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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 - 내가 커서 어른이 되어도 변하지 않을 이야기
고정욱 지음, 유준재 그림 / 샘터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어른이 된다는 것의 시작>>

 어린 아이가 처음으로 단추를 끼우려고 낑낑대고 있다. 어설픈 한 손의 단추는 분명 구멍을 보고 있지만 생각보다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씨름을 하다 겨우 단추 하나를 채웠다. 그러나 아직도 더 채워야 할 단추는 5개나 더 남아있다. 큰 아이의 세 살 적에 황금색의 누비천으로 코트를 만들어주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이 옷을 입고 밖으로 외출하기를 바랬다. 하지만 춥고 힘들어서 나가기가 귀찮은 나는 꾀를 내었다. "그 단추를 다 채우면 밖에 나갈게." 혼자서 코트를 갖다두고 연습을 하였다. 생각보다 단추는 잘 채웠다. 하지만 단추를 다 채우고는 코트를 입을 수는 없었다. 다시 단추를 하나씩 벗긴다. 아이는 울상을 짓다가 코트를 입고 처음의 단추를 채우기 위해서 5분 정도를 실랑이다가 겨우 첫단추를 하나 채웠다. 그러면 나는 아직도 25분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서 속으로 웃었다. 하지만 아이는 다음 단추는 생각보다 빨리 채우고 그 다음도 점점 속도가 빨라졌다. '이런, 계획이 실패네. 좀 더 작은 단추를 가진 코트를 줄걸.' 우리 인생에서 첫단추는 어떤 것일까?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아직은 한참이 지나야 어른이 될 아들에게 들려주는 인생 상담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커서 어른이 되어도 변하지 않을 이야기'라는 부제가 알려주듯이 어른이 되어도 가치로운 것은 여전히 소중하고 가치로운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 가치들을 어릴 적부터 생각하고 꾸준히 실천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분명 "철없는 어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 이런 어른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고정욱 작가의 자신의 허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전에 작가님의 사인회에서 뵌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작품으로 그를 만나기만 해서 작품에 대한 나의 평가로 대단한 사람으로 각인이 되어있어서 그런가보다- 휠체어에 타고 있는 모습이 작아보였다. 그가 소아마비를 앓기는 했지만 어릴 적 귀찮음과 힘듬으로 인해 포기하여 생긴 결과라는 데 아픔이 먼저 다가왔다. 그리고 "한 마디로 내 몸을 소중히 여기는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거지."라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그것이 남을 아끼는 마음이야"라고 전해준다. 그렇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런 가치로움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출발을 하는데 이기주의와 혼돈하여 스스로를 돌보지 않은 일을 많이 한다. 그러면서 그 다음에는 죽었거나 살아있거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위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다시 강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위인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각 장에는 <단춧구멍>에서 "생각거리"를 적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았다. 총 29개의 <단춧구멍>이 있는데  소중한 가치들이 빛을 발하도록 도와주는 "도우미 노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라서 우리 어린이들도 마찬가지로 아빠가 들려주는 인생경험을 통하여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였다. 경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위인의 이야기로 증명을 하고 다시 마무리하는 단추들이 다 채워지면 아이는 빛나는 보석처럼 좋은 목표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아직도 목표와 가치관을 가지지 않은 아이들에게 다행인 일이다. 이제부터 첫단추를 잘 끼면 분명 아름다운 인생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갖출 수 있는 작가의 마음이 이 책 전체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어른의 입장에서 그의 작가적 역량을 확인하는 기회도 되었다.

 

 이 책에서 사진과 그림이 주는 메시지도 강한 느낌을 받았다. 사진이야 이야기의 증명으로 실증적으로 보져주었다. 또 그림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더라도 많은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예쁜 그림들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또한 이런 어린이책에 드물게 있는 "찾아보기"가 책의 말미에 있어서 좋았다. 나중에 필요한 부분을 다시 들춰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조금 주저하는 면이 있다면 너무 설교적으로 받아들여서 지루하거나 내용이 너무 많아서 벌써 질려할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분명 이 책이 우리 아이의 마음에 들어 생각주머니를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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