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할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 우리나라 그림동화 5
이철환 지음, 유기훈 그림 / 대교출판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낙타할아버지랑 떠나자>>

 [연탄길]로 유명한 이철환 작가님의 두 번째 동화책이라. 선뜻 손이 간다. 우리 이웃이라고 하지만 한편으로 소외되고 한편으로 커다란 감동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슬프하고 반성하고 웃음짓지않았던가. 그렇기에 따스함이 묻어나올 어린이 그림책이라는 것은 책을 읽기 전에 벌써 감으로 와닿았다. 책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나이지만 그런 기대는 역시나였다.

 아이들이 순천에 있는 드라마 촬영소를 다녀온 후 이 책에서 섬세한 펜으로 펼쳐진 동네의 표정을 낯설어하지 않았다. 그때 지금도 그런 곳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애매한 말을 남겨서 나도 애써 무시했다. 다만 엄마가 어릴 적도 이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힘들고 어렵게 살았다는 말을 하였다.  아이는 옛날은 다 그랬다는 것은 할머니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면서 관심을 표한다. 시선을 낮추면 행복은 훨씬 더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걸 느낀다.

 등에 커다란 혹이 있는 할아버지는 커다란 우산을 펼쳐 놓고 뽑기 장사를 하신다. 벌써 추억으로 사라지는 가 싶은 뽑기는 지금도 가끔 만난다. 아이의 학교 앞에서도 가끔 만나는데 호기심을 가지는 아이는 옛날처럼 많은 것 같지 않았다. '나 어릴 적은 하지를 않더라도 꼭 구경을 하고 갔는데.' 하지만 우리 아이가 진짜 구경만 하다 올까봐 차마 이 말을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봉구는 아무리 조심해도 잘 되지 않아서 담벼락에다 낙타할아버지며 낙서를 한다. 새삼스럽지만 낙서를 통한 스트레스 해소는 예나 지금이나 즐거운 일이다. 그래도 봉구의 표정은 우울해보인다.(그림에서)  설상가상으로 엄마에게 혼이 나서 우는 봉구에게 할아버지는 뽑기를 만들어주시면서 할아버지 등의 비밀을 알려주신다. 어느날부터 할아버지가 오시지 않더니 가을이 가고 눈이 와도 할아버지는 오시지 않는다. 봉구는 손끝이 빨개지도록 낙서를 지운다. 할아버지의 우산도 제자리에 둔다.

 

한동안 책을 들고 있으면서 나는 추억의 여행을 떠난다. 우리들에게 참으로 소중한 기억의 산물인 뽑기가 이렇게 다시 [행복한 동화]처럼 감정샘을 건드리고 있다. 정말 낙타할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 하면서 고개를 젓는다. 할아버지는 다른 동네에 있는 봉구를 찾아 돌아다니고 계실 것이다. 아련한 추억의 뽑기만으로도 우리가 살아가는 힘을 얻듯이 요즘의 아이들에게는 어떤 것이 추억이 될지 생각해본다. 풍족하고 기쁠 때의 감정보다 부족하고 슬플 때의 위로가 훨씬 우리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슬프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했나보다. 혹시 낙타할아버지를 만나면 함께 그렇게 떠나보고 싶다.

 

 책의 맨 뒤쪽의 눈 내리는 마을을 보고 책을 덮으려는데 또 뒷편에서 저자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서 나온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에게 따뜻한 마음을 강조하였다. 우리 세상이 아직도 살만 하고 행복한 이유는 바로 이런 따뜻한 마음들이 세상의 여기 저기에서 반딧불이처럼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유를 하나씩 더해간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하여 나는 오늘 마음의 행복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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