못한 마음까지 별들이 알아준다고 말하는 「별들도 아는 일」 등은 독자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br/><br/> ‘풀꽃’에서 ‘별’로<br/><br/>나태주의 시 세계에서 풀꽃은 오래도록 중요한 상징이었다. 풀꽃은 작고 낮은 곳에 피며,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존재다. 그러나 시인은 그 작은 꽃을 오래 바라볼 때 비로소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이는 세상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 쉽게 소외되는 사람, 스스로를 보잘것없다고 여기는 마음을 향한 시인의 애정 어린 시선과 연결된다.<br/><br/>《너는 별이다》에서는 이러한 ‘풀꽃의 시선’이 ‘별의 시선’으로 확장된다. 풀꽃과 별은 서로 다른 존재처럼 보이지만, 둘 다 작고 조용한 빛을 품고 있다. 가까운 땅 위의 풀꽃과 먼 하늘의 별은 모두 생명의 아름다움과 존재의 존엄을 상징한다. 따라서 이 시집은 낮은 곳의 존재를 사랑하던 마음이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br/><br/>## 이 시집의 특징<br/><br/>《너는 별이다》가 많은 독자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이유는 분명하다.<br/><br/>- 짧은 시가 많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br/>- 어려운 개념이나 복잡한 수사보다 일상의 언어를 사용한다.<br/>- 풀꽃, 별, 햇살, 나무, 하늘 등 친숙한 자연물을 통해 깊은 감정을 전달한다.<br/>- 독자를 훈계하기보다 가까운 사람처럼 다정하게 위로한다.<br/>- 상처, 외로움, 그리움, 사랑, 감사처럼 누구나 경험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다룬다.<br/><br/>《너는 별이다》는 타인과의 비교 때문에 자신감을 잃은 사람, 짧은 시를 통해 하루의 피로를 덜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잘 어울린다. 또한 한국어 특유의 정갈하고 다정한 서정을 느끼고 싶은 독자, 나태주의 대표작을 한 권으로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br/><br/>이 시집은 거창한 성공이나 특별한 삶만을 찬양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의 마음, 작은 기쁨, 지나간 상처, 그리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소중히 여긴다. 《너는 별이다》는 독자에게 말한다. 다른 사람처럼 살지 않아도 괜찮으며, 자기 안의 빛을 끝까지 잃지 말라고. 오늘 하루 자신을 조금 작게 느꼈다면, 이 책의 한 편이 조용히 마음속 별을 밝혀 줄 것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05/37/cover150/k49213002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053767</link></image></item><item><author>novelleco</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금지된 문을 연 여자 - [푸른수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439652</link><pubDate>Sat, 08 Aug 2026 21:0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7671123/1743965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82130177&TPaperId=174396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41/39/coveroff/k882130177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82130177&TPaperId=1743965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푸른수염</a><br/>아나벨라 로페스 지음 / 아트북프레스 / 2026년 06월<br/></td></tr></table><br/>『Barbazul』: 푸른수염 이야기를 지금의 감각으로 바꾸다<br/><br/>『Barbazul』은 익숙한 푸른수염 이야기를 훨씬 더 날카롭고 현대적으로 바꾼 작품이다. 부유하고 수상한 푸른 수염의 남자, 그의 집에 들어온 젊은 아내, 절대로 열지 말라는 방. 이야기는 동화처럼 시작하지만, 곧 “누가 비밀을 감추고 누가 그 대가를 치르는가”라는 불편한 질문으로 나아간다.<br/><br/>이 작품에서 푸른수염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다. 그는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어딘가 짐승 같은 기운을 풍긴다. 이 인간과 짐승 사이의 모습은 그가 가진 폭력성을 더 무섭게 만든다. 겉으로는 매력적이고 힘 있는 남자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상대를 소유하고 통제하려는 본색이 드러난다.<br/><br/>주인공 여성도 예전 동화 속 인물과는 다르다. 원작에서는 금지된 문을 연 일이 ‘호기심의 대가’처럼 다뤄지지만, 『Barbazul』에서 그녀의 선택은 오히려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그녀는 남편의 말을 무조건 따르기보다, 자신이 놓인 상황을 의심하고 직접 확인한다. 문을 여는 행동은 위험하지만, 동시에 감춰진 폭력의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이기도 하다.<br/><br/>특히 피가 묻은 열쇠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열쇠는 여주인공이 잘못했다는 증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남편이 만들어 놓은 함정에 가깝다. 그는 아내에게 선택권을 주는 척하면서도, 결국 그녀를 감시하고 벌줄 준비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장면은 폭력이 꼭 큰소리나 물리적 위협으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상대를 의심하게 만들고, 행동을 통제하고,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방식도 폭력이 될 수 있다.<br/><br/>그림 역시 이야기의 분위기를 강하게 밀어붙인다. 콜라주로 만든 화면은 낯설고 불안하다. 푸른색은 차갑고 어두운 집의 공기를 만들고, 붉은색은 피와 위험, 숨겨진 감정을 한꺼번에 떠올리게 한다. 두 색이 부딪힐 때마다, 이 집에 감춰진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는 느낌을 준다.<br/><br/>무엇보다 좋은 점은 여주인공을 혼자 남겨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Barbazul』은 한 여성이 괴물 같은 남자에게 맞서는 이야기이면서,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하고 서로 손을 잡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공포 동화가 아니라, 위험한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용기와 연대에 관한 이야기로 읽힌다.<br/><br/>『Barbazul』은 “왜 문을 열었을까?”라고 묻는 대신 “왜 그 문은 금지되었을까?”라고 묻는다. 그 질문 하나로 오래된 푸른수염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여기서 가장 문제적인 인물은 비밀을 알고 싶어 한 여자가 아니라, 비밀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침묵시키려 한 남자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41/39/cover150/k882130177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413909</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