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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럼 내게 다가올래요
Calliope / RNC / 2019년 12월
평점 :
표지와 제목만 보고 고수위 소설인 줄 알았는데 정말 건전한 내용입니다. 다 읽고 나서야 전체이용가 소설이었다는 걸 알았네요.
3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네가 좋아지질 않더라는 남자친구의 말에 지희는 큰 상처를 입습니다.
눈물범벅이 된 채 편의점에 술을 사러 간 지희는 자신처럼 울고 있는 여자를 만나고 함께 술을 마시지 않겠냐는 그녀의 제안에 함께 집으로 돌아와 술을 마시는데요. 다음날 그 여자가 사실은 여장 남자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수상하게 보이는 그와 거리를 두려 했지만 자신처럼 실연으로 인한 아픔이 있는 남자의 진솔한 모습에 지희는 점점 마음이 끌리고 어느새 친구 이상의 감정으로 그를 좋아하게 돼요.
남주가 여장 남자인 소설은 처음 읽어봐서 초반 진입장벽이 좀 있었는데 여장하는 것 빼고는 평범한 사람이기도 하고 여주가 남주를 금방 받아들여서 저도 여장은 전혀 거슬리지 않았어요.
여장보다는 남주의 낮은 자존감이 더 신경쓰였네요.
남주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 때문에 누굴 만날 생각이 없어서 은근히 여주에게 거리를 두는 건 괜찮았어요. 여주 또한 남자친구의 일방적인 이별에 당장 누굴 만날 생각은 없었으니까요.
근데 자꾸 여주에게 회사 동료인 하녹이 어떠냐고 물어보면서 너랑은 하녹이가 잘 어울릴 거라며 계속 하녹과 엮고, 애매한 태도로 여주의 마음을 흔드니까 짜증나더라고요. 남주가 의도하지 않은 것이긴 해도 좀 별로였어요.
반면 여주는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인정한 뒤에는 확실하게 자신의 마음을 밝히고 남주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서 좋았어요. 특히 남주를 게이라고 오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고백하는 용기가 멋졌습니다.
나중에라도 남주가 확실하게 여주를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는 상태로 끝났다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제 기준에서는 남주가 여주를 좋아하는 건 확실하지만 사랑은 아닌 걸로 느껴져서 후련하지 않았어요.
여주는 계속 마음을 표현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했는데 남주는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은 것 같아서 지금 본문 검색해봤는데 여주만 사랑한단 말 했네요... 여주가 마음 고생 많이 했는데 속상합니다ㅜㅜ
사랑하는 마음의 크기가 같을 수는 없는 거지만 비슷하기라도 해야 보는 제 마음이 뿌듯한데 여주만 남주를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서 그게 좀 슬펐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여적여 구도가 불호라 직장 동료(여), 남주 회사 여직원, 남주의 옛 여자친구까지 이어지는 악역들의 등장이 정말 별로였습니다. 스토리 진행에 다 필요한 악조들이긴 했지만 직장 동료 꽃뱀 사건은 과하게 느껴졌어요.
우연한 만남으로 친구 먹고 연인이 되기까지 두 사람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담아낸 소설입니다.
우정보다는 가깝지만 사랑과는 거리가 있는 상태가 길어서 꽁냥꽁냥 달달함은 부족하지만 진중한 감정선이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